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단편/펌)여행자

tumblr_lq7wu5CO7P1qisa2ko1_500.jpg : 단편/펌)여행자

우리 동굴에서 모두는 나를 불을 지키는 어른이라 불렀다. 나의 아버지도 불을 지키는 어른이었고, 그의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도 불을 지키는 어른이었다. 땅은 언제나 태양을 먹은 후 씹어 별을 뱉었으며, 붉은 하늘이 어두워지면 나는 동굴 입구로 나가 그곳에 지핀 불을 지켜야 했다. 나는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웠고, 매일 바라보던 별들의 변화를 눈치 챈 나는, 나와 함께 불을 지키던 아버지께 말씀 드렸다.
“아버지, 저 별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내가 너에게 계속 하는 말이 있지.”
“하늘을 보지 말고 땅을 보라고 하셨죠”
“왜 그렇다고 했지?”
“그래야 사나운 동물이 들어올 때 모두를 깨울 수 있으니까요”
내 대답을 듣고 만족하신 아버지께서 동굴에 들어가시자 마자, 별은 하늘에 흰 선을 그려 나에게 산 너머를 가리켰다. 동굴 가족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른께서 하늘을 보고 점을 치시는 걸 보아온 나는, 하늘이 나에게 원하는 바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네가 산 너머로 가기를 원한다.”

불을 지키는 일은 땅이 다시 태양을 뱉어내면 끝난다. 원래는 사냥하는 이들이 밖으로 나가면 나는 동굴로 돌아가 잠을 잤으나, 그날은 그래선 안됐다. 나는 하늘이 가리킨 장소로 가지 않으면 안되었고, 산 너머는 우리 동굴 가족이 사냥하러 나가는 곳이어서 나는 그들에게 나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들은 산 너머는 나 같은 불 보는 자에게는 위험한 곳이라며 나를 만류했고, 나와 그들의 실랑이에 깬 나의 아버지가 나오셨다.
“산 너머로 가야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하늘이 저에게 그곳으로 가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매일 별만 보더니, 드디어 이상한 말을 하는구나”
“모두가 저를 말린다고 해도, 저는 꼭 그곳에 갈 겁니다. 무조건이요.”
아버지는 사냥하는 이들과 잠시 상의를 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나에게 오셨다. 그 어떤 말씀을 하셔도, 심지어 동굴에서 나가라고 해도 산 너머로 가리라 마음먹은 난 아버지를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그가 내 얼굴에서 나의 의지를 읽을 수 있도록.
“아들아 저들과 말을 해 보았는데 말이다.”
“저는 갈 겁니다.”
“저들도 너의 이상한 말을 믿지 않더구나.”
“누구도 믿지 않겠지요.”
“내가 그들을 설득시켰다. 너는 매일 별을 본다고, 별이 말을 해 주었다면, 그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 말에 놀란 나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께서는 인상을 쓰시며, 나를 믿는 것은 아니라고, 나를 말릴 수 없으니 산 너머가 얼마나 위험한지 배우라고 하셨다.
“밖이 얼마나 위험한지 네가 알면, 불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냥하는 이들은 나를 데리고 산을 넘으며 의아해 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원래 산에는 수많은 동물이 살고, 그 동물 중 사나운 것들이 그들을 습격하는데, 그날은 사냥감인 약한 동물도, 사나운 동물도 모습도 보이지 않고,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는 것 이었다. 나 또한 밤에 불을 지키며 산 쪽에서 들리는 동물 울음소리에 두려움에 떨어보아서, 그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태양이 하늘 가운데에 올쯤, 동물이 없는 산은 안전할 것 이라며 일행은 나를 두고 다른 곳에 사냥하러 갔다. 홀로 산에 남은 나는 별이 가리켜 준 곳이 어딘지 찾아 헤매었고, 태양이 다른 산 정상에 걸릴 때, 난 나무들이 한 장소를 가리켜 주는 것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자라야 할 나무들이 조금씩 누워있는 모습에 의문을 가진 나는 그 나무들을 따라 들어갔으며, 깊이 들어갈수록 나무들이 땅에 가까이 누워있었다. 하늘에 이어 땅 또한 나에게 방향을 가리켜 준 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나무를 따라 걸었다.
