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심 찬성하기까지 하는데,

시장에 노동의 가격을 위임하는 건 매우 당연하고 옳은 방향이긴 하지만 최저임금 반대 입장은 줄곧 최저임금이 정해지면 어떤 사람들은 해고되고 어떤 사람들은 고용이 유지된다는 가정을 한단 말야

그럼 그런 일이 발생한 직군은 최저임금보다 돈을 더 벌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받고 있었다면 아무런 영향도 없는 임금 제약에 애먼 노동자를 해고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근데 문제는 그렇게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노동력을 제공한 노동자들의 삶은 과연 어떻게 영위되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을 그칠 수가 없음

최저임금이 최저의 생계비용에 따라 정해진다고 가정했을 때 그럼 그들은 그동안 도대체 최저의 생계비용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며 어떻게 삶을 영위했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는 거지. 당연히 투잡, 쓰리잡 뛰었겠지만 그래서 그렇게 오직 하루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삶이 시장의 자유를 위해 용인되어야 할까 하는 의문에 답을 할 수가 없음

주로 드는 예인 장애인에 대해서도 뭐 예를 들어 장애인이 뭐 한 시간당 3천원 받고 일했는데, 최저임금 때문에 그나마의 직장도 잃었다! 한다면 그나마 시간당 3천원이리도 버는 게 좋지 않나 싶다가도 그래서 그 시간당 3천원으로 장애인 노동자가 생계를 꾸리는 게 가능한가 하는 거지

뭐 장기근속하거나 적응돼서 생산률이 높아지면 임금도 상승할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인 노동자의 장기근속을 통해 생산력이 향상되어 비장애인 수준이 되었을 때 고용자가 장애인을 비장애인 수준의 임금을 주며 사용할까 아니면 자르고 그냥 비장애인을 고용할까? 하는 불확실성이 생기고 또 그런 불안정한 임금 상승을 위해 오랜기간 최저 생계에 미치지 못하는 생활을 꾸려나가는 게 과연 용인될 수 있을까? 싶지

물론 통계상 생계를 최저임금으로만 영위하는 사람은 소수밖에 안된다는 얘길 보긴 봤는데 정확한 건 모르겠고..

사실 시장 자유를 추구하는 이유가 그러한 자유가 곧 개인에게 자유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란 근본적 믿음인데, 그런 면에서 바라봤을 때 특정 개인은 자유롭지 못한 채 시장만 자유로운 상황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물론 노동자의 입장이 아닌 고용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최저임금제는 시장의 자유도 제한하고 개인(고용자)의 자유도 제한하는 실익없는 법이라는 생각은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