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10화. 게임 체인저

제 10화. 게임 체인저








아침햇살이 창호지에 부딪혀 은은히 방 안을 밝힐 때 쯤 가을뫼는 서서히 눈을 떴다.


여화는 먼저 일어났는지, 방 안은 가을뫼 혼자였다.




[똑똑똑]


"네?"


"주아입니다. 가을뫼님 일어나셨습니까?"


문너머로 주아가 말했다.




"네 이제 일어났습니다."




"잠시 후 아침 식사를 차릴 예정입니다. 준비가 되시면 나오시지요."


"네. 알겠습니다~"


가을뫼는 대답 후 일어나 이불을 개었다.




몸이 한층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가을뫼의 몸으로 '바람과나라'에 온 후 기존 몸보다 항상 컨디션이 좋았지만


요 근래 긴장한 일이 많아서인지 살짝 피곤한 감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니 


아주 말짱해졌다.




가을뫼는 밥 먹으로 가기 전 어제 안내 받았던 세면장에서 가볍게 씻었다. 


세수를 마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는데 마침 들어오는 예진과 마주쳤다.




"잘잤.."


"헹, 바람둥이."


예진이 가을뫼를 보자마자 째려보며 말했다.


뜨끔한 가을뫼는 인사를 멈췄다.


"어...그..."




"헹! 됐네요. 이제 와서 무슨변명이예요? 상대가 신수님이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 어깻죽지에 자천무주를 그냥!"




가을뫼는 아무 말 못했다.


"어.... 그게...  그게 정말... 하..."




예진은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다시 입을 열었다.


"날 좋아하긴 한거예요?"


"응?"


"날 좋아하긴 했냐구요! 나랑 외출도 나가자 그러고 막 잘해주고, 구해주고, 그런 거 나 좋아서 그런 거 맞냐구요!"


예진이 가을뫼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마구 말을 쏟아 냈다.




"...좋아해서 그랬지."




예진은 눈물을 머금은 눈빛으로 가을뫼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을뫼에게 다가와 안았다.






"내가 첫 번째예요. 내가 1순위예요. 맞죠? 그렇죠?"




가을뫼는 말없이 예진을 토닥여주었다.




"..."


"왜 대답이 없어요... 내가 1순위 맞냐구요."


예진은 훌쩍거리며 되물었다.




"맞아... 너가 첫 번째야."


"흐아아앙"


예진은 가을뫼 품속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예진은 손으로 가을뫼의 가슴을 쳐 댔다.




***






부여 읍루성 주막.


아직 어두운 새벽, 현아는 여화의 명령을 받아 화염을 감추고 이곳으로 날아왔다.




'주막 왼쪽 끄트머리에서 두 번째 방...'


현아는 여화의 말을 떠올리며 끄트머리에서 두 번째 방문을 열었다. 


가을뫼가 며칠 전까지 읍루성에 머물 때 묵었던 방이었다.






[드르륵]


[휙!]


문이 열림과 동시에 붉은색 단검이 현아를 찌를 기세로 공격해 왔다.




현아는 한 손으로 가볍게 단검을 붙잡아 공격을 막아 냈다.




'저주의 단검을 맨손으로???'


방주인, 바애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누구냐!"




"목소리를 낮추시지요. 소란만 피우시지 않는다면 아무도 죽지 않을 것입니다."


현아는 표정 없이 조용히 말했다.




"..."


"이 방에 활이 하나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내주시지요."




활... 




***


가을뫼 일행이 읍루성을 떠나던 날, 바애는 당연히 그가 죽은 줄 알았다.


되려 팽경지가 죽고 가을뫼는 살아 도망쳤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하루가 지난 후였다.






어두운 밤, 온종일 주모 연기에 지친 몸을 뉘울 때면 바애는 자기도 모르게 그가 방을 찾아오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뜨거워진 몸을 손끝으로 달래었다.




'미쳤어...'


조직이 수년간 준비해온 계획을 자신의 하찮은 연정으로 위태롭게 만들면 안 되었다.


늘 무심했던 마음이 한낱 수컷에게 기우는 자기 자신을 호되게 나무랐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읍루성 점거의 날, 바애는 팽경지에게 가을뫼 암살을 지시했다. 


그가 흑건적의 일원인 팽경지를 알아 본 것 같아서. 그래서 죽이라 지시했다.


