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것

대륙의 동쪽에는 숲이 있었다. 수백년 이상 된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었는데


한번 들어갔다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어서 근처 마을 주민들 누구도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 숲이었다. 


한번은 근처 마을의 농부가 농사지을곳이 없어 화전을 하고자 숲에 불을 지폈지만 이내 차가운 바람이 불고 비가내려


불이 번지지않았다. 왕국의 군사들이 이곳을 경유하여 지나려고 하면 빽빽한 나무의 가지들이 햇빛을 막아 


길을 잃게했다. 몇몇 사람들은 이것이 마녀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숲의 신의 영향이었다.


숲의 신은 자신의 능력으로 신비한 마법을 부려 사람들이 숲을 훼손하는것을 막았고 비를 뿌려 숲을 풍부하게 했으며


숲에 들어오는 자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어 빨리 숲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어느날 숲의 신은 젊은 남성이 자신의 숲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것을 발견했다.


보통의 인간은 숲에 발을 딛자마자 바뀌는 날씨와 대기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기 마련인데 


이 사내는 숲의 가장 깊은곳까지 와 있었다. 또한 사내의 얼굴은 흉터와 곰보로 뒤덮여 매우 추한 형상을 하고있었기에


기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쉬게하고 깨끗한 물을 먹여 그가 깨어날때까지 그를 보살폈다. 


사내는 모험가였다. 그는 강도들에게 쫓기다가 숲으로 피신했지만 길을 잃어 며칠동안 숲속을 헤메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숲의 신은 그가 다시 기력을 회복할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머물다 갈것을 허락했고


사내 또한 움직이기 쉽지 않은 몸이었기에 당분간은 그곳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사내가 머무는동안 숲의 신과 사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냈다. 딱히 시간을 보낼 마땅한 방법도


없었거니와 사내의 이야기들은 신 까지도 매혹시킬 정도로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숲의 신은 약초와 차 그리고 식사를 대접하는 대신 사내에게 모험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고


사내는 피곤하다고 말하면서도 이내 숲의 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곧잘 해주고는 했다.


사내는 전쟁고아였다. 늘상 그렇듯이 전쟁고아의 운명은 정해져있는 것이었는데, 사내만은 특별했다.


사내의 가녀린 손과 흰 피부, 아름답고 검은 머릿결과 길고 가는 팔다리는 여느 동년배 계집아이보다 


아름답고 애달팠다. 특히 초록색의 깊은 눈망울을 볼때면 그의 무한한 슬픔에 공감하고싶어졌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쟁고아 아이들이 노예로 팔려나갈때 사내는 귀족들을 상대로 하는 고급 창부집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사내는 여장한 소년들을 탐하는 고급 귀족들을 만족시키는법을 배웠다. 사내의 육체는 누가봐도 아름다웠다.


이 때문에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만은 계집아이들에게도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고 했다. 


어느날은 유명한 공작의 부인이 방문한적이 있었는데, 성에서 하인으로 쓸 아이들을 선별하고 있다며 영업하는


아이들 모두 불러모았다. 선별은 공작 부인이 직접 했는데, 그녀는 성품이 유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어서 그녀를 따라가면


맛있는것도 많이 먹고 편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공작 부인과 함께 가고 싶어했다.


소년소녀들이 모여 자신의 매력을 뽐내려 안달이 나있을때 공작부인이 구석에 찌그러져 앉아있는 사내를 데려간건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공작부인은 남편이 없을때면 자신의 소년들을 성 노리개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항상 학대가 동반되었다.


다행히도 사내는 공작부인의 편애를 받았으므로 공작부인에게서 그 어떤 위협도 당하지 않았다. 공작부인은 사내의 아름다운


육체를 탐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육체도 그렇게 아름답길 기도했다. 그녀는 사내의 몸뚱이와 그의 약한 영혼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사내는 자신만의 방을 가졌고 화장실과 욕실을 혼자 사용했으며 특별식을 먹는등 분에 맞지 않는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동시에 사내는 죄책감을 느꼈으며 학대당하는 다른 소년들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사내는 성 안에서 지내는 동년배 소년들중 한명과


사랑에 빠졌는데, 공작부인이 이쁜이라고 부르던 소년이었다. 소년은 공작부인이 없을때면 자신을 본명인 파벨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항상 자신이 고급 귀족집 자제였다고 말했는데,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소년은 자신은 귀족집의 고귀한


남아이므로 그 어느곳에서도 긍지와 자부심을 잃으면 안된다고 항상 말했는데, 사내는 그 당당하고 굳건한 자태를 보고


그에게 연정을 품게되었다고 했다. 소년은 채찍을 맞으며 고문을 당할때에도 생명에 가득 찬 눈빛을 잃지 않았다.


