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개드립

즐겨찾기
최근 방문 게시판

조선시대 사람들은 초를 먹었을까...?

https://www.dogdrip.net/356491277

 

종종 보이는 만화, 재밌다. 한가지 살짝 미묘한 점만 빼면 말이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었을 수도 있지만, 연회자리에 '대접'하는 귀한 음식은 아니었다.

 

우선, 해당 만화에서 밝혔다시피, '백준'이라는 인물의 '봉사조선역정일기'를 참고한듯하다. 봉사조선역정일기는 2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말그대로 '일기' 이며 다른 하나는 '조선죽지사'라 하여 30수의 시 구절이다.

 

이 조선죽지사에는 조선시대의 민간 풍속과 가옥의 모습 등을 묘사하고 있다. 청나라 사람, 그것도 몽고족 출신이 먹기에는 조선의 음식이 상당히 별로였던 것도 맞다. 음식에 대한 불평이 있었던 것도 맞다.

 

고기와 채소 술과 과일 등 잡다하게 진열하여 肉蔬酒果襍然陳

둥근 상을 머리 높이 이고와 엄숙히 대접하네 首戴圓柈肅大賓

우습구나! 우리 주방장 요리 솜씨는 부족해도 笑我庖人調劑劣

많이는 먹을 수 있으니 두 사람의 양이나 되네 伊能大嚼量兼人

 

동방으로 떠나온 사신이 바다를 읊기 시작하니 東泛星槎賦海初

쏟아지는 시문은 곧바로 목현허(중국의 문인)에 맞설 정도네 詞源直溯木玄虛

어여삐 여겨 오래도록 느릅 잎 먹게 하였으나 行憐地古攀楡葉

지금 음식이 한미하여 가자미 대접함이 부끄럽네 却媿廚寒餉鰈魚

 

조선 입장에서야 사신을 대접해야 하니, 음식을 풍성하게 준비했지만, 그닥이었던 듯 하다. 그래도 지극정성이었다는건 알았는지 다음과 같은 시도 있다.

 

차비관들이 기고관들과 함께 와서는 差備官偕旗鼓官

아침저녁 평안한지 부지런히 여쭙네 辛勤朝夕叩平安

붉게 새긴 작은 글씨 좋은 음식 설명하고 印紅字小佳肴註

날마다 방문 앞에서 식단을 교체하네 日日堂前遞食單

 

이렇게 신경을 쓰는데 설마 초를 대접했을까...

 

초가 나오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푸른 깁부채를 직접 펼쳐 햇빛 막고 帽扇靑紗手自舒

힘들여 채찍질 않고 천천히 걸어가네 不勞贈策步徐徐

마노는 말을 잡고 하인은 무릎 부축하며 馬奴控馬人扶膝

가죽 고삐 끌어당기니 두 길이 넘네 皮縴還牽二丈餘

 

황랍을 녹여 송진처럼 만들었는데 澆成黃蠟似松膠

겉은 곧고 속은 비어 종이 심지 들어있네 外直中通紙信包

촛농이 떨어져 쌓일 때면 다투어 집어가서 燭淚堆時爭拾取

씹고 나서 말하기를 맛있는 안주라 하네 嚼來還道是佳肴

 

위 4줄은 양반을, 밑 4줄은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다.

양반은 부채를 펼치고 햇빛만 막고, 마노(말을 다루는 하인)이 말을 이끈다. 유목민족인 몽골족 출신의 사람이 보기에는 신기해보여서 이런 시를 쓴듯 하다. 그리고 밀랍 초를 먹는 모습도 신기하긴 했을거다... 그래도 만화에서 처럼 연회장에서 초를 대접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Q.아니, 백준이라는 사람이 조선에서 직접 초를 대접받았을 수도 있지 않음?

 

A.백준은 '사신'으로 조선을 방문했으며, 2월 7일 압록강을 넘고 2월 10일에는 정주, 12일에는 안주, 14일에는 평양, 15일에는 황주에 도착했다. 그후 2월 21일에는 한양에 도착한뒤, 나흘 뒤인 24일 귀국길에 오른다. 당연히 오고 가는 내내 접대를 받았다. 각 지역의 목사, 절도사 등을 만나면서 말이다. 그런 자리에서 초를 썰어서 안주로 내놓았을리가 있겠는가? 외교 만찬에 불량식품을 대접할리가 없지 않은가.

