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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라 : 이고갱] 5화. 신서유기 - 여자 도사의 등장

제 5화.
             신서유기

 

 

 

 


대장간을 나와 자호굴에 가기 전, 예진은 중요한 마법을 꼭 하나 더 배워야 한다며  술사의 길로 태환을 끌고 갔다.
뭘 배우고 나왔는지 예진은 기분이 좋아져서는 자호굴에 도착할때까지 룰루랄라 들뜬 걸음으로 걸었다.


 자호굴에 도착 후 둘은 처음 가보는 굴이니 간단하게 전략회의를 했다.
우선 서로 각각 한 마리의 호랑이를 가장 강력한 공격법으로 잡아 보고, 각기 따로따로 호랑이를 맡아서 사냥할지,
아니면 한 마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잡을지 결정하기로 했다.


"헷, 난 방금 강한 공격 주술을 배우고 왔어요. 후후."
자호굴에 들어가서 만난 첫 자호를 보더니 예진이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앞장섰다.


[진'자천무주]!
상당히 큰 얼음 무더기들이 자호 위로 쏟아졌지만 예진의 생각과는 달리 자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으르렁거리며 달려들었다.
당황한 예진은 [진'자천무주]를 마구 날려댔다.


[진'자천무주]!! [진'자천무주]!!! [진'자천무주]!![진'자천무주]!!!!!!
자호는 [진'자천무주]를 6방정도 맞고는 예진앞에 다와서 팔을 휘두를 쯤 겨우 쓰러졌다.


"말도 안 돼... 왜 이리 쎈거야."
자신만만했던 예진은 풀이 죽었다.


'흠, 이대로라면 자호굴 보스까지 잡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는걸...'
태환은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그동안 예진과 자기 공격력은 큰차이가 없다고 느꼈는데
새로 상위 마법을 익힌 예진의 공격으로 6방이나 때려야 겨우 죽는다면 앞길이 험난할게 훤했다.


 첫 자호로부터 가죽을 줍고 좀 더 굴안으로 들어가자, 곧 두 번째 자호가 나왔다.


'[미환탄시]로는 데미지가 부족할 거야. 예진이 회복마법도 배웠으니 [투혈영식]을 최대한 강하게 써 보자.'


[투혈영식]!
태환은 활시위를 최대한 당긴 후 자호를 향해 쏘았다.


『콰슈슉!』
큰 파열음과 함께 화살에 머리를 꿰뚫린 자호는 그대로 쓰러졌다.


"세상에 말도 안 돼."
예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동안 약해빠진 초심자의 활로 싸우느라 가을뫼의 공격력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지금 대략 레벨에 맞는 무기를 낀 태환은 여우굴을 돌 때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역시 격수는 무기빨.


"나 이 기술쓰면 체력이 팍팍 깎이거든? 회복마법 좀."


 공격력 테스트를 해본 결과 태환이 메인딜러 역할을 맡고 예진은 뒤에서 힐을 해 주다가 
한 방에 죽지 않는 자호들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방식의 사냥법은 제법 잘 통했다. 
둘은 무난히 자호들을 한 두 마리씩 잡아 나갔고 금세 레벨업을 하였다.


그렇게 큰사고 없이 6굴에 도달 했을 때, 태환의 귀에 멀리서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이 들렸다.


"잠깐만,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태환이 예진에게 물었다.


"뭔가 마법을 쓰는 소리 같은데요? 경쟁자가 있는 건가?"
경쟁자라는 말에 태환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태환은 예진에게 손짓하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소리의 근원지에 가까워지니 그 소리는 한 여자도사가 회복마법을 시전하는 목소리였다.


"[태양의 기원]! [태양의 기원]! 흐윽... 태양의..."
여자도사는 자호들에게 둘러싸인 채 사방에서 물어뜯기며 공격당하고 있었고 
스스로에게 회복마법을 걸며 버티고 있었다.


