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망에 빠져 있었다.
약 3년 전, 예쁘고 착한데다 보짓털에서 향긋한 멕시칸 향신료같은 냄새가 나서 침이 나오던,
옷을 벗기면 일단 털냄새를 정신 못차리고 킁카킁카 해 대던 애인이 있었는데
부모님이 무직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셔서 헤어진 이후
약 3년동안 연애다운 연애를 못 해 봤던 것이다.
1년간은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간신히 직장만 다니며 지내다가
2년 동안 미친놈처럼 소개팅, 선, 소개팅앱 등등을 해서 수십 명을 보았는데
내가 맘에 드는 애는 날 맘에 들어하지 않고,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애는 들러붙고,
몇 명 사귀었던 애들은 1달 가면 오래 가는 상황이었다.
최근에 어떤 미친년은 사귀기로 하고 밤에 폭풍처럼 섹스한다음 다음 날 갑자기 헤어지자고 한 년도 있었다.
시발...내가 꼬추가 작은가, 비뇨기과 가서 다마 박아야하나, 롱빅자지확장수술 받아야 하나 한동안 자괴감이 생기고 우울하더라.
그 와중에 몇개월 후 직장 그만두고 들어갈 연구실에서 허허 오기 전에 논문이나 한 편 써보게 하면서 툭 주제를 던져 줘서
남들 다 노는 구정 연휴에 카페에서 노트북 부여잡고 시발시발대고 있었다.
그 시기 매일 하는 취미 중 하나는 소개팅앱이었다.
한창 화제가 되기도 하고 욕도 먹던, 상위권 대학 남자만 가입 받아주는 소개팅앱 말이다.
점심시간에 밥을 후다닥 먹고
12시에 오는 프로필 3개였나 5개였나 그거를 친구랑 나란히 앉아 까 보면서
오 얜 이쁜데 얜 별로네 하면서 시시덕 거리다가
얘 얼굴도 괜찮고 직업도 괜찮은데? 하면 돈 몇천원 써서 연락해보는게 점심 시간의 일과였다.
그런 식으로 4명쯤 만나보고, 1명 잠깐 사귀어 보기도 하면서 이 앱에 대한 믿음이 생겨가고 있었다.
논문 쓰는 와중에 단골 카페 구석에서 커플이 나란히 앉아 자기 아앙 하고
아 그렇게 혀 낼름낼름할거면 바로 옆에 모텔이나 갈것이지 저 저 안보이는줄 아는지 젖도 슬쩍 주므르고 있네 시발년놈들
하 공공장소 개념도 모르는 씹멸치새끼들 그냥 한방 먹이면 뼈 다 아그작나서 질럿다리로 만들어줄 수 있을것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며 점점 짜증이 뻗쳐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짜증을 어디다 풀어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커져만 가던 중 평소 돈 거의 쓰지 않던 소개팅앱에 10만원을 결제했다.
나이는 내 나이보다 2살 아래부터 무한대로, 지역 수도권, 직업 등을 설정하고
카드를 까고 까고 또 까고
한 명 까는데 오천원 쯤 했던가? 플러스 돈 지르면 보너스 포인트 나오는 거 있어서
대충 스물대여섯명쯤 한꺼번에 깠던 것 같다.
그 중 기준점 이상이었던 세 명한테 쪽지를 보냈고 한명한테 답장이 왔다.
만나보니 거짓말처럼 사진보다 이뻤고, 말이 잘 통했고, 집안도 괜찮았다.
구경만 할 겸 가입을 했는데, 사람 만나보는건 처음이라 했다.
느낌이 소개팅앱을 통해서 원나잇 한다거나, 렛츠 파리투나잇 인간지네 그룹떼씹 오예 뭐 그런걸 할 것같아 보이진 않았고, 조금 신뢰가 갔다.
1주일 후 사귀고
1년 후 결혼하고
결혼 직후 바로 애 만들고
서로 성격 맞춰가다 보니 지금은 결혼 생활에서 힘든 일 없이 잘 살고 있다.
부모님이나 친구나 와 진짜 결혼 잘 했다, 어떻게 만났니 하면 '치...친구' 라고 대답하고
결혼할 때 즈음 소개해준 친구 뭐 사줘야하는거 아니니 하시길래 알아서 사주겠다고 얼버무렸었다.
어젯밤 동료들 모임에서
결혼 전에는 안이랬는데 변했다, 와이프가 집안 교육을 잘못 받았다,
성격이 글러먹고 엄마로서의 자각이 없다 등등
각자 와이프 욕들을 시원하게 하는걸 들으면서
참 조심조심 골라 만나도 사람 알지 못해서 힘들고
가챠돌려서 결혼해도 이리 잘 풀리기도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3줄요약
1. 짜증나는 일들이 겹쳐서 소개팅앱에서 10만원 질렀다.
2. 만난 사람이 의외로 되게 괜찮아서 결혼했다.
3. 행복하다.
1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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