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하나도 안무서운 경험담

정확히 몇살때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고등학교때에서 스물두살 그 사이 언젠가쯤의 이야기.

기억 안난다면서 저건 확실한 이유는 내가 아직 분당 이매촌 삼성아파트에 살고 있을때이기 때문.

근데 그게 10년 전후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는건 비밀.

 

아무튼 근처 살거나 자주 오가는 사람은 대충 지리를 알테니까 이해가 더 빠를거라고 생각함.

 

열대야 소리 나오고 있던 여름이었는데 그맘때쯤 내가 제일 좋아하던게 그냥 휭하고 자전거 타고 나가서 탄천따라 자전거 좀 타고 돌다 오거나, 오래 타고 싶으면 탄천 따라 쭉 나가서 한강변에서 타다 오고 하는거였음. 근데 여름이라 대낮에는 도저히 못 타겠고, 해 지고 나서 돌아댕길 수 밖에 없었지. 다녀보면 알겠지만 새벽 두세시 넘어가지 않는 이상 여름 탄천변에는 해 지고도 사람이 제법 많기도 하고 가로등도 밝으니까 한번도 별 다른 생각 없었음.

 

근데 그 날은 탄천변이 아니라 율동공원에 가고 싶어서 서현 거쳐서 율동공원 쪽으로 가기로 했음.

밤 10~11시 사이에 출발했던걸로 기억하고 있어.

 

18.jpg

 

난 서쪽에서 11번 위치로 가는 길로 다녀서 이전까지의 길은 조금 다르긴 한데 위 지도상에서 11~14까지의 길은 똑같음.

 

여길 가다보면 지도에서 12번으로 표시된 위치 전후로 해서 언덕이 하나 시작돼서 그걸 넘어 내려가면 14번 공원 주차장에 도착하게 되어 있음.

 

그 날 좀 묘했던 것도 그 언덕을 올라가던 중에 생겼어.

 

17.jpg

 

대충 이렇게 생긴 언덕길인데 사진상으로 좀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보이는 방향으로 올라가는 언덕임.

 

요 언덕 직전까지도 식당이나 가게들이 있고, 언덕을 넘어가면 또 바로 카페들이 있는데 언덕에만 양쪽으로 아무것도 없음.

 

인도가 있긴 하지만 행인은 밤낮을 막론하고 별로 없고 차량통행만 꽤 되는 곳이라 가로등도 탄천변, 한강변처럼 훤하지는 않아.

 

이게 언덕이 사진에서 보기보다는 경사가 있고, 날도 더우니까 자전거에서 내려서 터벅터벅 자전거 끌고 사진상 왼쪽 인도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내 진행방향 앞쪽으로 웬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보이는 꼬마 남자애가 인도 끄트머리에 자전거를 옆에 끼고 서서 차도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서 있는거야.

 

진행 방향에 있으니 눈에는 들어왔는데 그냥 얘도 나처럼 밤이 됐으니까 자전거 타고 놀러나왔나부다 하고 앞만 보면서 꼬마애가 있는곳을 지나쳤는데, 그렇게 애가 내 시야에서 벗어난지 끽해야 2~3초쯤 됐으려나, 그래도 애가 혼자 자전거 타고 돌아댕기기에는 시간도 늦었고 좀 위험한 길인거같은데 하면서 슬쩍 되돌아봤는데, 그 사이에 애고 자전거고 아무것도 없는거야.

 

2~3초라는 시간이 감이 안온다면, 내가 꼬마애가 서있다고 생각한 위치를 되돌아 보기 위해서 내가 180도 돌 필요도 없이 몸은 그대로 두고 고개만 뒤로 돌리면 볼 수 있다고 생각되는 위치였어. 그만큼 그 애가 서 있던 위치를 지나서 아주 잠시 잠깐이 지났을 뿐이었음.

 

뭐지? 하면서 아예 몸을 돌려서 올라온 언덕길을 쭉 훑어보는데, 그 사이에 애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갔어도 언덕 반도 다 못내려갔을텐데도 아무것도 안 보임. 하필 지나가는 차도 없던 순간이고 사람은 애초에 많이 안 다닐뿐더러 그때는 없었고, 그냥 그 언덕 오르는길에 자전거 끌고 가던 자세 그대로 나 혼자 덩그러니 있었어.

 

이상하다 뭐지 뭐지 하면서 그냥 별 생각없이 자전거 타고 율동공원 가서 호수 주변으로 슬슬슬 몇바퀴 돌고 집에 와서 깨운하게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때서야 내가 잘못본거거나 아니면 뭐 이상한걸 본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이게 전부라서 무서운 내용이라고 하긴 뭐하고, 살면서 유일하게 묘했던 경험이었음.