거사를 목전에 두고 털끗만한 실패요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가을뫼를 암살하도록 지시한 바애는


속상했다.




이상했다. 


바애는 수십 명, 어쩌면 수백 명을 죽여 왔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였고, 남을 죽여 자기 삶을 연명하는 것은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당연한 이치였다.


하지만 가을뫼는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짧게, 옅게 아는 사이였는데, 그의 미소가, 그의 목소리가 자꾸 머릿속에 남곤 했다.




결전의 밤, 읍루성 점거의 거사가 끝나고  주막은 흑건적 간부들이 머무는 숙소가 되었다.




흑건적의 두목 육병관은 바애를 자신이 머무는 관사에 불렀다.


육병관은 밤새도록 바애를 품었지만, 바애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지겹기까지 했다. 


바애는 자기도 모르게 상대가 가을뫼였다면 어땠을 까란 상상했다.


( 한 문장 편집) -무삭제본  -> https://novelpia.com/viewer/1354844  (게시판 규정상 편집한것입니다. 해당 링크는 무료 공개입니다. )



다음날, 익숙한 곳에 머물고 싶다는 핑계로 주막에 돌아왔다.


가을뫼가 머물던 방을 차지하고 있던 말단 간부를 쫓아내고 그 방을 차지했다.


남아 있던 가을뫼의 물품들을 말단 녀석이 벌써 슬쩍한 것을 알고는 몇 대 줘 패고 되찾아왔다.




"스읍 하아."


그의 옷에 아직 그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미쳤어... 마약 같아...'




오후, 문득 팽경지를 찾는 간부가 있어서 그를 찾았지만 


가을뫼를 암살하러 간 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상하게 마음이 설렜다.


팽경지는 오래되진 않았지만 바애의 직속 부하였다.


암살에 실패했다면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세계다.
 


그런데도 설렜다.


전갈굴로 조사를 보낸 흑건적 부하들이 팽경지의 시신을 수습해 왔다.


흑건적 일당은 그를 잘 묻어 주었다.


바애는 어쩌면 그를 다시 만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낡은 활을 비롯한 짐들을


잘 챙겨 놓았다. 


짐을 되돌려주며 자연스레 말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




"활은 왜 찾지?"


바애가 날카롭게 물었다.




"원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입니다."


"활의 주인을 알아?"




현아는 잠시 차분하게 바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대답했다.


"가을뫼님 입니다. 어서 돌려주시지요."




바애의 눈이 커졌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당신이 누군 줄 알고 어떻게 가을뫼에게 전해 줄거라 믿지?"


현아는 잠시 아무 말없이 서 있다가 등을 돌려 마당으로 나갔다.




"이봐! 어디가!"


뒤쫓아 나간 바애 눈앞에는 거대한 주작이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헛..."


그리고 눈 깜짝할새에 현아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저는 가을뫼님이 섬기시는 대주작님의 종 입니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게 하시면 좋은 말로 부탁 드리지 않겠습니다."




바애는 방안 옷장에서 활을 꺼내 현아에게 건네었다.




***




천계, 천성현의 방


"똑똑~"


화려한 바닥만 빛나는 어두운 곳에서 여화는 입으로 노크 소리를 내었다.


이내 어둠 속에서 갈색 도포를 입은 천성현이 나타났다.






"여화님, 제가 방으로 바로 오지 마시고 오실 땐 정문으로 와 달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습니까..."


"그렇지만 이게 편한 걸?... 오라버니가 포기하면 안 될까?"


천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거 보여?"


여화는 이른 아침 현아가 주막에서 가져온 낡은 활을 자기의 손 위에 띄우며 말했다.


천성현은 움찔 했으나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이, 우리끼리 왜 그래? 이미 가을뫼의 눈을 통해서 다 봤다구. 오라버니 연기 잘하더라?"


여화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용건을 간단히 해주시지요..."




여화는 천성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여화가 활을 받치고 있는 손에 힘을 주자 낡은 활이 화염에 휩싸였다.


곧 화염은 멎고 낡았던 활은 눈부신 붉은색이 마치 타오르는 듯한 활로 변모했다.




"이거 추모각궁 이잖아? 그치? 


 아직 이 세계가 아사달 세계였을 때, 


 주신께서 주몽에게 하사한 그 활... 맞지? 오라버니?"




