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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스압)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로얄 밀크티

로얄 밀크티라는 단어 자체를 좋아한다.

로얄이라는 단어도, 밀크티라는 단어도 하나같이 고급스럽다.

전기 히터 없이는 발이 떨리는 콘크리트 구석에서도 따듯한 밀크티 한잔은 나름의 풍류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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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인류 신체의 마지막 진화를 기원전 1만년 경으로 잡는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우유를 소화시킬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신체는 기원전 1만년 이전이다.

락토프리 우유가 아니면 마실 수 없고, 락토프리 우유는 비싸다, 밀크티는 내게 좋아하는만큼 흔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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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 100ml에 찻잎 서너스푼, 물에 탈때보다 두배가량으로 어찌되건 진한 찻잎이 좋다.

우유와 어울릴만한 가향차 혹은 블랙퍼스트 계열이 알맞다. 나는 아마드티사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다즐링처럼 섬세한 찻잎으로는 평소보다 서너배 가량의 찻잎이 소모된다. 

차는 '섬세한 = 비싼' 공식이 성립하는 업계이므로 주제넘는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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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정도 우린 뒤에 우유 200ml를 붓는다.

영국에서는 차를 먼저 붓는가, 우유를 먼저 붓는가에 대한 논쟁이 잦다고 한다. 부먹 찍먹처럼

1984로 유명한 조지 오웰은 차를 먼저 넣고 우유를 붓는 것이 절대적이며 귀족적인 규칙이라 주창했다. 

이는 어느정도 실제를 반영한 것인데, 과거 유럽의 저급 도자기는 갑자기 뜨거운 차를 부우면 깨지기 일쑤였다. 

찻잔이 아까운 서민들은 찬 우유를 먼저 부어 온도변화의 완충재로 이용했고, 

귀족들은 찻잔따위 아끼지 않는 퍼포먼스와 함께 뜨거운 차를 먼저 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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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불에 데우다가 막이 생기기 전에 멈춘다.

우유의 단백질 변성은 차에 악취를 심는다.

이는 최근 밝혀진 티플리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인데, 위의 내용과 비교하면 아이러닉한 재미가 있다.

차에 우유를 붓는 귀족적인 방식은 우유의 단백질 변성을 유발하여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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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망에 걸러 잔에 따라준다.

여하튼, 현대라는 것은 참 좋은 것이라 나같은 서민에게도 뜨거운 차에 깨지지 않는 잔을 선사한다. 

깨져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차를 부으면 악취정도 이겨낼 수 있는 만족감을 느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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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에 알맞게 설탕과 부재료,

정통은 아니지만 시나몬 조금 넣는것을 좋아한다.

꿀이 들어가야 한다는 낭설이 있지만, 꿀물은 그 자체가 훌륭한 차다.

나는 찻잎향과 꿀향이 섞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애초에 로얄 밀크티에 정통 논쟁은 무의미하다. 그 자체가 비 정통이기 때문이다.

그럴싸한 이름과 달리 로얄 밀크티는 사실 현대 일본에서 인도식 짜이를 흉내내 만든 제품명에 불과하다.

손이 많이 가지만 적은 찻잎으로도 진한 맛을 낼 수 있어 경제적인 방식이다. 

실상 로얄도 뭣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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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찻물이 먼저인가, 우유가 먼저인가 따위의 논쟁에서 자유롭다.

다 냄비에 넣고 끓여버리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이야기를 곱씹자니 로얄 밀크티야말로 현대 그 자체이다.

적당히 달달한 다과를 곁들인다. 

잼 한숟갈을 퍼놓고 조금씩 핥아먹는 러시아풍도 좋아하지만 밀크티에는 적합하지 않다.

지난번에 만든 파베 초콜릿이 찬조출연중이다.

109개의 댓글

2018.02.07
밀크티 덕훈데 시중에 파는것중에 뭐가 제일 나은것 같냐
0
2018.02.07
@반팔맨
공차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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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반팔맨
가깝게는 공차, 각잡고 마셔보자면 티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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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걍 3시15분 사자
0
2018.02.07
밀크티는 냉침해먹는게 더 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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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난 얼그레이에 우유 타서 먹음ㅋㅋ개꿀
0
2018.02.07
밀크티 ㅇㄷ
0
2018.02.08
밀크티 ㅇㄷ
0
2018.02.08
블랙퍼스트가 내가 아는 그 차인지 다른 차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잘읽었고 나도 이런저런 차로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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