 

+)나도 논문만 살펴본거라 틀릴 수도 있다. 만화 그린분이 '봉사조선역정일기'를 정독하고 그리셨던거면 제가 틀린겁니다. 죄송합니다.

 

참고문헌. 

 

1.장안영(Jang, an young).(2016). 19세기 淸人의 琉救·朝鮮 파견과 영접의례. 문화와 융합, 38(4): 145-164

2.이창희. (2017). 19세기 청나라 사신의 사행 기록에 나타난 조선의 모습. 우리어문연구, 58(0), 173-199.

 

2번째 논문의 경우에는 쉽고 재밌으니까 한 번 읽어봐~

 

 

9개의 댓글

2021.10.15

팩첵은 ㅊㅊ이야!

0

황랍이 밀랍이야?

순수 밀랍 100%은 먹어도 되는건가

0
2021.10.15
@샨티샨티옴샨티

황랍은 이물질 걸러낸 상태고

이걸 순수 밀랍으로 정제하면 백랍이라고 한다네

벌집 자체도 식용은 가능하니까

먹을 순 있을듯

백성들한텐 설탕이나 꿀이나 다 귀하던 시절이니 단맛 느낄만한 좋은 소재이긴 할 것 같음ㅋㅋ

2
2021.10.15

초를 지금의 하얀 양초로 생각하면 안될 거 같고....약간 벌집을 씹어먹는 느낌인가? 그럼 꽤 달 거 같은데

0
2021.10.15

내가 봤을 땐 껌처럼 질겅질겅 씹어서 단물만 빨아먹고 뱉었을 거 같다

0

일단 밀랍이 지방으로 구성되어있는데다 그옛날엔 꿀이나 당/지방 분이 한가득인 식품이 약재취급 받을정도였으니까(초고열량) 지역에 따라서 내놓았어도 이상할건 없었을듯

1
2021.10.15
@아마존새개들끼

소화안되는 에스테르 아님?

0
@방구석티라노

그렇네 찾아보니 에스터 혼합물이네

 

지방질이라는건 걍 생성원리에서 거론괸걸 본듯

0
2021.10.15

뭐야 가래떡 얘기가 아니고 진짜 초 먹는 거였음??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노예도 대감집 노예가 나은 이유 P53 1 1 분 전
몰입되는 '진격의 거인' 리바이 성우.mp4 2 gsfdrntjklgh 2 3 분 전
파티원들에게 배신 당한 용사.manhwa 7 미스타최 5 4 분 전
조신한여자 팡팡찍으니 굴복 3 바키한마 4 4 분 전
22년 전,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 3 미스타최 2 6 분 전
입에 수박 물고 둥둥 수영하는 악어 1 궁내청장 3 7 분 전
스텔라 블레이드 살인청부 사건 4 미스타최 10 8 분 전
ㅇㅎ)낭만의 남녀평등 시대 4 바키한마 2 8 분 전
럭키짱에서 묘사된 갓 오브 하이스쿨 3 나루타 6 10 분 전
군산 낚시하러 가서 아무 중국집에나 들어가서 10 오스트랄로삐떼꾸쓰 3 10 분 전
대학 선배한테 오나홀 들통나는 만화.manhwa 9 미스타최 2 11 분 전
주인에게 배신당한 개의 표정.gif 1 등급추천요정여름이 4 12 분 전
결국 공중파 취재 들어가게 된 만갤 고닉 '카즈호'... 1 TWINS다현 7 13 분 전
옵션값뽑았다보고 나도 썩차 ABS값뽑음 5 modern 2 14 분 전
합의금 15만원 입니다. 9 F150Lightning 4 16 분 전
인터넷 너무 많이 해서 호월히일 밈까지 사용하는 카리나 9 렉카휴업 6 19 분 전
개인적으로 영화에 빌런으로 나왔으면 하는 배우 6 AARRRRRRENA 5 19 분 전
나라별 포경수술 비율 7 모로스 2 20 분 전
블아 유저가 말하는 콜라보 참고사항.jpg 5 디스머신 4 21 분 전
와 ㅅㅂ 타이어값 뽑았다 12 퇴근하고싶 4 21 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