"..."




"내가 너무 화가 나더라... 나는 그깟 목걸이 하나 줘서 가을뫼 구했다고, 
 
 뭔 하계 질서가 어쩌구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고 어쩌구.. 근데 오라버니는 이게 뭐야?"




"여화님이 목걸이를 가을뫼에게 준 것과 제가 그 활을 준 것은 의도부터가 다릅니다.


 여화님은 그저 그를 취하려고 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오라버니가 한 행동과 내가 한 행동의 결과가 뭐가 다른 데? 


 아니 이런 [신기]를 넘긴 게, 하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거 아니야? 


 나는 가을뫼가 오라버니가 나한테 보내는 선물인 줄 알았지,


 그런데 어라? 눈을 들여다봐도 미래가 잘 안 보이네? 


 그제야 알았지 아 이 녀석 몇 백년 만에 보는 전환점 캐릭터구나."




천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제가 보낸 선물이라 착각하시고 탐하신 겁니까."




"아니, 안 헷갈리는 게 말이 돼? 


 딱 내가 좋아할 얼굴에, 목소리에, 양기 덩어리에 음기를 살짝 섞은 냄새하며, 튼실한 물건까지. 


 아주 여자들이 꼬이다 못해, 껌뻑 죽게 커스텀 해놨더만.


 내가 자꾸 오라버니한테 와서 불평 하니까 물건 하나 만들어 보내준 건 줄 알았지."






"... 아닙니다. 저도 눈치껏 알았지만... 가을뫼님은 하계 상황을 풀어낼 역할로 낙점 된 인물입니다.


 저는 그저 주신님의 뜻을 받들고자 그의 앞길을 열어 준 것 뿐이지요."




"그래서 그 꽃길 같은 앞길에 나도 포함돼 버린 거 아냐, 
 
 가을뫼가 내 맘에 들어 구해 준 것도 따지고 보면 천성현 오라버니의 커스텀 때문이라구."





"후... 그래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뭡니까?"




"나 징계 취소해 줘. 휴가 짤린 것도 복구해주고 근신도 풀어 줘."




"그것은 주신님의 권한이지 제가 하는..."


"오라버니, 내가 바본줄 알아? 오라버니는 다 할 수 있잖아."




"...... 징계와 휴가는 어떻게 복구 해드린다 쳐도 근신 처분은 아직 백 년은 이릅니다."




"허어 그러셔? 그럼 나 이 활 들고 주신님 찾아뵌 담에 우리 천성현 오라버님이 일 처리를 이렇게 하시는데,


 나는 억울하게 징계 받고 휴가짤..."




"네네. 그만하십쇼...알겠습니다. 


 대신 지난번 같은 일을 또 일으키셨다간 이번엔 제 선에서 감당이 안 됩니다." 




"으휴... 오라버니는 200년도 더 지난 일을 아직도 그래... 


 그럼 나 다 풀린 걸로 알구 돌아간다? 


 신수계에 돌아갔는데 여전히 하계로 나갈 수 없으면 여기로 돌아와서 하루 종일 오라버니 괴롭힐 거야."




여화는 말을 마치고 뒤로 돌았다.






"이왕 오신거 저희 남매와 식사도 하시고 늦은 저녁즈음에 돌아가시지요."


천성현이 방을 나가려는 여화에게 말했다.




여화는 눈썹을 치켜뜨며 천성현을 바라보았다.


"호오... 뭔가 있네, 뭔가 있어.  오라버니가 날 이렇게 붙잡을 남자가 아닌데."


"성랑이와 성혜는 여화님을 많이 좋아 합니다."


"오라버니는 아니라구 선을 확 긋는구나?"


"...저는 모든 신수님을 좋아합니다..."




"흥...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가을뫼의 미래가 보이는 거지?


 나도 앞으로 변하게 될 이 세계가 너무 궁금한데 말이야... 좀만 알려 준다하면 


 오라버니 뜻대로 여기 좀 더 붙잡혀 있구."




"저도 전환점으로 간택 받은자의 미래는 온전히 읽을 수 없습니다..."




"에이 왜 그래~ 조금만 말해 봐 오라버니~"


여화는 천성현을 따라 다른 방으로 이동하며 물었다.




***


가을뫼 일행이 먹었던 아침은 놀랍게도 서양식 이었다.


