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 모든 물건을 반값에 파는 쇼핑몰이 있었다.

하프프라자.

그것도 자질구래한 의류나 장신구같은게 아닌,

TV, 냉장고 새탁기등의 삼O, 엘O의 대표브랜드 제품들 부터,

노트북, 완제품 PC 등등...

그냥 최저가의 반값이 판매가였다.

대신, 배송은 한달 뒤.

주문하고, 결재하고, 한달을 기다리면 상품이 진짜로 배송왔다.

항상 판매물품이 많았던건 아니고,

그날 그날 며칠에 한번씩 몇몇 물품들이 반값대상으로 올라왔고,

20~30% 세일 물품들도 있었던거 같다.

넘쳐나는 후기들, 너도나도 주문했고, 매출액으로 쇼핑몰 순위 10위 안쪽에도 들었을꺼다.

그 중엔 다음달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의 혼수도 대다수 차지했다.

학생이었던 나도 종종 들락거리며 반값에 파는 물건들을 구경했다.

신기했지만, 돈도없고, 비싼건 필요한것도 없었지만,

어느날 눈여겨보던 5만원짜리 이어폰을 반값에 주문했다.

근데, 어느날 홈패이지에 죄송하다는 사과문이 게제됐고,

인터넷 상에는 해당 쇼핑몰 사장이 판매금을 입금받아 한달동안 주식등의 투지로 굴려서 물건을 보내주는 방식이었다는 카더라가 돌았다.

다음달, 내 이어폰은 오지 않았다.

뉴스는 시끄러웠다. 물론 잡혀서 사기로 구속되었고,

인터넷상에는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위에 얘기한 신혼 혼수 준비로 몰빵한 사람들의 사연이 절절했다.

총 피해액은 뉴스에 300억으로 나왔다. 피해자들은 15만명.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사회에선 더 이상 '하프프라자'라는 말이 거의 나오지 않을 무렵.

집으로 우편 한통이 왔다.

하프프라자의 대표가 피해자들에게 선처를 바라며 합의를 원하는 친필 '복사본' 편지였다.

가을에 들어서서 쌀쌀해지는 날씨에, 찬물로 샤워하며 오들오들 떨며 피해자분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생각한다는... 그러면서 선처해주시고, 합의해준다면, 죄값을 받고 나가서 꼭 피해액을 보상하기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2장짜리 장문의 편지였다.

기가 찼다.

수백만원... 수천만원... 달콤한 거짓말로 젊은 신혼부부의 출발을 가로막았던 쓰레기가 또 약속을 걸어왔다.

내 피해액은 25000원.

합의와 선처를 바라는 그 싸구려 감성의 친필 복사본 편지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고,

어떤 시스템도 금전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10만원을 주시면 11만원의 혜택을 드립니다.

-> 그럴 수 있지.

10만원을 주시면 12만원의 혜택을 드립니다.

-> 많이 주네?

10만원을 주시면 13만원의 혜택을 드립니다.

-> 여기부턴 생각의 기준이 바뀐다. 이 색희들 사기 같은데.

개붕이들도 알아둬라.

니들이 돈을 굴려서 이익을 보는 돈복사는 있더라도,

남의 주머니에 넣었다가 이익이 돌아오는 돈복사는 세상에 없다는걸 명심하자.

그리고 사기꾼 색희들아 정당하게 돈을 벌 생각을 해라...

남의 등 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