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발 자국 딛은 자리
네가 걸어 간 자리
깊이 패인 자욱을 되 짚으며
너는 나에게 이토록
무거운 사람이었나?
발 자국 남은 자리
네가 지나 간 자리
어느날,
궂은 비가 쏟거나
큰 바람이 불어 헤칠 때면
그때는,
결국엔.
발 자국, 마저 떠난 자리
네가 잊혀 간 자리
한줌 햇살, 흩드러진 뒤로
자욱하게 안개져 드리우는, 그
흐릿한 그리움.
뜻밖에
그늘진 거울에 피어나는 검은 연기
뜻밖에 바라본 추악한 나의 모습들
온몸을 난자하는 솔직한 달빛 아래
죄의식의 날선 대가리가 이 심장을
끔찍하게 후비어 대는 그런 밤이면
그 순간엔 나는 죽어버린 육신이요
의식없는 그림자와 말라버린 샘터,
단죄하는 지옥만을 몸서리 쳐대는
비참하게 바스라질 부끄러운 영혼
아무렇지 않은
짙게 드리운 슬픈 그림자를
깊은 한숨으로 쫒아낼 때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
쥐어짜낸 달빛이 마치
백금빛 머릿결 마냥 흘러 내릴 때에도
나는 탄식을 속으로만 삼키었다.
찬 바람이 석양을 흩어내어
시린 하늘 조각들만이 가지에 걸렸을 때에도
나는 저리도록 고독했으나, 견디어 냈으니.
그 모든 것이, 그 한올 한올이
성난 파도처럼 격렬하고, 처절했지만
보기엔 그저, 아무렇지도
않았으리.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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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긴
장호갱
감정의 끝에서 끝을 묻는것만큼 어리석을까.
검게 그을린 비석에 고인의 이름은 게 뉘인가.
아아 그것은 나의 이름도 아니오.
나의 아버지의 이름도 아니었소.
늙은 노파의 눈가엔 진녹색의 이끼가 자랐다.
젊은 아내의 눈가는 썩어 문들어 갔다.
감정의 끝에서 끝을 묻지마라 시작 되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