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이제 병아리 삶은 끝인 거다.

 

이제 병아리 삶은 끝인 거다.

 

 

 요즘 새삼 느끼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최근 들어 절망스러운 감정과 굉장히 친해진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생 3년 동안 집에서는 잔소리 안 해도 알아서 공부 잘하는 아들로, 학교에서는 성적 좋고 사교성 좋은 학생으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저한테 좋은 말만 해주니, 자부심 하나는 하늘을 날아다녔어요. 이것이 문제였던 걸까요. 수능에서 원하는 성적은 못 받고 지금 재수 중입니다.

 

 그런데 이게 재수를 하면서 서울로 학원을 다니다 보니 제 자신이 너무 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름 학교에서는 전교권이었고 사설 시험에서 전국 단위 상도 받아서 대단한 줄 알았는데, 저보다 대단한 사람들은 그 학원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더라고요. 방 안을 날아다니는 벌레가 된 느낌. 제가 너무 한심했습니다. 이렇게 느꼈으면 공부를 좀 할 것이지, 공부는 또 너무 하기 싫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과거에 집착했죠. 내가 이 정도였는데, 이러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그 괴리감이 더 절망스러웠습니다. 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는 가로등의 밝은 빛이 어찌나 서럽고, 사거리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이 어찌나 우울하던지. 혼자서 우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공부에서의 도피처였던 소설 속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신의 카르테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일본 의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죠. 주인공이 자신의 신념에 회의감을 가지다가 같은 집에 사는 대학생에게 허블의 이야기를 듣는 부분이 저에게 크게 와 닿았어요. 허블은 현대 물리학의 지평을 넓힌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우리 은하 이외의 은하를 증명했기 때문이죠. 이 소설책에서 그 대학생은 허블이 그 발견을 발표하고 나서 갈릴레오 갈릴레이처럼 세상의 질타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말을 덧붙이죠.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 질타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두근대고 벅찼을 것이라고요. 그 대학생이 한 말입니다. “아마 허블도 처음에는 갈릴레이처럼 모두에게 따돌림을 받았을 검다. 그래도 사실은 모두가 꽤나 기뻐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슴다. 아직도 세계는 넓다는 검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알아봐도 세계는 그 정도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을 허블이 증명한 검다. 그건 최고로 익사이팅한 일이잖슴까?” 이 대사를 보고 나니 뭐에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를 가두어 뒀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나를 가둔 세상을 비난만 하고 있었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멍청하게 자존심만 세워 왔던 겁니다. 멋 부릴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 소설을 마무리하고서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앞으로 이것보다 더 새로운 일들이 나타날 텐데 그때마다 이런 반응을 한다면 제가 너무 불쌍할 것 같더라고요. 새롭게 다짐하기로 했습니다. ‘병아리 인생은 오늘로 끝인 거다. 남은 시간 실컷 슬퍼하고, 기뻐하고, 간절히 바라면서 살자. 새롭게 다가올 일들에 실컷 두근거리며 살자.’ 그러고 나니까 마음속 응어린 진 것 같은 느낌도 사라지더라고요. 다시금 가로등을 봤을 때는 그 가로등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다독이는 것 같았어요. 너무 포근한 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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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하면서 적었던 글인데 요새도 저 마음가짐을 잊을 때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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