[투혈영식-마염시]!!                    (마염시: 최대 3개의 대상을 공격할 수 있는 궁사의 초급 범위 공격기)
[진'자천무주]!!
태환과 예진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도사를 둘러싼 자호 무리에 공격을 퍼부었다.
두 사람의 공격을 겹쳐 맞은 한 마리는 즉사했고, 태환의 [마염시]에도 죽지 않고 견딘 한 마리와 
뒤에서 온 공격을 눈치챈 다른 자호들은 도사를 냅두고 태환과 예진에게 달려들었다.


'아... 씨 동시에 4마리는 좀 빡쎈데'
태환과 예진은 온갖 쇼를 해가며 자호 4마리를 상대했다.


자호가 예진을 물어뜯을 것 같으면 태환이 냅다 활로 내려쳐 어그로를 끌고 
새로 배운 [위위주보](뒤로 몇보 순간 이동하는 마법)로 물러섰다.
예진은 닥치는 대로 [자천무주'첨]을 외쳐 대며 주위가 서늘해질 정도로 얼음무더기를 꽂아 댔다.


"야 나 힐 좀 줘바!!"
"힐이 뭔데요?!!!"
"아 회복마법!!"
자호 3마리에 쫓기고 있던 태환이 다급하게 외쳤다.


[구름의기원]![구름의기원]![구름의기원]!
예진의 회복마법에 체력이 얼추 회복된 태환은 쿨타임이 돌아온 [위위주보]를 한 번 더 써서 자호와 거리를 벌리고
투혈 한 방에 자호 하나를 더 죽였다. 
남은 자호는 두 마리. 연이어서 투혈영식을 쓰는 것은 부담되었지만
일단 살아야겠기에 온갖 힘을 끌어 올려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이마에 투혈을 담은 화살을 적중시켰다.
마지막 한 마리는 예진이 처리해 주길 바라며 살살 어그로를 끌며 도망다녔다.


"야! 그 강하다는 거! 그거 자천뭐시기! 마무리해봐! 마무리!"
태환은 아슬아슬하게 자호의 앞발을 피하고 도망치면서 외쳤다. 
태환의 외침에 예진은 회복마법을 거두고 공격 마법을 자호에게 퍼부었다.
마침내 마지막 자호까지 죽은 걸 확인한 태환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예진을 바라보았다.


예진도 혼신의 힘을 다 했는지 숨을 헐떡이며 [공력증강]을 외치고 있었다.
(공력증강 : 체력을 크게 소모해 마력을 회복하는 마법- 체력이 이미 매우 낮을 땐 체력을 소모하지 않고 마력만 회복된다.)


예진의 무사함을 확인한 태환은 고개를 돌려 아까 도사가 있던 곳을 쳐다보았다. 
도사는 쓰러져 있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태환이 도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도사의 회복마법으로 거의 아물긴 했지만 
찢겨진 소복 사이사이로 물어뜯긴 흉터들이 보였다.


'죽은 건 아니겠지?...'
태환은 이번엔 도사를 살살 흔들며 깨워 봤다.


"이봐요. 이봐요!'
그러자 도사는 눈을 떴다. 
그러더니 두리번거리며 태환과 걸어 오고 있는 예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죽는... 줄 알았어요..."
도사는 왈콱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태환이 보기에 얼추 예진과 비슷한 또래인 듯한 도사는 검은색이지만 어딘가 푸른빛을 띠는 긴 생머리에 
이곳저곳 찢어진 밝은 회색의 소복, 흰색 복대를 차고 있었다. 
차분함과 선량한 느낌을 주는 눈매가 매력적인 단아한 미인이었다.


 도사가 진정되고 사정을 들어 보니, 도사는 도적과 함께 협동사냥하고 있었는데 사냥이 잘풀리자
자신감에 찬 도적이 애초에 사냥 중 쓰지 않기로 한 필살검무(체력을 소비하며 큰데미지를 주는 도적의 필격기)를
난사하며 앞장서다가 좁은 곳에 몰리더니 비영승보(상대 배후로 이동하며 공격하는 도적기술)를 제대로 쓰지 못해 
탈출하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고 한다. 


도사는 열심히 도망쳤지만 결국 마찬가지로 구석에 몰려서 마력이 다 닳을 때까지
회복마법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마침 가을뫼 일행을 만난 것이었다.


