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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라 : 이고갱] 4화. 암살의 기억

4화
       암살의 기억.  

 

 

 


 늦은밤 뒤늦게 비명을 듣고 뛰쳐나온 모험가들로 인해 한 차례 소란이 일었다.
날이 밝자 모험가들은 관청에 지난밤 일을 신고 했고 관청은 조사원들을 파견했다.
조사원들은 아직도 얼이 나가 있는 예진을 달래가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물어 봤다.


지난밤 예진이 가을뫼의 방에서 나와 주모의 방으로 향할 때, 예진은 늦은 밤이라는 것을 깨닫고
시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발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주모방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주모방에 거의 다 왔을 때, 방안에서 이상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허억 끄.....』
뭔가 숨이 막힌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에 예진은 주모를 부르며 방문을 열었다.


"언니?"
방문을 열자 창가에서 내리는 달빛으로,  누워 있는 주모와 그앞에 웅크려 예진 쪽을 바라보는 검은 복장의 인간이 보였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악!"
예진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검은 옷의 침입자는 예진을 쳐다보며 아주 잠깐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이내 품속에서 송곳 같아 보이는 무언가를 꺼냈다.


"아... 안 돼...  아... 아냐...안 돼..."
예진은 몸이 얼어 붙는걸 느꼈다. 그때 문 뒤에서 가을뫼의 외침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검은 옷의 침입자는 가을뫼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 놀라더니 흉기를 다시 집어넣고 창문을 부수며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


 조사대원들은 예진의 진술을 듣고 주모의 몸을 면밀히 검사했다. 
검사 결과 주모의 손등에 아주 작은 티끌만한 상처말고는 아무런 외상이 없었다.
조사대는 진술들과, 손등의 상처 등을 토대로 독침을 사용한 침입자의 암살이란 결론을 내렸지만,
주막에 있는 모두와 가까운 주민들까지 심문을 해도 살해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살해의 동기를 찾을 때까지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심문과 수소문을 하기로 했다. 
조사대는 주모 역할을 임시로 대신할 조사대원 둘을 남기고 철수했다.


 예진은 사건을 목격한 이후로 심각한 후유증상을 보였다. 
우선 절대 혼자 있지 않으려 했다. 밥 먹을 때, 가만히 쉴 때, 심지어 뒷간에 갈 때 조차 가을뫼에게
문 앞에 있어달라 부탁하였다. 그리고 사냥도 나가지 않으려 했다. 
계속 방에만 틀어박힌 채 가을뫼도 어디로 못 가게 하고 자신 옆에 붙들어 두었다.


태환은 너무 갑갑하긴 했지만 수시로 손을 벌벌 떨며 움츠려 있는 
예진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온종일 같이 있어 주었다.


'언니, 언니하며 살갑게 지냈던 만큼 충격도 더 크겠지...'


난처했던 점은 또다시 찾아온 밤이었다.


"저 오늘 여기서 자면 안 될까요? 구석에 있을게요."
예진이 자기 방에서 베개와 이불을 가져와서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태환은 숨을 크게 내쉬며 대답했다.
"그래, 그 전에 나 뒷간 좀 다녀오고"
"같..같이 가요."
그렇게 예진은 뒷간까지 따라와서 번갈아 일을 보았다.


둘은 뒷간에 다녀와서는 곧 불을 끄고 누웠다.
태환은 예진이 멀찌감치 떨어져 누워 있어도 계속 뒤척이는 소리에 예진이 잠들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괜찮으니까 눈 좀 붙여, 새벽부터 계속 못 잤잖아."
태환의 말을 듣더니 예진이 태환쪽을 향해 돌아누웠다.


"그자가 나를 죽이려 다시 올 것 같아요.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
예진의 목소리는 많이 떨리고 있었다.


"혹시 그자의 얼굴을 봤어?"
"아뇨..."


"그자의 목소리는?"
"못 들었어요."


"그러면 널 해치러 오지 않을 거야, 내 목소리를 듣고 도망친거 보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 같았어.
 너한테 꼬리 잡힐게 없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오진 않을 것 같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자는 왜 주모언니를 죽인 걸까요?"


"글쎄... 솔직히 감도 안 오는걸. 좋은 분이었는데..."


