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바람과나라 이고갱] 2화.   여자 주술사의 등장

2화.   
    여자 주술사의 등장




한참 휘날리던 꽃바람이 걷히고 나자 태환은 어느 동굴 같은 곳 안에 서 있었다.
'여긴 또 어디야?'


 지난번은 성문 앞에서 시작하더니 이번엔 왜 동굴 같은 곳으로 이동 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동굴 안에는 갈색도포의 남자가 그러했듯이 한줄기 빛을 받는 여자가 한 명있었다.
여자인건 맞나?  빛줄기에 감싸여진 그 존재는 몸 전체의 붉은 기운이 감돌고 팔은 깃털에 덮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 여자는 충격적일 정도로 늘씬하고 육감적인 몸매를 지니고 있었고 
이 여자가 입은 검붉은 미니 원피스는 몸에 밀착해 그 실루엣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이쪽을 쳐다보았다.


"안녕~ '전이'자는 오랜만이야."


"저... 누구세요?"


"나야, 너가 받들기로 맹세하고, 그대신 나는 너에게 가호를 주기로 약속한 '주작'이지."
아... 그래 바람과나라는 신수를 고르는 게 있었지... [현천문]은 현무 였었는데 이 캐릭터는 주작을 골랐었나보다.
아니 근데 왜 현천문 때랑 다르게 이번엔 신수의 방에 와있는 거지?


"저는 왜 여기 있는 건가요?"


그 말을 듣자 주작은 풋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나야 모르지, 천계인들이 정한 절차니까."


"그리고 주작이신데 어째서 사람 모습을..."


"그야 내 본모습으로는 사랑보다는 경외를 받아버리는 걸?"


"예?"
"들었던데로 귀엽게 생겼네?"
그런 말을 하며 살짝다리를 꼬는 주작의 고혹적인 모습에 태환은 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는걸 느꼈다.
주작이 입은 미니깃털드레스는 그녀의 늘씬한 다리를 감추기에 턱없이 짧았다.


"그... 그리고 또... 저번엔 이런 방에 안 들렸었는데 왜 이번엔 신수님이 계신 방에 오게 되었는지.."


"저번 삶의 신수가 현무였지? 그 양반은 원래 그래. 
 귀찮아서 그냥 널 통과시켜 버렸을 거야. 원래 거북이들이 좀 나태하잖아?"
그렇게 말하더니 주작은 스윽 태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난 말이야. 도대체 얼마나 윗계의 시선을 끌은 건지 이곳에서 두 번의 삶을 허가받은 너가 썩 궁금해졌어."
그렇게 말하며 주작은 태환의 팔을 붙들었다. 팔에서 주작누님의 뭉클한 가슴이 느껴졌다.
태환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전 세상에서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봤는데 이토록 섹시한 누님이 이런 도발적인 스킨쉽을 해 오다니.


"하하하 네 반응이 너무 귀엽다. 종종 만나러 갈게. 지난번처럼 너무 쉽게 죽어 버리지 말구 열심히 살아야 한다~"


"네?.. 저는 어떻게 되나요?"


"현무랑은 다르게 나는 딱 너가 가야 할 곳으로 보내줄 거야. 우리 귀요미 안뇽~"
주작은 태환의 뺨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태환은 이러다 가슴이 터지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눈앞의 꽃바람에 몸을 맡겼다.




띠디디디딩 휘이휘이이
꽃바람이 걷히고 앞을 살펴 보자 그곳엔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린 동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나무로 된 펫말 같은 것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쥐굴-뱀굴]


'내가 가야 할곳으로 보내준다더니 내 레벨에 맞는 곳으로 보내준 거구나.'
크으 주작누님 배려심 깊기도 해라 그냥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이상한 곳에 내던진 현무랑은 천지 차이구나
아 그 누님의 따스한 감촉, 또 느끼고 싶다! 어떻게 하면 볼수 있지?? 신수니까... 내가 승급하면 그때 볼 수 있는 건가?


태환은 쥐굴 앞에 전송 되고도 한동안 주작에게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려 자기 상태를 점검했다.


