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판

즐겨찾기
최근 방문 게시판

나는 참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8ccb1141 2019.04.26 69

좋게좋게 표현하자면 점잖고 온화한 성격이겠지만

 

그 이유가 소심하고 내성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스스로에게 감추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모든 종류의 충돌에서 항상 도망치듯 피해왔다

 

친구든 애인이든 동료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그들과의 관계에 아주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는 것이 참을수없었다

 

그건 그저 그걸 컨트롤할수있을 만한 그릇도 성향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에게 주먹싸움같은 건 영화에서나 볼만한 일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나 해봤을까, 그런 일이 내 인생에 있을수있다는 개념조차 희미해졌다

 

다행히 성장기가 좀 빨리 온 탓일지 고딩때까지도 남들보다 조금 더 큰 체구덕에 그런 일에 얽힌 적이 거의 없었고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가능한 모든 수를 다 써서 모면해 왔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없어왔고, 앞으로도 없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회사동료하나가 있다

 

나보다 두살 어린 놈인데 굉장히 냉소적이다

 

사회가 어떻든 누가 무얼하든 내가 무얼하든 딱 한걸음 뒤에서 남들에게 들릴듯 말듣한 목소리로 조롱을 한다

 

어떤 사건에 대해 그렇게 한다가 아니라 모든 일에 그렇게 대한다 

 

이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지옥이었다.

 

거의 일년동안 거의 매일 이 비아냥을 듣고 있자니

 

정말 이러다 정신병원 갈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노이로제가 되어왔다.

 

난 이 문제 또한 내게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대화로 풀기위해 내 돈 펑펑 써가면서 밥 사먹이고 무심하게 선물공세도 해보고 술도 사먹이고 하며

 

그런대로 잘 녹여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날 바보 내지는 그에 준하는 무언가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이제 최소한의 브레이크도 없이 날 능멸하게 되어버렸다

 

예로 들기엔 너무 작은 일들이다

 

혼잣말이라고 하기엔 조금 크고 말을 거는 거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그 애매한 포인트를 잘 잡고

 

항상 매일 빈정대고 모욕하고 이죽거린다

 

뭐라고했냐고 몇 백번을 되물어봤지만 아무말도 안했다 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정확히 듣고 지금 XX 라고 하지 않았냐고 되물어도 그런말 안했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난 점점 무너져갔다

 

 

오늘. 

 

그래도 어쩔수없이 매일 얼굴을 보고 일을해야 하기에 오늘도 웃으며 출근을 했고

 

평소와 같이 업무를 했다.

 

점심을 먹고 오다가 금요일이고 해서 반쯤 들뜬 해방감에 팀원들에게 줄 커피를 샀다

 

테이크아웃하는 커피는 아니고 그냥 오는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이 눈에 띄었기에 캔커피 샀을 뿐이다

 

얌전빼는 여직원도 없고 다들 털털하고 냄새나는 남자들이라 이것만 해도 다들 좋아하리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단 그 놈만 빼고.

 

사무실 돌아와서 커피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그 놈한테 주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지같은 걸로 사왔네" 라고 던지는 혼잣말이 들렸다

 

더이상 혼잣말일 수 없었다. 

 

나에게 정확하게 들릴걸 예상하고 있었을 테니

 

 

왜 그랬을까

 

평소라면 못들은 척 넘겼을 것이다

 

지금 뭐라고 했냐고 정색하고 되물어봐야 어떤 대답이 돌아오고, 그 대답이 날 어떤 기분으로 만들지 알고 있었으니

 

차라리 정말 그 놈말대로 내가 잘못들은거라고 쳤을 것이다

 

근데 왜 그랬을까

 

오늘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참을성이라는게 아주 조금씩 정말 아주 조금씩 쌓여오다가 오늘 아주 조금 그 마지막 선을 넘은 느낌이었다

 

기억하는 한 평생 단 한번도 느낀적없는 감정이 대가리에서 튀어올랐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지만, 뚜껑이 열렸다, 꼭지가 돌았다는 표현이 아마도 이런 상황을 뜻하는 거겠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감한것같았다.

 

순간, 아무것도 상관없어졌다

 

법이고, 인간관계고, 내 삶이고, 합의금이고, 부모님이고, 여자친구고, 회사고, 대출금이고, 금요일이고

 

그 순간 내게 떠오르는 그런 관념들이, 날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던 그런 사회적 요소들이 

 

정말 아무것도 상관없어졌다

 

 

7개의 댓글

d22834b9
2019.04.26

나이쳐먹고 무시당하는글이네

0
1291aad1
2019.04.26

8점, 쳤냐?

0
8f182b51
2019.04.26

때린거냐? 어떻게 됐어 후에...

0
18c37c3b
2019.04.26

대강 읽었지만 문제되는 그 애를 병신이나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니 신경 속에서 별거아니게 여기는것도 방법 아닐까.. 아니면 쟨 원래 저런 존재이구나 받아들이고 무시하던지. 너무 그 애를 신경 쓰는게 문제인거 같다. 뭐 강하게 나가서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0
18c37c3b
2019.04.26
@18c37c3b

아 때렸구나.. 그럼 뭐.. 잘 해결하길 바란다. 한편으론 잘한거라고 생각해.

0
c16339dd
2019.04.26

그래서 줘 팼어?

0
02f8dad5
2019.04.27

고구마 열개먹었어 어케됐는뎅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18140 점심 맥도날드 vs 버거킹 0dff09aa 방금 전 0
1918139 길거리에서 영상 찍는거 나만 불편함? 1 2b6d1be1 1 분 전 6
1918138 아 오늘 퇴원인줄 알앗는데 3 ee9d715e 1 분 전 3
1918137 중고차 구매해본 사람 있음? 762ee3c9 2 분 전 3
1918136 회사서 롤링페이퍼 mbti해보라길래 해봄 bf355512 3 분 전 6
1918135 개꿈도 이런 개꿈이 없다 1 fd176e70 5 분 전 6
1918134 AI로봇이 과연 상업성이 있을까 1 d2a478cf 6 분 전 6
1918133 ㅋㅋㅋ 사랑니 실밥제거 치과에서는 "발사" 라고 하네 2 6249d70f 7 분 전 12
1918132 토론토 맛집 1 28f96ff2 8 분 전 12
1918131 퍼프대디 이 씨빨년 지가 노토리어스 죽여놓고 3 1920faa9 9 분 전 18
1918130 토---황 1 910a651b 11 분 전 8
1918129 아 똥싸고왔다 쉬원하다 73e3ffc3 11 분 전 5
1918128 다이어트할때 얼음 먹어도됨?????? 3 4362f751 12 분 전 19
1918127 2L생수 6병 2묶음 들고 600m걸어가기 가능? 3 f9d0dee4 14 분 전 12
1918126 진짜 바이럴무새 지겨워 죽겠음 병신 씨발새끼들 6 0c454aaa 20 분 전 29
1918125 근데 아이돌 개인 밸류 원탑이 장원영임 요새? 4 76b3891e 21 분 전 23
1918124 도미닉경의 인사 영어로 뭐임? 3 b5653260 21 분 전 27
1918123 스톱워치 3494시간동안 안꺼놨네... 1 061e733d 23 분 전 26
1918122 중고나라 왜 안읽씹 당했지???????????????? 3 1a163116 24 분 전 24
1918121 QWER은 보컬와 아이들이네 78a462f8 24 분 전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