나는 동굴에서 벗어난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산이 나무와 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점점 하늘과 가까워지는 장소인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과 땅이 가리켜 준 장소는 달랐다. 풀과 나무가 갑자기 사라져 없었고, 하늘과 가까워져야 하는 땅은 하늘에서 멀어지며 깊게 들어갔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금빛으로 빛나는 그분이 계셨다.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그분에게 다가갈수록 열기가 나를 휘감았고, 불경하게도 나는 그분의 몸을 만졌다. 내 손이 타오름과 동시에 그분은 나에게 말을 하셨고, 머리로는 이해 할 수 없는 그분의 말씀이었지만 내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분은 나에게 슬픔과 기쁨을 경험하게 해 주셨으며, 타버린 나의 손바닥은 그 말씀의 대가였다. 사냥하던 이들이 나의 비명과, 웃음과, 울음소리에 놀라 뛰어왔을 때. 그들 또한 그분의 말씀을 들었다.
‘위대하신 분’ ‘하늘과 땅이 낳으신 분’ 우리는 그분을 그렇게 불렀고, 동굴에서 나와 위대하신 분 곁에 살았다. 동굴을 나와 그분 곁에 살자 우리는 집을 짓는 방법을 깨달았고, 농사를 짓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동굴 가족들은 나를 ‘위대하신 분으로 이끈 어른’ 이라 부르며 존경했다. 산 주위에는 다른 동굴 가족들이 많다. 그들을 동굴에서 끌어내어 위대한 분 곁으로 이끄는 것이 내가 할 일임을 나는 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무리가 살던 동굴에 ‘글자’로 기록된 것이며. 그 ‘글자’ 또한 위대하신 분께서 금빛 판을 꺼내어 나에게 보여주신 것이다.










야만인의 도끼가 병사의 어깨를 찌른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는 병사는 몸을 비틀어 야만인의 몸에 자신의 칼을 박아 넣는다. 다른 야만인이 병사의 뒤에서 도끼를 휘두르고, 병사가 쓰러지는 것을 본 다른 병사는 고함을 지르며 도끼를 든 야만인에게 달려든다.
“우리 군사는 천을 넘지 않는데, 저 야만인들은 수천이 넘습니다.”
“군사(軍師), 우리가 퇴각 나팔을 분다 해서 퇴각하게 해 준다면, 저들을 왜 야만인이라 하겠나.”
“의회의 원로들은 우리에게 이 땅을 정복하라 저 병사들을 내 준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저들이 우리 땅을 정복하지 않겠습니까?”
“의회에서 자네를 군사로, 나를 지휘관으로 임명한 것을 잊지는 말게나.”
“그러면 지휘관, 당신은 우리 제국의 장병들이 전부 쓰러지고, 저 야만인들이 이 막사까지 들어와서 당신 목에 칼을 박는 것을 원하는 것입니까?”
“물론 아닐세, 잘 보게나.”
지휘관이 일어나 신호를 보내자 나팔수가 나팔을 분다. 야만인들과 싸우던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나고, 그들 뒤에 대기하던 병력이 방패와 창을 꺼내 든다. 자신들과 싸우던 이들이 사라지자, 야만인들은 괴성을 지르며 방패에 달려든다. 자신의 몸보다 큰 방패를 든 병사들은 그들을 막는데 온 힘을 쓰고. 그 뒤에 창을 든 이들은 방패 틈 사이로 창을 찔러 야만인들을 저지한다. 방패의 벽에 가로막힌 야만인들은 물러서지 않는다. 앞의 놈은 방패로 달려들고, 뒤의 놈은 앞으로 달린다. 방패의 벽과, 그 앞에 만들어진 인간의 벽이다.
