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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고함 - P.A. Kropot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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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부조론』이 이상적 아나키 사회를 위한 이론적 토대, 『빵의 쟁취』가 아나키 사회의 성립을 위한 방법론이었다면, 『청년에게 고함』은 보다 본격적인 아나키즘에 대한 선동이다.  

 크로포트킨은 이 짧은 글에서, 지식인과 예술인들에게 - 특히, 젊은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대들이 하는 일은 모든 사람을 위하는 일인가? 그대들이 하는 일은 굶주리는 이웃을 내버려두고 해야할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  그대들이 하는 일은 정의로운가?  

 그는 의사에게 묻는다.

 

 "이윽고, 어둡고 차가운 방에서 초라한 침대 위에 더러운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환자를 발견합니다. 옆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떠는, 납빛으로 창백한 아이들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쳐다봅니다. 

 남편은 하루 12시간 내지 13시간 동안 닥치는 대로 일해 왔는데 지금은 석 달째 실업자 신세입니다. 실업은 그의 직업에서 아주 흔한 일로 주기적으로 찾아와 실업 상태에서 벗어날 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아내는 삯일을 나갔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셔츠를 세탁하기도 했겠지요. 그렇게 일해 하루 30수(1프랑 = 20수)를 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마저 병상에 누운 지 두 달째이고 가족은 그야말로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의사인 당신은 그 환자에게 어떤 처방을 내릴 건가요? 그녀의 병이 영양 결핍과 신선한 공기 부족에서 온 빈혈증임을 금방 알아차린 당신은 어떤 처방을 내릴 수 있나요? 매일 좋은 비프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하나요? 신선한 공기 속에서 운동을 조금 하라고 하나요? 아니면 환기가 잘 되는 침실을 처방할 건가요? 이 무슨 아이러니입니까? 그녀가 그럴 능력만 있었다면 당신의 충고를 기다리기 전에 이미 그렇게 했을 테니 말입니다! 

 (중략)

 이튿날 당신이 아직 그 빈밀굴의 사람들을 떠올리고 있을 때, 당신의 동료는 어제 한 하인이 화려한 사륜마차를 타고 그를 데리러 왔다는 얘기를 꺼냅니다. 환자는 대저택에 사는 부인인데 불면의 밤이 지속되어 쓰러졌습니다. 그녀는 전 생애를 오로지 몸단장과 나들이, 무도회, 상스러운 남편과의 말다툼으로 보냈습니다. 당신의 동료는 그녀에게 조금만 덜 무절제한 생활, 열량이 적은 음식, 야외 산책, 정신 안정, 약간의 실내 체조를 처방했습니다. 그 처방은 어떤 점에서 생산적인 노동을 대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여인은 평생 충분히 먹지 못하고 충분히 쉬지도 못해 죽어갈 때, 다른 한 여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껏 노동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수척해지는 것입니다.

 (중략)

 그러나 당신이 참된 인간이라면, 그래서 당신이 느끼는 감정마다 의지적 행동으로 나아가고 당신 안의 동물성이 지성을 죽이지 않는다면, 어느 날 이렇게 혼잣말하면서 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건 아냐. 이건 불의야. 이렇게 계속되어선 안 돼. 병을 고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조금만 더 생활을 개선하고 조금만 더 지적인 발전이 이뤄져도 환자와 질병의 절반을 없앨 수 있어. 약은 악마에게나 줘 버려! 대신 신선한 공기, 좋은 음식, 과로하지 않는 노동, 이런 걸로 시작해야 해. 이것이 없다면 의사라는 이름의 모든 직업은 속임수와 거짓에 불과해."

 바로 그날, 당신은 사회주의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어서 그는 법학자, 엔지니어, 교사, 예술가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법학자로서 마주할 수 있는 법과 정의의 충돌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엔지니어로서 마주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 아래 일자리를 잃어가고 지배 계급의 프로파간다가 되는 일에 눈돌리고 자신의 일만을 할 것인가. 실러의 열정적인 시 한 구절, "노예 앞에서, 그가 쇠사슬을 부러뜨릴 때, 자유인 앞에서, 떨지 않으리!" 를 읊던 학생을 권위에 복종하게 하여 "출세하는 기술"을 탐독하게 할 것인가. 돈을 벌거나, 그저 모방하기 위한 예술을 할 것인지. 지금 젊은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묻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 타락한 사회에서 공허한 쾌락을 좇을 것인가?