사내는 그가 존경스러웠고 또한 그가 두려웠다. 그는 항상 자신을 이끌어줬고 사내가 가장 무기력했던 순간에도 희망을 줬다.


밤이되면 소년은 사내의 방으로 찾아와 속삭였다. 자신과 같이 이곳을 나가자고. 소년은 그곳에서 나가면 어부가 될거라고 했다.


언젠가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큰 생선이 무엇일 것 같냐고 사내에게 질문한적이 있었다. 사내는 잠시동안 생각하고 다랑어라고 답했다. 


소년은 어이 없는듯 웃다가 세상에서 가장 큰 생선은 고래라고 말했다. 고래는 집채만한 생선이며 바다에는 그 집채만한 생선들이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바다를 한번도 본적이 없던 사내는 소년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잠시동안 믿기를 거부했지만 


소년의 생생한 설명에 점점 그를 믿기시작했다. 그리고는 나중에 항해를 하며 함께 집채만한 생선들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년은 사내에게 광활한 바다에서 너와 함께 항해한다면 더이상 바랄것이 없다고 했다. 


사내는 자신도 그렇다고 했다. 그렇게 둘은 매일밤 자신의 꿈을 서로에게 속삭이며 잠들고는 했다.




탈출은 실패했다. 소년 둘이 하수구밖으로 기어나가는것을 말단 경비병이 확인했고 그들이 붙잡힌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작부인이 


찾아왔다. 탈출을 시도하는 노예는 사형에 처해졌다. 공작부인의 사랑을 받던 사내는 운이 좋았으나 소년은 그렇지 못했다.


소년은 사내가 보는 앞에서 처형당했다. 소년의 생기가 넘치던 눈에서 불꽃이 사그라들자 사내는 희망을 잃었다.


사내는 탈출을 시도한 댓가로 지하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은 사내를 컴컴한 나락으로 끌고갔다.


사내에 대한 공작 부인의 사랑은 점점 뒤틀린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소년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또한 그를 사랑했다. 그가 자신을 버리려 했다는 사실에 격노 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그를 용서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공작부인은 그에게 무시무시한 고문을 하다가도, 그가 가엾어져 그의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곤 하였다. 그에게 빵 부스러기도 안되는 식사를 제공하다가도 호화로운 식사들 내놓았다. 


그는 그녀의 이런 행동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녀의 행동들이 기괴하다고 느껴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


사내는 매일 열리는 낡은 문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문으로 다가오는 걸음소리만 들어도 몸을 떨었다.


그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영겁과도 같아서 끝나지 않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밥이 나올때면 그는 입맛이 없더라도 그저 먹었다. 그는 먹는 즐거움을 잊었다. 그저 살기위해 먹었다. 


먹는다는것의 의미는 죽지 않기위한 생존의 수단이었다.




어느날은 지하감옥의 문이 열렸는데, 낯선 사람이 그 앞에 서있었다. 사내는 오늘도 이어질 고문에 몸을 떨고있었지만 


문앞에 서있었던건 갑옷을 입고있는 처음보는 여성이었다. 여자는 사내를 풀어주고 식량과 물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망토를 덮어 자신의 맨몸이 모두에게 드러나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여자는 왕립여기사단의 기사단장이었다.


기사의 말로는 공작은 반란을 일으키다 실패해 공작의 가족은 즉결적으로 처형당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사내에게 더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고, 그는 이제 자유의 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마땅히 갈곳이 없었으므로 


기사에게 자신을 거둬달라했다. 그녀는 마음이 모질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를 받아들여 여장을 시킨 후 기사단의 하인으로 썼다.


그 둘은 빠른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아름다운 육체와 약함에 끌렸고 그는 그녀의 육체적 우월함과


강함에 끌렸다. 기사는 이 작고 가녀린 존재에게 크나큰 무거움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볼때마다 그에대한 끝없는 연민과


번뇌에 시달렸다. 그녀는 그가 강해지길 바랬다. 그리고 그가 행복해지길 바랬다. 하지만 그가 조금씩 나아질때마다 그녀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가 강해져서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길 바랬다. 동시에 그가 한없이 약해져 평생 자신의 곁에


머물러야 하기를 빌었다. 그렇다고 그녀는 이제 도망을 칠수도 없었다. 관계의 밧줄이 그녀의 두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막중한 책임을 느꼈다. 끝없는 좌절감을 느낄때면 그녀는 사내의 몸을 탐했다. 그리고 잠자리를 가진 이후에는 


사내를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내는 항상 그녀를 수용했다. 울고있는 그녀를 쓰다듬어 위로하고 있을때면 세상이 어찌되던


상관없었다. 그녀가 우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찌 됐건 좋았다. 

