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스포없는 영화리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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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2는 여러 의미에서 전설이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전설이고, 성공적인 전편 이후에 나온 더 성공적인 속편이라는 의미에서도 전설이다. 로봇과 인간의 전쟁 그리고 시간여행과 로봇 암살자라는 (지금은 흔해빠진 소재이긴 하지만) 소재를 가지고 성공한 sf의 선구자라는 의미에서도 전설이다.

 

하지만 그 후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전작들의 명성에 똥칠을 한 후속작이 연타로 터지게 되는 바람에 과거영광의 부스러기를 먹고사는 추잡한 프랜차이즈가 되고 말았다. 인지도도 있고 소재도 좋으니 실력 안 되는 감독들이 나도 부스러기 좀 주워 먹겠다고 개나 소나 들러붙는 바람에 걸레조각이 된 것이다. 터미네이터3는 영화적인 완성도도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서 원작자인 제임스 카메론의 의도는 좆까라고 하고선 1,2를 대놓고 부정하는, 시리즈 전체에 대한 트롤링을 저질렀고 터미네이터4는 무슨 미녀삼총사 감독이나 대려다 놓고 전작에서 설정만 빌려온 뻔하고 지루한 양산형 sf액션 영화로 만든 것도 모자라 크리스찬 베일의 30년짜리 이불킥 소재나 만들고 끝나버렸다.

 

그래서 이번 터미네이터 시리즈 또한 별기대가 되지 않았다. 3과 4에서도 정리가 안 된 플롯상의 부모살해 모순은 어찌 해결할 것인지도 불안하였다. 늙은 주지사 코만도형의 액션신도 불안불안하였다. 사라코너 역 배우의 이미지도 전작의 사라코너와는 좀 다른 것같아 불안불안불안하였다. 이병헌의 아직은 훌륭하지 않은 영어연기도 불안불안불안불안 하였다. 그나마 병헌이형 팬심과 지금 박스오피스가 개망이기 때문에 볼 이유가 생긴 거지 사실상 그것들이 아니라면 별 볼 이유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은 영화였다.

 

그러나 영화는 평론가들 악평과 심각하게 낮은 로튼지수 그리고 나의 바닥에 가까운 기대에 비해서 상당히 괜찮았다. 터미네이터 전체 시리즈에 관점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 한편만 떼놓고 봐서도 그랬다.

 

우선 전체 시리즈의 관점에서 보자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앞뒤 안 맞던 모순된 플롯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은 영리하고 납득 가능한 범위에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 영화는 3편에서 거지같이 뒤집어 놨던 일을 사실상 없던 일로 함으로써 시리즈물이 다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그렇게 꼬일 대로 꼬인 프랜차이즈에 멋진 해결사 역할을 하였다. 이는 성공적인 리부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 한편만 떼놓고 봤을 때 걱정되던 점들도 대부분 괜찮았다. 젊은 시절, 근육맨 코만도 아놀드형님은 아침으로 그린베레성님을 뜨끈한 햅반과 뚝딱하시던 분이었지만 지금 그는 70에 가까운 노인네다. 분명 액션신이 지지부진할 것이며 그로 인하여 터미네이터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리라 예상하였다. 뭐 예상했던 것처럼 상대적으로 전작들에 비해서는 약간은 모자라는 액션을 뽑아냈지만 그래도 아놀드형의 아직 살아있는 근육과 CG를 이용하여 생각보단 잘 뽑아내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액션신이 부족한 만큼 이 영화에선 터미네이터의 빈 자리에 새로운 기믹을 추가하여 캐릭터의 색을 더했다. 액션신이 살짝 빠졌지만 그 빈자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진 주인공인 T-800의 무게감과 깊이를 더한 감독의 선택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아놀드형 말고 다른 인물들도 걱정하던것 보다는 훨씬 좋았다. 이병헌의 다소 딱딱한 영어 연기는 생각해보니까 T-1000의 냉혹하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와 딱 맞는 것이었다. 장수원을 갖다 놓아도 딱히 어색할 것이 없는 배역이니 말이다. 다만 극중에 임팩트는 다소 약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뭐 이건 배우 탓이 아니고 각본 탓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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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인상이긴하지만 2편의 사라코너와 5편의 사라코너는

같은 배역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미지 차이가 크다.