예진은 다시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우리 내일부터 다시 사냥에 나가요. 일단 더 강해져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내일 일어나면 여우굴로 가자. 이제 뱀굴보다 거기가 더 나을 거 같아."


"네. 그리고 저..."
예진이 말을 머뭇거렸다.


"응? 왜?"


"저 오늘만 조금 가까이 가서 자도 돼요?"
예진은 쑥스러운 듯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 뭐.. 그래 그럼."
태환은 그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예진은 누운 채로 꼼지락꼼지락 태환에게 다가오더니 태환 품속에 기대었다.


'야 김태환. 정신 차리자. 이런날 이런 상태의 여자를 건드리는 건 진짜 
 짐승도 못 할 짓이다. 자. 침착하자 침착...'
태환은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팔이 자연스레 예진을 감쌌다.


'그래 뭐 이 정도까지는 오히려 매너지...'
태환은 긴장한 채로 슬며시 예진의 눈치를 보았다. 예진은 어느새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차가웠다.
'아버지! 아버지! 말씀 해 보셔요. 아버지!'
아버지는 식사 도중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쓰러진 후 말이 없었다.
옆에서 어머니도 예진처럼 아버지를 흔들어 깨우며 애타게 부르다 주변에 소리쳤다.
'의원은! 의원은 언제 오는 것이야!!'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예진은 그렇게 밤중에 잠에서 깨어났다. 너무나 시리고 아픈 기억에 눈물이 멎지 않았다.
예진은 몸을 일으켰다. 옆자리엔 가을뫼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이 사람도 새벽에 깬 이후로 쭉 못 잤지...'
자는 가을뫼의 모양새를 보니 예진은 자신이 자는 동안 가을뫼의 팔을 베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사람은 참 매정하고 엄한 것 같아도 이런 잔정이 있었다.
예진은 다시 누웠다. 그대로 가을뫼의 품에 다시 기대었다.


'따뜻하다.'
예진은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태환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예진은 이미 방에 없었다. 
깜짝 놀란 태환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곧바로 예진의 방으로 갔다.


"예진아!"
예진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었다.


"숙녀의 방문을 그렇게 벌컥 열어 재끼면 어떡해요! 얼마나 쎄게 열었으면 잠금쇠를 부셔 버렸네. 나가욧!"
태환은 머쓱해져서 문을 닫고 나갔다.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호들갑 떨면서 같이 있어달라더니, 
갑자기 사라지니까 놀라서 그러지...


 태환도 옷을 챙겨입고 장비를 준비해 나가자 예진은 주모를 대신하는 조사원들에게 동동주를 사고 있었다.


태환이 이곳에 와서 새롭게 안 사실이 또 하나 늘었는데 알고 보니 주막은 국가 직영의 숙박업소였다.
조사원은 예진에게 동동주를 내주며 이곳에 곧 새로운 주모가 배정 될 것이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사냥 준비가 끝난 우리는 남문으로 가서 여우굴을 향해 걸어갔다.


"이거 먹어요."
예진이 태환에게 육포를 뜯어 나눠 주었다.


"이게 뭐야?"


"저번에 푸줏간 갔을 때. 푸줏간 언니가 저 예쁘다고 좀 준거예요."


푸줏간은 항상 같이 갔었는데 어느 틈에 그런 일이 있었대...


"그래 잘 먹을게."
"저는 아침에 뭘 안 먹으면 기운이 안나서 이런 거라도 꼭 먹어야 해요."
"그럼 새 주모가 오면 아침을 먹고 나오자. 그 대신 너가 오늘처럼 쫌 일찍 일어나야겠는데."
"근데 또 일찍일어나야 할 거면 이렇게 대충 떼우는 게 나아요."
"게으르기는."
"뭐라구요? 이건 잠이 좀 많은 것뿐이예요! 그 대신 피부가 좋잖아요."


"됐다, 됐어."
"뭐가 돼요. 내 피부 완전 아기 같지 않아요?"
태환은 대답하지 않고 여우굴로 들어갔다.


"대답해 봐요! 애 기 피 부!"