“군사, 이제 왜 내가 난전을 조장했는지 알겠나?”
“방패와 창부터 먼저 나갔다면 저들이 이렇게 달려들지 않았겠군요.”
“그러면 저렇게 뭉쳐 주지도 않았겠지.”
지휘관이 다시 북을 치자 방패의 벽이 둘로 갈라진다. 그 벽 뒤에서 기다리던 말 탄 기수들이 달려나가 야만인의 무리에 뛰어든다. 양 때 사이에 들어간 사자처럼, 그들은 보이는 야만인들을 전부 쓸어 넘기고, 순식간에 전황은 뒤집힌다.
“죄송합니다 지휘관, 제가 많이 미숙합니다.”
“미숙하다면 보고 배우면 되지 않나, 미안할 것 없네.”

고개를 숙이며 지휘관에게 사과하는 군사, 그는 제국 군사학교를 갓 졸업한 자로서, 가이우스 가문의 첫 번째 아들, ‘가이우스 테메르’ 라는 자였다. 그가 사과한 지휘관은 그의 아버지의 친구이자, 자신의 스승이었다. 테메르가 군사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그는 제국 의회에 요청서를 보내어 그를 자신이 있는 군단으로 그를 불렀고, 자신을 왜 위험한 변경 군사지대로 불렸느냐며 따진 테메르에게 그는
“현장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네, 배움과 정치의 길 둘 다에서 말이야.”
라며 테메르를 타일렀다.

전투가 끝나고 지휘관은 테메르를 자신의 막사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지휘관님.”
“지금은 사석이니 스승님이라 불러도 된다네.”
“네 스승님.”
“어땠나 처음 와서 치른 전투는?”
“책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특히 저 야만인들…… 저렇게 저돌적이고 포악한 이들일 줄 몰랐습니다.”
테메르가 자신의 스승에게 예의를 버리면서 까지 퇴각을 종용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가 책에서 읽은 야만인들은 숲에서 움막을 짓고 살아가고, 짐승 가죽을 두른 문명화 되지 않은 약한 적이었지만, 직접 전선에 와서 겪으니 달랐다. 울창한 숲에서 살아 그곳에 익숙하지 않은 군단 병사들보다 유리했으며, 짐승 가죽을 둘러 무거운 갑옷을 두른 제국의 병사들보다 날랬다. 제일 큰 충격은 죽음을 두려워 않는 그들의 저돌성이었다.
“알아두게, 이 전쟁 또한 언제나 그랬듯 제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야. 우리는 저들의 집을 부수고 땅을 빼앗으러 온 이들이네. 전쟁이 끝나고 이 땅이 우리의 것이 되어도 저들은 우리에게 동화되려 하지 않을 걸세, 자네라면 원수의 품에서 잘 수 있겠나?”
“그러면 저들을 전부 죽여야 합니까? 노예로 만들까요?”
“그것이 의회의 원로들이 좋아하는 방식이네만, 틀렸다네. 그 방식은 짧은 시간 속에는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긴 시간이 지나면 제국의 존속을 위태롭게 할 거라고 난 생각한다네.”
“그러면 어찌해야 합니까?”
“답은 없다네, 자네가 찾아야 하지, 하지만 난 그 답이 제국의 수도보다는 저들의 마을에서 찾기 쉬울 거라 생각한다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날 이후로 가이우스 테메르는 전투가 끝나면 야만인 포로들을 모아 그들의 말을 배우고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미개함을 동정하던 그는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순수함을 동경했고, 그들의 문명은 제국보다 뒤쳐지지만 그들의 문화는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로들도 원수의 우두머리인 테메르에게 적대적이었으나, 매일같이 그가 자신들을 찾아와 자신들에게서 배우고, 점점 바뀌어 간다는 것을 알고 테메르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포로들의 지도자는 ‘사냥하던 이의 쉰두 번째 후예’ 이라는 자였다. 그는 테메르에게 야만인들의 말을 알려주었고, 그 대가로 제국의 말과 행동을 알려달라 했다. 테메르는 그에게 ‘필리우스 베나터’ 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그의 이름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들의 말로 그를 부르는 것임을 설명해 주었다. 그는 테메르가 지어준 이름에 만족해 하며 그에게 말했다.