 "하지만 당신의 심장이 인류의 심장과 함께 박동하거나, 참된 시인으로서 인간의 숨결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다면, 당신 주위에서 요동치는 이 고통의 바다 가운데서,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과 광산에 쌓인 시신들, 바리케이드 둔덕 위에 쓰러져 있는 부상자들과 시베리아 벌판과 열대 섬 해안에 자신을 묻으러 가는 추방자들의 행렬 가운데서, 숭고한 투쟁이 전개되고 패배한 자들의 고통스런 신음 소리와 승리한 자들의 술판, 비겁에 맞서 싸우는 용맹, 숭고한 열성과 비열한 악의가 요동치는 와중에 당신은 중립인 채로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설 것입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것이, 숭고한 것이, 그리하여 생명 자체가 빛을 위해, 인류와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의 편에 서야 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크로포트킨은 무엇을 해야 하냐고 믿는 젊은이들에게 응답한다. 민중을 믿고, 민중으로 들어가서, 민중이 되어라. 


 "당신은 우리와 함께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주인이 되려 함이 아니라 투쟁의 동료가 되기 위함입니다. (중략) 과연 당신은 인민의 품에서 진실과 정의와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삶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는 이어 체념한 젊은이들에게 외친다. 당신의 부모가 평생 이끌어온 비참한 삶을 이어갈 것인가? 그것이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인가? 모든 걸 포기할 것인가?


  "불의로 고통받는 우리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세어 봅시다. 농민은 남을 위해 일할 뿐이어서 알곡은 주인에게 빼앗기고 겨죽을 먹습니다. (중략) 비단과 벨벳 짜는 우리 노동자는 그러나 누더기를 걸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수없이 많습니다. 공장의 호각 소리가 우리에게 잠시 동안의 휴식을 허용할 때, 우리는 포효하는 바닷물처럼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울 것입니다. 엄하게 훈련받고 명령에 따르는 사병인 우리는 장교가 훈장을 받을 때 다만 총알받이가 될 뿐입니다. 그런데도 바보 같은 우리는 지금 우리 형제를 사살할 때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방향만 반대로 돌리기만 해도 지금까지 우리에게 명령을 내렸던 사관들을 파랗게 질리게 할 수 있습니다. 고통받고 모욕당한 우리는 거대한 대중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삼켜 버릴 수 있는 대양입니다. 우리가 의지를 가진다면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한순간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11개의 댓글

2018.07.16
[삭제 되었습니다]
2018.07.16
@쥬니
글쎄 이건 아무래도 선동문이니까 그런 거 아닐까?
확실히 『빵의 쟁취』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크로포트킨은 꼭 "모두"가 생산에 참여하고, 모두가 정치에 참여하는 사회를 바라는 거 같더라.
0
2018.07.16
아따 좋은 학교 다니네
견문이 좁아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구만
나도 이런 지식을 쌓고싶은데
학생이 처음으로 읽었던 책을 알려줄수있는교?
0
2018.07.16
@아섹스섹스
어떤 사회 이념에 관련된 책 중에서 처음으로 읽었던 것 말씀이신지요? 아니면 뭐 소설이든 장르 상관없이 읽은 책?
0
2018.07.16
@아나키스트
예.., 전자가 궁금합니다..
사회 이념이라는것을 배워보고싶은데
서.점에 추천하는 책들은 뻬미니즘인지 거시긴지 하.는
책들밖에 없더라구요..
꼭 처음 읽지는 않았더라도
학생이 판단하기에
초심자가 읽기에 좋은 책 있으면 추천부탁드려요

근데 사회 이념이라는게 너무 넓은 범위인지라
또 내가 이상한 부탁을 하는게 아닌가 싶네..
0
2018.07.16
@아섹스섹스
철학이나 이념 같은 사람의 생각에 관련된 책들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적어도 처음엔 본인이 좋아하는 스탠스의 글을 읽는 것을 시작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감히 추천드리자면 철학사 책 같은 걸 하나 빌려서 읽다가 땡기는 글만 읽어보세요. 철학사가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서 현대 철학까지 설명이 되어 있을텐데, 그 부분의 글을 읽다가, "그래, 이게 내 생각과 비슷해!"라고 하면 그 글에서 나오는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다른 책들로 넘어가는거죠. 제가 작년에 들었던 철학 수업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방법입니다.
0
2018.07.16
@아나키스트
고마워요...학생,
알려준 방법대로 서점 철학사 책을 몇권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 하나를 골라와봐야겠어..
배움을 싫어했던게 많이 후회합니다 ..
고마워요
0
2018.07.16
@아섹스섹스
'처음으로 읽었던 책'은 사실 잘 기억 안 나네요. 그냥 제목이랑 내용 재밌어 보이면 읽었던 거 같은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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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은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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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세레브민주공원
이번에는 설명이라기보단 책 내용만 짜집기 해놓은듯 ㅋㅋ 근데 이건 진짜 논설문? 이런 거라 전체 흐름을 그대로 가져와야만 그 감동? 이런 게 살겠더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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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정토가 도래하기전에 이곳에 각개인이 극락정토를 건설해야된다고 불교랑 결합하면 자한당 교체가능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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