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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드 재즈에 대하여

Acid Jazz

애시드 재즈

 

 

태초에 뉴올리언스에서 흑인 악단들이 즉흥 공연들을 펼쳐보인 이래로, 재즈는 끝없이 갈라지고 갈라져 수많은 형태를 띄게 되었지. 냉소적인 쿨 재즈, 정열과 즉흥이 어우러지는 하드밥, 악보 하나 없이 오로지 연주자들의 감에 의지해 펼쳐보이는 프리 재즈, 그리고 현대까지 이어지는 갖가지 무슨 무슨 재즈들에 이르기까지. 아울러보면 모두 재즈라는 이름 아래에 있지만 하나씩 뜯어보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같은 장르로 묶기가 힘들 정도로 각자의 뚜렷한 개성이 있는 장르. 루이 암스트롱은 인터뷰에서 기자가 "재즈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해.

 

“If you have to ask what jazz is, you'll never know.”

"만일 당신이 재즈가 무엇이냐고 물어야 한다면, 당신은 재즈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가지고 온 장르는 가지각색의 재즈 중에서도 가장 감각적인, 그래서 더욱 귀를 파고드는 재즈, 바로 애시드 재즈Acid Jazz야.

 

Jamiroquai의 Virtual Insanity, 대중들 사이에서 제일 유명한 애시드 재즈 곡

 

 

쉽게 말해서 애시드 재즈는 80년대 런던의 '클럽 음악'이야. 그 시초도 자일스 피터슨Gilles Peterson이라는 DJ가 뭔가 색다른 음악을 찾다가 발굴해낸 색다른 재즈인거고. 그래서 장르 전체적으로 자연스레 몸이 흔들리는 비트를 띄고 있어. 그러면서도 재즈와 펑크의 특성을 따왔기 때문에 곡 중간중간에 통채로 음계가 바뀌는 조옮김이나 박자를 순간적으로 뒤트는 싱코페이션과 같은 기교가 두드러지는 편이야. 이런 댄스 분위기 위주의 반주에서 자연스레 느껴지는 흥겨움을 바로 그루브라고 하고 말야. 

 

태생이 그러했으니 자연스레 애시드 재즈는 다른 장르와의 결합이 매우 두드러지는 장르가 되었어. 특히나 전자음악과의 결합은 애시드 재즈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정체성이야. 시대가 흐르고 전기를 이용한 악기가 하나 둘 등장함에 따라 그것들을 이용한 전자음악도 활발하게 연구되기 시작하는데, 재즈계에서도 이 전기악기를 하나 둘 시험해보는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애시드 재즈의 전신이 등장해. 그 실험적인 아티스트 중 하나가 바로 재즈의 역사를 걸은 마일스 데이비스인데, 1969년의 앨범 Bitches Brew에서 대규모 전기 악기들을 동원하며 재즈와 일렉 악기들의 결합을 시도해.

 

 

Incognito의 Parisienne Girl, 로즈 일렉트릭 피아노 반주가 돋보인다.

 

이후로 제대로 된 애시드 재즈라고 부를 만한 곡들은 80년대에 이르러서야 영국에서 인코그니토와 샤카탁, 브랜드 뉴 헤비스가 데뷔하며 등장하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곡이 바로 위의 Parisienne Girl이야. 인코그니토의 데뷔 앨범 Jazz Funk의 1번 트랙인데, 반복적인 로즈 피아노 반주 위에 브라스와 각종 전기악기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곡으로써, 1980년도에 발표되어 거의 애시드 재즈 곡 중 최초로 전기악기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곡이라고 할 수 있어.

 

물론 애시드 재즈라고 언제까지나 이런 방법론만을 따르는 건 아니야. 고전적인 재즈의 방법론이 갑갑해 뛰쳐나온 장르인만큼 애시드 재즈의 범위는 무지막지하게 넓어.

 

 

Jamiroquai의 Talullah, 다운템포의 끈적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이렇게 디스코 베이스에 템포를 느리게 잡은 곡이 있는가 하면,

 

롤러코스터의 내게로 와 (Come Closer)

 

초기의 롤러코스터처럼 팝적인 요소를 채용한 밴드도 있지.

 

 

Incognito의 Silence Of The Mind

 

인코그니토는 다른 밴드들보다 R&B적인 요소를 중요시하는 편이야.

 

이렇게, 같은 애시드 재즈라는 범주로 묶어도 제각각이지. "재즈" 하면 알게 모르게 퍼져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그래서 뭔가 그들만의 음악처럼 느끼게 되는 그런 선입견과 달리, 애시드 재즈는 대중음악 곳곳에서 그 존재감을 자주 드러내는 편이야. 설명할 필요도 없을만큼 너무나도 잘 알려진 위의 Virtual Insanity를 비롯한 예시곡들에서 특유의 반복적이면서도 뒤트는듯한 변화를 주는, 그런 몽환적인 반주의 그루브를 느껴봤다면 바로 애시드 재즈적인 요소를 캐치해낸 셈이야. 앞서 썼던 시티 팝에 대한 글에서도 말했던 도시적인, 세련된, 그루브있는 분위기도 원래는 애시드 재즈를 비롯한 80년대의 흑인 음악에서 따온 요소야. 말인 즉슨 애시드 재즈가 대중음악계에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는 것!

 

한국에서도 애시드 재즈의 영향력은 건재해. 클래지콰이와 롤러코스터를 시작으로 수많은 밴드들이 애시드 재즈를 표방하며 데뷔했는데, 아쉽게도 대중성 면에서의 고전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는 못했어. 다음엔 한국의 애시드 재즈 아티스트들에 대해 조사한 뒤에 다시 글을 써보려 해. :)

 

몽환적인 선율에 취하고 싶다면 오늘 밤 헤드셋을 쓰고 한 트랙 즐겨보는 건 어떨까?

 

18' SEP 05, Tropique의 사설

 

5개의 댓글

허비행콕이 여기에 포함 되지않냐 그양반 음악 괜찮은데

0
2018.09.05

굳굳 잘봤다!

 

탈룰라 예전에 싸이 홈피 BGM이었는데 다시들으니까 역시 좋구나

0
2018.09.05

내가 보수적인지 비밥이나 쿨만 듣게 되더라..

0
2018.09.06

음판에서 보기 드문 장문이라 ㅊㅊ

0
2018.09.06

좋다 노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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