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바둑] 왕의 몰락

 

오랜만에 글을 쓰는거 같은느낌이야.

고럼 오늘도 이야기를 시작할께.

 

창호.jpg

 

오늘의 이야기는 이창호 성님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어.

요즘에서야 바둑을 접한 게이들이라면 이세돌을 바둑의 대표 아이콘으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창호의 존재감에는 아직 못미친다고 봐야지.

 

일단 간단하게 이력을 조금만 훑어보자.

89년 14세 첫 타이틀 획득 (세계최연소)

이후 2010년까지 약 140회 우승 (조훈현에 이은 세계 2위)

세계대회 21회 우승 최다우승 (2위 이세돌 16회, 3위 조훈현 11회)

한해 최다승 기록 (90승)

한해 13관왕 기록 (세계최다관왕)

5년연속 최우수기사 선정

 

90년대 2000년대 세계를 씹어드셨던 바둑계의 본좌.

 

이조.jpg

 

단순한 기록만 아니라 수많은 전설적 일화를 남기기도 했지.

조훈현과의 사제대결은 가장 흥미롭고도 유명한 이야기야.

자세한 건 이전에 내가 썼던 '천재론'편에 나와있으니 함 보는것도 좋을거야.

 

이창호마효춘.jpg

 

중국의 1인자였던 마효춘. 저 표정을 보니 또 진것 같군 ㅋㅋ

이창호는 마효춘의 천적이였지.

세계대회에서 단한번도 이창호를 넘어보지 못하고 떡발리고 말아.

하지만 입만 살았던 마효춘은 이창호가 쎈게 아니라 이창호와 바둑을 두면 상대들의 실력이 갑자기 하향되는 이상현상이 벌어진다고 디스를 한적이 있지.

근대 그게 사실이라면 더 대단한거 아닌가?;;

 

암튼 이창호가 결승에 올라왔다하면 이미 중국인들은 GG치던 시절이 있었어.

국가대항전 했다하면 한국이 항상 우승하던 시절이고 이창호가 항상 마지막을 지켰지.

그 결과 국가대항전 11년연속 한국우승.

마효춘 이후 1인자였던 창하호의 어록이 유명한데.

'한국기사를 모두 꺾어도 이창호가 남아있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머 중국인들에게는 거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창호.  실제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고 함.

 

천재이창호.jpg

 

이창호가 세계를 제패하면서 일어난 바둑붐이 오늘날 한국바둑을 유지시켜주고 있지.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김지석, 강동윤 등등이 모두 이 세대라고 보면될거 같아.

참고로 나도 마찬가지로 이창호 덕에 바둑을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좆망했지;;;

 

이창호의 주특기는 집을 짓고 읽어내는 능력이야.

스승 조훈현이 이런얘길 했다지?

'반상(바둑판)에도 없는 집을 찾아내는 아이'

반집의 승부사라는 별명만큼 이창호는 미세한 승부에서 극강함을 보여줬어.

 

이창호가 세계최강일 때 그의 바둑스타일을 너도나도 따라했고 나 역시도 그렇게 둬야만 바둑을 잘두는건 줄 알았었어.

전투같은거 할필요가 없음; 걍 바둑판 위에다가 아기자기하게 각자 집지어가면서 한집이라도 더 지은사람이 이기는;;

지금 생각해보면 졸라 재미없고 병신같은 바둑인데 내가 이걸 추구했었던게지;;;

참고로 이창호는 상대가 싸움을 걸어와도 걍 해달라는데로 다 해주거나 피해다님.

그러고도 항상 끝나고보면 이창호가 이겨있었으니 상대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지.

암튼 크고나서야 아 내가 파괴신 이세돌같은 바둑을 뒀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가끔하곤 한다...이제와서 ㅋㅋ

 

이창호.jpg

 

이창호가 현대바둑에 기여한건 단순히 우승을 마니했다거나 최강이였다거나 하는 의미에서 끝나는게 아니야.

일단 세계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거. 쉽게 말해 세계바둑의 레벨업을 시켰다고 봐야해.

이창호의 형세판단 능력은 이제 세계최고수들의 기본스킬이 되었지.

 

뿐만아니라 바둑외적인 요즘 프로들의 기본스킬 들도 모두 이창호로부터 시작된게 무지 많다고 해.

예를 들면 표정관리라던가 시간분배 등등이지.

이를테면 바둑을 두다보면 당연한 수가 있고 생각을 해야할 수가 있어.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당연한 수에서 생각도 안하고 노타임으로 두다가 때가 닥치면 비로소 생각을 하게됨.

그런데 프로들은 거꾸로 바둑을 두지.

당연한 수순일 때 생각을 무지해서 몇수앞을 읽어놓고 어려운 수에가서 엄청 빨리 둬버림.

이러면 상대방은 그만큼 당황스럽다거나 시간분배에 에로사항이 꽃피게 되는거지.

 

이런 여러가지 측면에서 신포석을 창안했던 오청원같이 이창호도 훗날 바둑역사에 특별하게 기록되지 않을까 싶어.

 

최철한응씨배우승.jpg

 

영원할 것 같았던 이창호 제국.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그 아성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고 최철한은 그 선봉장이였지.

2004년, 권위있는 국내기전인 기성과 국수전을 모두 최철한이 빼앗아가고 이후에도 중요한 길목마다 최철한에게 덜미를 잡힘.

최철한은 이상하게 이창호에게 엄청 강했지;;

특히 5회 응씨배 4강에서 이창호를 잡고 결승에 올라가는데 창하오에 져버리는 바람에 괜히 욕도 좀 먹고 슬럼프를 겪기도해.

