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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라 : 이고갱] 1화. 두 번 재수한 고등학생의 갱생 

 바람과나라 : 이고갱

아래 글은 역사를 아주 조금, 게임 내용도 아주 조금 참고한 허구입니다.
게임내용은 옛바람과 현재의 바람을 조금씩 가져왔습니다. (5차이상의 승급X)
문의. 연@현천문 , 무휼@가을뫼

 

 



1화. 두 번 재수한 고등학생의 갱생 






『띠링』
[Web발신]
김태환 님 추가합격 관계로 연락 드렸습니다.
연락바랍니다. -담덕대입학처-


태환은 벌떡 일어섰다. 
드디어, 내 2년간의 재수 생활이!
비록 당초의 생각보다 하향지원 하긴했지만 어쨌든 인서울 대학!
나머지 원서 넣은 곳들은 다 떨어져서 불안 하던 찰나에 합격통보 문자가오다니, 
태환은  "와아아아악!" 하고 소리쳤다. 지옥 같던 재수생활은 이제 끝이다. 기다려라 캠퍼스!




『띠링』
 [Web발신]
전산 오류로 인해 방금 문자가 잘못 발송 되었습니다. 
별도의 추가 합격자는 없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담덕대 입학처-


털썩. 
태환은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이 무슨... 개 같은...
태환은 분노와 허탈감, 다시 차오르는 분노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미친 학교가... 사람을...'
태환은 그렇게 치솟는 분노를 주체 못 하고 방안을 서성거렸다. 그러다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죽어야겠다.'
30분 동안 방안을 서성이며 내린 결론이었다.  사실 이미 재수를 실패하고 삼수에 접어들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삼수마저 실패해 버린 지금 더 이상 부모님 볼 낯도 없고 그냥 삶 자체가 싫어졌다. 
그대로 태환은 담덕대로 향했다. 
그래 어차피 뒤질 거라면 나한테 이런 치욕을 준 담덕대에서 죽겠다. 뿌드득...
담덕대에 도착한 태환은 캠퍼스 안을 크게 돌며 생을 마감할 장소를 찾았다. 
거의 한 바퀴를 다 돌 때쯤 제법 높은, 아랫쪽 도로와 높이 차이가 큰 난간을 발견했다. 
난간 밖으로는 족히 15m는 되어 보이는 낭떠러지 벽이 있었다. 


'여기가 좋으려나.'
태환은 난간을 잡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후우 후우 그래'
아득히 보이는 저 땅 밑이 괜스레 더 멀게 느껴졌다.


'뛰..뛰자.'
하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죽는 것에도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태환의 눈에 유난히 딱딱해 보이는 아스팔트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저 위로 떨어지면 진짜 너무 아플것 같았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후아..'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아 버렸다. 


'못 뛰어내리겠어'
태환은 수많은 고심과, 자기합리화와 자신을 위로한끝에 일단은 죽지 말고 살아보자 결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지끈』
태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붙들었던 난간이 별안간 바깥으로 구부러졌다.
"아..안ㄷ..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태환은 그렇게 15m 아래로 추락했다. 






띠디디디딩 휘이휘이이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태환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어둡고 한줄기 작은 빛이 눈앞에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어느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갈색 도포와 갈색 복건 차림에 단아하게 두 손을 모은 채 태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천계에 오긴 것을 환영합니다."
태환은 눈을 끔뻑였다. 어.. 나 죽은 건가...


"어 그... 제... 그 뭐시냐... 죽은 건가요?"
갈색도포의 남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죽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항상 그걸 물으시더군요. 죽음이란 이곳에선 참 애매한 말입니다.
 도령께서 그동안 살던 세상에서의 삶이 끝났냐 물으신 거라면 그렇습니다. 허나 도령님은 이렇게
 제 앞에 존재하고 계시고 또 다른 삶을 이어가실수 있기에 끝이라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제가 어... 다른 삶을 이어 갈수 있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도령님 처럼 본래 살았어야 하는 삶보다 훨씬 일찍 죽은 사람들 중, 
 남에게 딱히 악을 행하지 않은 사람은 바로 명계로 가지 않고
 이렇게 또 다른 세계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


'호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이세계 전이 인가'
태환은 눈이 말똥말똥 해졌다. 
재수 삼수하며 틈틈히 봤던 애니들 속 주인공처럼 나도 드디어 이계로 온 것인가!
이거야말로 전화위복! 부모님 죄송합니다! 전 다른 세상에서 살아 보고 싶었어요.


