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고딩 인데, 동아리 작품으로 낼 건데 괜찮나요 .. 선생님한테 혼나면 안돼요

1. 반죽 

 

어깨죽지에 매달려 있는 가방의 무게가 버거워 질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 바나나 , 탄산음료. 그리고 조잡한 악보들이 전부였던 그 가방안에 담긴 시간이라곤,

가볍게 웃음지었던 행복 뿐이었는데.

그저 초라한 꿈 한 조각일 뿐이었는데 . 짊어지는 것만으로 이렇게 힘들 거라고 ,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독한 방향제향이 대화의 바람에 날려 , 은은하게 부풀어 오르며. 편안하기 그지없던 공간은 긴장으로 얼어붙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한 발치 뒤에 서 있어 ,

두렵다면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얼굴을 구기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피아나 ! ..... ... 확실히 음색도 좋고 발성도 좋아, 재능이 있어

 

칭찬 한 마디 . 그닥 와닿지 않는.

그래, 락 음악에 대한 애정도 이해하고 있어 , 하지만 ... ”

 

매번 옳은 발성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 정작 내 목소리는 무언가에 짓눌려 있었다.

언제나 그게 갑갑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재능도 있고 음색도 좋고 발성도 좋은데, 왜 안 된다는 말만 하시는 거죠? ”

 

.. ”

 

붉게 생글거리는 머리칼, 밤을 한아름 깨문듯한 눈동자.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디바 . 레드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람.

 

넌 여자니까 . ”

 

귀에 잔혹이 씁쓸하게 감돌았지만, 그건 전설적인 디바 , 레드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아니었다.

 

존 홉스.

함께 보컬학원에 다니는 수강생. 재능 있고 전망 있는 가수였다. 뻔한

홉스는 이미 데뷔를 마친 상황이었고 그리고.. 나에게 락 발성을 알려준 또 한명의 스승이었다.

 

홉스에게 이런 상황, 대화 자체가 충격적이겠지. 나름 오빠라는 인식이 있었을텐데 2 년이나 자신에게 진짜 의도를 숨기고 락 발성을 배웠으니까.

 

 

존 홉스, 조용조용하더니 할 말은 다 하는구나 . 아주 피아나 얘기만 나오면.. ”

 

피아나 , 여자 가수가 샤우팅이라고 ? 스크리밍이라고

왜 그런 시도로 성공한 여성 아티스트가 별로 없었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

여성구로는 남성과 같은 두성 질감을, 흉성 질감을 갖을 수 없다고 . ”

 

지금까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가 ? 아직도 그의 샤우팅에 대한 열렬한 강의를 잊지 못한다

그가 나에게 전하려던 무언가를 잊지 못한다.

 

알고 있지, 하지만 아는 거랑 하는 거랑은 다른 이야기야. 답을 찾을 수 있어

 

고층 빌딩에서 떨어지면 죽는다는 걸, 굳이 해봐야 아는 건 아니잖아? ”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그저 무심하게 , 굳어져가는 그들의 마음을 바라본다.

견딜 수 없는 중압감에, 밖으로 튕겨나가듯, 존재를 지운다 .

 

거리는 차가웠다.

양철통 하나 들고 구걸하는 거지의 숨소리에도 , 무언가 보인다는 듯, 큼지막하게 부풀어 있는 배를 보며 배시시 웃는 그 미소에도

나를 포함한 모든 게 죽었다고 생각해 버린다

평소에 가던 노래방이 있는데, 거기라도 가서 노래를 불러야지 싶었다. 모든 걸 잃는 한이 있더라도 붙잡을 수밖에 없는 게 있으니.

 

굽이진 골목을 올라, 늙은 건물들을 지나 만난 초라한 간판. ‘노래 연습장 . ’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 땋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 진한 색조화장을 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입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정색 물체를 물고는,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오늘도 혼자 온 거여? ”

 

, 뭐 그렇죠

 

그래, 어여 들어가

 

오늘도 신세지네요

 

에이 무슨.. 부담갖지 말고 와. 손님들도 말이다 , 네가 오면 다 좋다고 난리가 나서.. ”

 

하하,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주름이 쉽사리 만들어 낸 미소는, 마음 한 구석을 다시 따스하게 지핀다.