12개의 댓글

2019.07.22

글쓴이 보고 바로 런했네

0
2019.07.22
@Ratatuille

사실적시 명예홰손 신고

0
2019.07.22
@보라뚱이

앗... 헤헤

0
2019.07.22
@Ratatuille

무심코 던진 팩트, 개붕이가 맞아 뒤질 수 있습니다

ㅠㅠㅠㅠ 시바쉑

0
2019.07.22
@보라뚱이
0
2019.07.22

율동공원 23시 넘어가면 음침하니 어두침침해서 히키코모리도 산책하기 좋다.

저기 산책코스라서 새벽에도 가보고 낮에도 가보고 여러번 댕겼는데 눈비온다음 산에서 떠내려온 흙이 질척거리는거 말곤 딱히...?

사고가 날만한 곳도 아니라서 원혼이 보이면 쿠닌 원혼 정도는 보일수도 있겠다 싶더라. 국군수도병원 코앞임.

주말 낮엔 절대 가지마라.

행복한 가족들이 하하호호 차타고 와서 비싼거 외식하는거 보고 있음 오장육부가 꼬이는게 ㄹㅇ 호러.

0
2019.07.22
@pangloss

동네 어귀 잠깐 차 끌고 가서 여자친구릉 하하호호 놀기는 좋아

 

물론 개붕이인 내 이야기는 아니야 절대

0
2019.07.22

순식간에 차에 치여서 날아간거 아닐까

0
2019.07.22
@blackfox

그럼 이 다음에 볼 사람은 진짜로 원혼 보겠네 히익

0
2019.07.22
[삭제 되었습니다]
2019.07.22
@그러지마요

별스럽지 않은 자잘한 묘한 일이면 겪을 사람은 여러번 겪을수도 있을 듯

0
2019.07.22

그냥 빨리 벗어나야해 귀신들은 자기 알아보는거 싫어해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64 [유머] 황밸 오지선다 1 Agit 1 10 시간 전
12463 [기타 지식] 유럽 안에서 널리 쓰이는 유럽어 18 Overwatch 4 1 일 전
1246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녀도 날 사랑하는데...카스카베 중국인 부... 3 그그그그 6 2 일 전
1246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언니의 이상한 죽음. 동생은 아버지가 의심... 2 그그그그 5 3 일 전
12460 [기타 지식] 15년전 연애관련글 -----4 2 얀테 1 4 일 전
12459 [기타 지식] 15년전 연애관련 글--------3 얀테 0 4 일 전
12458 [기타 지식] 15여년전 연애관련글 -----2 얀테 0 4 일 전
12457 [기타 지식] 15여년전 연애관련 글 ---1 얀테 1 4 일 전
12456 [기타 지식] 1900년대의 초반, 야한 이름의 칵테일, 비트윈 더 시트 편 - ... 1 지나가는김개붕 4 4 일 전
12455 [호러 괴담] 바람 피운 남편, 살해된 아내. 남편은 범행을 부인하는데... 2 그그그그 5 5 일 전
12454 [기타 지식] 남극 원정대가 남기고 갔던 위스키 섀클턴편 - 바텐더 개붕이... 10 지나가는김개붕 9 5 일 전
12453 [역사] 한국어) 지도로 배우는 삼국통일전쟁 3 FishAndMaps 0 5 일 전
12452 [기타 지식] 가장 좋은 것이라는 뜻을 가진 칵테일, 비즈니스(Bee's ... 9 지나가는김개붕 8 6 일 전
12451 [호러 괴담] 남편을 살해하기 위한 아내의 트릭 6 그그그그 9 7 일 전
12450 [기타 지식] 다가오는 여름, 간단하고 맛있는 스페인 태생 칵테일, 레부히... 5 지나가는김개붕 4 8 일 전
12449 [호러 괴담] 나카노구 여극단원 살인사건 6 그그그그 13 9 일 전
12448 [기타 지식] 친애하는 지도자 각하가 드시던 칵테일, 엘 프리지덴테 편 - ... 5 지나가는김개붕 9 9 일 전
12447 [역사] 광신도, 근본주의자, 사기꾼 2 김팽달 7 9 일 전
12446 [역사] 지도로 보는 삼국통일전쟁 12 FishAndMaps 5 11 일 전
12445 [기타 지식] 영국 해군의 레시피, 핑크 진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9 지나가는김개붕 3 11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