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쉬어가는 중국이야기] 빵쯔와 짱깨

 

한국인들은 중국인을 짱깨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은 한국인을 까오리 빵쯔라고 부른다. 둘 다 멸시와 조롱이 섞인 말이다. 왜 우리는 서로를 빵쯔와 짱깨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1-1. 짜장면집 똥개

     한국인들이 중국인들보다더 악착같기 때문인지, 경제권을 틀어쥔 동남아의 화교와 달리 한국의 화교는 정말 볼품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힘없는 화교를 보고 자란 우리들 아버지 세대에게, 화교란 그저 짜장면집을 운영하는 왕서방일 뿐이었다. 그 시절 중국집 앞에는 항상 가게를 지키며 음식물 찌꺼기를 얻어먹는 똥개가 있었는데, 혹자는 그 짜장면 집 지키는 똥개를 줄여 짱깨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것이 중국인 전체를 멸시하는 언어로 확장되었다고 말한다. 충분히 신빙성 있는 말로 들리지만 더욱 근거 있는 설을 소개하겠다.

 

1-2. 장사치들

     한국인은 불의를 못 참고, 중국인은 불이익을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국인들은, 좋게 말하면 실속 있는 사람들이고, 나쁘게 말하면 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먼저 따지는 인간들이라는 인식이 있다. 또 우리 속담에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혹은 떼놈)이 챙긴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중국인은 몰염치한 장사치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한반도를 왕래하거나 한반도에 정착한 중국인은 주로 장사꾼이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정착한 중국인 장사꾼들은 식당을 개업하거나 작은 상점을 운영했는데, 그런 그들을 옆에서 보는 한국 사람들은 장꿰이라는 말을 매일 같이 듣게 된다. 장꿰이(掌柜)는 직역 하면 궤짝이라는 뜻으로 주로 가게나 은행에서 돈을 넣어두는 보관함을 지칭한다. 중국인들은 이 장꿰이라는 말을 사장을 부를 때도 쓰는데, 가게 직원이 자기네 사장을 부를 때 말하던 장꿰이라는 말이 한국인들의 귀에는 짱깨로 들려 이것이 중국인을 지칭하는 속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짱꼴라를 들 수 있다. 중국인이라는 뜻인 쭝궈런(中国人)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와전되어 짱꼴라가 되었다. 짱깨와 짱꼴라는 사실 상당히 온건한 표현이었다.

 

2-1. 고구려 노예들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을 폄하할 때 쓰는 까오리 빵쯔에서 까오리(高丽)는 고려나 고구려를, 빵쯔(棒子)는 나무 방망이를 뜻한다. 세간에서 떠도는 말로는 이것이 고구려 노예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당나라가 고구려를 정복한 이후, 수십만의 고구려 유민들이 노예로 팔려갔다. 그들은 가축마냥 목줄을 맨 체로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어서 가야 했는데,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아 고구려 유민들의 걸음 속도는 매우 느렸다. 뒤처지는 고구려 유민이 있을 때마다 당나라 병사들은 나무 방망이로 사정없이 때렸다. 고구려 유민들은 온 몸에 피멍이 들고 먹지도 씻지도 못한 거지꼴로 중국에 도착하게 된다. 나무 몽둥이로 맞으며 줄지어 들어오는 고구려인들을 보고 중국인들은, 고구려인 하면 방망이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고, 까오리 빵쯔는 고려인들, 그러니까 우리를 지칭하는 속어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설이다. 그럴듯하지만 설은 설일 뿐이다.

 

2-2. 방자

     사실 빵쯔라는 말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명나라 때부터이다. 조선은 명청 시대에 걸쳐 중국에 조공사절단을 파견했는데, 그 사절단을 수행하며 잡일을 떠맡는 방자들도 함께였다. 그 시절 방자들은 하층민 중의 하층민이었다. 언행이 젠틀할 리 없다. 길을 가다 미인을 만나면 침을 흘리며 추파를 던지고, 식당에서는 게걸스럽게 음식을 해치우는 방자들을 보며 중국인들은 충격에 빠진다. 그들이 알던 조선은 다른 오랑캐와 달리 유학의 덕을 실천하는 군자의 나라인데 사절단을 수행하는 방자들은 야인들과 다를 바 없이 천박했기 때문이다.