"그... 저희 부모님은 제가 죽고... 괜찮으실까요?"


"그곳의 삶은 이미 지나간 삶, 도령님께서 관여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맘이 편해지지 않으실 것을 알기에 말씀을 드리자면,
 도령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아픔을 완화할 수 있는 생약을 들고 차사들이 방문 할 것입니다. 
 그 생약은 받는 사람들이 잠든 사이, 꿈에서 먹여 질 것이고 그리되면 마음이 천천히 무뎌져 
 그리움을 묻고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 잘 부탁할게요. 저 삼수까지 시키느라 고생들을 많이 하셔서..."
그렇게 말하고 나자 태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자 눈물을 거두시지요. 이제 작은 선택을 하나 할 시간입니다."
"선택...?"


『드륵』  
어디서 들어 봤던 것 같은 효과음이 들리며 눈앞에 두 개의 화면이 나타났다.






[현자] [현천문]
체력 65만2472
마력 101만1001


[궁사] [가을뫼]
레벨20
체력 1,020
마력  513




"이건 제바람과나라 아이디...?"
태환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갈색도포남자는 활짝 웃었다.


"놀랍게도 수십 개에 불과한 이계 중 하나는 [바람과나라]입니다."


"아니 그...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 뭐냐 미소녀 마법사나 그런 게 나오는 게 아니고 바람과나라라고요?"


"네! 저보다 윗계의 계신 분이 하계에 방문하셨을 때 접한 유일한 게임이 바람과나라입니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이 이계를 재탄생시키셨죠.
 따라서 하계에서 바람과나라를 꾀 깊게 하셨던 분이 이계로 가게 되면 십중팔구 [바람과나라]로 오게 됩니다!"


"아니 그 윗분은 그 수많은 게임들 중에 왜 하필 바람을..."


"바람과나라가 최초의 RPG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아 맞다.. 바람과나라는 그런 타이틀이 있었지.


"여튼 그러면 저는 제가 키웠던 저 두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서 살게 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하나를 골라주시지요."
태환은 캐릭터 두 개를 다시 보았다.


와... 진짜 캐릭터 이름들 보니까 저거 키울 때 중2병 살벌했었구나...


"뭐 고를 것도 없네요 당연히 현자 해야죠. 저 20짜리 궁사는 기억도 잘 안나고.."
"네 그러면 무운을 빕니다. 다음 방으로 이동 시켜드리겠습니다. 그 방부터는 '김태환'이 아니라 '현천문'이십니다."




띠디디디딩 휘이휘이이
아 그래 이 소리 이거 바람과나라 로딩 소리였지.. 와 추억 돋네
한 두 차례 눈앞에 큰 꽃잎바람이 몰아 치더니 이내 방이 아니라 큰 성문이 나타났다.


"문을 열어라!!"
저 멀리서 말을 탄 기병 기백명이 급히 말을 몰아오고 있었고 그 선두에 선 장수가 소리쳤다.
'저런 기병들이 게임에 있었던가...?'
[끼이이익]
큰 소리와 함께 성문이 열렸다 기병들은 속히 성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병들 중 하나는 태환 앞에 멈춰 서 태환에게 말을 걸었다.


"복장이 예사롭지 않은데 누구시오? 명패를 보이시오."
엉? 명패? 그런 게 있었나? 그제야 자신의 행색을 살펴보니 왼손엔 큰 지팡이가 들려 있었고
푸른빛이 감도는 흰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속히 꺼내시오!"
아 거참.. 명패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는데.. 아직 이세계에 적응도 못했구만 뭘 이리 재촉하나
태환은 뒤적뒤적 주머니를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이것저것 많은 게 손에 잡혔는데 왠지 나무판 같은 감촉에 딱 휴대폰 사이즈 만한 것이 손에 걸렸다.
태환이 그것을 꺼내자마자 말에서 내린 기병은 명패를 홱 낚아채갔다.