 



하루는 공주가 기사단을 방문한다고 했다. 공주는 어릴적부터 궁중의 정치질을 배워 눈치가 빠르고 잔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위를 잘 이용할 줄 알았고, 사람을 권위로 뭉개버리는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최악인 점을 


단 하나만 뽑자면 다른사람의 고통을 즐겼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점찍어둔 존재가 빠져나갈 구멍을 모두 막아놓고 


그 광경을 조용히 감상했다. 마치 체크메이트의 상황처럼, 대상이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몰색하다 자신이 이미 끝난것을 알고 


말을 스스로 밀어 눕힐때, 그녀는 가장 큰 쾌락을 느꼈다. 또한 그녀는 질투도 매우 심했는데, 자신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있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존재를 파멸로 몰고갔다. 그녀가 사내의 아름다운 외모에 압도되어 그를 해하려는 마음을 먹은것도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공주는 이미 기사단장과 사내가 심상치 않은 관계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여자가 아니라는것도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기사단장은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항상 최전선에서 싸웠다. 죽음은 항상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공주는 그녀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에 


한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그래, 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그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어때?'


공주는 고된 여정을 핑계삼아 목욕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사내를 불러 시중을 들게 하였다. 공주는 사내가 뭔가 이상하다는


연기를 하며 그의 정체를 강제로 드러내도록 했다. 그리고는 사내가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고 거짓말했다. 


사내에게 내려진 판결은 사형이었다. 기사단장은 눈물을 흘리며 공주 앞에 몸을 낮췄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비를 애원했다.


공주는 원칙을 따라야한다며 몇번을 버티다가 '충성스러운' 기사단장의 부탁이니 '예외는 있을 수 있다' 며 한가지 제안을 했다.


'기사단장은 내일부터 돼지우리에서 돼지들과 함께 생활하세요.'


그리고 기사단장은 그 제안을 수락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 만큼 불결에 강한 동물이 아니다. 그 강인해보였던 기사단장도 돼지와 같은 먹이를 먹고 분뇨를 치우지 않는


더러운 환경에서 알몸으로 생활하자 건강이 급속도로 쇠약해졌다. 하루는 그녀가 돼지 사료에 손을대자 다른 돼지들이 그녀를 물었다.


그 상처는 곪고 덧나 점점 심각해져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갔다. 공주는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시체를 사내에게 보여주었다.


이내 사내의 오열이 시작되자 그녀는 옅은 미소를 띄며 만족감을 표했다. 사내는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공주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러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아름다운 존재가 망가질때가 가장 행복하더구나.'


사내는 공주의 그 한마디에 칼을 가져와 자신의 얼굴을 마구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생을 추한 외모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지나간 모든 자리는 파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자신이 거쳐간 사람들은 모두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 자신이 뒤돌아본 자리에는


오직 폐허만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닫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끝나지 않을 여정에 올랐다고 했다. 




'힘들었겠구나.....'


그의 이야기를 다 들은 숲의 신이 말했다.


'아뇨.....괜찮습니다....이젠.....'


그의 단어들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절제되어있어 감정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숲의 신은 요동치는 감정에


아무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사내의 손을 잡았다. 사내의 눈빛이 그녀의 영혼에 닿을때면 가슴이 아려왔다.


그리고는 그가 말없이 자신의 마음에 안착하고 있는것을 느꼈다. 




사내는 좋은 음식을 먹고 점점 빠르게 회복해가고 있었다. 숲의 신은 여전히 그의 옆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모험얘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는 산적에게 쫓기다 기가막힌 노래를 불러 위기를 모면한 광대의 이야기부터 아름다운 여성에게 끈질기게 청혼하여 


결혼에 성공한 절름발이 청년의 이야기, 수도승이 되려던 청년과 그를 짝사랑하던 마을의 처녀 얘기같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숲의 신은 자신의 직무가 언뜻보면 멋있어 보이지만 실은 온전히 따분한것이라고 말하며 자신도 


한번은 밖에서 모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내는 극구 만류하며 자신이 하고있는것에서 재미있는것은 매우 일부분이고 


원래는 매 시간이 공포와 위기의 연속이라고 했다. 차라리 숲에 남아 따분한 일상을 보내는것이 그녀에게는 훨씬 나을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필멸의 존재였다면 자신의 인생은 어땠을지 생각했다. 


