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11화. 주작누나의 질투

제 11화. 주작누나의 질투












밤늦게 집에 돌아온 여화는 가을뫼가 자고 있나 슬쩍 그의 방에 들렀다.


방문을 열자 가을뫼와 가을뫼를 안고 있는 예진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방 안에는 밤꽃 냄새가 야릇하게 돌고 있었다.




"얼씨구... 이것땜에 날 붙잡아 둔 거였구만?"


천성현의 계획에는 가을뫼와 고구려의 태녀가 이어져야 했나보다.




여화는 괜히 심술이 났다.


'나도 이 커플을 밀어 주려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날 따돌려? 하!'


여화는 잠들어 있는 예진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배란기는 아니었네.'




이번엔 가을뫼의 고간에 손을 올렸다.


가을뫼는 밑에서 뭔가 느껴지는 감촉에 부시시 눈을 떴다.


"... 여화 누...나?"


비몽사몽인 가을뫼가 물었다.


여화는 손짓 한 번에 가을뫼를 다시 깊이 재웠다.


그리고 다시 고간에 손을 가져다가 음낭과 음경 사이에 각인을 하나 새겨 넣었다.




이튿날 아침 가을뫼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




"그래 다들 어디로 갈지는 정했니?"


아침밥상에서 여화가 가을뫼 일행들에게 물었다.




"아뇨 아직... 오늘 정하기로 했는데요... 혹시 저희가 너무 오래 여기..."




"전~혀. 나야 너희들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있어 봤자, 눈 깜짝할새인걸.


 그냥 너희가 떠나기로 맘 먹은 걸 알아서 물어본 거야."




그러곤 예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애기 왕녀, 이제 슬슬 고구려로 돌아가도 될 것 같은데... 어때?"




"네?... 저는 지존이 되고 돌아가기로...."




"지존이 멀지 않았으니 하는 말이야. "




"네? 저는 아직 54단인걸요?"




여화는 [딱!]소리와 함께 손 위에 활을 불러 내었다.


한눈에 봐도 보통 활이 아니었다. 


화염을 머금은 듯 붉은 광택을 지닌 몸채하며 반듯한 마감처리까지.


가을뫼는 제법 먼 거리에서도 그 활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을뫼야, 이 활, 알아보겠어?"


"예?... 흠... 무지 좋은 활 같긴 한데요."




"이거 그거야 그거... ...아니지..."




'장터에서 그 활을 판 자가 저라는 건, 일단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저나 신수님 같은 존재가 둘이나 자신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쩔 수 없이 나태해질 것입니다.' 


여화는 천성현의 말을 떠올리고 말을 멈췄다.




"이게 추모각궁이라는 건데, 주몽이는 이 활 덕에 나라를 세웠지."




"허..."


가을뫼는 생각했다. 저런 대단한 활을 왜 꺼내신거지?


혹시... 혹시 날 주시는 건가? 




"넌 잘 모르겠지만 이건 이미 네 활이야. 내가 주는 게 아니라. 와서 받아가."


'엥?'


"제꺼라구요?"


"누나 팔 아프다. 빨리 가져가."


가을뫼는 여화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활을 받았다.


활을 직접 쥐자, 보는 것으로 느꼈던 기운보다 두 배는 강한 기운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너희 둘, 애기 왕녀, 애기 도사 너네는 가을뫼랑 한 조 잖아? 


 저 활을 든 가을뫼를 잘만 활용하면 지존은 너무 우숩지" 




"감사합니다!" 


가을뫼는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내가 준 거 아니라니까."


"그럼 어느분이...?"


"아 몰라 몰라. 됐어. 고마우면 알지? "




여화는 가을뫼 귀에 세마디를 속삭였다.


"너. 오늘밤. 내꺼야."




***




식사가 끝난 후 일행은 가을뫼의 방에 모여 앞으로의 일을 논의했다.




"읍루성 점거 사건도 그렇고 전세가 고구려로 많이 기운 것 같아요...


 주작님 말씀처럼 고구려로 가는 게 좋겠어요."


서유가 입을 열었다.


가을뫼는 예진을 쳐다보았다.


예진이 국적을 속여서까지 부여로 온 이유를 마침내 물을 때가 온 것이다.




"너 괜찮겠어? 떠나온 이유가 있을 거아냐."


"..."


예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희 아버지는 살해당하셨어요."