'어디 우선 소지품과, 소유 마법은..' 
와,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현천문]일 때는 돈 꽤 들고 있었는데 이 캐릭터[가을뫼]는 105전?? 아이템이라고는
도토리 몇 개에 동동주 27모금, 쥐 고기 3개, 초심자의 목도, 초심자의 갑옷, 초심자의 활, 화살통 3개, 수확용 칼.  
그나마도 초심자의 목도와 말고는 다 장착 중이라 소지품 창엔 도토리,동동주, 쥐 고기, 화살통2개가 전부였다.
그리고 수확용칼? 이건 뭔지도 모르겠는 잡템 느낌이고..


"거지 됐네.. 거지됐어.. 하아.."
마법은 그나마 공격 마법이 있네 [미환탄시 1성]? 이건 내가 키울땐 없었던 마법 같은데... 새로 추가된 건가?
뭐 여튼 공격 마법이 있으면 뱀굴까지는 무난하겠지.
"지도"
『스악』


좋아 일단은 살아야 하니까 흠... 
쥐굴-뱀굴을 다 돌고 나오면 비영사천문(동,서,남,북문 중 한 곳으로 순간 이동하는바람과나라 기초 마법)으로 서문에 간 다음
푸줏간에 들려서 이 도토리 조금 남은 거랑 뱀굴에서 모은 뱀고기들 팔고 주막으로 가면 되겠다.
[현천문]일 때 주막에서 언뜻 봤던 가격표를 떠올려보면 하룻밤 묵는데 30전이었으니까... 뱀굴 사냥만 제대로 하면
오케이 일단 며칠간 숙식은 해결되겠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가을뫼]가 된 태환은 쥐굴 안으로 들어갔다.


'와 미환탄시 이 새로 생긴 마법 대따 쎄네 붉은 박쥐도 한 방에 잡고'
태환은 감탄하며 쥐굴의 마지막굴을 넘어갔다. 그리고 쥐굴을 지나오는 동안 레벨을 1 올렸다.


'그 갈색옷 남자는 경험치를 4배로 준다고 했는데 사실이긴 한 건가? 레벨업이 너무 더딘거 아냐?'
태환은 그렇게 맘에 의구심을 잔뜩 품고 뱀들을 쏘아 잡았다.


 뱀굴에는 뱀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적당히 한굴에 대여섯 마리정도밖에 없었는데 그나마도 뱀고기를 다 주지 않았다.
뱀을 잡으며 태환은 이 세계에 또 다른 사실 하나를 배웠는데, 
게임에서처럼 몬스터를 잡으면 알아서 아이템을 떨구는 게 아니라 
직접 사체를 뒤적여야 했다. 
뱀 같은 경우, 처음 잡았을 때, 머릿속에 이런 메시지가 스쳤다 


[띠링 - 뱀을 잡았다. 수확용 칼로 쓸 만한 고기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래서 수확용 칼로 뱀을 잘라보니 적당한 뱀고기로 사체가 변하거나 아니면 스르륵 증발하였다. 


'대충 스무마리 잡으면서 고기는 5개 정도 나왔으니 확률은 1/4정도 되네.. 잠깐.. 
 내 기억에 의하면 뱀굴 마지막 굴에서는 왕구렁이가 나와서 좋은 뱀고기를 줬었는데...
 그게 일반 뱀고기보다 5배는 비쌌단 말이지. 
 좋아 오늘은 일단 좋은 뱀고기까지만 얻고 푸줏간 문 닫기전에 빨리 가서 돈으로 바꾸자.'
태환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8굴에서 마지막 굴로 내려가자 바로 저 멀리 큰 구렁이 하나가 천장 종유석을 타고 내려오는 게 보였다. 


'오 저런 식으로 젠(게임에서 몬스터가 나타나는 것) 되는 건가?'
그래 너만 잡고 쉴거니까 이번엔 [투혈영식](체력을 소모하여 피해를 주는 궁사의 기본공격법)을 써봐야겠다.
[투혈영식]!
태환은 화살 촉에 자기 기운을 담아 활시위를 당겼다.