 그 후로 일주일 동안 여우굴에서 모피를 모으며 예진과 사냥했다.
예진과 약속한 일주일은 이미 지났지만 자연스레 둘은 계속 협동사냥을 하였다.
태환의 입장에서도 예진의 존재가 제법 사냥에 도움이 되기도 하였고, 그날 같이 잠들었던 이후로
묘하게 밀접해 오는 예진도 싫지 않았다. 
사실 태환이 연애에 밝은 남자 였다면 하루 정도는 일이 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가끔 서스름 없이 자신에게 꼭 붙어 오는 예진을 보며 태환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사이 새로운 주모도 파견 되었다. 지난번 주모와 달리 상당히 젊은 미인이었다. 
새로운 주모는 땡땡이 무늬가 박힌 흰색 도복에, 머리에는 주모들이 쓰던 빨간 모자가 아닌 
단아한 비녀를 꽂고 주막 투숙객들에게 첫인사를 했다. 


젊고 예쁜 주모가 공손한 태도로 모험가분들을 잘 모시겠다고 말하니, 
남자 투숙객들은 입이 벌어진 채로 좋은 내색을 숨기질 못했다.


 주모가 파견되어 그동안 남아 있던 조사대원 둘이 철수하는 날, 
태환은 조사대원들에게 수사상황을 물어 봤지만
조사대원들은 아무리 조사해도 동기가 나오지 않고 용의자로 보이는 자도 
찾을 수 없어 수사는 미제로 종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태환은 자신이 알고 있는 침입자의 이름과 국적, 레벨 등을 말할지 한동안 고민을 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그 정보들을 알고 있는 타당한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 
괜히 오해를 사며 위험부담을 질빠에 그냥 입닫고 자신이 강해질 만큼 강해진 후에 
나름대로 팽경지란 자를 찾아보기로 했다.


***


 예진은 40레벨이 되자 마법을 배우러 '술사의 길'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을뫼씨도 마법을 새로 배워야하지 않아요? 한 번도 궁사수련원에 가는걸 못 본 것 같은데?"


예진은 몰랐다. 가을뫼는 '전이'자 특전으로 레벨업 할 때마다 배울 수 있는 마법이 자동으로 배워지고 있다는 걸.


사실 태환도 몰랐다. 태환은 마법이 자동으로 익혀지길래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예진이 물어본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조금 난처했다.


"어 뭐... 나도 슬슬 갈 때가 되었지. 각각 마법을 배우고 올까?"


"저... 아직 혼자 다니기는 좀 무서운데 같이 가주면 안 되요?"
예진이 가을뫼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스킨쉽에 약한 태환은 결국 같이 가주었다.


읍루성 술사의 길, 현자 처연은 예진을 보니 반가워했지만 의아해 하기도 했다.


"자네가 이 성에 와서 내게 주술을 배워간지 한 달이 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다시 마법을 배우러  왔나? 아. 그때 미처 못 배운 마법들을 배우러 온겐가?"


"아닙니다. 현자 님! 열심히 사냥도 하고 운도 잘 따라 주어서 40단이 되었습니다!"


"40단? 자네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20단이었는데?"
"네 현자 님! 헤헤."


'흠. 확실히 나랑 그룹을 해서 레벨업이 빨랐던 게 맞는 것 같군. 이거 원, 수입배분 6:4도 완전 거저였네.' 
태환은 뒤에서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현자 처연은 예진에게 손을 뻗고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놀란 듯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정말로 그만큼 성장을 했군. 배울 수 있는 마법이 많이 쌓여 있다네. 허허 천재가 났군. 이런 시기에 아주 좋은 일이야."
현자 처연은 크게 미소 짓고 이내 마법을 전수 해주었다.
예진은 공손하게 가르침을 전수 받고 제물로 갖가지 고기와 모피, 금전들을 바쳤다.


그동안 돈이 없어 못 배우고 있던 마법들까지 전부 배운 예진은 잔뜩 기분이 좋아져서 
얼른 궁사수련원도 다녀오자고 재촉했다.


'음... 가면 무슨 말을 들으려나... 슬슬 내 정체를 밝혀야 되는 건가. 쩝. 그냥 이대로 남고 싶은데. 
 그래도 혹시 가서 직접 배워야 하는 마법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확인은 해 두는 게 낫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궁사수련원에 들어서자 심안 연소가 우릴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태환을 보더니 대번에 이렇게 말했다.


"자네에겐 가르침이 무의미 할 터인데, 천제의 축복을 받은자가 여기엔 무슨 일인가?"