"...!"


"저희 아버지는 대무신왕, 그리고 선왕 폐하의 동생 이셨어요.."








현재의 태왕, 해우는 무휼왕의 아들로, 자기 삼촌이자 선왕(민중왕)이 재위 4년 만에 죽자 태왕이 되었다.


해우가 태왕에 오르고 2년이 채 안 되었을 무렵. 


예진의 아버지, 재사는 독살을 당한다.




독살의 저의는 알 수 없었다. 


왕권을 튼실하게 하기 위한 태왕의 짓이라기엔 태왕은 삼촌인 재사를 존중하고 좋아했다.


그렇다고 재사가 별다른 원한을 사는 사람도 아니었다.




예진의 어머니는 독살의 저의를 모르는 한, 궁궐 근처에 살지 않는 게 식솔들을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는 태왕의 반대로 거처를 아주 멀리는 옮기지 못하고 국내성에서 졸본성 외곽으로 옮겼다. 


그리고 수 년을  숨 죽이 듯 살았다.




아버지가 왜 독살 당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어도 


예진은 언젠가 태왕이 나이가 들고  다시 왕위 계승의 시기가 오면 


언제든 자기 가족이 또 한번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선왕의 재위기간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불과 몇 년 안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예진은 가족을 안전하게 지킬 방법을 강구했다.


그 끝에 내린 결론은 소질이 있던 주술로 지존술사가 되어


변방의 수비를 핑계로 국경근처까지 떠나 왕권에는 전혀 뜻이 없는 것을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변방을 수비하는 왕족은 왕위계승과는 거리가 멀었고 피바람으로부터 안전한 축에 속했다.


예진은 어머니께 뜻을 전하고 집을 나왔다.


어머니는 울며 말리셨지만, 확고한 예진의 뜻을 막을 수 없었다. 




18살, 예진은 혼사와 자기 삶을 모두 포기하고 가족을 위한 여정길에 올랐다.


자신의 왕족이란 신분이 주는 감시와 제한을 피해 고향을 떠나 멀리 부여 읍루까지...






예진의 이야기를 들은 일행은 잠시 숙연해졌다.


가을뫼는 예진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럼 어머니와 동생은 졸본성에 있는 거야?"


가을뫼가 물었다.




"네... 그래도 편지는 간간이 주고받았으니, 아직 졸본성에 잘 계실거예요."




"그럼 우리도 졸본성으로 가자. 졸본성에서..."




"저는 얼굴이 다소 알려져 있어서, 졸본성에선 거취가 좀 불편할 수 있어요.


 아직 지존이 되려면 45단이나 올려야 하는데... 집도 여럿이 더 살기엔 좁고..."




"흠... 주작누나가 호언 장담했으니까, 


 졸본성 근처 사냥터에서도 금방 99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살 곳이야 우리가 어떻게든 구하면 되지. 한동안은 주막에 살아도 되고."




"네... 가을뫼님이라면... 올해 안에 우리 모두 99단이 되게 해주실 것 같아요...


 집은... 제가 간이 숙소 정도는 만들 수 있어요... 저번에 살고 있던 저희 집처럼..."


서유가 말했다.




"엥? 그 초가집이 너가 직접 만든 거였어?"




"아뇨... 폐허로 망가져 있던 집을 제가 수리한 거였어요... 


 신수계에 살 때부터... 제가 살던 집은 제가 만들어서 잘할 수 있어요..."


허...


인형을 가지고 놀던 서영이가 서유한테 다가와 말했다.


"언니,언니, 우리 또 집짓기 하는 거야? 재밌겠다. 히히"




일행은 그렇게 졸본성으로 가서 예진의 가족을 보고 그 근처에 머물기로 했다.










주작의 저택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앞으로 한동안은 못할 온천욕을 오후 내내 지긋이 즐기고 나오자


이전 날들처럼 각 종 산해진미가 저녁상으로 차려져 있었다. 




그 산해진미들 중에 유난히 톡 쏘는 향이 나는 고기가 가을뫼 앞에 잔뜩 놓여져 있었다 . 


주아에게 이것이 뭐냐고 묻자 주아는 웃으며 속삭였다.




"정력에 좋다고 합니다. 많이 드세요."


그 광경을 예진과 서유가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여화는 가을뫼와 눈이 마주치자 윙크를 보냈다.




