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도 성모병원에서 별난 소리 다 했어. 나 그 소리 지금 하고 나면, 이 속에 가라앉았던 거 뒤집어 놔서 사흘 동안은 이길 수가 없어.
“내가 3도만 되어도 죽는데…. 엄마, 나는 빨리 죽으려고 이렇게 스펀지를 이 속에다 넣어서 불을 붙였어.
이런 모양을 엄마에게 보여 주지 않고 많은 사람들한테 내 추한 모양을 안 보이려고 그랬어.”
내가 보니까 태일이 말대로 몸이 돼지살 모양으로 다 익어버렸어.
“내 3분 있다가 죽을지 10분 있다가 죽을지 모르니까, 다른 약을 구한다 어쩐다, 뭐 주사 놔달라고 말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것 잘 듣고, 엄마 꼭 들어주세요” 하고 애원하더라고.
우리 엄마는 그렇게 할 거라고. 내가 부탁하는 걸 안 하면 나는 이 다음에 천국에 온 영혼도 안 만날 거라고. 엄마는 할 거라고,
“한다고 대답 좀 하세요.” 막 소리쳤어. 약속해달라고.
그라고 이런저런 여러 가지 말을 너무 많이 했어.
“학생하고 노동자하고 합해서 싸워야지 따로따로 하면 절대로 안 돼요.
캄캄한 암흑 속에서 연약한 시다들이 배가 고픈데, 이 암흑 속에서 일을 시키는데, 이 사람들은 좀 더 가면 전부 결핵환자가 되고,
눈도 병신 되고 육신도 제대로 살아남지 못하게 돼요. 이걸 보다가 나는 못 견뎌서, 해보려고 해도 안 되어서 내가 죽는 거예요.
내가 죽어서 좁쌀만한 구멍이라도 캄캄한 데 뚫리면, 그걸 보고 학생하고 노동자하고 같이 끝까지 싸워서 구멍을 조금씩 넓혀서
그 연약한 노동자들이 자기 할 일을,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엄마가 만들어야 해요.”
엄마가 안 하면 그걸로 끝난다고.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그란 말도 하고 그때 뭐 별말 다 했지.
“어떤 물질이나 어떤 유혹에도 타협하지 마세요. 내 부탁한 거 꼭 들어주시겠죠?”
참말로 기가 차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듣고만 있었지.
“왜 엄마는 내가 말하는데 대답하지 않아요? 우리 엄만데 왜 대답하지 않느냐고요?
내가 죽으면, 헛되게 죽으면 안 되잖아요. 엄마가 제발 내 말 들어주세요.” 막 따지는 거야.
“목사들은 이웃을 사랑한다 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아요. 말로만 했지 실천은 안 한다고요. 그런 예수는 믿지 마세요.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는 예수를 믿으세요.”
지도 예수를 믿었는데 그란 말을 했어.
태일이가 말을 하는데 여기 가슴에서 막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나는 거라. 다 이렇게 붕대 묶어놨는데 부글부글 끓는 거라.
“엄마, 엄마, 내가 부탁하는 거 꼭 들어주겠다고 크게 한 번 대답해 줘.”
크게 한 번 대답해 달라고 그렇게 말하는데 여기가 계속 막 끓더라고.
“그래. 아무 걱정 마라. 내 몸이 가루가 되어도 니가 원하는 거 끝까지 할 거다.”
내가 미치겠는데…, 겨우 소리를 내 말했지. 그라니까, “잘 안 들려요. 크게, 크게!”
“내 몸이 가루가 되어도 니가 원하는 거 끝까지 할 거다!” 내가 큰소리로 대답해줬지.
그라니까 막 끓는 게 여기 목까지 차올라서 펄떡거리면서 숨을 못 쉬는 거야. 그라니 의사가 와서 목에 칭칭 감은 붕대를 칼로 탁 땄어.
“엄마 꼭 크게, 나 잊어버리고 부탁하고 가게. 크게, 크게 대답해 주세요.”
그라는 거라. 그리고 피가 퍽 쏟아지고, 크게 대답하라 소리치면 피가 퍽 쏟아지고, 크게 대답하라 그라면 또 피가 퍽 쏟아지고….
그라다 한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쓰라져 있다가 태일이가 눈을 뜨며 마지막으로 뭐라 한지 아냐?
“엄마, 배가 고프다….”
(다시 이소선은 수건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숙인다. 한참을….)
그게 태일이 마지막 말이었어. 배가 고프다, 그 말을 들으니 기도 차지 않았어. 그 말이 얼마나 가슴을 쥐어뜯던지 나도 정신을 잃었어.
이 이야기를 마친 이소선은 나흘간 꼬박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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