“우리 사람들과 자네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매우 다른 것 같다.”
“살아온 방식이 차이가 크니까 그렇다고 생각해 필리우스”
“하지만 공통점도 있지. 우리도 서로를 이해하는 이들은 우정을 나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전쟁이 끝나고, 야만인들의 영토를 전부 점령하자 테메르는 필리우스에게 말했다.
“제국의 군인으로서 나는 오늘이 정말 기쁜 날이지만, 그대의 친구로서는 매우 슬픈 날이야.”
그러자 필리우스는 테메르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슬퍼 말게 친구여, 난 오늘이 기쁘다네. 우리 사람들은 자네의 제국처럼 영토를 소유한다는 의식이 적고, 나는 자네가 우리를 대변해 줄 걸 알거든. 친구가 승리한 날이자 우리 사람과 문화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 받는 날이 아닌가!”
테메르는 필리우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고, 그를 풀어주며 그의 고향으로 돌아가라 했다.
전쟁이 끝난 군단은 치안 유지에 필요한 인원을 빼고 수도로 돌아갔다. 광을 낸 갑옷을 입은 군단 병사들을 테메르와 그의 스승은 열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이끌며 개선 행군을 했고, 행군이 끝나고 테메르는 원로회의 부름을 받아 의회에 방문했다.
“잘했네 테메르, 자네 스승이 승리의 오 할 은 그대 덕이라 하더군.”
“자네의 공에 대한 상은 의회에서 자세히 논의할 것일세.”
“일단 수도에 머물고 있게나, 자네와 같은 이가 그 변경에 있는 건 인력 낭비라네.”
원로들의 칭찬은 이어졌고, 그들의 말이 끝나자, 테메르는 그들에게 부탁을 했다.
“존경하는 의회에 부탁을 드립니다. 그곳의 원주민들의 교화 작업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부디 그 작업이 끝날 때 저를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의회는 웃음으로 가득 찼고, 웃음이 잦아들자 한 원로가 그에게 말했다.
“젊은 친구가 의욕이 대단하군, 자네 혼자 그들을 교화 한다니, 걱정 말게나 그 교화 작업을 위해 이미 노예 상인들과 야만인 관리 군단이 변경으로 출발했네.”
그 말을 듣자 마자 테메르는 의회에서 뛰어나와 자신의 말을 타고 변경으로 달려갔다. 자신이 늦지 않았기를 빌며, 원주민들에게 대피하라 전하려 뛰어갔으나. 그가 도착했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땅에 가득한 원주민들의 시체와, 타오르는 그들의 마을이었다. 무엇에 홀린 듯 불에 탄 원주민의 마을들을 돌아다니던 테메르의 눈에 익숙한 인영이 쓰러져 있는 것이 들어왔다. 부디 바닥에 쓰러진 이가 자신의 친구 필리우스가 아님을 빌며 다가간 테메르였지만, 운명은 그를 배신했다.
“내 친구가 여기 오는군”
“말 하지 말게 필리우스. 버티게, 내가 자네를 가까운 의원에게 대려 갈 때 까지만.”
“친구여, 자네도 잘 알지 않나. 희망이 없어.”
“내가 가지 말았어야 했어, 이곳에 남았더라면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거야.”
“친구, 나에게는 시간이 없어. 자네에게 말해 줄 것이 있네, 부디 들어주게나.”
“듣고 있어.”
필리우스는 마지막 숨을 쉬며 자신의 동포는 사라져도 문화는 테메르가 이어주기를 바란다며. 테메르에게 자신들 문화의 성지. 오래 전 하늘과 땅이 알려준 장소를 테메르에게 알려주었다. 그가 마지막 숨을 내쉬고, 눈을 감은 뒤 긴 시간 동안 눈물을 흘린 테메르는 그를 땅에 묻어주고 그가 알려준 장소로 말을 달렸다.