고급스러운 맥모닝 세트 같았달까...




"가을뫼님이 살던 곳에서 드신 음식과 비슷한 아침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맛있으셨나요?"


주아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네! 진짜 잘 먹었습니다."




예진과 서유,서영이는 당연히 서양식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계란, 베이컨, 소시지, 감자가 맛이 없을 리가 없었다.






일행은 아침 식사 후 주아의 안내받아  신수계 주작봉을 구경했다.


깊고 영험한 산속에 사는 새들은 너무나 신비스러웠고, 한 마리 한 마리가 감탄이 나오도록 멋있고 예뻤다.




새들은 일행이 주아와 함께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호의적이었는데,


 몇몇 작은 새들은 날아와 어깨 위에 앉았다.




점심 무렵에는 주작 봉우리 중턱에서 주아가 싸 온 도시락을 먹었다.


주아는 모든 요리를 잘하는지,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도 정말 맛있었다.




"저... 혹시 주작봉에는 사신단이 없나요?"


도시락을 다 먹을 때 즈음 서유가 주아에게 물었다.


주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주작봉에 들어온 사신단은 대모님께서 모두 처리하셨습니다."


"어머... 역시... 그렇다면 왜 대현무님은 주작님처럼 하시지 않는 걸까요?"




주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대신수님들의 뜻을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단지... 각각의 봉우리로 온 사신단을 전부 척결한 신수님은 주작님이 유일하십니다.


 천계 분들은 오히려 대모님을 나무라셨죠."




"그럴 수가... 사신단은 신수계에 근근히 살아가는 인간들을 죽이고 내쫒은 자들인데..."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천계분들에게 인간들은 다 똑같지 않을까요? 


  사신단이 아닌 다른 인간들도 누군갈 죽이고, 뺏고, 더 크게는 전쟁을 일으키니 말예요." 


서유는 말을 잃었다.




늦은 오후. 주작의 동굴로 돌아온 일행은 어제처럼 온천욕했다.


일행이 느긋하게 씻고 나오니 현아와 주아가 이미 저녁을 차려놓았다.




"대모님께서 오늘은 늦게 돌아오신다 기별을 주셨습니다. 먼저 식사들 하시지요."


역시나 온갖 세계의 음식이 가득한 저녁상에 모두 배불리 먹었다.




"가을뫼씨, 근데 우리 언제 돌아가요?"


저녁을 먹는 중 예진이 물었다.




"글쎄... 근데 읍루성이 흑건적에게 점거 당했고... 우리를 노리는 적도 있고 해서 읍루성으로는 못 돌아가니까..."




"헤에? 설마 여기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죠?"


사실 가을뫼는 딱히 이곳을 벗어날 이유가 없었다. 


밥 잘주지, 잘 곳 편하지, 여신(수)님이 지켜 주지, 잠자리도 같이하지...




"가을뫼님... 저는 지존 도사가 되어야 해요... 서영이 신랑감도 찾아주어야 하는데..."


서유가 조심스레 말했다.




"언니. 언니부터 결혼해야지!"


서영이가 외쳤다.


"서영아 언니는..."


다음 말은 서영이 귀에 속삭였다.


"가을뫼님이랑 살 거야."


서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을뫼씨, 저도 지존 주술사가 돼야 하는데, 여기서 계속 호화스럽게 살수만은 없어요.


 설마... 여기 살겠다고, 우리를 버리는 거 아니죠?"


예진이 말했다.




"당..당연히 아니지... 아니 그냥 그... 지금 당장 어디로 갈지는 못 정하겠으니까..."


"그럼 이제부터 우리가 어디로 갈지 정해 봐요."


셋은 밥을 다 먹고 한참이 지나도록 다음 어느성으로 갈지 논의 했다.




"언니이 나 졸려..."


셋이 한참을 논의하자 서영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서유에게 칭얼댔다.




"그래 서영아, 서영이는 자러 가자, 저 방 좀 다녀올게요."


서유가 말했다.




"흐암 나도 좀 졸린데... 우리 내일 마저 얘기할까?"




낮에 많이 걸었던 탓인지, 저녁을 많이 먹어서인지 이른 저녁이었지만 가을뫼도 졸렸다.




"흐음... 그럼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디로 갈지 정하구 모레 출발하기로 해요."