 도사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가 보니 죽은 도적의 시체가 있었다. 
태환은 도적 옆에 작은 구덩이를 만들어 시체를 잘 묻어 주었다. 
그리고 그 도적의 무기로 보이는 비철단도를 집어 드는데...


"헤에 설마 그거 가져갈려구요?"
예진이 경악스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그래 이것도 철이 잖아. 그냥 같이 묻어 두기엔 너무 아까운데..."


"죽은자의 온기가 남아 있는 물건을 취하면 저주를 받는 법! 이건 상식이라구요. 내려 놓아요. 얼른"
예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씁... 태환은 아쉬워하며 일단 도적 옆에 같이 묻어 주었다. 
'온기의 저주가 뭔진 모르겠고, 그러면 식으면 가져가야징.'


태환은 옆에 서 있던 도사에게 물었다.
"우린 마지막 굴까지 꼭 가야 하는데, 우리랑 같이 갔다가 같이 돌아갈래요?"


"가을뫼씨, 이분은 지금 말도 안 되게 호랑이들한테 시달린 상황인데 어떻게 그래요? 
 도사님? 비영사천문 쓰시고 가보셔도 돼요."
예진이 끼어들며 말했다.


"저... 동동주를 조금만 나눠 주시면 저도 힘을 보태드릴게요...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도사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도사님은 오히려 혼자 돌아가는 게 어려울 수도 있지. 
 이제 막굴도 거의 다 왔으니까 우리가 데려다드리자."


"궁사님의 성함이 '가을뫼'이신가요?"
방금 예진이 가을뫼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도사가 물었다.


"네. 제가 가을뫼이고 이쪽은 저랑 같이 사냥하는 예진 주술사."


"반가워요 도사님~"
예진은 소지품을 뒤적이며 말했다.


"저는... 도사 신서유 라고 해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사는 영 숫기가 없는 소녀인지 작은 목소리로 수줍게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 소지품 보따리에서
자호의 가죽을 하나 꺼내더니 망토처럼 둘러 옷이 찢어진 부분들을 가렸다.


서유의 옷 정돈이 끝나고 예진은 서유에게 동동주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세 명이 된 우리는 다음굴로 향했다. 


 확실히 도사의 체력회복 마법은 주술사와는 다른 차원이었다. 체력이 팍팍 차자 
태환의 투혈공격에 대부분 자호들이 한 방에 쓰러졌다. 
다만 서유는 마력을 다 소모하면 동동주를 마시느라 잠시 지체되는 시간이 있었다.


"서유님은 혹시 [공력증강]을 배우지 않았어요?"
옆에서 예진은 의아해하며 물어보았다.


보통 이 정도 레벨이 되면 도사나 주술사처럼 마력을 주로 사용하는 직업은
[공력증강]으로 마력을 회복하고 동동주는 마력이 바닥나서 [공력증강]조차 외치지 못할때를
대비해서 사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배우긴 했는데요... 제가 못.. 제가 쓰질 못해요."
서유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뭔말이지 그게...'
태환과 예진은 둘 다 궁금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마침내 마지막 굴에 도착한 셋은 몇 없는 자호들을 다 처리했다. 그런데 막상 이 사냥의 목적인
자호들의 왕 '적호'가 보이질 않았다.


"왜 우두머리가 안 나타는 거지,, 흠..."


"그러게요. 최근에 누군가 적호를 잡았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아... 저... 제가... 아니... 저희 조가 잡았었는데..."
서유가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네? 적호를요??"
태환과 예진이 동시에 서유를 쳐다보았다. 
서유는 두 명이 쳐다보는 게 부담스러운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네... 그 돌아가신... 도적분과 적호까지 잡고, 다시... 역으로 1굴까지 가는 중이었어요."


허... 그럼 내 철검,철도,철단도 시리즈는...


도사는 미안 해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죄송해요... 적호를 꼭 잡으셔야하는지 몰랐어요. 혹시 적호의 가죽을 구하는 중이셨어요?"


"아뇨. 우리는 철단도나 철도 같은 걸 구하러 왔어요."
예진이 태환 대신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 도사는 소지품 보따리를 열더니 철검과 철도를 꺼냈다.