‘서쪽으로, 태양이 열두 번 지고 뜰 동안 말을 타고 가면, 거대한 산맥이 나온다네. 우리 사람들은 그 산맥을 넘어왔지. 그 너머에 넓은 평야가 있고. 그곳에 홀로 서 있는 산이 있어. 그곳이 우리들의 고향이지. 이제는 버려진 땅이지만, 그곳을 살면서 한번은 꼭 찾아가 위대한 분을 뵙는 게 우리 사람들의 의무야.’
‘위대한 분?’
‘우리와 전혀 다른 분이지. 금빛 옷을 두르신 분, 흰 얼굴로 누워 계신 분이라네.’
계속 서쪽으로 가자 테메르는 지금껏 자신이 보아온 그 어떤 산보다 거대한 수많은 봉우리들이 이어진 산맥을 보았으며, 처음에는 다른 산과 같이 말을 타고 올라갔다. 그것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것을 그는 말을 희생시키고서야 깨달았고, 여러 번 의 목숨을 건 시도 끝에 그는 산맥을 넘을 수 있었다. 산의 너머에서 그는 땅 끝까지 이어진 넓은 평야와 그 한가운데 자신을 드러내 서 있는 산을 발견했다. 산맥은 추운 곳이라 테메르는 눈을 파 들어가 잠을 자거나, 동굴에 들어가 불을 지펴 잠을 잤다. 평야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는 한 동굴을 찾아 그곳에서 잠을 자려 불을 지폈고. 벽에서 필리우스의 선조이자, 자신이 찾아야 하는 ‘위대한 분’을 처음 발견한 ‘불을 지키는 어른’ 의 기록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하늘이 그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는지, 자신의 가족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그리고 그분을 어떻게 만났는지 적힌 동굴 벽의 기록을 본 테메르는 자신이 온 길이 옳은 길임을 알았고. 자고 일어난 뒤 동굴 입구에서 보이는 산으로 향했다.
산에 들어가 ‘위대한 분’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니 버려진 마을의 중간에 거대한 움막이 있었고. 그 안에 그가 찾던 ‘위대한 분’이 있었다. 그간 친구의 말과, 그 선조의 기록을 의심하던 테메르였지만 그 금빛 찬란한 이가 자신을 희고 거대한 얼굴로 자신을 들여다 보자마자 그 의심은 사라졌다. 그자가 있는 곳으로 자신을 부른 것은 운명임을 깨달은 테메르는 그자가 예전 ‘불을 지키는 어른’에게 한 것처럼 그가 말 하기를 기다렸다. 그가 말을 해주길 기다리며 테메르는 버려진 마을에서 살았고, 그가 제국을 떠나 온 지 이십 년이 지났을 때, 마을 정 중앙의 움막이 무너져 내렸다. 매년 찾아오는 이들에 의해 보수되었던 움막이 수십 년간 보수를 받지 않자 무너진 것이었고, 테메르는 놀라 달려가 움막의 잔해를 치웠다. 그는 그 잔해 아래에서 ‘위대한 분’이 누워 계신 것을 발견했으며, 충격에 돌아가신 것이라 판단했다. 테메르는 친구의 문화를 지키지 못한 것에 슬퍼했다. 슬픔 끝에 그분을 묻어드려야겠다고 판단한 그는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고 잔해 사이에서 은빛의 상자를 발견했다. 그분의 죽음에서 태어난 상자 안에는 고금의 진리가 적힌 수많은 기록과 금으로 이뤄진 원반이 있었으며. 그 기록과 황금 원반을 본 테메르는 깨달았다. 제국의 신전에 있는 대리석 조각은 거짓이며 자신의 앞에 누워 계신 이분이야말로 진정한 섬김을 받을 ‘위대한 분’ 이라는 것을.