 

내가 좀 음치라도 말이야, 듣는 귀는 참 좋단 말이야. ”

 

앞으로도 잘 들어 주세요. 흐흐 .. ”

 

그려 , 12 번으로 들어가.

 

타인의 노랫소리와 이야기들에 울리며 , 소란스러웠지만 어딘가 외로운 복도를 지나 .

익숙해 질대로 익숙한 문 앞에서 , 진짜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반주가 시작되고 마이크를 잡았다. 내가 설 수 있는 무대라곤, 듣는이 없는 이 곳 뿐일까? 앞으로도 .

 

“ There's a million things I'd like to say ”

 

락 사운드의 공간감은 방을 가득 채웠다.

 

“ Reality is what we chose to see and believe”

 

강렬한 사운드가 , 가진 에너지를 전부를 끌어낸다.

발성에 대한 것이나 기본적으로 노래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완벽에 가까이 터득했지만

고음을 위한 기술, 성구를 전환하는 것이 아직은 약간 미숙했다

또한 성대의 접촉에 대한 것도 역시 미흡했다. 기술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것 이전에 가장 큰 문제는 여자로서 락 발성을 특히 그로울링, 스크리밍,

샤우팅 창법과 같은 기존의 여성 보컬들이, 크게 사랑받지 못했던 기술의 영역을 늘리는 것이다.

 

사실 여성이라서샤우팅을 하지 못하거나 스크리밍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 여성의 성대는 스크리밍 창법에 적합한 성대를 갖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

요컨대 가능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 고음에서 내가 지향하는 그 질감

묵직하게 마음을 울리는 외침, 남성구를 따라갈 수 가 없었다 .

 

느낌이 안 산다.’ 라고 .


2. 표류

 

 

십 여곡의 노래를 더 부르고 노래방을 나섰다

 

꺼져있던 핸드폰을 보니 알람들이 와 있었다.

그중 절반은 오전에 sns 에 업로드한 라이브에 대한 반응들, 그리고 선생님을 비롯한 이런 저런 사람들의 연락이었다.

 

무시하고 살 수 는 없는 거지. 다 사실대로 말하고 도움을 청하자

 

수화기의 버튼을 누르고 있는 손은 두려움에 떨었고, 실수할까 방황했다.

방황했다.

 

선생님?”

 

그래.. 피아나

 

혹시 홉스가 저한테 락 발성을 ... ”

 

알고 있었단다

 

..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래, 나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피아나 , 일단 학원에서 보자

 

발걸음을 학원으로 향했다. 매일 마주한 곳, 허나 하루 하루 마음의 가책이 ,

그 익숙함을 잠식해 나가기도 했다. 떠안은 갖은 부담감을 심호흡과 함께 흩어내려 노력하며 학원의 문을 열어젖혔다.

 

.. 선생님

 

왔구나 피아나 ..”

 

저기.. 포기하지 않았다는 건 , 제가 락 발성을 배울 수 있다는 .. ”

 

널 말리는걸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넌 타고난 미성을 가지고 있고 발성도 좋아 , 성대의 힘도 타고났고

 

그게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흐느끼면서 노래를 불러야 할 이유인가요?”

 

그래, 넌 가성과 비성을 잘 이용한 대중가요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여야 해

 

선생님.. ”

 

재능뿐만 아니야, 너는 얼굴도 예뻐서 대중가요 쪽을 지향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다

 

결국 그 말이 내 귀에 도달하는 순간, 느꼈던 모든 존경들과 애정이 사그라드는 것을 본다.

지금 레드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그만 하세요, 제발... 가지고 있던 당신에 대한 신뢰를

 

하지만 이게 진짜 현실이고 네가 마주해야 할 것들이야

음악을 하는 건 힘든 일이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결정하고 힘든 길을 결정했다면 양보가 필요하단 말이야

 

사실... 아까 말했듯 제가 노래를 배운 4 년 그 중 2 년은 홉스에게 락 발성,

그러니까 스크리밍을 비롯한 것들을 배웠어요

 

알고 있었다. 무슨 바람인지 몰라도 락 발성을 꽤 열심히 하기에 지켜만 봤다.

확실히 락 발성을 연습하는 건 꽤나 가창 자체에 도움이 되니까

그저 네가 성대가 상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잘 하고 있겠지 싶었단다

 

레드의 붉은 눈동자 속, 불안한 내 모습과 마주했다.

