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언 강

아주 먼, 밤하늘의 별 보다 먼 곳에 있었어.

쉽사리 닿을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는데. 만질수도 없었어.

후에, 나는 무척이나 아쉬워 그것을 상상해 보곤 했는데. 그 때 마다 그것이 현실일지 꿈일지 분간이안가 종종울었어.

그럴 수 밖에 없었어. 나는 그것을 무척이나 사랑했거든. 정말. 무척이나.


-


언 강 건너편엔 무엇이 있을까? 

마당위엔 죽은 새들이 잔뜩 널부러져 있었다. 죽은 새들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새가 죽은 날이면 종종 수화기를 집어들고 말했다.

"제가 집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어요." 경찰들은 언제나 대문 앞 언저리를 넘지 못하고 돌아갔다.

경찰들이 돌아가면 어머니는 소리높여 울었고, 거실 한가운데 무릎꿇고 있던 나는 어머니에게 심한 매질을 당했다.

사랑보다 가까운건 미움일꺼야. 차가운 몽둥이가 내 몸뚱이를 내려 칠면 그런 생각을하곤 했다. 

매질이 멈추면 나는 작은 방 안으로 돌아와 GOOD BOY가 쓰여있는 책 한 권을 읽었다. 연고를 들고 온 어머니는 말했다. 그건 굿 보이라는 글자야. 좋은 아이. 착한 아이라는 뜻이란다. 그렇군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눈물을 참았다. 어머니는 눈물방울이 그렁그렁한 내 얼굴을 아주 따듯한 손으로 쓸어주며. 너도 착한 아이가 되어야지. 라고, 그러면 나는 목이 맨 목소리로. 죄송해요 어머니,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런 어머니가 아주 좋았고, 아주 미워다.

나는 좋아했다. 언 강 밖의 풍경을. 어머니는 아니었다. 아주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집 안, 어머니는 까치발을 들고 창 밖을 바라보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불에 덴 사람같았다. 창틀에 붙어있던 나를 떼어내며 격앙된 어조로 화를내는 꼴이. 무엇이 다른지 분간하지 못하던 나는 화를 내는 어머니가 우스워 몇 번이고 어머니의 귀를 만져주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다독이던 어머니는 누누히 말했다. 

"저 언 강 밖에는 하얀괴물이 살아,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하셨단다. 너무너무 걱정된단다."

나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귀를 만지며 이렇게 물었다.

"그럼 어머니, 언 강 밖엔 하얀괴물만 있나요?"

"그렇단다. 그렇단다."

등을 어루만지던 어머니의 손은 파르르 떨렸다. 그때 나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머니가 이상한 말을 하시는구나.

-

여자를 침대위에 눕혀 어떻게 해 보겠다는 음흉한 상상. 그런것들은 줄곧 내 머리위를 떠돌아 다녔다.

'이상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3년이 지났을 때 였다. 언 강 건녀편에는 하얀 괴물이 그득하다던 어머니는 언 강의 건너편에서 온 '최 씨'와 살을 문댔다. 우락부락한 체구의 험상궃은 얼굴을 한 '최 씨'는 무자비하고 큰 발로 경찰이 넘지못했던 대문을 넘어 우악스레 집 안으로 들어왔고, 어머니와 안 방 안으로 들어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내 앞에서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어머니의 허리춤에 손을 두르던 최씨가 무섭지 않았고, 두렵지 않았고, 방 문 건너편으로 나오는 교성이 거북하지도 않았다.  최씨는 최씨였고, 나는 나였고, 어머니는 어머니였고, 언 강도 언 강일 뿐이었다. 그냥 그것들. 원래 그런 것들. 원래 그런 나도 최씨의 원래 그런짓을 하고 싶은 마음.

그것 뿐 이었다. 그러므로 하루는 비릿한 웃음을 짓던 최씨의 가슴팍에 벼린 칼을 꽃아넣었다. 가슴팍에 칼이박힌 최씨는 부르르 떨었고, 주방에서 과일을 깍던 어머니는 안 방 안에서 들려오던 교성과는 다른 비명을 질렀다. 나는 거실 한 가운데 무릎을 꿇었지만 이상하게도 어머니는 차가운 몽둥이로 내 몸뚱이를 내려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나는 굿 보이에요? 어머니는 하얗게 식은 최씨를 새들이 죽어있던 마당구석진 곳에 묻고, 베어나온 핏물을 걸레로 박박 문지르며 말했다. 그렇단다. 그렇단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굿 보이구나. 창 밖을 바라봤다. 까치발은 필요없었다. 언 강 너머를 한참동안 뚫어보다. 문득 어머니에게 물었다. 언 강 건너편엔 무엇이 있어요?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틀에서 나를 잡아 떼 놓지도 않았다. 그냥 그것들이었다. 죽은 최씨는 죽은 최씨, 목을 맨 어머니는 목을 맨 어머니, 나는 나, 언 강은 언 강. 마당위엔 죽은 새들이 잔뜩 널부러져 있었다. 대문을 넘어서던 최씨는 말했다. "옘병, 씨발놈에 까마귀들이 왜 다 뒈져있어?" 나는 죽은 새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수화기를 집어들고 말했다. "제가 집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경찰은 화를냈다.  "다 큰 것 같은데 장난전화하면 큰일납니다." 나는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건 어제였다. 목을 맨 어머니는 죽었다. 목을 맨 어머니, 굿 보이,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어둠이 나린 방 안. 그냥 그것들을 두고 집 밖을 나섰다. 눈이 내렸다. 마당위에 죽은 까마귀들의 수를 새아렸다. 열 여섯마리. 궁금했다. 까마귀들은 어째서 죽었을까. 아버지는 어째서 돌아오지 못했을 까. 어째서 어머니는 대문을 열어주지 않았을까. 삐그덕, 녹이 슨 대문이 눈 내린 세상의 적막을 깨며 열렸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냥 그것들이니까. 뿌드드득, 눈 쌓인 언 강위를 건넜다. 언 강 건녀편엔 '무엇'이 있을까? 그 건너편의 '무엇'들은 날 보고 '무엇'이라 말할까. 몹시 궁금했다. 두근거렸다. 뿌드드드득,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물은 아주 차가웠다. 언 강의 물은. 봅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없이 얼어있던 언 강의 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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