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자취생은 제육을 먹습니다.

  돼지라는 가축에게는 언제나 익숙하다가도 때때로 감회가 새롭다.

다른 가축처럼 농사를 돕지도, 군사용으로 쓰이지도, 운송수단이나 털을 얻는 용도로마저도 쓸 수 없다.

물론 부수적으로 배변물을 분으로 쓰기야 하지만 그건 아주 부수적인 얘기니 논외로 한다.

 

 돼지는 올곧이 인류가 잡아먹기 위해 가축화한 동물이다.

그러고 보면 신기하게도, 돼지와 소의 가격차가 이만큼 심한 문화권이 한국을 제외하면 얼마 없다고 한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소와 돼지의 가격은 얼추 비슷하다. 물론 부위별로 다르지만.

 

 우리는 돼지를 자주 먹는다.

수입산이던, 국내산이던 우리는 참 자주 돼지를 먹는다.

 

 .

 한식의 식재료를 하나 하나 뜯어보자면, '남이 먹고 남은' 재료가 많다.

산나물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닭발, 족발, 소의 혀와 꼬리, 돼지나 소의 내장 등이 그렇다.

물론 인류 문명이 근대화하기 전까지는 도축을 하고 남는 고기가 아까워 한 동물의 전 부위를 먹기는 하였으나

한국처럼 그 식문화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덧붙여 말하자면,

식재료로 돼지의 발을 선택하는 문명은 중국과 독일, 동남아 일부 일대와 함께 한국이다.

 

 돼지는 싸다.

요즈음 '한국은 양돈, 도축, 유통 등 중간과정의 참여인물이 많기 때문에 필요없을 정도로 돼지의 가격이 뛰게 된다.' 는 말이 우후죽순 퍼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런대로 봐줄 만한 가격이다.

동네 마트 정육코너에서 100g당 가격이 850원인 뒷다릿살로 제육을 할 것인지,

똑같은 양에 가격이 두 배가 약간 넘는 삼겹살을 사서 고추장 벌집 삼겹살을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전자를 택한다.

삼겹살은 월급 나오면 먹겠다라는 독백을 곁들여.

 

 자취좀 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말이겠지만 고기를 고를 때에는 미리 썰어놓지 않은 고기로 사는 것이 좋다.

더 위생적이라는 설도 있고 썰어서 포장된 고기는 대부분 수입산이라는 설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육코너의 점원에게

 "혹시 좀 두껍게 썰어주실 수 있나요?" 라고 부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유하지 않은 탓에 어렸을 때부터 외식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있었다면 중국집이었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 친구 만나러 가신다는 걸 따라간 적이 있다.

동네 돼지고깃집이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열 살 짜리 술집에 가까운 고깃집에 아버지 손 잡고 들어가는 것은 이상한 풍경이 아니었나보다.

 

 집에서만 먹던 삼겹살과는 다르게 두툼하게 썰어져 나온 고기를 보며 침을 삼켰던 기억이 아직 있다.

그 때 두근거림 때문인지 나는 고기의 부위를 막론하고 '두꺼운 게 좋다.' 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나보다.

 

 양파와 당근을 마저 사고 집으로 돌아온다.

제육에 들어갈 양파는 아주 얇아야 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두께로 썰어준다.

편식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당근은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제육에는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산 당근은 가능한 얇게 썰어준다.

일단은 양파와 함께 처음부터 약불로 볶아내야 하는데, 당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잘 익지 않는다.

너무 두껍게 썰어버리면 밥과 함 께 제육을 한 젓가락 먹는데 아삭거리는 참사가 벌어진다.

 

 야채는 소금간을 하며 볶는다.

볶는 도중에 너무 자주 저어주면 괜히 열만 날아간다. 약불에 지근지근 볶아주며 가끔씩 들춰줘야 한다.

움푹한 팬에 뚜껑을 덮어 약불로 몇 분 볶아주면 눈에 띄게 숨이 죽는다.

그러면 고기를 넣고 양념을 시작한다.

한 때 쿡방이라는 것이 유행할 적에 왜 TV에 나오는 모든 셰프라는 작자들은 미리 양념장을 대접 혹은 앞접시에 만들어 놓는지 의문이었다.

고추장을 몇 큰술, 고춧가루 조금, 설탕 대신 집에서 보내 주신 꿀을 좀 넣고 생강과 마늘을 바로 팬에 넣는다.

 

 불을 좀 올려주고 돼지와 채소를 섞어 놓는다.

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적에 집에 다진 마늘과 생강이 없었을 적에,

 '뭐 큰 차이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했다.

그리고 처음 먹었을 때도

 '내가 둔감한 건지는 몰라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요리를 하는 동안 그 요리의 향에 익숙해 진다.