헛...






식사를 마친 늦은 저녁. 가을뫼가 가볍게 씻고 방에 들어가자, 예진이 있었다.




"혹...혹시 주작님이 오신데요?"


'뭐라고 대답해야 하냐...'


"오실 것... 같아..."


예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랑 있어요..."


가을뫼는 예진 옆에 앉아서 끌어안아 주었다.


"바람둥이..."


"..."


"난봉꾼..."


"...."


"오입쟁이..."


"...."


"바보..."


가을뫼는 예진이 더 말 못하게 입으로 입을 막았다.


예진은 입에 담았던 말들과 다르게 입을 맞춘 채 가을뫼에게 기대어 왔다.






[똑똑]


"현아입니다. 가을뫼님, 대모님께서 찾으십니다."




예진을 입술을 거두고 가을뫼를 바라보았다.




"첫 번째가 누구죠?"


"너..."


"1순위가 누구죠?"


"고예진이요..."




"다녀와요..."


가을뫼는 예진을 꼬옥 안아주고 일어 났다. 




하... 여자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구나...




가을뫼가 나가자 예진은 가을뫼의 베개를 끌어안고 울었다.




현아는 가을뫼를 여화의 방으로 안내 했다.


"대모님, 가을뫼님을 모셔 왔습니다."


"응, 들어오라 그래~"




현아는 커다란 방문을 열어 가을뫼가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여화의 방은 무척이나 컸는데 저택의 다른 곳들과 달리 서양식 느낌이 물씬 났다.


커다란 침대와 침대를 둘러싼 장식이 상당히 호화스러웠다. 




여화는 가운차림으로 침대 한가운데에 누워 가을뫼에게 손짓 했다.




"표정이 영...  애기 공주 떼어 놓고 오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


여화가 물었다.




"그, 저는 일부일처도 못 누리던 놈이었거든요... 뭔가 죄책감이 좀..."


여화는 가을뫼의 볼을 꼬집으며 침대 위로 끌어당겼다.




"아야야야"




"으이그 그건 니가 살던 세상에서나 그러던 거고 이세계는 일부다처제가 당연한 세상인데 


 뭘 그리 신경 쓰니, 그리고 내가 니 첩이냐? 여신님과 제 남편이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면


 감사해야지."


가을뫼는 아픈 볼을 매만지며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요 애기공주는 조만간 꿈에 찾아가서 혼줄을 내줄 거야."


"예? 누나?"


여화는 이번엔 가을뫼의 반대쪽 볼을 꼬집었다.


"허이구? 벌써 걔 챙기는 거니? 을뫼야 너도 참~ 요령없다. 


 그래가지고 결혼생활 하겠니?


 니 눈앞에 이 여신님이 있는데, 그렇게 어두운 표정으로 티나게 


 걔 걱정을 하면 내가 심술이 날까? 안날까?"




"죄..죄송합니다. 누나가 너무 고혹적이셔서 아픈 와중에 설레고 있는 제가 한심해서 그런거였어요..."




"...흥... 일로 와"


여화는 그 여리여리한 몸으로 힘은 어찌나 쎈지, 


가을뫼의 팔을 잡고 끌어 당기자 가을뫼는 한순간에 여화 옆으로 딱 붙어 버렸다.




여화는 입을 맞춰왔다.


찐득한 키스가 오가며 여화는 가을뫼의 옷을 벗겼다.

 

 

 

(약 2페이지 가량 편집)

----------------------------------------------------------------------------------

게시판 규정상 불가피하게 편집합니다.

무삭제판은 노벨피아에서 간단한 성인인증후 무료로 보실수 있습니다.

 

https://novelpia.com/viewer/1357682

https://novelpia.com/novel/106537
---------------------------------------------------------------------

 



이튿날.
기가 빨릴대로 빨린 가을뫼는 욕실로 들어가 누군가 자기를 찾을 때까지 탕에 녹아 있었다.


[똑똑]


"주아입니다. 가을뫼님~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네."


가을뫼가 나가자, 주아는 평소와 다르게 갈아입을 옷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우,깜짝이야... 엇... "

알몸으로 욕실에서 나온 가을뫼는 화들짝 놀라 수건으로 중요 부위를 가렸다.


"새 궁복입니다. 오늘 아침 식사 후 하계로 떠나실 터이니 이 옷으로 갈아입으시지요."


