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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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백성 빼앗긴 이 나라를 위해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였던가?

죽어가는 슬픔보다 죽음보다 못한 삶

애타게 찾아도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앞서간 피붙이보다도 대한제국이었네

잃은 슬픔, 다시 찾은 기쁨

그리고 둘로 나눠진 슬픔

들려온 일왕의 항복 소식

기뻐할 새 없이 짐 보따리 풀어보니

없어진 은가락지 하나

약지손가락에는 금가락지 하나 쓸쓸히 남았지만

얼어버린 동토 위에서 식어갔던 그녀는

겨우 눈물을 참으며 챙겨온 은가락지 한 짝은

끝내 어디론가 홀연히 보이지 않는구려.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구름이 걷히지 않고

하늘이 노하여 매서운 비마져 뿌리면

그대들은 어디서 빛을 찾으려 한단 말이오?

나처럼 놓치기 전에 잡으시오

둘로 나눠지기 전에 놓지 마시오.

아직 구름도 끼지 않았으니

늦었다 생각이 들기 전에 어서 함께 하길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