명절 날 우리네 어머니가 전을 먹고싶지 않아 하는 이유도 그렇다.

마늘과 생강을 안 넣어주면 그 다음 날부터 요리에서 돼지 냄새가 난다.

 

 냉면그릇을 꺼내 밥을 한 주걱 반 담고 제육을 한 국자 담는다.

비주얼은 아무리 봐도 머슴밥이다.

오늘따라 별 거 아닌 요리일 지언정 밥은 꼭 밥그릇에, 요리는 꼭 넓은 접시에 담아주시는 어머니에게 감사하다.

31개의 댓글

2018.02.10
상추 추가 하면 더 꿀이겠다
0
2018.02.10
꿀팁
0
팁)재래시장가면 뒷다리 3근에 1만원이다
0
2018.02.10
잘읽었다
0
2018.02.10
뒷다리 썰어달라고 하면 2근에 만원 받는다. 보통 세일할때 사면 비닐에 감싸있는거 3근에 만원, 잘사면 그보다 싼 경우도 있다.
0
2018.02.11
글이 엄청 이쁘게 잘썻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0
2018.02.11
팁 식자재마트가면 뒷다리 100g 500원안함
0
@밀리리릴
도매로 파는 게 아니라 진짜 그냥 500원임?
찾아볼까
0
2018.02.11
@나원래 댓글 안다는데
탑마트도 자주 할인해 커팅 안된거 450~590원 사이로
당연히 전부 국내산이고 전화해서 물어봐도 되고
0
2018.02.11
뒷다리살 만원치 사면 일주일 내내 고기먹을수 있음 ㅋㅋ
0
이렇게 글을 잘 쓰려면 어떤 노력을 하면 되는거야?
올해 23살먹고 글씨도 삐뚤빼뚤...
한달쯤 전부터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이게 쉽지가 않더라고
그래도 계속 노력해보려고하는데 글은 어떻게 해야 잘 쓰게 되는거야?
0
@씹노잼으로만드는능력
나도 잘 쓰는 건 아닌데 그걸 나한테 물으면.. 나는 그냥 쓰고 한 번 읽고 고칠 거 고치고 하는데.. 쓰고싶은 느낌일 때 쓰면 주변의 평가가 더 나은 듯?
0
2018.02.12
@씹노잼으로만드는능력
첫째는 많이 읽기가 우선 아닐까? 그 다음은 못써도 버릇들게 써보는 것이고 그 다음에야 글의 스타일이 생기고 고치는 거지 싶다.
0
요즘 사람들 어줍잖은 간사한 지식으로 현학적인 글들만 엄청 써대는데 질렸다. 나늕이런 소소한 수필같은 글들이 좋아
0
2018.02.11
글이 담백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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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1
요리하는 기억을 같이 먹은 느낌.
0
필력추
0
2018.02.12
이런글 너무 좋다.
좀 더 올려주면 안되겠니??
1
2018.02.12
와 글 잘썼다 진짜
0
2018.02.12
이걸읽고 제육을 해먹음
0
2018.02.13
오 이런 꿀팁자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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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뒷다리 통째로 사서 햄만들어도 맛있음
0
2018.02.13
@주사랑예수
헐 공유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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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곧이 뜻 그게 아닌데. 오로지 라는 표현이 맞겠다.
0
첫 문단부터 이상하게 썼네. 돼지라는 가축에 대한 상식적인 내용이 아니라서 그 자리에 닭이나 소나 토끼나 별에 별 거 다 들어가도 될 것 같다.
0
아 진짜 글 왜 이렇게 씀?
또 나무위키식 뇌피셜에 오그라드는 경험담. 거기다 병신같은 결말.
마지막에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려면 그런 내용이 앞에 있어야지.
돼지에 관한 뇌피셜이 절반이상. 오그라드는 경험담 잠깐. 요리내용에 잡설 짧고.
글을 왜 이렇게 쓰지?
0
2018.02.16
@무료로해드립니다
너 글 한 번 써봐. 진짜 궁금해서 그래. 너는 얼마나 잘 쓰길래 누군가의 노력을 이리 폄하할 수 있을까? 너 문창과야? 너 국문과야? 아니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면야 재미가 첫 번째 우선순위라고 생각하거든
0
글 더 잘 쓰고 싶으면 제대로 쓰고
읽을거리 게시판에서 나데나데 받으면서 만족하고 싶으면 계속 ㅂㅅ같이 쓰셈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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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고독한 자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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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7
마늘은 필수임 돈없어도 마늘은 넣어야함 맛이 심하게 달라짐
사서 다져놓고 냉동에 소량으로 포션해놓고 쓰면 된다
0
2018.02.18
글을 맛깔나기 쓰는구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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