주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근데 쫌 부끄러워 가지고..."


주아는 가을뫼에게 옷을 건네고 뒤로 돌았다.




"어제 음식은 효과가 있던 가요?"


'응?...아.. 정력에 좋다는 그 고기말인가?'




"아 네 뭐... 그거 안 먹었으면 오늘 못 일어났을지도.."


"푸흡... 대모님과 일행분들이 기다리십니다. 어서 가시지요."


주아는 앞장서 식탁으로 향했다.


마지막 식사라 그런지 아침상이 무슨 저녁 만찬처럼 차려져 있었다.


예진과 서유는 뒤늦게 나오는 가을뫼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우 속 쓰리게 왜들 그러냐.. 나도 마냥 좋기만 했던 건 아니라고...'




"을뫼야, 너는 아침 목욕 두 번 하면 계절이 바뀌겠다."


"죄송합니다..."


가을뫼는 예진 옆에 앉았다.


예진을 젓가락으로 가을뫼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헙!..."




가을뫼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예진을 바라보자


더 원망스러운 표정이 돌아왔다.


가을뫼는 그냥 조용히 밥을 먹었다.




밥도 다 먹고 출발할 준비를 갖춘 일행은 나란히 여화 앞에 섰다.


"그간 하해와 같은 은혜, 정말 감사했습니다."


예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서유와 서영이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신세가 많았습니다."


가을뫼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보아하니, 졸본성으로 가기로 했구나. 좋아 좋아, 을뫼 너 잠깐 이리 와봐."


가을뫼는 영문을 모른 채 여화에게 다가 갔다.


 여화는 손가락으로 가을뫼의 가슴을 쿡 찔렀다.


그러자 지난날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 자리에 목걸이가 생겨났다.




"이 목걸이는 지난번처럼 내 권속이 소환되는 목걸이가 아니야. 


 그러니까 목숨 아까운 줄 알고 조심히 행동 해. 알겠어?"




"넵!"


여화는 가을뫼에게 가볍게 뽀뽀를 하고는 원래 자리로 돌려보냈다.




"너희에게 딱 필요한 곳으로 보내줄게 안녕~"




띠디디디딩 휘이휘이이




꽃 바람이 일행을 휩쓸었다.
 

 

 

 

----------------------------------------------------------------------------------

게시판 규정상 불가피하게 편집합니다.

무삭제판은 노벨피아에서 간단한 성인인증 후 무료로 보실수 있습니다.

 

https://novelpia.com/viewer/1357682

https://novelpia.com/novel/106537
---------------------------------------------------------------------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조회 수
32453 [그림] ㄱㄹ 2 하츠네 미쿠 5 1 일 전 60
32452 [그림] 6장 9 2049 7 1 일 전 84
32451 [그림] 에라. 그냥 올림 8 rulru 11 3 일 전 229
32450 [그림] 호인 뿔난용 2 5 일 전 122
32449 [잡담] 8월 일페부스 같이나갈 개붕이있니 10 뀰강정 3 5 일 전 227
32448 [그림] 자세를 창작해서 그리는건 힘드네 뿔난용 3 6 일 전 163
32447 [그림] 코하루 모작 연습 3 뀰강정 5 6 일 전 202
32446 [기타 창작] 3D 븜 열심히 진행중 1 에오리스 4 6 일 전 115
32445 [그림] ddsdsdsds 7 구파 10 7 일 전 105
32444 [그림] 블렌더 배경연습 한장 6 끠자치킨 6 7 일 전 128
32443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 3 뿔난용 5 11 일 전 134
32442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스케치) 뿔난용 1 11 일 전 62
32441 [그림] 오랜만에 샤프 낙서 장윈영 2 11 일 전 117
32440 [그림] 야밤 동탄 4 프로수간충 7 12 일 전 377
32439 [그림] 플러스터 간+기가듈 뿔난용 2 12 일 전 65
32438 [그림] 플러스터 간+기가듈(스케치) 뿔난용 1 12 일 전 25
32437 [기타 창작] 개다, 요루시카 권주가 1 12 일 전 57
32436 [그림] 플러스터 간+테라 뿔난용 3 13 일 전 75
32435 [그림] 플러스터 간+테라(스케치) 뿔난용 1 13 일 전 34
32434 [그림] 스윽 5 구파 9 13 일 전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