 

하지만 저번 연말평가에서 네 성대에 약간 문제가 생겼다는걸 알았고 타고나길

튼튼한 성대인 네가 무슨 일인가 고민해 봤더니... ”

 

, 락 페스티벌

 

그래, 락 페스티벌. 넌 지금 실수하고 있는거야

 

제가 원해서 한 일이었고 그 무대는 제게 도움이 될 만했어요

 

좋아, 그에 대한 말은 하지 않겠다또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건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럼 질문이나 하자, 넌 왜 그리 샤우팅에 집착을 하는 거냐?”

 

샤우팅은, 강렬한 에너지를 소리치는 거니까, 나를 알리는 울부짖음이니까요

 

선생님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뜬금이 없구나. 좋게 말하면 순수하게 좋아하고 있다는 거겠지만

 

선생님은 망설이더니 다시 질문했다.

 

네가 좋아하는 샤우팅을 하는 락커들이 누가 있지 ? "

 

머릿속에 수많은 이름들이, 소리가 떠올랐지만 말할 수 가 없었다.

 

다 남자들이겠지

 

....

 

네가 여자 락커를 동경했다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동경한건 남자 락커라는건 변하지 않아. 그렇다면 넌 정말이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거란다. ”

 

소리치지도 나무라지도 않았다. 그저 걱정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 Switch the light off welcome to the night ”

 

대답 대신 나는 가사 한 소절을 띄웠다 .

 

“ What's the problem, not gonna make it right? ”

 

" 지금 뭐하는 거니?“

 

숨을 들이쉬어 복부를 공기로 보낸다. 소리를 내뿜을 수 있는 에너지로 채웠다.

단련한 복부의 근력으로 그 숨들을 능숙하게 원하는 공명을 만들어 낼 인체의 부위들로 보냈다.

 

하이라이트 부분이 다가오자 스크리밍으로 소리를 긁어냈다. 마치 알아달라는 듯 .

당신에게도 , 나의 불안이, 다가가지지 않는 마음이 들리냐는 듯.

 

“ Cry out, Oh I'm burning out Cry out Can't you hear the sound? ”

 

“ Cause we're going down Voices all around ”

 

마친 후렴에 남은 여운을 지워낸다 .

 

클린한 곡을.. 편곡해서 스크리밍을 살렸다... 언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던 거냐

 

그 놀란 표정 속에 의심의 조각이 조금은 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게 가능성이 생겼나요?”

 

샤우팅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나름 열심히 했다는 건 알만하구나.”

 

레드는 조금 고민하더니 말했다.

 

행복한 상상을 한 번 해보자 .. 데뷔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너라면 충분이 노래 외적인 부분으로도 인기를 끌 만해

 

퇴폐적인 이미지지만, 귀여우면서 락을 하는 여자 콘셉트

그런 쪽으로 다가가는 게 좋지 않을까? 정식적으로 노래 실력만으로 승부를 보기엔 조금 일러

 

"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누군가를 변하게 만들 수 있는 ,

그런 음악이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마음이 시키는 , 그런 모습이 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

 

피아나. 난 네 부모가 아니야. 네가 나에게 신세진 건 있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네 것이란다.

네가 도움을 바란다면 , 나에게 도움을 받는 , 그런관계일 뿐이야

만약 네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 . 아직 완전히 동의할 수 없어여성으로서 네가 원하는 락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락커로서 자질을 , 샤우팅을 할 수 있는 자질을 보인다면 가능할까요?”

 

하아... ”

 

아슬아슬하게 걷힌 마음의 창으로, 망설임을 엿볼수 있었다.

 

저와 존 홉스 , 버스킹을 통해 둘 중 누가 잘 하는지를 가려내도록 하죠

 

하하 , 재밌네. 그게 무슨 어린애 같은 발상이니 ? 네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거야. 그를 이긴다고 해도 ..”