'!!'
'!!!'
태환과 예진 둘 다 그 말을 듣고 뜨끔했다.


'이제는 자기가 특별하다는 걸 완전 알아버렸을 테니,
 가을뫼씨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채, 끌려가는 삶을 살아야 할 때가 온 건가?...
 하아... 아... 근데... 썩... 썩... 나쁘지는 않을지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구...'


'음... 내 전생이라던지, 전전생이라던지, 그런 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대뜸 훅 들어와버리니 어쩌지...'


태환이 대답이 없자 심안 연소가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더 강해지고 싶어서 온 거라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일단 무기부터 바꾸라는 것일세. 
 본인 단수에 맞지 않게 언제 부셔져도 이상하지 않을 활을 쓰고 있군."


태환은 여태껏 초심자의 활을 쓰고 있었다.


"아 네... 말씀 감사합니다."
태환을 계속 훑어보고 있던 심안 연소는 자기 뒷 벽면에 걸려 있는 여러 활 중 하나를 꺼내었다.


"이 활을 써 보게 자네 수준에도 맞고 더 강한 활로 바꾸게 될 때까지 잘 버텨줄 걸세."
태환은 궁을 받아 들었다.


[띠링 - '직우궁'을 얻었다.]
확실히 초심자의 활 같은 싸구려만 쓰다가 새 활을 당겨보니 손끝에 걸리는 감각부터가 달랐다


"그리고 자네가 쓰는 화살, 그 화살을 다 쓰고 나면 다른 화살로 바꾸게나. 
 대장간에 말하면 자네 수준에 맞는 화살을 추천해 줄 걸세."


"예.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천제의 축복을 받았다고는 하나 너무 무리하지는 말게. 
 자네는 아쉽게도 체력이 아니라 마력이 회복되는 것 같으니."
"예?"


심안 연소는 자신이 보아온 '천제의 축복을 받은 자'들은 체력회복이나 마력 회복 둘 중 하나는 
꼭 갖고 있었는데, 심안의 눈으로 태환을 살펴본 결과, 뛰어난 체력회복력이 있었다면 지니지 
않았을 잔상처들을 발견하고는 한 말이었다. 


태환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은 여분으로 사놓은 동동주를 쓴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에는 그냥 막연히 궁사 마법에는 마력이 별로 안 드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마력이 워낙 빨리 회복 되어서 몰랐던 것이다.


'호오... 갈색도복남이 소소한 특전들이 있다 그랬는데 확실히 제법 괜찮은 특전들이 있었네.'


"예. 감사합니다."
태환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래 조심하고, 66단이 될 쯤에 한 번 더 오게."  


 궁사수련원을 나와서 여우굴로 향하는 길에 예진은 틈틈이 가을뫼의 눈치를 보았다.
'천제의 축복을 받은 자'라는 말을 듣고 별로 동요하지도 않고 뭘 더 물어보지도 않은걸 보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아는 듯한데, 그렇게 계산에 철저했던 사람이 
고작 수익배분 6:4를 받고 자기와 계속 사냥을 해주는 것이 예진은 의아했다.
가을뫼와 함께 사냥하는 것이 이토록 빠르게 승단 시켜준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면 
6:4는커녕 오히려 가을뫼에게 돈을 내고도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다. 


'역시 이 사람,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 아닐까?'
예진은 얼굴이 빨개졌다.


'요 며칠, 살이 스쳐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 같았는데...
 흥, 순진무구한 남정네 얼굴을 하고는 줄싸움을...'


이 날 사냥하는 내내 예진은 가을뫼를 힐끔힐끔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후로 태환이 화살을 다 쓸 때까지 매일 여우굴에서 사냥을 하자 예진과 태환 둘 다 45레벨이 되었다.
그전까지는 태환이 화살을 굉장히 아껴가며, 본인이 직접 수거해 재활용하기도하고 
다람쥐 소환 마법으로 다람쥐를 불러 화살들을 수거해 열심히 재사용을 했지만, 
심안 연소의 말을 듣고 나서는 그냥 펑펑 썼다.


태환은 화살을 다 쓴것으로 오전 사냥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예진과 함께 대장간에 들렀다.