     실학자 홍대용이 조공사절단의 일원으로 청나라에 갔을 때의 일을 기록한 담헌연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홍대용과 사절단이 길을 지나다 어떤 어여쁜 여인을 보게 되었는데, 방자 한 명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가락질하며 음흉한 미소를 띄웠다. 그러자 동네 어린 아이들 수십 명이 떼를 지어 나타나 까오리 빵쯔를 외치며 쫓아왔다. 홍대용은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해 도망쳤다.


     까오리 빵쯔는, 명청시대 조공사절단을 수행했던, 천박한 조선인 방자들을 지칭한 말이다. 빵쯔라는 말은 또한 나무 방망이처럼 뻣뻣한 사람,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고집 센 사람을 뜻하는 은어이기도 한데, 고지식한 조선 선비들 또한 그들이 보기에는 빵쯔와 같았으니, 후에 빵쯔는 조선인 모두를 어우르는 말이 되었다.

19개의 댓글

붕쯔붕쯔
0
2017.12.26
짱개는 그거보다는 장궤(掌櫃) - 부자를 의미하는 말에서 의미했다는 설도 있음. 화교들은 중국집도 자기 이름으로 못해서(바지사장으로 한국 사람 앉혀놓고 중국집 함) 믿을 게 돈 밖에 없었으니까.
0
2017.12.26
@뒤통수에탁
掌櫃의 간체자가 掌柜이다. 주로 사장님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돈을 보관하는 궤짝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자라는 뜻도 있는지는 몰랐다. 덕분어 더 많이 알았다. 고맙다.
0
2017.12.26
@뒤통수에탁
네 말대로 화교들은 자기 명의로 가게 하나 차리지 못했다. 재산권 자체를 행사할 수 없었다. 화교자본의 시장잠식을 우려한 박정희가 화교를 노골적으로 탄압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화교가 동남아에서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화교 탄압이 도덕적으로 옳은 정책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화교 탄압 정책이 시행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안그랬다면 우리나라도 화교자본에 눌린 지금의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박정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잘한 것 같다. 그 나름의 안목과 통찰력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0
2017.12.26
@starrynight
혜안보다는 아무래도 중국=중공이라서 탄압한게 아닌가 싶어. 뭐 결과적으로는 중국 자본 발달이 저해됐으니 좋다고 해야할지 아니라 해야할지.
0
2017.12.26
글 언제나 잘 읽고있다
앞으로도 많이 써줘라
0
2017.12.26
@개개개개드립
잘 읽어줘서 고맙다. 읽판의 글쟁이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서로 소통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나는 너무 좋다. 언젠가 너도 읽판에 글 하나 올려줬으면 좋겠다.
0
2017.12.26
빵쯔빵쯔
0
춍은? 쪽바리들 왜 춍춍거림?
0
2017.12.26
@깝치는거아니에요
쵸우센진 = 춍
0
@매드엔지니어
아하 ㄱㅅㄱㅅ
0
2017.12.26
@깝치는거아니에요
저거아니얔ㅋㅋ
0
2017.12.26
고려봉자(가오리방쯔)라는 말은 짱깨나 짱꼴라, 혹은 쪽발이라는 어감보단 훨씬 부드럽지 않아? 쌍지옷의 강렬함 때문인가 그냥 그저그럼..
0
2017.12.27
외교사절단에 인원 넣을때 인적성 검사좀
0
2017.12.27
중국은 차라리
빵즈보다 니 취팔러마 맞나 이게 더 욕같음
0
2017.12.27
@우히히힣
전 혀
0
2017.12.27
@우히히힣
你吃饭了吗
너 밥 먹었니?
실제로 들어보면 별로... 욕같이 들리지 않아..
0
2017.12.28
아오 방자색히덜;;;나라망신 참...
외국에서 성추행 걸린 외교관 생각나네..
0
2017.12.30
짱꼴라는 내가 알기로는 한족들이
청나라 시절 만주족 출신들이었던 청나라 밑에서
있는 거 보고 청국의 노예라는 뜻의 청국노에서
왔다고 하는데... 둘 중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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