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충성! 비룡식당!

앞선 이야기. 여자도 군대를 감. 취사랑 행정, 의무쪽으로 남자들과 군생활을 같이 하게 됨. 우리의 주인공 최수진은 여자이며, 본부중대 소속으로, 30명 규모의 소대가 있는 동해안의 어느 소초에 취사병으로 파견을 나오게 됨. 



 23시 10분...나는 쭈그려 앉아서 환히 빛나는 자판기가 덜커덩 내뱉은 음료수 캔을 손에 들었다. 바닷바람이 입김을 불 듯 미지근하고 끈적해서, 땀에 젖은 수건으로 몸을 문지르는 기분이었다. 음료수 캔으로 목덜미와 턱밑을 문지르며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는데, 느닷없이 머리 위로 손이 불쑥 나와 동전을 자판기에 집어넣는 바람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덜컥 목구멍으로 올라오려는 것을 꿀꺽 삼켜내며, 일어나 뒤돌아 서자, 내 앞에 황익태 상병이 서 있었다. 그는 야간행정병이었는데, 피곤에 절어 게슴츠레 뜬 눈으로 날 바라봤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른채로 나는 경례했다.


"그래, 안 자냐?"


 그는 경례를 받은건지 눈썹을 긁은건지 모르게 손을 움직이며 자판기 아래로 몸을 숙였다. 내가 사흘째 내리던 장맛비가 그친 다음날은 하늘이 굉장히 맑다는 둥, 오늘 하루종일 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는 둥 횡설수설하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가서 앉어 그럼."


황 상병은 맞은편의 모퉁이가 해풍에 삭아 부서진 벤치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뒤돌아 걸어가는데 등뒤로 그가 말했다.


"구석에 앉지마라, 가시박힌다."


그는 자리에 앉아, 불에 올려놓은 오징어처럼 다리를 꼬고 기지개를 펴더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스으읍....후우.....별 좋아하냐?"


"이렇게 많은 건 본적이 없습니다."


"좋아하냐고."


"예 그렇습니다."


 그는 내 대답을 듣고서 한동안 말없이 담배를 쭉 피웠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기에 따라서 일어났더니, 그가 얼마 안 남은 담뱃불을 흙바닥에 탁탁 튕기며 말했다.


"기다려봐 여기서."


 그가 소초로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그가 벤치로 다가와 그 것을 내게 건네주었는데, 망원경 처럼 생긴 것이, 눈을로 보는 구멍은 두 개 인데, 앞으로 나가는 구멍이 한개인 독특한 모양의 물건이었다. 내가 물었다.


"뭡니까? 이게? 망원경입니까?"


"PVS-7 야간투시경이야. 여기 있는 스위치 켜고...음... 켰지, 이제 망원경처럼 보면 된다."


 그가 의기양양하게 말했으나, 나는 통 감을 잡지 못했다.


"이걸로...어딜 봅니까?"


 황 상병은 씩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쿡쿡 찌르듯이 가리켰다. 나는 못미더운 표정으로 두 눈에 야간투시경을 가져다 대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가, 깜짝 놀라서 잽싸게 고개를 내려 황 상병을 바라봤다. 나는 놀라움에 동그랗게 떠진 눈으로 흥분한 듯 소리쳤다.


"이, 이게 전부 다?!"


그가 씩 웃었다.


"그래, 별이야."


 나는 다시금 야간투시경 안을 바라봤다. 초록색의 세상 안을 훔쳐볼 수 있는 구멍이 눈 앞에 생긴 것만 같았다. 그 안에는 모래알을 한아름 안아 도화지에 흩뿌려 놓은 것 보다 더 수 많은 별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별들은 제각기 반짝이며 자신을 뽑내는 듯 했고, 나는 환희에 차서 그것들을 한껏 바라봤다.


"세상에...황익태 상병님...이런 건 정말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재밌지?"


"예!"


"그럼 가서 음료수좀 뽑아와. 그건 이제 이리 주고."


내가 머뭇거리며 야간투시경을 건내며 눈을 흘겼다.


"그만큼 보여줬음 됐지 뭐? 빨리 음료수 뽑아와. 좋은 구경 값이야."


나는 불만섞인 표정으로 음료수를 뽑으며 투정부리듯 혼잣말했다.


"자기것도 아니면서 생색은..."


황 상병이 야간투시경으로 하늘을 보며 말했다.


"다 들린다."


1개의 댓글

2018.07.16
구경값~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조회 수
32451 [그림] 에라. 그냥 올림 6 rulru 7 18 시간 전 94
32450 [그림] 호인 뿔난용 2 2 일 전 86
32449 [잡담] 8월 일페부스 같이나갈 개붕이있니 10 뀰강정 3 2 일 전 161
32448 [그림] 자세를 창작해서 그리는건 힘드네 뿔난용 3 3 일 전 131
32447 [그림] 코하루 모작 연습 3 뀰강정 5 3 일 전 164
32446 [기타 창작] 3D 븜 열심히 진행중 1 에오리스 4 3 일 전 102
32445 [그림] ddsdsdsds 7 구파 10 4 일 전 98
32444 [그림] 블렌더 배경연습 한장 6 끠자치킨 6 4 일 전 119
32443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 3 뿔난용 5 9 일 전 127
32442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스케치) 뿔난용 1 9 일 전 59
32441 [그림] 오랜만에 샤프 낙서 장윈영 2 9 일 전 114
32440 [그림] 야밤 동탄 3 프로수간충 7 9 일 전 364
32439 [그림] 플러스터 간+기가듈 뿔난용 1 9 일 전 60
32438 [그림] 플러스터 간+기가듈(스케치) 뿔난용 1 9 일 전 25
32437 [기타 창작] 개다, 요루시카 권주가 1 9 일 전 56
32436 [그림] 플러스터 간+테라 뿔난용 3 10 일 전 74
32435 [그림] 플러스터 간+테라(스케치) 뿔난용 1 10 일 전 32
32434 [그림] 스윽 5 구파 9 10 일 전 106
32433 [그림] 플러스터 간+바로제 뿔난용 4 11 일 전 55
32432 [그림] 플러스터 간+바로제(스케치) 뿔난용 1 11 일 전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