웃긴건 4년 후 6회 응씨배에서 최철한은 우승하게 되는데 상대가 또 이창호였지 ㅎㅎ

 

이창호최철한무관전락.jpg

 

얼굴 벌게진 이창호. 저런 얼굴 보기 쉽지 않은데...

2011년 2월 드디어 이창호는 무관으로 전락함.

무려 22년만이였지. 그런데 상대가 얄궂게도 또 최철한;;

아 그런데 사실 이때 상대전적만 놓고보면 승률이 반반정도로 거의 비슷했다고 해.

하지만 중요한 판들을 최철한이 마니 가져가서 상대적으로 이창호가 마니 지는것 처럼 보였던거지.

 

이세돌최철한.JPG

 

아오~ 쪼개는거 보소.  이세돌은 자기일 아니라고 여유롭군;;

2007년 이후로 이창호덕을 보는 많은 기사들이 생겨났지.

이창호가 바둑계의 스타가 되는 등용문이었다고나 할까, 쉽게 말해 동네북;;

아 왕년의 이창호가 이리될 줄 누가 알았으랴.

이세돌,박영훈, 강동윤, 목진석, 김지석, 윤준상, 박정상, 조한승 등등이 이창호를 결승전에서 꺾으며 일약 스타가 되거나 첫우승의 숙원을 이루곤했지.

중국은 창하오,뤄시허, 왕시, 장웨이지에, 등이 이창호를 상대로 우승을 따냈지.

참고로 2005년 뤄시허전 이후 2012년 장웨이지에까지 이창호는 10연속 세계기전 준우승이라는 불명예기록을 달성했어.

창호찡....ㅡㅜ

 

이창호눈물.jpg

 

어쨌든 창호성님은 결혼해서 잘살고 있어. 우는모습은 첨보네 ㅋ

상대는 바둑기자출신 여성이라던데 부인분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ㅎㅎ

 

이창호가 어찌보면 적국인 중국에게도 인기가 많은 이유는 그의 인격에 있어.

자신을 필요로 하는곳이라면 그 바쁜 와중에도 항상 참석하고 자리를 빛내주심.

행사에 결코 불참하는 일이없고 대인관계도 그 누구와도 불화가 없음.

지인들에게 그렇게 잘하기로 유명하고 인터뷰하러 온 기자가 밥을 안먹었다고 하자 잠깐 기달리라더니 도시락을 사가지고 온 일화도 있음.

워낙에 조용하고 말이 없는 스타일, 걍 바둑성인이라고 봐야할 듯 해;

 

중국의 유명한 바둑전문기자인 씨에루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msn대화명이 '내 마음속의 신(我心中的神)'이었다고 해.

누군가 그 신이 누구냐고 하자 이창호 9단이였다고. 그런데 둘은 서로 전혀 왕래가 없는사이였지.

이창호의 바둑계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이제 최정상에서 내려온 모양세지만 그래도 혹시나 왕의 귀환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조훈현의 스승인 후지사와 슈코는 66살에 일본 왕좌전을 우승했고 67살에 방어에 성공하면서 2연패를 달성했지.

현대바둑은 젊은기사에게 더욱 유리한 추세지만 이창호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걸 함 보여줬음 해.

 

 

 

 

 

 

 

 

 

11개의 댓글

2013.05.06
우리아부지는 무뚝뚝하시고 예능은 잘 안보시고, 배구랑 내셔널지오그래픽이랑 ocn에서하는 헐리우드영화, 그리고 바둑을 보심ㅋㅋ 사실 바둑을 젤 열심히 보심 나도 간혹 아부지랑 같이 바둑볼려고 노력하는데 어느덧 정신을 차리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하나...둘...셋....

바둑하면 난 그목소리만 떠오른다 ㅠㅠ 그래도 이창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암 ㅎㄷㄷ
0
2013.05.07
@아오저걸그냥
그려 아부지랑 바둑도 두고 그려 ㅎ
0
2013.05.06
바둑 프로 케이블 채널 나올 땐 가끔 봤었는데
케이블 채널 서비스 기한이 끝난 이후로 한 번도 못봤음.
바둑에 대해 잘 모르고, 진행이 느려도 특유의 여유로움 때문에 즐겨 봤었음ㅋ

한 시대를 주름잡던 기사들이 몰락하는게 왠지 슬프다.
그런 모습을 보고있자면 바둑나이가 있다는걸 인정하게 되더라.

그나저나 아내도 안 우는데 이창호 우네ㅋ 아내 11살 연하라는데 대단한듯
1
Outphase
2013.05.06
참 희한하게도... 한 사람이 왕좌를 오래 차지하는 것은 하늘이 시기하는 듯

어떤 분야던지 누군가가 나와서 발목을 잡게 되어있어....
0
1
2013.05.06
아홉꼬리바둑글은 항상 꿀잼!!
0
아홉꼬리형
2013.05.06
이 전투바둑 선호였다니 아홉꼬리형도 그럼 유창혁 좋아하셨나?
0
2013.05.07
@아홉꼬리형
그때는 어릴때라 걍시키는대로 뒀었지
대세가 창호형이였는지라 나도 집바둑스탈이였고 딱히 조아하는 스탈 같은거도업었고 말그대로 주입식교육속에 창의력이란 일퍼도 업는 그런바둑이였던거같다ㅎ

지금은 바둑두면 무조건 쌈만하지
깡패바둑되니까 어째 실력이 한창때보다 더 는거같음;;
바둑끝나고보면 서로간에 집이없음ㅋㅋ
0
1
2013.05.07
아홉꼬리성님 바둑이랑 무슨관계야? 그냥 취미로 둔거같진않은데...
0
2013.05.08
@1
어릴때 프로 함 해볼까하다 관뒀징
0
2013.05.08
노래 드렁큰타이거꺼임? 제목좀
0
2013.05.08
@정글순규
Is ack hizay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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