'부여 상곡 현천문'
명패에 쓰인 글을 확인하더니 다시 돌려주었다.
"실례했소. 지금 고구려군이 코앞까지 당도하여 맘이 급해 그런 것이니 괘념치 마시고 속히 성안으로 들어가시오."
기병은 그리 말하더니 성안으로 들어갔다. 
태환도 우선은 성안에서 상황 파악을 하기로 하고 맘을 먹고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상..태창"
태환을 부끄러워하며 속삭였다.


『스윽』
[현자] [99] [현천문]  [부여] [신수: 현무]
'오~ 이게 되네'
가슴이 뛰어왔다. 내가 꿈꿔왔던 그런 이세계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도 이세계로 왔구나!
그것도 사기적인 4차승급을 한 몸으로 크으..


그때 기병들 중 선두에 섰던 장수가 성벽 위에 올라 또 다른 장수에게 말을 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환과 그들의 거리는 제법 멀었지만 현자의 귀는 성능이 더 좋은 듯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고구려군이 대략 3만의 병사와 투석기 수십호를 이끌고 이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선봉으로 보이는 부대와 맞딱드려 잠깐의 교전 후 최대한 빠르게 그들을 따돌리고 귀환했습니다만 
 그들의 본대 위치로 보건대  한 시진 안으로 당도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상대편 장수는 심각한목소리로 답했다.
"우리 어양성의 병력은 고작 3천이네 그 수를 감당할 수 없을듯하니 우선 성을 버리고 전선을 뒤로 물리는 게 어떻겠나."


"성을 버리는 것은 물을 엎지르는 것처럼 쉬운 일이나 성을 되찾는 일은 그 물을 주어 담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천호가 넘는 백성들이 이곳에서 경작을 지으며 살고 있는데 이들을 두고 떠나는 것은 민심을 저버리는 일이 됩니다."


"어찌 되었든 다 같이 죽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럼 우선 백성들부터 피난을 시키고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오늘밤을 버텨 봄새. 
 부여에서 지원군이 출발한지 하루는 되었을 테니 3일차가 되면 당도 할 것이야. 
 상황을 보고 최대한 버티다 안 되면 그때 병력을 물리도록 합세."


"네 그리 알겠습니다. 그럼 전 우선 백성들을 피난 시키고 있겠습니다."


'허.. 오자마자 전쟁 중인 땅으로 떨어진 건가. 이거 원, 주막가서 동동주 맛 좀 보려 했더니... 
 아니지 그래도 일단 주막에 가보긴할까?'


"지도"
『스악』
오 이것도 되네. 어디 보자 주막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남문이었구나 그럼 이리 올라가서... 오 바로 근처네
태환은 주막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주막에선 주모와 병사가 실랑이를 버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주모는 가기 싫어했고 병사는 주모를 데리고 피난길에 오르려하는 중이었다.


"아이고 내 늙은 모친은 도저히 행군길에 따라갈 수가 없으요. 그럼 내 어머니를 두고 갈까? 제발 나는 그냥 두고 가소."
병사는 주모에게 가불기를 맞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발걸음을 돌렸다. 
태환은 혹시나 자신도 모습을 보이면 괜히 끌려갈까 봐 얼른 담 뒤로 숨었다.
병사들이 멀찍이 갔을 때쯤 태환은 주막 안으로 들어갔다.


"주모, 여기 동동주 한잔 할 수 있을까요?"
주모는 태환을 위아래로 슥 흝어보더니 넌지시 자리를 가르켰다.


"오늘같은 날에 장사는 안 하는데 그쪽도 한잔 해야 버틸 테니 내 한잔 내오리다. 앉으소."
캬 이세계 인심이 이리 좋구나. 태환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 주모가 내오는 동동주 한잔을 들이키는데 맛이 참 신기했다. 사케와 막걸리 중간쯤 되는데 시원하니 알딸딸 한 맛이었다. 
그렇게 동동주 한잔하며 마법창이나 소지품 창을 두루두루 살펴보았다. 
과연 4차승급까지 키워놔서인지 돈도 제법 들고 있었고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30가지는 훌쩍 넘어 보였다. 


'내일은 어디 공터같은데 가서 이거 하나하나 다 써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태환은 오늘 여기서 묵을 요량으로 주모를 찾았다.
"주모~ 여기 방은 어떠..."


『휘이이이이~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돌이 주막 바로 밖 돌담에 떨어졌다. 
그리고 연이어 그런 돌들이 10여개는 더 성안으로 날아들었다.