『콰슈우우웅』
『콰자작』
가을뫼의 화살이 구렁이의 머리에 명중함과 동시에 커다란 고드름 같은 것이 구렁이 몸통에 박혔다.


'얼음? 뭐야 이게'
태환은 우선 죽은 것 같아 보이는 구렁이를 향해 달려갔다.
달려가며 보니 구렁이 뒤편 쪽 석순에서 사람의 형태가 나와서 태환과 마찬가지로 구렁이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갈색빛 머릿결에, 사이드업 포니테일이라 하던가? 
옆머리를 내린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의 여성이 베이지색 원피스형 통치마를 입고 있었다. 


'저 여자도 이 구렁이에다가 공격을 한 건가?'
다가오는 여자를 자세히 보니 한 손엔 마법용 봉을 다른 한 손에는 수확용 칼을 들고 있었다.


'쳇 아무리 상대가 여자라도 좋은뱀고기를 뺏길 순 없지'
태환은 힘껏 달려 여자보다 먼저 구렁이의 시체에 도달했다 그리고 수확용 칼로 몸통을 가르려는데


"잠깐만요!!"
"네?"


"뭐 하시는 거예요! 이 구렁이는 제가 잡았단 말이예요! 제꺼예요!"
여자 주술사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가까이서 보니 주술사는 19살, 20살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학생 같은 여자였다.


"아니 이보세요. 그쪽이 마법을 갈기기 전에 제 화살이 요놈 머리통에 꽂힌 거, 안 보이십니까? 제가 잡은겁니다."


"무슨 소리세요! 죽은 괴물한테는 주술을 날릴 수도 없다구요. 
 제가 자무영주를 날린 시점에는 분명히 그 구렁이 살아 있었어요."


하아... 겉보기는 예쁘장한 주술사인데 상당히 앙칼지네


"이봐요 그쪽 마법은 몸통에 꽂혔고, 제 화살은? 급소에 꽂혔습니다. 누가 봐도 이건 제가 죽인겁니다. 맞죠?"
그렇게 말하자 주술사는 살짝 울먹이며 말했다.


"그래도... 그래도 제 주술도 분명 먹혔다구요! 저.. 이 뱀고기가 없으면... 
 이젠.. 오늘은.. 진짜 주막에서 쫓겨날 상황인데.. "


수확용 칼을 꺼내 구렁이 몸통을 가르고 있던 태환은 잠시 멈칫했다. 윽 정에 호소하는 건가.. 
아니지..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모았을 뱀고기가 몇 개인데 숙박비도 못낸다니?


"여기가 뱀굴 끝굴인데, 내려 오면서 모은 뱀고기 없어요?"


"그게.. 저 뱀들한테 자꾸 공격 받아가지고 다 먹어 버렸단 말예요."
(바람과나라의 거의 모든 고기에는 약간의 체력회복효과가 있다.)
마침내 주술사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와... 진짜 이거 사람을 너무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네.


"후우... 그럼 5:5"


"네?"


"저도 하루벌어 하루 살아야 하는 처지라... 푸줏간에 가서 팔고 반반 나누죠."
그러자 여자주술사는 울음을 멈췄다. 


"네, 알겠어요."


"그럼 서문에서 만나죠."
[비영사천문 서]
[띠링- 전투가 끝난 지 60초가 되지 않아 장거리 이동 마법을 쓸 수 없습니다 - 1초 남았습니다.]
엥? 이게 뭐야 원래 비영사천문에 이런 딜레이가 있었어?


[비영사천문 서]!
『휘익』
태환은 서문 앞으로 순간이동되었다.
'와 테스트해 봐야 할게 한 두 개가 아니네. 
 이거 모르고 있었다가 위기 순간에 비영사천문 썼으면 또 뒤질번한 거 아니야..'


곧이어 『휘익』소리와 함께 여자주술사가 나타났다.