 

할 수 있어요 . 제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어요 . 날 인정했던 모두에게 가능하다는 걸 보이고 싶어요 . ”

 

네가 존을 이길 수 있다고? 존은 타고난 재능은 너보다 좋지 못하더라도 남자의 성대와 오랜 연습, 그리고 무수한 무대경험이 있어

 

그럼 잘 된 일 아닌가요? "

 

"후우.. 좋아 만약 네가 진다면

 

, 레드 . 둘 중 하나겠죠. 제가 당신을 포기하거나, 당신이 절 포기하거나 . ”

 

 

 

3. 도전

 

간이 무대에 불과했지만, 즐비한 의자들과 무대, 뒤편으로 넘실거리는 인파는

손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긴장을 쥐어줬다. 무대가 준비되었고 인파의 열기는 앞서 공연한 팀덕에 충분했다.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의 그 차가운 감각을 그대로 느꼈다 . 손바닥의 땀을 식히는 .

이제 시선들이 느껴지고 뒤편에서 강렬한 락 사운드가 공기를 데우는 걸 느낀다.

 

 

심장이 강하게 호흡을 압박했다 . 혈류가 전신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

관중들과 존 홉스가 침묵을 지킬, 그 공백에 나는 외쳤다 .

 

이제부터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 ”

 

아니 아니 아니지.”

 

레드는 손사래를 치며 , 날 막았다.

 

자 버스킹이지만, 오늘 공연에 와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리며 , 오늘 특별한 이벤트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

 

레드는 나를 가리키며..

 

얘는 1 번이고, 저기 저 남재애는 2 번입니다. 나가실 때 투표와 번호를 남겨주시면.. 기프티콘을 추첨을 통해 무려 10 분을 드리겠습니다! ”

 

레드는 나에게 눈짓을 했다.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말의 울림을 따라 기타가 전율하기 시작했고, 드럼비트는 혈류에 스며들어 심장을 움켜쥐듯 뛰게 만들었다.

 

“ Take me to the top ”

 

 

반복되는 가사에 유의하며 , 긴장을 놓지 말고 관객들을 풀어주지 말고 ... 호흡에 신경 써

 

노래는 계속되었고 중반부로 다가갔다. 스크리밍 부분이 다가왔고 나는 소리를 긁어내려 울부짖었다.

 

“ You're the one to push me over”

 

좋았어, 다들 관심을 갖고 있어, 조금만 더 집중하고 공명 감을 잘 살려서..’

 

환호하는 관객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주체하지 못해, 뛰는 심장은 관객의 분위기에 휩쓸려 마음속에 섬광처럼 열정을 흩뿌렸다.

노래는 후반으로 향해가며 , 비트는 빨라졌고 가사들이 반복되면서 몰입을 자아냈다.

 

“ Take me to the top, nooooooowwwwww ! ”

 

마침내 애드리브 구간 , 그 어떤 아쉬움도 없이 울부짖어주었다

마치 짐승처럼, 혈기에 휩쓸려 몸을 이리 저리 움직이며 심취했다.

열광은, 파도처럼 다가왔고, 몸은 식지않은 열기를 간직하며 전율한다.

마음을 추스르러는 그 때 . 이제 반대쪽에선 은은한 일렉 기타의 전주가 흘러들어왔다.




4. 질주

 

 

 

마음 놓고 본 홉스의 무대는 안정적이었고 또 완벽했다 .

완벽한 수준의 가창과 아직은 부족하지만 대담한 애드리브구간은 모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었다이제 내 무대를 볼 차례라는 것을 알고 내심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의 무대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강렬한 락이었으니까 이제 스크리밍과 샤우팅을 사용해 애절함을 , 비통함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곡을 선택하자.

허나 그저 차분함으로 다가가기엔, 관중의 열기가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따가웠다.

비통함을 울부짖을 것이지만, 분명히 매혹시킬만한 에너지가 있어야, 그런 감정들이 전달된다는 이야기다.

 

그 간격을 타고, 끈적거리는 일렉기타의 소리가, 흐르고 있었고 뜨겁게 고착되기 바라는 우리들이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무거운 숨을 떨치며 첫 소절을 시작했다.

 

꺼진 거리, 홀로 숨 쉰다는 걸 알았을 때.”

 

아직 따가울 정도의 시선은 느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과 마주하는 순간들, 울컥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가 없었다.

내가 을 하는 이유. 그건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든다거나, 이러니 저러니 대의나 큰 의미가 있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가장 괴로운 순간, 바라본 그 관경에 반했을 뿐.