필멸자들은 숲의 신을 추앙하며 섬겼다. 이것은 숲의 신이라는 지위에서 나온 힘이었다. 사람들은 미지의 힘을 가진 존재들을 


두려워했다. 그녀의 위대함은 불멸과 그녀의 알 수 없는 마법적인 힘들로 부터 나왔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태초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것들 이었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사람들은 그녀를 위대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사내는 위대했다. 그의 눈빛에는 태산같은 무거움이 있어 그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그는 신들의 입장에서는 하찮은 


필멸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갖은고난을 겪으며 생존해온 그에게는 대륙 어떤 황제나 왕들보다도 위대한 오오라가 나오고 있었다.


숲의 신은 사내가 어쩌면 자신보다 훨씬 위대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내는 잠에 편히 드는 날이 거의 없었다. 수면은 필히 악몽을 동반했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에게 욕설을 퍼붓는 꿈,


창관에서 여러 귀족들에게 희롱당하는 꿈, 지하 감옥에 묶여 고문당하는 꿈등 사내는 잠에 들때면 항상 괴로워했다.


그렇다고 깨어있을때도 그 꿈들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수는 없었다. 사내는 생생했던 회상에 식사하는것을 모두 토해내야


했던때도 있었으며 항상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숲에 들어온 뒤로 그 증상은 어느정도 완화되었지만, 그가 잠들때마다 


끝나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는것은 바깥과 다를 바 없었다. 숲의 신은 그런 그를 너무나도 가엾고 안타깝게 여겨 그를 볼때마다


'내가 너에게 해줄것이 있느냐' 하며 물어봤다. 


그리고 사내는 그때마다 '없습니다' 라고 답했다.  




사내의 이야기들이 하나씩 동나기 시작했다. 그가 숲의 신에게 이야기 하나를 전하기 위해서 생각해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숲의 신은 그가 떠날시간이 임박했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내도 이미 몸이 치유된지 오래였지만 예정보다 긴 시간동안


숲에서 지내고 있었다. 숲의 신은 불안해졌다. 숲의 신은 그에게 더 많은걸 주고싶어했다. 어느날은 더 맛있고 푸짐한 식사를,


어느날은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초를, 어느날은 그가 편안히 잠에 들 수 있도록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바깥 세계에서와는 다르게 편안한 표정으로 잠을 청하고있는 사내를 보고있을때마다 숲의 신은 두려워졌다. 


사내는 오직 특별한 힘이 있는 자신의 자장가가 있어야만 악몽에 빠지지않고 잘 수 있었다. 


그녀가 가져다주는 신비한 향초가 없으면 사내는 그저 서있는것 조차 버거워했다. 마치 불을 들이키는것처럼, 


살아있다는것 자체가 그에게는 힘겨웠다. 그렇기에 그녀는 사내에게는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내역시 숲의 신과 함께 있을때 자신의 모든행동들이 다른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식사와 잠은 


그저 생존을 위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식사는 친밀한 사람과의 식탁위 대화를 하는 즐거움을 의미했고, 


수면은 이제 따뜻한 무릎에 누워 자장가를 들으며 쏟아지는 잠을 막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기분을 의미했다.


숲의 신을 만나고부터 사내는 자신의 모든 행동들이 서서히 새로운 가치를 지니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래서 사내는 머물기를 거부했다.




'여기서 나와 함께 사는것이 어떻겠느냐?'


사내가 모든 짐을 싸고 떠나던날 숲의 신은 사내에게 물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걱정과 연민의 눈빛으로 뒤섞여 있었다.


'고맙습니다만 여기는 제가 있을곳이 아닙니다. 그래도 가끔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사내는 두건을 다시 둘러쓰고, 처음 숲에 도착했을때와 같은 모습으로 숲을 나섰다. 그러나 그의 가방에는


사내를 걱정한 숲의 신이 챙겨준 신비한 약초들과 열매들이 잔뜩 들어있어 그녀의 향기가 잔뜩 배어있었다.


