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변신 - 1

아, 자네 왔군
기다렸었네. 그래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아 그래,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할 차례로군
벌써 이 차례가 오다니, 자네랑 말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간단 말이야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일세

 

이건 신화의 전신이 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지만
괴물이나 영웅처럼 거창하진 못한, 사랑이 필요했던 필부의 이야기네

 

여느 영웅이나 괴물에 대한 이야기처럼 그의 태생부터 이야기 해 줄 필요가 있겠군

그의 어머니는 아프로디테였네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 불경한 얘기지만, 올림포스 최고의 스캔들메이커였지.
남근에서 태어나 남근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을정도니까
하지만 그의 아버지 후보는 그리 많지 않았네.
가장 유력한건 정부인 헤파이스토스였지, 그 외에 아레스나 디오니소스같은 미남들은 도무지 그의 추함을 따라갈 수 없었거든
어쩌면, 헤파이토스가 아니라 그저 우라노스의 피를 이어받은걸지도 모르겠네, 그 피에선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까뒤집어졌다. 라고 표현하는게 좋겠군
자네가 뭘 상상하던 그 모습은 그 이상으로 추하고 비틀려 있었네. 인간의 본능적인 닭살이나 두려움과 같은, 내장에 들러붙은 핏물같은 끔찍함이었지
그래서 아프로디테는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조차 아무에게도 하지 않고 올림포스 구석에 던져놓았네
그러나 비범한 아이였어, 그 비범함이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젖도 물도 없이 몇년을 잘 성장했네
올림포스의 주신들은 그가 끔찍한 괴물이지만, 올림포스에 있는 이상 누군가의 자식이리라만 짐작하였고, 그를 해치진 않았어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에로스만은, 어머니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가 자신의 동생이리라 짐작했지

에로스는 때때로 그에게 가서 말과 예의를 가르쳐 줬어. 품행이 올바르면 아무리 추해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이야.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어. 그의 동생은 올림포스 주민들이 지르는 비명이나 찡그러진 표정속에서 희망따위는 찾을 수 없었다는 걸 말이야
형의 말은 그가 어머니를 닮은 미형이라서 할 수 있는 얘기처럼 느껴졌지
그런 기만스러움과 동시에, 에로스는 그를 돌봐주는 유일한 올림포스 사람이었어
그는 그래서 에로스에게 심한 질투와 애증을 같이 느꼈지. 그는 에로스에게 그런 감정밖에 가질 수 없는 자기가 증오스러웠어

 

매일 넥타르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굴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을 보며 자신은 왜 형과 다르게 사랑받을 수 없는 몸으로 태어났는지 저주하며, 원망밖에 하지 못하는 자신의 감정을 저주했지.
어느 사이, 껍데기의 추함이 내면까지 침범했던거야

 

그는 어느날 참지 못하고 아프로디테에게 갔어

"어머니, 나를 낳으신 어머니. 나의 존재의 책임자시여. 왜 나를 낳으시되, 사랑하지 않으시고
왜 나를 낳으시되, 사랑받는법을 알려주지 않으시나이까. 왜 미와 사랑의 여신인 당신은 제게 아무 축복도 내리지 않으십니까"

 

아프로디테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들을 보고, 끔찍한 비명을 지를뻔 했어.
곧바로 그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얼굴을 돌렸지.
하지만, 고개를 돌리고 진정이 되자 한편으론 태어나자마자 버린 자신의 아들이 저리 원망하는 말을 듣고 죄책감을 느꼈어.
물론 그녀는 부모로서 사과를 할 마음은 없었어
그는 사실 아비도 없이 온전히 태어났거든
참된 부모의 도리라던가, 마땅히 받아야하는 몫따위에 공감할 순 없었어
하지만 미의 불충족에서 오는 증오는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지
그녀는 그 부분에 마음이 동했어
아프로디테는 고개를 돌린채 말했어.

 

"나의 아들아. 아들이라고도 말하기 부끄러웠던 아들아. 내 너에게 감히 사과한들 너의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는 않구나.