 

기억한다 . 그날을. 추적이는 비가, 발치를 간질이는 느낌과, ‘ 시끄럽다 라고 다가왔던 밴드의 소리도.

 

생활고에 치이며 , 잡다한 알바, 잡일에 시달리며, 고통을 느껴, 난 그저 참아내려고 이 고통을 느껴.

 

나아질 곳이라고 , 바라본 곳이라고 해 봐야, 평범하게 웃고 있던 행복한 가정의 아이들. 동공에 들어온 건, ‘ 나의 것 이라곤 하나 없는 세상이야 .

 

나의 집’ ‘ 나의 가족’ ‘ 나의 행복심지어 나의 불행조차 나의 것이 아니야.

 

저기 .. 피아나.”

 

?”

 

.. 콘서트 알바가 있는데 , 해 줄 수 있니?”

 

콘서트 알바요?”

 

.. 별건 아니고, 그냥 안내나..”

 

. 할게요 . ”

 

별 감정없이 갔다가도 , 넘실거리는 인파를 보니, 생각이 또 변했어.

나랑 다르게 반짝이고 있다고 생각해 버렸어. ' 더 '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이라고 .

그리고 .. 불이 꺼지고 , 그들이 걸어나왔지


사방에 흰 선이 반짝이며, 조명이 켜지고 , 한 소절이 내뱉어졌지.

 

“ This is the end of you and me !”

 

그래. 그 순간이 네가 노래 부르는 이유야. 그 이름 모를 밴드의 보컬처럼 되고 싶다, 따위의

혹은 이런 큰 무대에 서고 싶다 따위의 ,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니야.

그 새벽. 졸음을 참아가며 그 무대를 본 순간, 네가 느낀 감정. 그게 네가 노래 부르는 이유, 락을 하는 이유의 전부야.

 

고작 그걸로 될까?”

 

진짜 네가 느낀 것이기에 . 고작 그거라서 괜찮은 거야.

또 고작 그거라서 괜찮은 거야 .

 

자 그럼 다시 .. 다음 소절을 불러야지?

 

 

입 안에 맴도는 목소리 , 들어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게

 

한 소절 한 소절 , 감정을 잘 눌러담아. 무관심한 듯. ’

 

한 소절 한 소절 진행되는 이야기에, 나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었다모두가.

 

슬프진 않았어 . “

 

독백부가 시작되었고 그와 함께 고요히 바이올린의 선율이 울부짖었다.

조금 더 절망적이게 , 조금 더 애절하게 독백들을 뱉어냈다.

 

바람에 떨리는

네가 말하길

 

들어줄 수 없는

마음은

 

닿을 수 없다고 . “

 

독백이 끝나고, 심장이 뛴다. 사고를 넘어, 한 소절 한 소절 뱉어냈다.

 

질문을 아껴둔 채

대답을 원한다면

 

닿을 수 없다고

 

멀어져도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

 

그리고 다시 애절하게, 처참하게 죽어가는 동료를 앞에 두고 울부짖는 한 마리 짐승과도 같이 비강을 긁어내리고 목소리를 긁어내리며 

소리를 공기에 녹여냈다.

 

입을 틀어막는 침묵 속에서 .”

 

네 외침을 듣네. ”

 

감정이 뒤섞인 그 순간, 그 공기, 함께 공유하는 야릇한 순간에 .

처절하게, 절망스럽고 조용히 읊조리는 목소리가 무거운 공기에 녹아들며 진동했다.

 

마음으로 이어진 진동으로 . ”

 

울부짖는 네 목소리를 듣네.”

 

후렴이 끝나고, 고요해진 사방을 피부로 느낀다 . 다시 존 홉스의 무대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홉스는 내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 앰프와 음향 장비를 체크하거나 ,

본인 노래를 준비하는 대신 그저 감상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니까 그의 무대에 집중해 주는 것이 옳겠지.

 

이윽고 쿵쿵거리는 락 사운드가 들려왔고 초반부터 강렬한 샤우팅이 저릿하게 들려왔다.

분산되어 있던 관객들의 이목은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래, 내가 할 수 없지만 해야 하는 것

 

깨끗하고 솔직하게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뱉어냈다.

무대장악력과 능숙함은 만약 지금의 실패가 있다고 해도, 배워야 할 점이다.

