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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살면서 모두를 포기하게 만들었던 장애 친구썰

장애라기 보단 걍 덜떨어진 녀석이었는데
살다살다 이런 머저리도 있나 싶어서 썰 풀어본다

---

얘를 처음 만난건 4년전 겨울, 취업 학원에 다닐때다.

취업학원에 가게 된 계기는
전에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업종 변경하려고
학원좀 다녀보려고 알아보니까 국비지원대상이라서
취업전문학원으로 가라고 해서 간거다.
(걍 돈을 지원해줬으면 안갔을걸..)

처음 들어갔을때 남자만 9명이었다.
다들 꿈과 희망을 품은 얼굴과 눈빛이더라.

자기소개하고 젤 앞에 앉아있다는 이유로 반장을 맡게됬다.
평소라면 거절했겠지만 다들 생각 깊고 똑부러져보여서
대학 조별과제 꼴은 안나겠구나 싶어서 걍 했다.

애들과 친해지는데는 일주일정도 걸렸는데
둘째날 흡연충끼리 모여서 친해졌고
일주일째 다같이 저녁 먹으면서 다 친해졌다.
근데 친해지니까 뭔가 나사빠진 애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그중 진짜 최악이었던 녀석이 있었는데...
나보다 네살 어린 남자애였다.
이때 내 나이가 적은건 아니라서 네살 어린것도 적은게 아닌데
(군대는 다녀왔을 나이)

맨날 맨 뒷자리에 앉아서 컴터로 애니보고 게임하드라
첨엔 그냥 오타쿤줄 알았다.

생긴건 김길태랑 똑같이 생겨서 별명도 김길태였다. 머리는 왜 길고 다니는건지 모르겠더라. 모자는 항상 쓰고 다니는데 씻지를 않아서 머리는 떡지고 몸에선 담배랑 체취가 섞인 냄새가 났다.(노숙인 까진 아닌데... 암튼 잘 안씻는 애들 냄새)

수업 안듣는건 예사고, 과제를 너무 안해오니까 강사가 면담도 하고 경고도 했는데 안해온다. 왜 안해오냐고 칠판 앞에 세워두고 물어보면 고개 숙이고 수업 끝날때까지 묵비권 행사하드라. 도저히 안되겠는지 강사가 날 부르더니 과제만이라도 도와주라드라.

우리 과제가 매번 PPT를 짜고 그걸 앞에 나가서 발표해야 하는데, 이녀석은 PPT 한번도 안해서 소스도 없고, 학원에서 초반에 알려준 폼도 모르더라... 걍 백지 상태부터 다시 시작하는걸 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져서 걍 내가 하나 더 만들었다.

그러고 그 녀석에게 파일 보내주기전에 첨삭용 메모를 각 페이지마다 달아주면서, 그거 보고 너거에 맞게 수정해서 가져와라. 라고 한 다음 일주일이 흘렀다.

일주일 뒤, 다들 얘가 처음 발표한다길래 기대하면서 보고있는데... 이새끼.. 이녀석이 파일을 여는 순간... 내가 만들어준 초안에 토씨하나 안틀리고 그대로 나오더라.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표지 넘기고 다음장으로 가니까...

아니나 다를까 첨삭메모들이 튀어나오는데...
첨삭 메모들 디폴트로 노란색 말풍선 모양이 편집기에 기본색상으로 바뀐거 말고는 내가 보내준 파일 그대로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진짜 입벌리고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데 강사가 강제로 꺼버리더니 웃으면서 다시해오라고 하고 수업 종료시켰다.

강사도 담배를 태우니까 다 같이 담배 피면서 얘기하는데, 내가 조심스럽게 내 불찰이라고 하면서 대리과제 얘기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오히려 감동 받아서 왈칵 눈물 흘리더라. 그러고 나머지 7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새끼 정신상태 개조한다고 아주 열심히 공부 가르쳤다.

그렇게 한달이 흐르니까 학원 안나오더라......ㅠ

첨엔 그러려니하다가 나중엔 강사도 걱정됬는지 전화해보고 하고나서 알게된건데... 집 나갔다드라.
나이 이십대 중반인데... 아빠랑 싸워서 나갔데... 아빠 되시는 분이 자주 있는 일이니까 냅두라고, 대신 학원만 짜르지 말아달라고 했다드라.