'아... 여긴 전쟁 중이었지. 아니 그렇다고 미친 민가에다 공성기를써?'
태환은 놀란 심장을 다독이고 밖에 나가 상황을 살폈다. 
병사들은 대부분 성벽 위에 올라 활을 쏘고 있었고 수십명쯤 되어 보이는 병사들은 
문 근처에 붙어 성문이 열릴 것을 대비해 문을 틀어막고 있었다. 
보아하니 성벽을 부수려 쓴 투석기가 힘이 너무 좋았는지 성벽을 넘어 굴러와 주막 담벼락에 부딪친 것이었다.


'내일 테스트 해볼게 아니라 오늘 좀 해 봐야겠는데?'
태환은 성벽 위로 향했다. 성벽 위에서는 낮에 목소리로만 들었던 장수가 수비를 지시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정신없이 화살을 쏘고 돌을 날라 아래로 던지느라 태환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태환은 마법창의 마법들 중 삼매진화에 정신을 집중했다.


[삼매진화]!
성벽에 달라붙어 사다리를 설치하던 고구려군 십여명이 대번에 불벼락을 맞아 타올랐다.


"아니?" 
조금 떨어진 성벽 중앙에서 지휘를 하던 장수가 그광경을 보니 급히 그 진원지를 찾았다.  
곧 태환을 발견한 그는 급히 달려오더니 말을 걸었다.


"주술사 이십니까?"


"네. 고국이 당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곳에 올라왔습니다."


"하 하늘이 도우심이로다. 정말 감사합니다!"
태환은 일단 대답하면서 사실 다른 생각하고 있었다. 


'이 삼매진화라는 스킬이 게임을 할 땐 최대한 많이 맞춰 봤자 고작 5명이 맞는 기술이었는데
 이곳은 현실(?)이라서 그런지 그 폭이나 위력이 훨씬 크네? 
 그럼 맵 전체에 불을 뿜던 [지폭지술]이나 [폭류유성]을 쓰면?'


"어... 지휘관께서는 이름이 어찌 되십니까?"
태환이 물었다.


"의용 입니다."


"의용 님이 저를 도와만 주신다면 눈앞에 병력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듯한데 도와 주시겠습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필요한 것을 말만 하십시오."


"그럼 제가 탈 말 한 필을 준비해 주십시오."
태환을 말을 타고 적진으로 달려가 지폭지술을 꽂아버릴 생각이었다. 
보호무장 마법을 걸면 일반 화살로는 잘 다치지도 않을 테고
어차피 잘 안돼서 죽으면 성황령 써서 할멈한테 빌지 뭐.


이윽고 말 한필이 들어오고 태환이 지시한대로 병사들은 문을 열 준비하고 있었다. 
『끼이이익』
성문이 열리자 문을 부시려 난전을 버리던 고구려 병사들이 뛰쳐 왔다.
태환은 바로 삼매진화를 갈겨 주고 타오르는 병사들을 뛰어 넘어 고구려 진영의 한복판으로 달려 나갔다.


[지폭지술!]
[띠링- 영창을 외치지 않아 위력이 감소합니다]
머릿속에 메시지가 스쳐 갔다.
아니 뭔 소리야 바람과나라에 영창을 외우는 게 있었어?


『화르르르르르륵』
위력이 감소 되었다는 소리가 무색하게 엄청난 화염이 전장을 덮쳤다. 
수 천은 족히 되어 보이는 병사들이 화염속에 증발하고 있었다. 아.. 이거 심리상담 좀 받아야겠다. 
아무리 여기가 이세계고, 상대가 날 죽이려는 사람들이라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불타 죽는 거 보니 멘탈이 너무.. 어?


태환의 인근 200m 정도의 병사들은 모조리 불타며 무너졌는데 한 50m남짓한 
거리에 말을 탄 장수 하나가 쓰러지지 않은 채, 태환을 향해 말을 몰아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이걸 버텨?'
[지옥겁화!]
장수 위로 지옥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장수는 조금 흔들릴 뿐 여전히 죽지 않고 태환을 향해 돌진해 왔다.
"아니 뭔..."
[서걱]
그렇게 태환은 목이 잘렸다.










띠디디디딩 휘이휘이이


"이게 뭔일이랍니까?"
갈색도포를 입은 남성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태환을 바라보았다.
태환은 손으로 목을 쓸어보았다. 아 붙어 있네...