"이거... 드릴게요. 적호를 잡아서 나온 것이예요."


"네에?"


"목숨값치고는 보잘 것 없지만... 이거라도 받아주셔요."
도사는 태환에게 철도,철검을 내밀었다.


'그래. 지금은 거절할 때가 아냐. 벌써 화살을 반이나 썼는걸...'
태환은 감사 인사를 하며 검들을 받았다.


사냥이 끝나고 서유를 데려다 주려고 어디에 머무는지 물었다.
그러자 서유는 주막 근처에 살고 있다며 주막까지만 함께 가주셔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태환 일행은 주막으로 향했고 태환은 서유를 보내고 
대장간에 들러 철검과 철도를 덕쇠에게 맡기고 왔다.


 밤에 저녁을 먹으며 태환과 예진은 다음 날도 자호굴에서 사냥하기로 했다. 
다소 다급한 사건이 있었던 탓에 크게 생각지 않고 있었지만 둘 다 
자호굴에서 하루 만에 레벨을 2나 올린 것이다. 
이건 처음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다음 날에도 무조건 자호굴에서 사냥하기로 결정했다.


'보통 레벨이 오를수록 레벨업은 더뎌지기 마련인데 흠...'
태환은 오히려 더빨라진 레벨업 속도에 의문이 생겼다.


'혹시 게임과 다르게 경험치 획득 상한이 없나?'
본래 바람과나라에서는 아무리 강한 몬스터를 잡아도 자기 레벨에 맞게 얻을 수 있는 경험치 상한선이 있었다.


즉 5레벨짜리 궁사가 운 좋게 흉가의 몽달귀신을 잡더라도 파격적으로 레벨이 오르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긴 게임과는 다른 요소가 많은 현실이었고, 경험치 4배라는 치트가 걸려 있는 태환일행은 
그런 상한조차 없는 게 아닐까, 태환은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좋아 그러면 되는 대로 빠르게 고렙 몬스터를 잡으러 다니자. 
 그래도 우선 안전하게 52정도는 찍고, 전갈굴로 바로 가 봐야지.'


"가을뫼씨, 우리 파전에 막걸리 한 잔만 더 할까요?"
가을뫼의 화살문제도 해결되고 본인도 평소엔 꿈도 꿀 수 없었던 2단 승단을 한 탓에 한껏 기분이 좋은 예진은
저녁밥을 다 먹어가자, 술한 잔 걸치자며 가을뫼를 졸랐다.


태환도 자호의 가죽을 팔아 돈도 꽤 벌었겠다, 오늘은 한잔 딱 때리고 자기로 했다. 
"좋아. 주모!! 여기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 좀 부탁해요!"


주모는 미소를 띄우며 대답하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


 한밤 중 태환은 막걸리를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으허씨 깜짝이야!"


옆에는 또 예진이 누워 있었다.
'야 이거 왜 또 이러는겨... 술만 마셨다 하면 이러네. 얘는 이게 주사인가?'


태환은 우선 조심히 일어나 나와 볼일부터 해결했다.
털기까지 마치고 태환은 돌아가며 생각했다.


'이거 위험한데... 이러다 주작누님 말씀 못 지키고 진짜 일나는 거 아니야?
 아니 근데 이게 얘가 그럴 마음이 있어서 이러는 건지, 아님 그냥 진짜 못 볼꼴 주사인건지...'
태환은 잠시 망설이다가 예진 옆에 다시 누웠다.


'나도 진짜 불끈불끈하는 남자인데 왜 날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냐...
 조금만... 조금만... 확인해 볼까?'
태환은 슬쩍 예진을 자기쪽으로 끌어안았다. 예진은 깨지 않고 잠꼬대를 했다.


"아... 따스해..."
그러더니 오히려 예진이 팔로 가을뫼를 끌어안았다.


'요거요거 초록 불이었구나! 에이 모르겠다 확!'


"음..음? 으아아앗?!"
예진은 눈을뜨더니 가을뫼를 끌어안고 있는 자신을 보고 기겁했다.


"앗 저... 혹시 제가 또?"
태환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예진은 벌떡 일어섰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미쳤나 봐요. 죄송!"
예진은 그렇게 외치더니 문을 열고 자기방으로 가 버렸다.