"앗 이봐요. 역시 그 좋은 뱀고기는 제께 맞는 것 같아요."
"네?"
갑자기 또 왜 이러는겨


"저는 전투가 더 늦게 끝나서 당신보다 늦게 비영사천문을 쓸 수 있었다구요. 
 그렇다는 건 제가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아니지 저 여자가 일부러 비영사천문을 늦게 쓴 거일수도 있잖아.
여자 주술사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도 어쨌든 나누기로 하긴 했으니까..."


"했으니까?"


"6:4"


"엥?"
"제가 6, 그쪽이 4 하자구요."
얼씨구.. 살판 나셨네.


"그래서 지금 뱀고기를 누가 갖고 있죠?"
"당신 설마..."
태환은 냅다 푸줏간으로 뛰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만요! 잠깐만요!! 아.. 그래요 5:5 해요. 잠깐만요!!"
그렇게 둘은 푸줏간에 도착했다.
주술사는 체력의 한계까지 뜀박질을 한 것인지 푸줏간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숨을 고르지 못했다.


"허억... 허억.. 이렇게까지... 나쁜 사람일 줄이야..."
"하! 중간에 말을 바꾸는 주술사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네요."


태환은 푸줏간에 좋은뱀고기와 보통 뱀고기, 그리고 원래 가지고 있던 도토리조금 을 다 팔아서 355전을 받았다.
그리고 50전을 여자 주술사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후우.."
주술사는 이제야 숨이 좀 골라진 듯 숨을 크게 내쉬며 돈을 건네 받았다.


"뭐 어찌 되었든, 건승하쇼."
태환은 그렇게 말하고 주막으로 향했다. 


'아 열심히 사냥하느라 배고프니까 주막가서 국밥에 동동주 한잔 때리고 자야겠다. 
 마법들 테스트는 내일 하지 뭐...' 
그렇게 생각하며 주막을 향해 걷고 있는데 뒤에서 아까 그 주술사가 태환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뭐야 아직 할 말 남았어요?"


"무슨 소리에욧! 저도 주막가는 길이라구요."
주술사는 앙칼지게 말하더니 태환을 앞질러 주막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거 사람 무안 하게 하기는.. 쬐끔 예쁜 얼굴 믿고 막 사는구만'
태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찬가지로 주막을 향해걸어갔다.


주막에 도착하자 아까 보던 여자 주술사와 주모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아가씨 이거 그동안 아가씨가 외상 달아논 돈을 반도 변제하지 못 하는 
 돈인데 꼴랑 요거 갚고 오늘도 재워 달라구? 너무한 거아니여? 
 내가 그동안에는 사정을 많이 봐줬지만, 아가씨한텐 한 번쯤 냉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오늘은 공짜로 못 재워줘! 나가!"


"흑.. 주모언니 저 이 날씨에 도저히 밖에선 못 자겠어요. 봐봐요 오늘 다는 못 갚았지만 어쨌든 조금은 갚았잖아요. 
 저 돈 벌 수 있어요 저를 추위에 떨게 하지 마세요."
주모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기에게 매달리는 주술사에게 잠시 맘이 약해진 듯했다가 다시 맘을 부여잡았다.


"아냐 벌써 입춘이 지난 지도 한참 되었고 얼어 죽을 날씨는 아니야. 아가씨는 정신을 좀 차려야 해 오늘은 안 돼!"


"언니이이이"
주술사는 울며불며 매달리고 있었다.  


"주모~ 여기 국밥하나에 동동주 한 되 주세요"
태환은 탁상에 걸터앉으며 천연덕스럽게 주문했다. 


'어디 보자 가격표가... 국밥이 5전이라.. 동동주보다도 훨씬 싸네. 좋구만.'


"예예 금방 내오리다~"
주모는 그렇게 말하며 주술사를 떼어내기 위해 손에 힘을 줬다.


"언니, 언니, 저 사람 저 아는 사람이예요. 저 사람한테 물어보세요. 
 저 돈 벌어올 수 있다니까요! 저 사람 사냥터에서 만나가지구 제 실력 알아요."


"아니 그러면 그 실력을 갖추고 여태 뭐 했는겨?"
주모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일단 태환쪽을 쳐다보았다. 