노래가 끝나고 분위기는 완전히 달아올랐다. 이제 우리 둘 다 두곡씩 부른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엔 각자의 무대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무대가 끝나 있을 때 ,더 많은 인파가 있는 장소가 승자의 무대가 될 것이다.

투표결과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눈앞에 익숙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피아나, 할 말이 있어

 

홉스? 할 말이라고?”

 

그래.”

 

" 좋아, 그 할 말이 뭔데? “

 

젠장 널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 하지만..”

 

하지만?”

 

네게 보이는 그 목표가 뚜렷하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도 , 손으로 매만져지는 현실이 있는 법이야 .”

 

창법이나, 여성구의 한계, 샤우팅 따위의 것은 중요하지 않아. 그저 그 엇비슷한 형식을 빌려서

무언가를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결국..”

 

그래, 이번 무대에선 샤우팅을 보여 줄거야.

벨팅, 진성에 가까운 소리, 능숙해지기 전엔 다루는 것조차 어려운 소리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집착을 해야 돼? 그저 고음병에 불가할지도 몰라... 피아나

더 높게, 더 크게,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택하고 있는 중일지도 몰라. ”

 

그래 . 그럴지도 몰라. 그저 고음병, 별것 아닌 동기일지도 몰라.

알고 있는데, 그 회색빛의 세상. 죽음을 향해 살아가던 나날.

어떤 공연을 봤어 . 그 공연이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어. 그저 진짜 나로서 그 공연을, 장면을 바라봤던 거였어. 그래, 고작이지만 나의 고작이야

 

말라가는 목에 물을 넘긴다.

 

그렇게 하고 싶어.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를 알아가며 

내가 어떻게 나를 바라보는지를 알아가며 살고 싶어

그렇게 해야, 설령 실패한다 해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 .. ..”

 

? 뭐라고. ”

 

.. 한다고..” 

 

뭐라는거야 . 똑바로 말 해. ”

 

나도 밴드 온 오프 , 좋아한다고 그것 뿐이야. 됐냐?"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리고 그걸 느꼈는지, 홉스 , 그 눈가에 미소가 꿈틀거린다. 어떤 의미도 갖지 않은 , 진짜 미소가 .

 

이제 그 심장고동을, 공감을 이은 선율이 감정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음들이 서로를 이을 때 비로소 싸움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7개의 댓글

2018.08.18
궁금한게 있는데, 한국인이면서 굳이 영어권 작품 번역한 것처럼 글 쓰는 이유가 뭐임?
0
2018.08.18
@궁서체

그냥 그러는 게 나한테 익숙해서?
이 편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거 같아서 ?
딱히 큰 이유가 있는건 아니야
0
2018.08.19
@궁서체
한국 작품을 많이 안읽어봤으니까
0
2018.08.18
무슨 동아린데요? 어차피 선생님께서 읽고 첨삭해주시는거 아닌가요?
0
2018.08.19
전문적으론 쌤한테 조언받는게 좋지않나 조언구하는데 혼나나?
0
2018.08.19
그냥 주관을 말해주면 돼요
저는 ' 글적인 틀' 이나 ' 작문적 옳고 그름' 따위를 물어보려고
여러분들에게 물어본 게 아니랍니다. 그런 게 적합한 사람이 여기 있을지도 모르고요
만약 혹 가능하다면 , 해주시면 좋긴 하겠지만

그냥 ' 개인적 사견' 을 말 해주시면 돼요ㅎㅎ여러분 ! 그게 가장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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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라노벨을 한번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런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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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노래부르는 부분에서 뭔가 강렬한 느낌을 받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갑자기 끝나버렸어

툭 끊어진 것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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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를 만드려는건지
요리가 재밌어 그저 레시피를 따라한건지
따라하려면 한 사람 레시피를 따라해야되는데
아는거 이것저것 더 해보려다 이도저도 아니게 됨