2편은 강인한 여전사, 5편은 어린이같은 느낌이 난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히 터미네이터의 후속작으로서 전작의 사라코너 이미지를 따라가려고 했다면

분명히 미스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병헌 말고 또 걱정하던 캐릭터가 바로 사라코너였다. 사라코너가 불안불안 했던 이유는 사라코너역의 배우의 이미지와 전작의 사라코너와는 너무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극중 사라코너라는 캐릭터는 보통의 여성캐릭터와는 다르게 용맹하며 진취적이고 강인한 여전사이다. 에일리언의 리플리와 같이 정말로 강력한 힘과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보호본능이 들게끔 하는 것이 아닌, 관객이 캐릭터에게 전사로써 이입할 수 있게 하는 캐릭터이다. (이렇게 피와 기름때로 가득한 사람이야 말로 진짜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그러나 이 영화에 나온 사라코너역의 배우는 너무 여전사로 각성을 한 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예쁘고 앳되보인다는 점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나의 사라코너는 이렇지 않아!

 

하지만 이 영화의 사라코너는 T-800이 새롭게 바뀐 만큼 그 방향에 맞춰서 바꿔져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영화의 중요한 반전이나 감상을 망칠만큼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진 않지만 그래도 중심내용에 가까운 부분이므로 완전히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지만 하여튼 성공적으로 '리부트'를 해냈다고 본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좋은 점이 확실한 만큼이나 나쁜 점들도 아주 확실했다.

 

우선 가장 맘에 안 들었던 점은 사라코너와 카일 리스의 사이의 감정선 표현이 너무나도 두서없고 급작스러웠다는 점이다. 운명적인 사랑이자 동시에 사랑이 된 운명인 두 사람의 관계는 분명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정말 후진 연출에 설득력없고 급작스럽기짝이 없었다. 마치 여성관객을 위해서 억지로 우겨넣은듯한 인상이 느껴질 정도. 조금만 과장해서 말하면 진짜 쥬라기 월드의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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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을 제외한 작품 순서대로 T-800, T-1000, T-X, T-3000

 

 

그리고 악역들의 카리스마가 심각하게 부족한 점도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터미네이터에서 악역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1편에선 냉혹한 근육맨 살인병기 T-800, 2편에선 호리호리한 외형을 가졌지만 죽지도 않고 변신까지하는 감정없는 T-1000, 2편의 T-1000보단 임팩트가 덜 하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기능을 지녔던 터미네이터-터미네이터 T-X 까지...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악역의 존재는 작품의 척추와도 같은 존재들인데 이번 영화에선 너무 별 특징이 없어보였다. 카리스마가 부족했고 커다란 임팩트도 주질 못했던것 같다. (사실 그 등장 자체로 임팩트를 주려고 한것 같지만 이 멍청한 감독새끼가 그걸 예고편에 넣어버렸다. 미친새끼) 정말 별 특색이 없는 지지부진한 악역이었다.

 

하여튼 결론을 내자면 좋은점과 나쁜점이 명확한 그냥 평작 수준의 영화이지만 개망한 시리즈인 터미네이터의 재부흥의 시작을 나름 잘 해줬다는데에는 의미가 큰 영화라고 생각한다. 낮은 기대치 때문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많이 괜찮은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2 이후 처음으로 볼만한 영화. 점수는 볼만한 영화 6점과 훌륭하게 재미있는 영화인 7점 사이인 6.5점

 

27개의 댓글

2015.07.06
제니시스에 등장한 터미네이터 버젼이 몇인지도 모르면서

리뷰라니 ㅂㅁ드립니다.
0
@맛자랑
수정
0
2015.07.06
@좋은말은힘들고
솔직히 볼만한거라고는 예쁜 사라코너의 슨부먼트와

간지나는 T-3000이 다였음 스토리도 이상하고

T-3000도 광고에서 말한거하고는 다르게

이펙트도 존나 약하고 전체적으로 실망적인

영화였음
0
2015.07.06
나는 그래도 나름 기대하고 봐서 실망스러웠던 것에 반해 작성자는 기대를 안하고 봤기 때문에 만족한듯 하다.
0
@꿀맛
2편 이후로 그나마 봐줄 수 있는 영화가 나와서 대견했던것뿐이지

볼만한 영화 이상, 그 이하도 아님

어차피 미션임파서블 개봉하면 얘도 끝이야
0
제임스 카메론이 인터뷰로 1,,2 재밌어하시는분은 재밌게 볼수 있다고 하길래 보러갔는데 영 심지어 작중에 언급된 떡밥도 회수 다 못함

사라코너든 누구든 전작에 나왔던 인물에 비해 새로운배역이 압도적으로 초라했었음
0
2015.07.07
내가 보기엔 딱 평범한 정도였다고 생각함
0
2015.07.07
@회차 진행중
일단 여주가 이쁨
0
2015.07.07
등장 자체가 임팩트인게 이병헌 이었어?
0
WB
2015.07.07
이번 제네시스의 사라 코너는 2편의 사라코너에 비해 12살은 더 어립니다. 여전사 티가 덜나고 풋풋한게 당연하죠. 비교하려면 1편과 비교 해야 하는데 1편의 사라코너는 음....... 촌스러움이 가득한 웨이트리스
0
2015.07.07
내가 잠시 집중을 안하고 봤을 수도 있는데 바뀌는 부분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헷갈렸음

그래도 늙은 터미네이터가 너무 씹간지라 나름 볼만한 수준은 된다고 생각한다.