예진이 가을뫼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그래."






일행은 식탁에서 일어나 각자 방으로 향하였다.


가을뫼는 세면장에서 간단히 입을 닦고 방에 들어가 요를 깔았다.






[똑똑]


"네?"




문이 열리고 가운 차림의 예진이 베개를 들고 들어왔다.


"저..."


예진이 뭔가 결심을 하고 온 듯한데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말을 못 꺼냈다.




"저 오늘 여기서 잘래요!"




멍...




'오늘 저녁에 알콜이 들어갔던가?...'




"왜 아무 말 없어요! 민망하게!"




"어 뭐... 처음도 아니고... 혹시 아까 저녁에 술이 있었나?"




"술 마셔서 그런 거 아니거든요!"




예진은 가을뫼의 베개 옆에 들고 온 베개를 두고 이불 속에 들어갔다.


가을뫼는 그러려니 하고 호롱에 불들을 끄기 시작했다.


두 개의 불을 끄고 마지막 불을 끄려는 순간 예진이 외쳤다.




"잠깐! 그거는.. 그거는 안끄면 안 돼요?"


"왜...? 무서워?"


"아니..."


어차피 충분히 어두웠기에 수면등 하나 켜놨다 생각하고 자리에 누웠다.




'이거 아무래도 시그널인가?'


가을뫼는 잔뜩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예진을 보며 생각했다.




자기가 먼저 같이 자자고 들어왔으면서 긴장한 모습이 귀여웠다.


가을뫼는 슬며시 예진을 끌어당겼다.


예진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가을뫼의 품 안에 들어왔다.




"저... 저... 알건 다 아는데... 처...처음이거든요? 천천히..."


예진이 말까지 더듬자 너무 귀여워서 꼭 끌어안아주었다.




한동안 끌어안은 채로 가만히 있자 예진이 좀 진정된 것 같았다.


가을뫼는 자연스럽게 예진의 가운을 풀었다.




고작 엊그제까지만 해도 동정이었던 가을뫼가 한번 해본 것도 경험이라고 


숫총각 같지 않게 자연스러웠다.


예진에게 입을 맞추자 예진도 열심히 화답해 왔다. 

-----------------------------------------------------------------------------------------------------------
(약 한페이지 편집)

-무삭제본  -> https://novelpia.com/viewer/1354844  (게시판 규정상 편집한것입니다. 해당 링크는 무료 공개입니다. )

---------------------------------------------------------------------------------------------------------


"이게... 아기씨인가?"


예진은 자기의 아랫배를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가을뫼의 귀에 속삭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서방님."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조회 수
32453 [그림] ㄱㄹ 2 하츠네 미쿠 5 1 일 전 64
32452 [그림] 6장 9 2049 7 1 일 전 88
32451 [그림] 에라. 그냥 올림 8 rulru 11 3 일 전 231
32450 [그림] 호인 뿔난용 2 5 일 전 123
32449 [잡담] 8월 일페부스 같이나갈 개붕이있니 10 뀰강정 3 5 일 전 228
32448 [그림] 자세를 창작해서 그리는건 힘드네 뿔난용 3 6 일 전 164
32447 [그림] 코하루 모작 연습 3 뀰강정 5 6 일 전 203
32446 [기타 창작] 3D 븜 열심히 진행중 1 에오리스 4 6 일 전 116
32445 [그림] ddsdsdsds 7 구파 10 7 일 전 106
32444 [그림] 블렌더 배경연습 한장 6 끠자치킨 6 7 일 전 129
32443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 3 뿔난용 5 11 일 전 134
32442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스케치) 뿔난용 1 11 일 전 62
32441 [그림] 오랜만에 샤프 낙서 장윈영 2 11 일 전 118
32440 [그림] 야밤 동탄 4 프로수간충 7 12 일 전 377
32439 [그림] 플러스터 간+기가듈 뿔난용 2 12 일 전 65
32438 [그림] 플러스터 간+기가듈(스케치) 뿔난용 1 12 일 전 25
32437 [기타 창작] 개다, 요루시카 권주가 1 12 일 전 57
32436 [그림] 플러스터 간+테라 뿔난용 3 13 일 전 75
32435 [그림] 플러스터 간+테라(스케치) 뿔난용 1 13 일 전 34
32434 [그림] 스윽 5 구파 9 13 일 전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