"저 또 죽은 건가요?"


"예, 그것도 역대 최단시간 갱신입니다. 이토록 빠르게, 그것도 이계에 간지 한나절도 채 안 되어서 죽은 분은 도령님 밖에 없습니다."
태환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성황당은?


"죽으면 유령돼서 성황령 쓰고 성황당 할멈한테 가는 거 아니었어요?"
갈색도포남은 머리가 아픈지 한 손으로 머리를 잡고 말했다.


"그것은 게임일 때 이야기지요. 아무리 이계라한들 현실인데 목숨이 그리 가볍겠습니까?"


"아니 그러면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가 보니까 뭐랄까 내가 아는 바람과나라랑 다른 게 한 두 개가 아니더만."


"당연히 게임을 현실로 만들었을 땐 차이가 있는 법입니다. 그것을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그러려 했다간 이계가 아니라 이곳 천계에서 삶을 한 번 더 사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 마법창에는 성황령이 없었을 터인데 그것을 눈치 못 채셨습니까?"


응? 그러고 보니 마법창을 훑어봤을 때 성황령을 못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누가 그런 마법을 신경이나 쓰고 있었겠냐고
공격 마법이나 다른 유용한 마법이나 찾고 있었지...


"... 저를 죽인 그 장수는 뭐예요?"
갈색도포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현천문]보다 강한 자는 이 바람과나라에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단지 도령님보다 강한 사람이었던 거지요."


"그 사람도 '전이'자 인가요?"


"그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릴수 없습니다."


'그래... 다른 이 세계가 얼마나 많은진 모르겠지만, 이곳에 나만 전이 되어 온 건 아니겠지. 아마.
 이 사람은 중립적이어야 하니까 말 못 한다고 하는가보다.'
"그러면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 말씀하셨던 명계?인가? 글로 가나요?"
갈색도포남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이리로 다시 오긴 것을 보면 그것은 아닌듯합니다. 
 명계로 가실거라면 저를 들리지 않고 바로 명계로 보내지셨을 겁니다.
 아마 윗분의 뜻은 한 번의 기회를 더 드리고자 하는 듯합니다."


"엥? 설마 그렇다는 건..."
갈색도포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만 남아 있는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저 궁사로 한 번 더 삶을 사시게 될 것입니다."


"맙소사... 저거 20렙인데요? 저게 그 아까 봤던 병사들보다 쎄긴 한가요?"
갈색도포남은 이번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병사들은 이곳에서 강한 편입니다. 도령님 [현천문]의 마력이 높아 그리 쉽게 사라졌을 뿐이지요."


아아... 말도 안 돼. 이런 약해 빠진 캐릭터로 이세계로 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자고로 이세계로 간 주인공이라면 치트가 되었든, 
개사기 스킬이나 아이템이 되었든 뭐라도 하나 오지게 특출난 걸 가지고가서
개꿀 빠는 맛에 이민 가는 거 아니었나.. 아... 앙대..


"대신이라 하긴 뭣 하지만... 이미 경험해 보신 상태창을 여는 것이라든지 
 상대방의 상태창을 열어본다던지 지도를 켜본다던지 하는 것은
 [바람과나라]세계에서 '전이'자만 하실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도 태환은 영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다. 
지도 좀 보는 거야 내가 살던 세상에서 네이버지도 보던 거랑 뭐가 다른가?
태환이 영 풀이 죽어 있자 갈색도포남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밖에 소소한 특전들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도령님이 반나절 만에 돌아오신걸 보면 
 저도 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바입니다. 
 제가 능력이 보잘 것이 없어 많은 것을 해드릴수 없으니 딱 하나 챙겨드리겠습니다."


"네? 뭔데요?"
태환은 살짝 희망이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며 갈색 도포남을 바라보았다.


"경험치 4배 이벤트."

"엥?"


"그 이상은 힘듭니다. 어서 출발하시지요"


"아니 그 뭔.. 아니 잠깐만 언제까진데요 그게"


"한나절보단 길기를 바랄 뿐입니다."


"잠깐..."
띠디디디딩 휘이휘이이




'후... 윗계에서 이리 관심을 보이는 자는 오랜만이군. 역시 좀 더 손을 쓰는 것이...'

갈색도복의 옷메무새를 고치며 천성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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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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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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