태환은 덩그러니 남아 예진이 나간 문을 멍하니 쳐다 봤다.


다음날. 늘상 있었던 아침처럼 부산스럽게 준비를 마치고 둘은 자호굴로 향했다.
예진은 어디서 구한 것인지 가는 길에 떡을 오물오물 거리며 먹었다.


"응?"
자호굴 앞에 푯말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한 예진은 가을뫼의 팔을 타닥 치며 말했다.


"저 사람, 어제 그 도사님 아니예요?"
자세히 보니 어제 그 도사, 신서유가 푯말을 들고 서 있었다.


[함께 사냥할 동료 구합니다. 58단 도사.(공령증강 불가) 5:5배분]


한자로 쓰인 푯말이었지만 신기하게도 태환은 막힘없이 읽을수 있었다.
58(五十八)이라고 쓰여 있는 부분은 57에서 7을 지우고 8을 다시 쓴것인지 조금 너저분했다.


"엇, 두 분은... 안녕하세요."
서유는 예진과 태환을 발견하고는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태환은 서유를 보고 여러 가지로 놀랐다. 우선 어제 이 사냥터에서 동료를 잃고도 다음날 
이곳에서 새로 동료를 구하는 점이나, 자호굴에 맞지 않게 높은 58이라는 레벨도 놀라웠다.


'수줍음이 많고 겁도 많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허...'


"몸은 이제 괜찮아요?"
태환이 물었다.


"네..."


"그래도 오늘 하루 정도는 쉬시지."
예진이 말했다.


"저는 돈도 벌어야 하고... 승단도 필요해서요..."


"허... 근데 요즘 전쟁 중이라 남아 있는 모험가들은 부여나 동부여로 많이 떠났을 텐데,
 여기 입구에서 동료분들을 구하실수 있어요?"
태환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게... 요즘은 이렇게 하루 종일 서 있다가 돌아가는 날도 많았어요..."


'엉?...아니 왜...'


"주막에서 사람을 구해 보시지그래요. 주막엔 그래도 모험가들이 꽤 있는데."


"그.. 그게 ... 제가 사람이 많은 곳은... 좀 어려워 해서..."
서유는 땅을 쳐다보며 작게 말했다.


'와 소심의 끝판왕이구나...' 


"괜찮으면 우리랑 같이 갈래요?"
태환은 서유에게 물었다.
바로 옆에서 예진은 그 소릴 듣더니 삐죽 입이 나왔다.


"저...네... 좋아요... 감사합니다."


"예진도 괜찮지?"


"하... 순서가 잘못된 거 아녜요? 저한테 먼저 물어봐야죠! 그래도 뭐... 도사님이 
 동료로 있으면 훨씬 든든하긴 하죠."
예진은 서유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유가 예진의 손을 붙잡자 예진이 외쳤다.


"천제님 우리가 하나로 나아가는 것을 허락하소서."
서유와 예진의 손에 은은한 빛이 일었다.


"아 맞다. 배분!"
예진이 소리쳤다.


"저기 저 궁사 양반이 물욕이 좀 있으셔서 저보다 좀 더 받아야 하거든요?
 근데 도사님은 도사님이어도 새로 오신 분이니까 저랑같이 3,  그러니까 
 3:3:4 해요. 괜찮죠?"
예진은 마지막 말은 태환을 돌아보며 물었다.


"야 누가 들으면 내가 악질 일수꾼인 줄 알겠다. 으휴. 도사님만 괜찮으면 난 상관없어."


"저야... 은인들이시니까... 주시는 데로 받을게요..."


"좋아요! 그럼 출발~ 아 그러면 도사님은 몇 살이예요? 내 또래 같은데."
예진은 서유의 팔에 팔짱을 끼더니 가을뫼보다 먼저 자호굴로 들어가며 물었다.


"앗... 네 저 20살이예요..."


"어머! 내가 언니네. 난 21살! 언니라구 불러요~ 나도 편하게 부를 게"


'참 친화력 하나는 상당하단 말이야... '
태환은 앞서 굴안으로 사라져가는 예진을 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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