“다음주 까지는 꼭 완성 해 주셔야 합니다 어르신.”
나는 대장장이에게 당부를 하며 대장간을 나섰다. 꼭 다음주까지 그가 완성 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탁을 해 놓지 않으면 언제 주문한 것을 받을지 모른다. 그는 이 근방에서 제일 유명한 대장장이였으니까.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대사제님의 말씀에 따르면 예전에는 교회에서 부탁, 아니 명령만 내리면 모든 이들이 나서서 최 우선 순위로 그 명령을 이행했다고 한다. 허나 이백년 전부터 왕들이 신성한 교회의 권리를 빼았았고, 잘못된 판단으로 그들과 전쟁을 벌인 교회는 교인들의 마음까지 빼앗겼다.
'그게 벌써 백년 전이지'
교회가 강력했던 시절에 나같은 수습사제는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하며 나는 교회로 돌아갔다. 삼백년 전에, 교회가 가장 강력한 시절 지어진 우리 교회는 근방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다. 삼백년 전 교회를 지은 이들은 아름다운 백사장을 볼 수 있는 교회를 지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종탑에 올라가면 부두가 보이고, 그 멀리 수평선에서 깜빡이는 등대가 보인다. 세월이 흐르고 바다 너머에도 다른 대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들은 그 너머로 배를 보내 그곳의 진귀한 물건을 수입했고, 좋은 위치 덕에 이 도시는 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항구도시로 성장했다고 한다. . 어릴적부터 교회의 종탑에 올라 항구에 들어오는 배들을 보는게 즐거웠던 나는, 어느새 이 교회의 수습 사제가 되었다.
"돌아왔습니다 대사제님."
"부탁했던 일은 어찌 되었는가?"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다음에 그 대장간에 가서 빨리 만들 필요 없으니,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만들어 달라 하게."
"이해가 안됩니다, 단지 바늘을 만드는 것이 어찌 그리 중요합니까?"
바늘이었다. 내가 도시까지 가서 대장장이에게 만들어 달라 부탁한것은. 정말 이상한 심부름이었다. 바늘은 도시까지 가지 않고 교회 주변의 마을에서도 살 수 있을텐데. 더욱 이상한 것은 이것이 교회 총본단에서 내려온 임무라는 것이다. 부러진 작은 바늘과 함께 우리 교회에 내려온 지령에는 꼭 도시의 대장장이에게 가서, 부러진 바늘을 보고 구할 수 있는 모든 재료, 심지어 바다 건너 온 재료를 써도 상관 없으니 똑같은 바늘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형제여, 나라고 모든걸 다 아는건 아닐세, 나도 이 지령이 이상한건 마찬가지야."
"교인들이 낸 헌금이 이렇게 쓰이는걸 보는건 조금... 화가 나는군요, 총본단은 예전의 일에서 배운것이 없나봅니다."
"섣불리 판단하지는 말게.어차피 바늘을 총본단까지 가져가야 하지 않나, 가서 연유를 물어보게나."
대사제님의 말을 듣고도 총본산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쟁 후에 교회가 바뀔 것이라 약속해 남은 교인들이었다. 그 교인들이 낸 헌금으로 비싼 바늘이나 만들다니, 분명 총본단의 높으신 분이
'내가 입을 옷을 평범한 바늘로 만들다니!'
라며 이 바늘을 만들라 했겠지. 이것은 위대한 분의 뜻이 아니다. 예전처럼 교회에서나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것은 위대한 분의 뜻으로, 성서에 적혀있는 신성한 바늘을 만드는 일이다!'
기술의 발전은 모든 교인들의 집에 성서가 비치될 수 있게 했고, 교회는 이제 그런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이런 시대에 거금을 들여 바늘이나 만들고, 초대 교황님이신 테메르께서 아마 땅을 치며 후회하시고 계시겠지.