태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응..? 누구?"


그 말에 주술사는 세상에 배신당한 사람처럼 눈을 크게뜨며 외쳤다.
"와하! 나쁜 사람! 어떻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푸줏간에서 나왔으면서 사람을 모른 척을 해요!"


쩝... 아까는 사람을 그렇게 무안을 주더니, 좀 착하게 좀 살지.. 으휴..


그런데 또 주술사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한 걸 보니 태환은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


"주모 여기 국밥 하나만 더 주세요. 그쪽도 배고플 텐데 일단 먹고 얘기하지."


"헤에 진짜요?!! 당신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구나! 언니이! 제꺼는 밥 많이♡"
주모는 그런 주술사 모습에 혀를 끌끌 차더니 국밥을 내러 부엌으로 향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쫓겨 나게 생긴 거야?"
탁상에 마주 앉은 주술사에게 물었다.


"어머 자연스럽게 말을 놓네. 이봐요. 난 그렇게 당신이 막 하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예요."


"주모~ 여기 국밥 하나 취ㅅ..."


"아아아악! 거참 사내답지 못하게, 일단 그쪽 몇 살인데요?"
주술사는 뾰로통해진 채로 물었다.


"나? 22살"
"..."
"헹 22살 보다 어린 거지?"


"전 21살인데.."


"그래 내가 오빠네."
주술사는 조금 분한 듯 입을 앙다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차마 오빠라고는 못 부르겠구요. 그쪽 이름이 어떻게 돼요?"
"김ㅌ... 가을뫼."


"가을뫼? 신기한 이름이네. 추산이네요 추산."
[빠직] 안 그래도 중2병 걸렸을 때 지은 이름이라 쪽팔려죽겠구만 요게 그냥


"사람 이름 멋대로 바꿔 부르지 마. 넌 이름이 뭔데."


"예진. 예진이라고 불러요."


"성이 예야?"


"그냥 예진이예요 예진."
그때 마침 주모가 국밥과 무절임, 동동주를 들고 왔다.  


"하, 아가씨. 오늘은 내 마지막으로 재워 줄 테니까. 
 이 양반한테 실례하지 말구 밥 먹구 어여 들어가 자."
그 말을 듣자 예진은 주모를 끌어안았다.


"언니이~사랑해요~"


"으휴 말이나 못하면, 에잇 남사스러. 밥이나 먹어 얼른."
주모는 싫은척하며 예진을 떨쳐 내고 부엌으로 가 버렸다.
주모가 들어가자 예진은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국밥을 먹어댔다.  아까는 뱀고기 많이 먹었다며... 


"천천히.. 좀 들지?"
태환은 저러다 사레 들리는 건 아닌가 신경이 쓰였다.


"내가.. 그동안... 쥐 고기 같은 것만 먹으면서 몇 주를 연명했는데..요 흑흑.."


"아니 그만한 공격 마법이 있으면 사냥해서 돈을 벌면 되잖아?"


"제가 몸놀림이 좀 둔해서 사냥하다 보면 자꾸 위급해져 가지구... 사냥한 고기를 다 먹어 버린단 말예요. 
 그나마 먹고도 남는 쥐 고기는 푸줏간에 가 봤자 1전 밖에 안쳐주고.. 저 그 동동주 한잔 해도 돼요?"
태환이 얼껼에 고개를 끄덕이자 예진은 입맛을 다시며 표주박 잔에 동동주를 가득 따랐다.


"캬~ 역시 사냥할 때 마시는 동동주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어우 시원해."
'뭔 저래 아저씨 같은 소리를 하냐..'
밥을 다 먹고 태환은 조용히 45전을 꺼내 예진 쪽으로 내밀었다.


"아까 그 구렁이는 그쪽이 잡을걸로 하고, 이 돈은 그냥 그쪽이 가져. 
 난 그래도 당장 내일 잘 곳 걱정은 없으니까."
예진은 태환과 금전을 번갈아 쳐다 봤다.
 