"저한테 맞는 화살을 좀 사러왔습니다."
대장장이 덕쇠를 보고 태환이 말했다.
덕쇠는 태환의 말을 듣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라 온갖 철기와 무기를 나라에서 징수해 갔습죠. 
 만들어 놓은 화살이 한 개도 남은 게 없습니다요."


헐...이럴 수가...


"허.. 그러면 도저히 방법이 없나요? 다른 성에 가도 마찬가지겠죠?"


"예예 다른 성도 마찬가지일 겁니다요. 심지어 고구려도 비슷할 거여요. 그런데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죠."


"어떤 방법이 있는데요?"


"모험가님이 철물을 직접 구해 오시면 됩니다요. 
 철검,철도, 철단도 같은 것들은 자호굴에서 종종 구할 수 있는데, 그게 자호들의 우두머리가 
 철기에 환장을 한답니다요. 그래서 호랑이 주제에 그런 것들을 물어다가 지니고 있다고 합죠.


"오호. 제가 직접 철을 구해 오면 만들어줄 수 있다 이거죠?"
"예예 바로 그 말입죠."


'흠 자호굴이라... 약간 이른 것 같긴 한데 예진과 함께 가면 괜찮을 것 같기도하고...
 아니 근데 우선 당장 쓸 화살이 없잖아.'


"저 근데 제가 지금 당장에 쓸 화살이 한 개도 없는데, 
 호랑이들 상대하기 전에 어떻게 화살 한통이라도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덕쇠는 가을뫼와 예진을 번갈아 보더니 대답했다.


"두 분 혹시 전사분들을 구미호로부터 구해 주셨다는 주술사와 궁사 2인조 아닙니까요?"


"어머, 아저씨 아시는구나. 호호호."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예진이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다.


"오, 그러시다면 그 구미호를 잡았을 때 그 굴에서 사각방패, 못 봤습니까요?"


'사각방패? 그러고 보니 그 전사들도 사각방패를 찾으러 여우굴에 갔었다 그랬던 것 같은데...'


"네 저희가 그때는 워낙 경황이 없어가지고..."


"흠. 그러면 여전히 그곳에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요. 
 그 사각방패만 구해 오시면 화살통 한통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습죠."


그동안 예진과 태환은 여우굴을 내내 사냥하면서도 왠지 꺼림칙한 기분에 8굴 너머로는 가질 않았었다.


'흠... 한번 가 볼까. 구미호가 그리 자주 나타나는 몬스터는 아닌 듯하니...'


상황이 상황인지라 예진과 태환은 여우굴 끝굴에가서 사각방패를 찾아보기로 했다.
한 가지 문제는 태환이 화살이 없어서 완전히 잉여 인력이 된 것이었다.


태환은 무기력하게 초심자의 목도를 휘두르며 예진의 뒤만 지킨 채, 
예진이 여우들을 처리 해주는 대로 뒤 쫓아갔다.
예진은 자기가 그룹을 주도하는 게 신이 났는지, 들떠 가지고는 가을뫼를 이끌고 앞장서 갔다.


"역시 나만한 동료가 없죠? 그렇죠?"
8굴에 다 왔을 때쯤 예진이 가을뫼에게 물었다.


"으이그 생색은... 뭐 그래도 일단 도움은 되네..."


"뭔 칭찬이 그래요! 그래 너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면 되지."


"그래 너밖..너밖... 에잇. 그런 걸 굳이 들어야겠냐?"


예진은 그 말을 듣더니 그대로 멈춰 바위에 걸터앉았다.


"헹! 말해주기전까진 안 가."
아, 얘 또 병 도졌네. 아오...


태환은 앉아 있는 예진에게 가서 손을 붙잡고 한껏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주술사님 밖에 없습니다. 앞장서 주시죠."


"손은 왜.. 왜..."
예진은 벌떡 일어서서 다음굴로 갔다. 


오랜만에 끝굴에 들어서자.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번과 다르게 천장에서 내리는 옅은 달빛에도 굴의 끝까지 시야가 탁 트여 있었다.


다행히 새로 나타날 구미호는 아직 없었고, 굴의 끄트머리까지 가자, 석순에 이름과는 다르게
오각형 모양인 사각방패가 걸려 있었다. 
태환은 사각방패를 수거해서 다시 대장간으로 향했다.


다음날. 대장장이는 품질 좋은 화살들이 가득 담긴 화살통을 싼값에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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