대사부분 제외한 부분에 대한 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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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묘사에 집착하는것 치고는 그 묘사가 구태한 느낌이 커요. 어디선가 본 듯한 표현이 붕 떠서 겉돌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도 노래방에 들어가는 부분은 자연스럽네요. 단골 노래방을 떠올리면서 쓴것인가요? 독특하고 느낌있는 표현 보다는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문장을 쓰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전 락 음악에 대해 모르지만 전문용어가 너무 많은것 같아요. 전문용어를 써도 좋지만 설명을 생략하고 그 단어의 느낌만 살려서 분위기를 살리던가 아니라면 여자가 락 음악을 하기 어려운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말고 다른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간결하게 언급하는기 나을것 같아요. 상세하기 보다 독자에게 그 느낌을 줄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혼낼 부분은 아마 문장이라고 봐요. 어색하지 않은 문장 찾는게 더 힘들 지경이에요. 독특한 표현에 집착하지 말고 편한 문장을 쓰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캐릭터들이 생동감이 없고 목각인형 같아요. 주변 인물이야 그렇다 쳐도 피아나는 생동감이 있어야 하는데...여자라서 락을 하기 힘든것도 와닿지 않고 그 노력들도 와닿지 않아요. 마지막에 서로 공감하는 부분도 심드렁하구요. 요는 위에서 적은 요소들이 피아나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기 하고 있어요.

너무 까기만 했는데 그냥 맘 내키는대로 쓰고 욕 먹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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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혹시 제니스 조플린이라고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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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활동인데 혼날것까지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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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일단 나는 소설 읽는게 취미이고, LEET시험 준비하면서 책을 꽤 많이 읽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둠.

고등학생치고는 꽤 잘 썼다고 봄. 애초에 글쓴이가 락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 거 같네.

기본적 갈등은 락 음악과 샤우팅(?)을 하고 싶은 여자가 성별로 인해 느끼는 한계 및 주변사람들의 만류인 것 같네.

오픈 마인드로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와중에 첫부분의 수사들이 너무 안 맞는 느낌들이 있어


예컨대,
1. "빵, 바나나 , 탄산음료. 그리고 조잡한 악보들이 전부였던 그 가방안에 담긴 시간이라곤,

가볍게 웃음지었던 행복 뿐이었는데."

=> 일단, 가방 안에 시간이 왜 담기는가?
가방은 물건을 담는 곳이다. 그런데 시간을 담는 표현을 쓰려했으면, 최소한 그와 연관된 경험이나 시간들을 밝혀주어서 비유적 표현을 만들어 줘야한다.

그런데 앞에 가방이 담는 것은 빵, 바나나 탄산음료이다. 그렇다고 빵읆 ㅓㄱ을때의 행복, 악보를 연주할 때의 행복들의 '시간'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있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2. 노래방에서 손님들이 네가 오면 좋다고 했음.

그런데 막상 노래방안에 들어가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 곳이라는 표현이 바로 나옴.

이건 서로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봄

3. 노래방 주인이 무슨 여인으로 묘사되는데 말투는 할머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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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이러한 수사적 표현들 이외에도
스토리 부문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듣고나서 그 사람ㅇ ㅣ하는말이

"마친 후렴에 남은 여운을 지워낸다 .


“ 클린한 곡을.. 편곡해서 스크리밍을 살렸다... 언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던 거냐”"

-> 이부분 존나 오글거림 . 오픈 마이드로 읽어봐도 갑자기? 이런생각이 들어


아무튼 뭐 갈등이 좀 단선적인 부분이었다는거 등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겠지만서도

이정도면 고등학생치고 괜찮게 쓴 소설이라고봄. 일단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상상이 됐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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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아니 시발 ㅈ나 기욤 뮈소 세요? 한국사람이면 좀 한국 사람처럼 말해라 시발ㅈ도 노래도 남흉내 내는 노래가 제일 듣기 싫듯이 글도 마찬가지다 저렇게 쓰는게 편하다고? 그럼 차라리 영어로써
네 주변에 일 부터 글로써라 피오나 홉스 꼴깝 떨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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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0
@시크릿방식
그게 안되니까 저러는거겠지
꼭 그렇게 원자폭탄마냥 박살을 내야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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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쓱 읽어봤는데 음악적 표현은 괜찮았음 적어도 나는 공감이 가는 표현력이라 생각함
근데 인물의 표현력이나 대화부분에서는 문장이 어색함 위에누가 번역체라 써놨는데 일본소설 번역기 돌려도 저것보단 덜 어색함 걍가서 선생님한테 혼나고 한수 배우는게 나을듯함 여기서 몇마디 듣는걸로 고쳐질게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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