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그림쟁이 이야기

손그림 그리는 사람의 이야기

 

 

타블렛과 신티크가 창궐하고 웹툰역병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 때에도

아직도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걸 쓸 줄 모르기 떄문이 아니다. 

다만 선호하는 그림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이 처음 그림을 그릴 땐 연필 수채화 유화 밖에 없었다.

화실가면 아저씨들은 수채화를 했고 아줌마들은 유화를 했다.

정기적으로 크로키를 했는데 협회 사람들이 와서 누드크로키를 했다.

내가 알 수 있는건 땡땡떙땡 하며 네번 종을 치면 포즈가 바뀌는데

실장님 마음이었다. 5초만에 종을 때리기라도 하면 여기 저기서

아이 싯팔 거 좀 하는 욕도 나오고 그랬다.

실장님은 흐이이히히히히히 하며 그들의 고통을 즐겼다.

 

개인적으로 아크릴은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아크릴은 가히 혁명적인 미술재료다.

유화의 장점과 수채화의 장점을 모두 갖췄고

마감만 잘 하면 천년도 그대로 갈 수 있다.

유화처럼 보수를 하거나 습도를 유지하거나 할 필요도 없다.

크랙도 안나고 혹 크랙이 생겨도 대충 물로 비비적거리면 된다.

그리고 아크릴은 그렇게 독성이 강하지도 않고 희석 할 때 물을 쓴다.

이게 나는 싫다.

 

유화쟁이들은 수채화를 하다가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나도 수채화를 먼저 했는데 집중하다보면 파레트와 종이 말고는 아무것도 안보인다.

볼 겨를이 없다. 그래서 붓을 정렬하거나 물기를 뺄 때 임술을 이용하기도 한다.

어차피 물이니까 상관없고 수건을 이용 하는 것보다 물조절이 쉽기 때문에 입으로 붓을 빨았다.

아니, 입술로 붓을 모아서 채색을 했다. 이게 버릇이 됐다.

 

유화는 기름으로 희석해야한다.

유화용 희석유가 있지만 대부분 그냥 등유나 휘발유를 사용한다.

싸고 구하기 쉽고 편의점에 가면 라이타용 휘발유를 팔기 때문에

유화 화실을 가면 오토바이 개러지 같은 냄새가 난다.

그리고 다들 왜인지 동공이 커보인다.

집중해서 그런거다.

 

여튼 그림쟁이가 유화에 눈독을 들이는 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수채화는 색을 얹질 못한다.

거기서 오는 답답함은 유화에서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위로가 굉장히 좋다.

색을 쌓으면서 질감과 함께 그림을 만들어가는건

떨쟁이가 뽕쟁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쾌감이 쩐다.

 

하지만 미술쟁이의 곤조는 버릴 수 없다.

수채화를 입으로 빨던 나는 유화도 입으로 빨려고 붓을 입에 가져다대기 일 쑤였고

대부분 뱉지만 놀래서 삼키기도 했다. 예민한 내장은 항상

설사로 나의 멍청함을 상기 시켰다.

그래서 유화 하시는 분들은 작업이 느리다.

화장실을 자주 가기 때문이 아니다. 

쇠막대기로 그림을 그리던 밥아저씨 같은걸 생각하면 안된다.

유화는 왜인지 속도가 느리다. 마르는 걱정도 없고 여차하면 기름수건으로 밀어버리면

깔-끔하게 지울 수도 있기 때문에 한 획 한 획 신중하게 그린다.

 

영화를 보면 으아아 이건 아니야!하면서 칼로 찢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본인 같은 경우 교보문고를 좋아한다.

거기서 파는 너도 명화를 그릴 수 있어 키트는 개를 산책시키는 나에게

비주기적으로 캔버스와 프레임을 선물한다.

숫자에 맞춰서 채색만 하면 명화를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건 니 생각이었고 내생각은 그저 캔버스를 공급해줘서 고맙다.

 

버려진 명화키트를 보면 냉큼가서 줏어와 캔버스를 뜯고 뒤집는다.

젯소를 잘 안쓰기 때문에 그대로도 충분히 좋은 캔버스가 생긴다.

타카를 존나게 박고 나면 나는 몇 만원을 아낄 수 있다.

캔버스를 다 쓰면 안입는 티셔츠나 버려진 티셔츠를 줏어서 프레임에 씌운다.

캔버스가 비싸다.

 

물감은 싸나 안싸다.

반고흐가 남다른 색감이 있어서 노란색과 파란색을 많이 쓴게 아니라

물감 살 돈이 없어서 만들어서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이 생기면

압생트나 빨고 붓고 빨고 물감도 빨아서 시력이 안좋아졌을거다.

환각증세가 압생트 때문만은 아닐거다.

 

흔히들 코발트 블루라고 하는 파란색은 광물에서 채취가 가능하다.

노란색은 뭐 어떻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게 좀 크리티컬 하다고 했다.

 

본인도 물감은 월급날이나 되어야 큰 맘 먹고 호미화방을 가야 세일하는 큰 튜브 서너개를 줏어온다.

흰색이 있다면 두개를 집어오고 가능하다면 10만원이 안넘게 한다.

그래야 5개도 안된다. 그러다보니 표현할 수 있는 색감이 한정적이게 된다.

화려한 색감을 가진 유화는 진짜 돈이 많이 든다.  나는 주로 검정 흰색 파랑색 노랑색을 빨강색을 쓰는데

알지비에 화이트 블랙이면 어지간한 색은 다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채도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본인은 그림이 어두운 분위기 이기 때문에 별 상관없다.