터미네이터 특유의 로봇스러운 묵직한 액션도 잘 살린 편인 것 같고.

러브라인쪽이 너무 약하고 뜬금없던 것만 빼면 예전 생각도 나고 나름 괜찮았음.
0
2015.07.07
예고만 아니였어도 임퍅트가 살았을텐데
0
2015.07.07
오마쥬만 가득하던 쥬라기월드보다는 오마쥬를 넣으면서도 리부트스토리를 진행하려햤다는 점에서 점수를 더줄수 있긴한데 대놓고 다음편을 기다리세요인 떡밥미회수는 별로 였음
시간여행덕에 꼬인 타임라인을 이번엔 평행세계로 더 복잡하게 만들어서 페러독스니 뭐니 따질 수준을 넘은듯함

하지만 진 주인공인 T800의 간지와 사라코너가 참 예뻤던걸로만 으로 볼만한 영화임
사라코너가 완전 작은게 챠밍포인트였음
0
사라코너가 너무 예뻐서 백점까지 줄 수 있다.

나름의 중년간지도
0
솔직히 별로 마음에 안드는 영화였음

싸질러놓고 제대로 떡밥 회수를 안하는게 너무 많음

그리고 터미네이터가 너무 인간적임...

모르는 사람은 초인물이라고 해도 믿을거 같다
0
2015.07.08
재밋게 보긴 했는데, 여주는 맘에 안들었음.

핵폭탄에 살아남고, 터미네이터랑 싸우는 훈련 받았다면서,

몸이며 뭐며 걍 애기
0
2015.07.08
어라 1편 터미네이터는 T-101이고 2편 아군이 T-800아녀?
0
2015.07.08
@로리 기여워
1편 아놀드: T-800
2편 아놀드: T-800
3편 아놀드: T-850
4편 아놀드: T-800
0
2015.07.09
@로리 기여워
101은 겉 피부 모델명이고 기종은 T-800
0
2015.07.08
예고편 주요스포 감독새끼가 한거 아니라서 ㅂㅁ

감독은 배급사에 오히려 존나따짐
0
2015.07.09
@NMNS
예고편에서 끝까지 이병헌만 악당인 것처럼 보여줬으면 다들 반전에 놀라서 평가가 약간이라도 더 올라갔을 텐데...
난 대체 왜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인 건지 그게 너무 궁금해서 보러간 거였지만ㅠㅠ
0
2015.07.08
갠적으로 주지사옹이 Protect MY Sarah Conner하는 장면에서 왈칵했다.
0
2015.07.09
난 이거 그냥 씹ㅂ노잼이었는데.. 4편인가도 봤었는데 그것도 노잼이고,,,
0
2015.07.09
로튼토마토에서 평가가 개판인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 아쉬운 부분이 많은 영화고, 배급사에서 예고편으로 T-3000의 존재를 미리 공개해버린 것도 정말 크나큰 실수였음. 그래도 원조 아버지이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 영화를 3편이라고 봐도 된다고 한 발언이 결코 립서비스는 아니었음. 2가 워낙에 괴물같은 명작이라 그렇지 이 정도면 후속작으로서 체면은 제대로 세웠음. 팬들에겐 '아 저거 그건데ㅋㅋㅋ'하게 만드는 장면들도 많았고ㅋㅋㅋ

후속작을 또 보여주려고 미해결 떡밥 남겨둔 게 꽤 있는데, 현재 북미 흥행을 볼 때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런지 걱정이 앞섬;; 후속작 제발 나와줬음 좋겠다.
0
2015.07.09
솔직히 터미네이터 셀베이션도 괜찮긴 했는데 3의 빅똥이 너무 큰게 문제였지 않나? 난 나름대로 터미네이터 셀베이션이 괜찮은 영화였다고 생각하는데.
0
2015.07.10
개 ㅈ같은 영화다
영화 자체로는 다운용 시간떼우기 용 영화로 쳐줄수있지만
터미네이터를 봣거나 대충 설정만 알아도 쓰레기지
설정붕괴에다 전작들 스토리를 과감히 스킾하거나
바꿔버리거나 암튼 난 굉장히 화낫쪙
0
2015.07.10
터미네이터 정통 팬으로서 제니시스는 1, 2에 미치지는 못 하지만 시리즈의 부활로서 성공적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1, 2 빼고 다 쓰레기야 빼애애애애애애액!!!! 거리는 놈들은 앞으로 뭐가 나오든 그냥 신경 끄고 OCN에서 1, 2 보길 바란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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