두달이 흐르니까 쭈뼛거리면서 돌아왔다.
솔직하게 얘 없어서 너무 좋았었다. 수업 분위기도 좋고, 나도 내 할일만 하면 되고... 다들 얘 돌아오니까 첫 마디가 [뭐야? 왜 돌아왔어?] 였다.

집나간 경위를 물어보니까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하는 말이...

집 컴터가 롤이 안되서 아빠한테 컴터를 사달라고 했는데, 아빠가 공부해서 취직하라고 학원보냈더니 게임만 하려고 한다고 안사준다길래, 사줄때까지 항의하는 의미로 집 나가서 피시방 가서 롤 질리도록 했다.(피시방 갈 돈은 친구들한테 빌리거나 삥뜯었다고 함)

다들 이새끼가 뭔소리 하는거지 어이가 없어하는데 덧붙여서 하는 말이 [아빠가 사준 컴터가 삼성거라 비싸기만 하고 롤이 끊긴다. 글카 사줄때 까지 한번 더 나가려고 생각중이다.] 였다. 그것도 아주 자랑스럽게,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대체 학창시절에 무슨 경험을 하고 어떻게 살아오면 이런 모지리 덜떨어진애가 튀어나오나 싶을 정도인데...
생각해보니 공고, 상고 떨어지고 인문계 오는 애들, 몸에 병이 없는데 대한민국 육군에서 안받아주는 애들 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애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됬다.
(심지어 얘가 나온 고등학교도 ㅊㅇ중고등학교 라고... 세간에는 주부전문배움터로 알려진 곳이다. 거기서 현역 신입생을 받는걸 처음 알았다.)

아무튼 얘는 학원에서도 알고 걍 졸업까지 전부 포기하고 가자고 합의하고 안건들였다. 학원에선 국비지원대상이니까 냅두면 알아서 돈이 들어오고, 강사는 터치 안하면 안피곤하고, 애들은 안섞이면 자기들한텐 피해가 안오니까.

요즘 개붕이들 익겔이나 고갤에 인생 망한거 아니냐는 글들 볼때마다 얘보단 낫네 하면서 떠올리곤 한다. 다들 희망을 갖고 살도록 해봐.

요약
1. 김길태 처럼 생긴 모지리 이십대중반 남자가 가출했는데
2. 가출 경위가 아빠가 컴터 안사줘서 였고, 컴터 받은 다음에도 맘에 안드는거 사줬다고 또 가출했다고 한다.
3. 스스로가 인생 막장이라 생각이 들면 언제나 얘를 생각하면서 희망을 갖도록 하자.

59개의 댓글

2017.12.13
예전엔 이런 썰 보면 저 사람을 욕했었는데
요즘은 저 사람의 가족이 불쌍하단 생각부터 먼저 들더라
0
@덮밥먹고싶닾
성숙해졌구나 게이야
0
그냥 냉철하게 말하자면
정신장애다.
지능이나 사회성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것도 다 정신장애의 일종이다.
본문에 나온 그 사람을 비하하려는 말이 아니고,
장애의 일종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걸 말하고 싶다.
0
2017.12.13
철없는 사람들은 진짜 40,50이 돼서도 철 안들더라
0
2017.12.13
[삭제 되었습니다]
2017.12.13
@earaera11
경계선은 도와달라고 SOS신호를 엄청 보내는데
쟤는 그런건 아닌 것 같은데?
딱히 사람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느낌도 없고..
0
2017.12.13
@올바른 개소리
[삭제 되었습니다]
@earaera11
아마 그정돈 아닐거라고 봄
쟤랑 싫든 좋든 일년가량 붙어있어야해서 그동안 얘기좀 해봤는데 중학교때까진 그냥 피방 죽돌이라 학교째고 성적 관리 안해서 도저히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서 대안학교 갔는데, 거기서도 사고치고 게임만 하다가 경찰서도 몇번 왔다갔다 했다고함
그때 친구들 팔아서 처벌 안받고 끝나긴 했는데 그거 땜에 친구도 몇명 없고, 공익 갔다 와서 집에서 게임만 하니까 아버지가 억지로 보낸듯

대화좀 해보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는게 느껴짐
당장 국비지원 받으면 한달에 나라에서 급한데 쓰라고 용돈 30정도 주는데, 이걸로 피시방에 몰빵하고 남은돈으로 담배랑 교통비만 해결하드라
0
2017.12.13
대한민국 육군에서 안 받아주는 애들
공익ㅂㄷㅂㄷ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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