태환의 배려와 그 와중에 5전은 밥값으로 뺀 치사함 사이에서 감정이 엇갈리고 있는 듯했다. 
"고..고마워요. 그..그래... 역시 그 구렁이는 자무영주에 맞아 죽은 게 맞았어!"

태환은 다시 돈을 낚아채갔다.


"네? 뭐라구요? 구렁이가 뭐에 죽었다고?"


"하하... 당연히 가을뫼님의 예리한 화살에 죽었죠."
예진은 돈쪽으로 손을 쭉 뻗으며 말했다. 태환은 다시 돈을 돌려주었다.


"으휴 방심할 수 없는 인간."
예진의 쭝얼거림을 태환은 못 들은 척하며 주모에게 어느 방을 쓰면 되는지 물으러 갔다.


"어쨌든 고마웠어요! 기회가 되면 또 뱀굴에서 봐요!"
예진은 태환의 뒤에 소리쳤다. 


이튿날. 생각보다 일찍 깬 태환은 아침부터 뱀굴에 갈 준비했다.
레벨이 기대만큼 팍팍오르진 않았지만 어쨌든 레벨업도 되고 있고, 
돈벌이도 되니 우선 여기서 한동안 사냥하며 이곳 세계에서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다.


 쥐굴에 도착한 태환은 쥐굴 안 잡몹들은 적당히 잡으면서 빠르게 뱀굴로 향했다. 
그렇게 쥐굴 끝굴에서 뱀굴로 넘어가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이봐요, 가을뫼씨!!! 아니 무슨 꼭두 새벽부터 사냥을 하는 거예요! 아침도 안 먹고..."
어제 만난 예진이었다. 상당히 급하게 쫓아 온 듯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응? 그런 그쪽도 사냥하러 온 거 아니야?"
그렇게 묻자 예진은 조금 부끄러운 듯 두 집게손가락 끝을 맞대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어제 일이 좀 고맙기도 하구,, 나는 주술사인데... 뱀들이 자꾸 날 공격하니까... 
 같이 사냥할 전위(몸빵)가 있음 좋겠더라구요."


'그룹 사냥을 하자는 건가?'
흠.. 어차피 이 주술사 없어도 혼자 충분히 사냥이 가능한데,, 둘이 사냥하면 괜히 뱀고기만 나눠가져야 할 거 아냐.


"저기 일단 나도 격수라지만 원거리거든? 그쪽 대신해서 뱀한테 물릴건 아닌데."
"그... 그렇지만 그쪽도 뱀이 뒤에서 물면 놀랠거 아니예요! 저도 뒤에서 오는 뱀을 못 봐서 자꾸 물린 건데..
 혹시 뱀고기 분배 때문에 그런 거라면 6:4해요 제가 4할게요..."


"흠 그쪽 레벨은 몇인데?"
"레벨이 뭐예요?"


'아 이쪽 세계에선 레벨이라고 안 하는구나 그럼 뭐라고 하지?'


"어 그.. 나이 말고.. 난 21이야. 그 왜 있잖아. 지금 내가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데.."
"아 단계 말하는 거죠? 신기하네요. 저도 21단인데."
동렙이네.. 뭐 일단 한 번 그룹사냥 해 보지 뭐 아니다 싶으면 내일부터 혼자하고...


"그래 뭐 일단 그럼 끝굴까지 갔다가 다시 여기까지 역으로 올라오기로 하자."
태환은 그렇게 말하고 뱀굴로 넘어가려 했다.


"잠깐만요 그러면 가기 전에 조를 맺고 가야죠!"


'뭐여 그건 또...'


"뭐 해요? 손내밀어요."
'응?'
태환이 엉겁결에 손을 내밀자 예진은 그 손을 붙잡았다.


'뭐..뭐야...'
"천제님 우리가 하나로 나아가는 것을 허락하소서."
예진이 그렇게 외치자 붙잡은 두 손에 반딧불같이 은은한 빛이 일더니 곧 사라졌다.


"자 출발!"
예진은 손을 놓고는 조금 들뜬 듯 성큼성큼 뱀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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