내키지 않았지만 대장간에 가서 최대한의 공을 들여 바늘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주 후 완성된 바늘을 받으러 갔고, 바로 그 바늘을 들고 총본산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총본산, 지난 천사백년 동안 교회의 중심인 곳이었고, 앞으로 그럴 것이다. 초대 교황이신 가이우스 테메르께서 위대한 분의 유해 위에 세운 건물이 총본산의 시작이었으며, 천년간 교회의 발전과 함께 점점 커졌다. 내가 사는 도시로부터 총본산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로 두달이 걸렸고, 예전, 고대 제국의 수도인 그 항구로부터 총본산까지는 육로로 가야했다.
"이 길이 초대 교황께서 걸으신 길이로구나."
교회의 기록에 따르면 초대 교황께서는 최초로 선택받은 민족이 학상당하자, 그 슬픔에 이길을 걸으셨고, 그 길 끝에서 위대한 분이 계신 성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분이 걸으신 길은 교회의 순례길이 되었고, 이제는 천사백년 전의 험로가 아닌 잘 닦인 관도로서 총본산과 항구를 연결한다. 나는 처음의 생기를 잃고 욕심으로 비대해진 교회에 대한 슬픔으로 그 길을 걸으며, 몇 번이나 양심이 시키는 대로 품 속의 바늘을 버릴까 고민했다.
슬픔의 산맥을 넘어 비통의 평야를 지나서 총본산이 위치한 성산(聖山)에 도착하여 바늘을 들고 왔다고 연락을 넣었다. 방에서 잠시 기다리자 다급히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내 방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놀랍게도 주교복을 입고 있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주교님."
"위대한 분이 그대를 축복하기를, 수습사제여. 자네가 그 바늘을 들고 온 자인가? 어서 줘 보게나."
그분의 말에서 나는 조급함을 느꼈고, 서둘러 짐에서 바늘을 꺼내어 주교님께 드렸다.
"고맙네, 우리가 이 바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자네는 짐작할 수 없을꺼야."
"죄송합니다만, 그 바늘의 용도가 무엇이길레 그리 기뻐하시는 겁니까?"
"아, 자네에게 내려간 지령서에는 이 바늘이 필요한 용도가 적히지 않았나보군."
주교님께선 나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따라오라 하셨고, 내 앞에 걸으시며 설명하셨다.
"초대 교황님, 가이우스 테메르께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위대하신 분은 온전히 살아게셨다고 하네. 그분은 거하시던 움막이 무너져 돌아가셨고, 테메르께서는 그 잔해 속에서 성스러운 함을 찾았지. 그 속에서 나온것이 세가지. 우리 성서의 근간을 이루는 지식의 책, 금빛 원반, 그리고 손가락 크기의 철 뭉치였지. 지금까지 우리는 원반과 철 뭉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고 있었네만, 몇년 전, 처음 선택받은 민족의 기록을 정리하던 중, 둘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위대한 분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는걸 알 수 있었네. 그 사실을 알고 철 뭉치를 원반에 사용하려 했으나, 사용하는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바늘이 부러진걸 발견했지."
"그래서 이 바늘을 제작하라 하신거군요."
주교님의 설명을 듣자 그간 의심을 하던 나를 원망했다. 이런 고귀한 뜻으로 만들라 하신 바늘인데, 나는 그 성스러운 물건을 품고 오며 불경한 생각이나 하다니.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계속 걷자 교회 총 기록보관실이 나왔고, 교황님을 포함한 교회를 이끄시는 분들이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같은 수습 사제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 판단하고 이만 돌아가겠다고 주교님께 말씀드리자 그분께서
"들어오게나, 수천년 만에 위대하신 분의 말씀을 처음 듣는 영광을 함께 나누세."
라 하시며 나를 모여계신 분들께 소개해 주셨다. 기록보관실에 들어가 철 뭉치에 바늘을 끼운 교황께서는 그것을 황금 원반 위에 올려놓은 후 이 순간을 내려주신 위대한 분께 기도드리자 하셨다. 기도가 끝나고 교황님께서 철 뭉치를 원반의 홈에 올려 돌리자, 위대한 분의 말씀이 귀에 들려왔다.




