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자작시 세 편

발자국

 

 

발 자국 딛은 자리

네가 걸어 간 자리

 

깊이 패인 자욱을 되 짚으며

너는 나에게 이토록

무거운 사람이었나?

 

발 자국 남은 자리

네가 지나 간 자리

 

어느날,

궂은 비가 쏟거나

큰 바람이 불어 헤칠 때면

그때는,

결국엔.

 

발 자국, 마저 떠난 자리

네가 잊혀 간 자리

 

한줌 햇살, 흩드러진 뒤로

자욱하게 안개져 드리우는, 그

흐릿한 그리움.

 

 

 

뜻밖에

 

 

그늘진 거울에 피어나는 검은 연기

 

뜻밖에 바라본 추악한 나의 모습들

 

온몸을 난자하는 솔직한 달빛 아래

 

죄의식의 날선 대가리가 이 심장을

 

끔찍하게 후비어 대는 그런 밤이면

 

그 순간엔 나는 죽어버린 육신이요

 

의식없는 그림자와 말라버린 샘터,

 

단죄하는 지옥만을 몸서리 쳐대는

 

비참하게 바스라질 부끄러운 영혼

 

 

 

아무렇지 않은

 

 

짙게 드리운 슬픈 그림자를

깊은 한숨으로 쫒아낼 때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

 

쥐어짜낸 달빛이 마치

백금빛 머릿결 마냥 흘러 내릴 때에도

나는 탄식을 속으로만 삼키었다.

 

찬 바람이 석양을 흩어내어

시린 하늘 조각들만이 가지에 걸렸을 때에도

나는 저리도록 고독했으나, 견디어 냈으니.

 

그 모든 것이, 그 한올 한올이

성난 파도처럼 격렬하고, 처절했지만

보기엔 그저, 아무렇지도

않았으리.

2개의 댓글

2018.01.14
홍홍~
0
2018.01.16
사랑은 허공을 맴돌아 거품 사라지듯.

감정의 끝에서 끝을 묻는것만큼 어리석을까.

검게 그을린 비석에 고인의 이름은 게 뉘인가.

아아 그것은 나의 이름도 아니오.

나의 아버지의 이름도 아니었소.

늙은 노파의 눈가엔 진녹색의 이끼가 자랐다.

젊은 아내의 눈가는 썩어 문들어 갔다.

감정의 끝에서 끝을 묻지마라 시작 되었기에.
1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조회 수
32461 [그림] -퍼- 밀리터리 짤 털박이협회원 3 9 시간 전 37
32460 [기타 창작] 요즘 블랜더 야스 애니안만들고 3 aaaa1 2 15 시간 전 85
32459 [그림] 2장 3 2049 8 17 시간 전 47
32458 [그림] (후방) 인간 노예가 필요한 마왕 띠굼아 2 1 일 전 332
32457 [음악] AI 창작 음악도 올려도 되나요? 김하울 0 2 일 전 79
32456 [기타 창작] 블아 말고 썼던 노래 가사들 권주가 2 2 일 전 49
32455 [기타 창작] 블루 아카이브 대사들 1 권주가 4 2 일 전 106
32454 [기타 창작] 나예전에 블랜더로 춤하고 요가 만들었는데 3 aaaa1 3 3 일 전 127
32453 [그림] 핫도그 여우 8 뿔난용 4 6 일 전 238
32452 [그림] 로켓단 소니아 2 띠굼아 3 6 일 전 166
32451 [그림] ㄱㄹ 4 하츠네 미쿠 8 8 일 전 188
32450 [그림] 6장 13 2049 13 8 일 전 247
32449 [그림] 에라. 그냥 올림 8 rulru 13 10 일 전 350
32448 [그림] 호인 뿔난용 2 12 일 전 163
32447 [잡담] 8월 일페부스 같이나갈 개붕이있니 14 뀰강정 4 12 일 전 286
32446 [그림] 자세를 창작해서 그리는건 힘드네 뿔난용 3 13 일 전 206
32445 [그림] 코하루 모작 연습 3 뀰강정 5 13 일 전 228
32444 [기타 창작] 3D 븜 열심히 진행중 1 에오리스 4 13 일 전 147
32443 [그림] ddsdsdsds 7 구파 10 14 일 전 128
32442 [그림] 블렌더 배경연습 한장 6 끠자치킨 6 14 일 전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