그러나 내가 누구나 아름답게 할 수 있는건 아니란다. 신의 축복은 창조물에게만 내릴 수 있고, 아름다움을 같은 신끼리는 내리지 못한단다.
그러니 너는 내 축복을 받지는 못한다"

 

그의 일곱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어
생에 처음 나누는 모자간의 대화가 이런방식인것도 슬펐지만, 앞으로도 끔찍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거든

 

"하지만 너에게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단다.
신들도 변신을 하지. 그들은 모두 자기가 바라는 동물이나 인간의 모습을 취해 인간세상에 내려간단다.

변신술에 가장 필요한게 무엇인지 아느냐?
바로 그 형상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다.
신들은 모두 자기의 모습에 자긍심이 있고, 너만큼 간절하지 않으니
너가 변신술을 배운다면, 그 누구보다 오래, 그리고 강하게 변신할 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아프로디테는 그에게 변신술을 알려줬어. 끝까지 고개를 돌린채 말이야
그녀는 끝으로 이렇게 덧붙였어

 

"변신술은 외면이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속은 바꿀 수 없다. 특히 심장은 변신시킬 수 없으니,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심장이 무슨 소용인가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어

 

"알겠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가 봤던 모습 중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변했어. 바로 형인 에로스의 모습이었어
그는 변한 자기의 피부와 얼굴을 매만지며 기쁨과 안도감에 심취했어

그러자 아프로디테가 돌아보고 약간 찡그리며 말했어


"하나 더, 변신술로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변신술로 모습을 바꾼들, 여기 사람들은 니가 누구인지 물어볼것이다. 그들의 뇌리에는 너의 모습이 끊임없이 되세겨질것이다. 너는 그들의 기억에서까지 변할 순 없다.

그러니 떠나거라.
올림포스 산맥에서만 벗어나면, 너는 신이고 억센 능력도 있으니, 여기보단 나은 삶을 살것이다"

 

그는 내심 서운했지만, 어머니께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인사를 하고 올림포스 산맥 아래로 떠날 준비를 했어
그때 그의 형인 에로스가 찾아왔지

 

에로스는 떠나는 동생에게 자신의 화살 하나를 쥐어줬어

 

"이건 찔리면 사랑에 빠지는 화살이란다.
니가 만약 사랑을 받고 싶다면, 상대가 너를 보는 상태에서 한번 살짝 찌르거라.
인간은 이 화살을 볼 수 없으니, 쉽게 할 수 있을것이다.

니가 이곳에선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으니, 아래에서는 니가 원하는 상대와 얼마든지 사랑했으면 좋겠구나"

 

그는 화살을 잡으며 수십가지 감정이 교차했어
여전한 질투와 증오, 부러움, 고마움, 애증
그리고 벌써부터 헤어질 형에대한 그리움이었어

 

"내가 이곳에서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것은 사실이지만, 사랑을 받긴 했던 까닭은 형이 있어서였어.
이 화살은 언제나 형이라고 생각하고 간직할게"

 

그는 에로스를 꼭 껴안은뒤 작별인사를 했어
그리고 올림포스 산맥을 내려왔지

 

그는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었어.
원래의 모습이 너무 싫어서, 어떤 모습이던 그보다 낫다고 여겼거든.
그는 누구보다 빠른 새가 될수도 있었고, 억센 사자, 머리가 10개달린 용, 강한 영웅이 될 수도 있었어

그는 때때로 괴물로
혹은 그 괴물을 물리친척 영웅으로 변신했어

그는 그리고 스스로의 이름이 필요했으므로, 그때마다 적절한 이름을 지어냈지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이올라우스
그는 신화의 전신이 됐어

 

그때마다 원하는 여성이 있으면 화살을 썼고
추앙받고 사랑받으면서, 그는 잠깐의 행복을 느꼈지

그러나 마음속에 그럴수록 참을 수 없는
그리고 퍼져나가는 공허감이 같이 커져갔어

 

'사랑은 내가 아니라 헤라클레스가 받는것이고
사랑을 쟁취한건 내가 아니라 화살이 아닌가'

 

그런 질문을 하기 시작한거야

자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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