"As the Secretary General of the United Nations,
an organizations of the 147 member states who represent almost all of the human inhabitants of the planet earth.
I send greetings on behalf of the people of our planet
By this probe Voyager, We step out of our solar system into the universe seeking only peace and friendship,
to teach if we are called upon, to be taught if we are fortunate.
We know full well that our planet and all its inhabitants are but a small part of the immense universe that surrounds us and it is with humility and hope that we take this step.

국제 연합 사무 총장으로서,
거의 모든 지구의 인간의 주민을 대표하는 147 개 회원국의 이 조직을 대표해 .
나는 우리의 행성의 사람들을 대신하여 인사를 보냅니다
이 탐사선 보이저로 우리는 평화와 우정을 추구하며 태양계 밖으로 나와 우주로 나아가며,
우리는 우리가 운이 좋은 경우 가르침 받고, 부름받을 경우 가르칠 준비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행성과 그 모든 주민이 우리를 둘러싼 광대한 우주의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알며 희망과 겸손으로 이 길에 발을 디딥니다."

9개의 댓글

창작판 뒤지다가 괜찮은거 찾아서 퍼와봄.
근데 이래도 되냐
0
2016.02.06
오랜만에 기갤글이네
근데넘길어서 나중에봄^^
0
2016.02.07
재밋게봤습니다^ㅡ^
0
2016.02.07
오 재밌다 흥미롭다 잘썼다
0
2016.02.08
오 잘만들었네
0
2016.02.09
재밌네
0
2016.02.11
재미지다 ㅋㅋㅋ
근데 황금빛 몸에 거대한 흰 얼굴은 뭘 의미하는거지?
0
@외출금지
https://www.google.co.kr/search?q=%EB%B3%B4%EC%9D%B4%EC%A0%80+2%ED%98%B8&newwindow=1&client=ms-android-skt-kr&hl=ko-KR&prmd=ivn&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iVxLvuh_HKAhViHqYKHaDOBaoQ_AUIBygB&biw=360&bih=550&dpr=3#imgrc=V3ngfE7D3AwkyM%3A
0
2016.02.12
@보송보송물티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35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5) 1 綠象 2 8 시간 전
12434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4) 綠象 2 14 시간 전
12433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3) 綠象 1 14 시간 전
12432 [호러 괴담] [미스테리] 한 은행 직원이 귀가 중 사라졌다? 2 그그그그 2 15 시간 전
1243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뭔가 좀 이상한 지명수배자. 이와테 살인사건 2 그그그그 1 2 일 전
12430 [기타 지식]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02 16 키룰루 28 3 일 전
12429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2) 4 綠象 9 4 일 전
12428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1) 4 綠象 9 4 일 전
12427 [기타 지식]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01 25 키룰루 26 5 일 전
12426 [역사] 네안데르탈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2부 1 식별불해 9 5 일 전
12425 [호러 괴담] [미스테리] 방에서 실종됐는데 9일 뒤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 6 그그그그 7 5 일 전
12424 [역사] 네안데르탈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11 식별불해 24 6 일 전
1242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게임에서 만난 여대생에게 돈을 주겠다며 집... 2 그그그그 2 6 일 전
1242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바람피우던 여성의 실종, 27년 뒤 법정에 선... 그그그그 5 9 일 전
12421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下) 2 綠象 5 10 일 전
12420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中) 1 綠象 3 10 일 전
12419 [기타 지식] 아무리 만들어봐도 맛이 없는 칵테일, 브롱스편 - 바텐더 개... 3 지나가는김개붕 2 11 일 전
12418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上) 5 綠象 4 12 일 전
12417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보돔 호수 살인사건 2 그그그그 3 12 일 전
12416 [기타 지식]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칵테일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 2 지나가는김개붕 6 12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