 

신용카드가 있었다면 할부로 샀겠지만 나같은 그림쟁이는

알바로 먹고 살기 때문에 신용카드가 있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무직자 이기 때문이고 4대보험을 하며 풀타임을 하면

나같은 미술쟁이는 생전 운동을 해본적이 없어서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꼴에 주말엔 놀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

어차피 친구가 없어서 다시 화실을 가거나 집에서 스케치를 한다.

찐따도 이런 상찐따가 없다.

 

그렇다고 그림을 잘 그리느냐?

아니다. 잘그린 그림은 팔려야한다.

좋은 그림도 팔려야하고. 내그림은 팔린적도 없고 어디 걸어 본적도 없다.

일단 나도 나만의 스타일을 찾지 못 했을 뿐더러

캔버스나 물감을 살 돈이 늘 부족해 마음에 드는 수준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내놓지도 않고 다 했다 싶으면 뒤집거나 밀어버리고 몇일 말려서

거기에 또 그린다. 나같은 그림쟁이는 그냥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그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기업소속화가로 입단(?)한 사람도 있지만

내 눈에는 바스키아처럼 보인다.

4천만원짜리 그림을 그려냈어도 그 쯤 부터

그리는 그림은 왜일까 변질 된 느낌으 받는다.

내그림이 4천만원이 아니어서 심술나 하는 소리는 아니다. 

 

언젠가는 나도 호당 10만원이라도 받으면서 그림 그릴 수 있으면

알바 그만 두고 그림만 그릴거다. 그렇게 굶어 죽어 무연고자로 화장터 잿더미로 변하면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화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7개의 댓글

2021.10.24

그림도 같이 올리지

0
2021.10.25

그림 몇개 올려줘 호수랑 마음에 들면 살 의향 있는 사람들 나 포함해서 많을껄. 초대전이라도 하거나 전시있으면 가끔 공지도 좀 해주면 좋겠네.

1
2021.10.25

생각외로 이런 마인드인 애들이 발에 치일정도로 많아서 오히려 감흥이없어. 더 반짝반짝 빛나줘. 그냥 혼잣말하다 끝내기 싫으니까 이런데 글쓰는거잖아. 그냥 방어기제로 밖에 안보여. 정말 그림 그자체로 모든 욕구가 해소 된다면 이런 글도 안썼겠지. 더 발악하고 더 똑똑하게 해줘. 아크릴이던 cg던 사기던 영업이던 무슨짓이라도해. 그러면 이런 글, 이런 도망치는 글을 쓸필요도 없을꺼야. 싸워서 박살내버려

4
2021.10.25

글쓴이가 말하는 바스키아처럼 보이는 사람들. 다~ 이런 생각과 경험들 거쳐갔음. 나도 생활비 50만원만 있으면 내가 하고싶은 작업 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 ㅎㅎ. 단순히 돈을 쫓는 문제는 전혀 아니라는걸.. 글고 개인적인 소감, 느낀점, 감상문은 작성 금지항목이라 짤릴듯

2
2021.10.25

찬물 끼얹는 거 같아 조금 미안한데

검정 흰색 파랑 노랑 빨강색 유화 물감이면

알지비에 화이트 블랙이 아니라 cmyk에 화이트 아님?

0
2021.10.25
@뿌리채소

유화물감은 CM없지 않음?

0
2021.10.25
@안기무띠

오 있네 세루리안이랑 마젠타 근데 같은거임?

0
2021.10.25
@안기무띠

보통 cmyk는 인쇄할 때 쓰는 말이니까 보통 유화물감 이야기 할 때 쓰는 표현은 아닌게 맞지

 

근데 유화물감 파노빨검흰 쓰는 거는 가산혼합방식이니까 굳이 표현한다면 글쓴이가 쓴 rgb가 아니라 cmyk로 쓰는게 더 가깝지 않나 싶어서

0
2021.10.25

아날로그적 감성이 좋아 거기에만 빠질수 있음 하지만 다른 매체를 욕하는 순간 그냥 꼰대라고 생각함

3

붓을 입으로 빨아? ㄷㄷ...

0
2021.10.25
0

괜히 들어왔다 씨발 세월 부적응자 꼰대 짜증나

1

캔버스값 아까워서 티셔츠 씌워 쓸 정도면 원단 파는데 가면 캔버스천 한마에 5천원에 파는데... 반마짜리 자투리 남는거 쌓인거 공짜로 주거나 천원에 주는경우도 있음.

 

물감 얘기를 해서 말이지만 요즘 물감은 브랜드만 눈을 좀 낮추면 '돈이 없어서' 색을 구비 못할 정도는 아닐텐데..

0
2021.10.25

그림밥 먹고 살려는 사람이 웹툰을 역병이라고 하는 첫줄부터 많은게 보인다

경솔함

6
2021.10.26
@매일좋은날

그러게 글고 결국 모든 그림의 최상급은 유화풍으로 수렴함 디지털이라고해도 유화풍채색으로 칠하면 난 유화랑 본질은 똑같다고봄 ㅋㅋ

0
2021.10.26

골방에서 예술하면서 이슬만 마시면서 살면댐

0
2021.10.26

낭만에 취하셨군요 좀 더 취하세요

진탕 마시고 몇번 게워내고

청춘을 싸그리 태우고나면 정신이 들겝니다

그때도 붓을 든다면 예술가가 되겠지요

1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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