사내는 그녀가 챙겨준 약초들을 보며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그뿐이었다. 사내는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사내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3-5년 간격으로 큰 사건이 일어날때마다 숲의 신에게 들렀다. 그가 숲의 입구에 들어설때면


복잡하게 얽혀있던 덩굴들이 모두 가지를 거두어 그를 위한 길을 만들어주었고 숲의 입구에서부터 가장 아름다운 꽃들이 


그를 바라보며 환영했다. 사내는 숲에 올때마다 숲의 신에게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제국의 몰락, 새로운 나라의 탄생,


옆나라 왕자를 너무 사랑해 옆나라로 도망가버린 공주이야기, 그리고 공주를 너무 사랑해 옆나라와의 전쟁을 멈출 수 밖에 없었던


국왕의 이야기, 검은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검은강과 그곳을 지키는 집채만한 늑대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살이 붙어 더욱 재미있어졌다. 숲의 신은 밤을 샐때까지 그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심지어 사내는 옛날 얘기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보채는 숲의 신의 어리광에 과거에 했던 이야기들을 몇번씩이나 더 말해줄때도 있었다. 숲의 신은 사내가 그녀를 방문할때마다 


즐겁고 기뻤지만 한편으로 쓸쓸하고 두려웠다. 숲의 신이 사내를 볼때마다 그의 주름살은 하나씩 늘어갔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이


늘어갔고 그의 건망증은 날이갈수록 심해져갔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찾아오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사내는 어느날 숲의 신에게 몇달간 숲의 신과 함께 살아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는 이제 어딘가에 돌아다닐 힘조차 없어


정착할 시기가 된것같다고 말했다. 비록 이제 사내의 육신은 얼마 남지 않은것이었지만, 숲의 신은 크게 기뻐하면서


그의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이제 사내는 예전처럼 옛날 이야기들을 해주지도, 풍성한 음식들을 마음껏 먹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숲의 신은 그를 정성껏 보살폈으며 항상 최고의 음식들을 그에게 대접했다. 그녀는 행복했다. 그가 곁에 있었기에.


어느날 사내가 집안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방에는 편지 한장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긴 세월의 고통들이 저를 너무나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미 제가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멀리 와버린 탓이겠지요.

크나큰 상처들로 인해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었지만,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이

제 인생의 가장 즐거웠던 기억들이라는 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항상 제게 상냥했고 믿을 수 없는 선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제가 사랑을 할 수 있었다면

당신은 제가 가장 먼저 선택할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더이상 누구도 망가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제 긴 밤과 낮들의 악몽들로부터 해방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숲의 신은 편지를 확인 하자마자 밖으로 달려나가 미친듯이 숲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강변에 떠밀려온 사내의 쓸쓸한 시체를


발견하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다. 숲의 신은 가슴이 찢어질듯 아팠다.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도


그녀를 찢어지듯 괴롭게 만들었지만, 위대한 마법의 힘을 가지고도 사내를 그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 없었다는 무력감과 


그가 다른 마음을 먹는 그 순간에도 너무나도 순진하게 선한 미소를 보이던 자신에 대한 자책감 또한 그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숲의 신은 그의 시신을 담요로 감싸 자신의 집으로 가져온 뒤 사내의 시신에 마법의 벌꿀을 발랐다. 


그러자 시퍼렇던 그의 시신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시신의 입술색이 선홍색으로 돌아오는것을 확인한 숲의 신은 


몇세기만의 외출을 준비했다.




숲의 신은 세상의 끝으로 향해 죽음의 신을 만나러 갔다. 그녀는 죽음의 신과의 거래를 원했다. 그녀의 부탁은 한 필멸자의 


수명을 연장 시키는것. 그녀는 죽음의 신과 거래를 하기 위해 외모가 더욱 출중해지는 신비한 열매와 그 어떤 이성도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의 향초등 자신의 숲에서 나는 가장 귀한 것들을 가지고 왔으나 죽음의 신은 


그 어떤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죽음의 신이 물었다. '도대체 왜 하찮은 필멸자에게 이런 공을 들이는 겁니까?'


그러자 그녀가 답변했다 '그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대답을 듣자 죽음의 신은 크게 웃으며 자신은 그녀가 가져온 그 어떤 물건들에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대신 그녀와의 동침을 제안했다. 그리고 숲의 신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죽음의 신은 변태적이도록 소유욕이 강했다. 죽음의 신은 같은 신을 취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죽음의 신은 숲의 신의 부드럽고 고운 피부를 깨물고 찢어 자신의 자국을 남겼다. 일부러 날이 무딘 칼로 그녀를 베어


흉으로 남을 상처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노예에게 표시하는 인두로 그녀의 등을 지졌다. 같은 신이기에 그 효력은 없었지만


인장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치욕과 두려움을 오롯이 사내를 위해서 견뎠다. 




그녀가 집에 돌아왔을때 사내는 다시 젊어진 육신으로 마당을 배회하고 있었다. 숲의 신은 뛸듯이 기쁜 마음에 사내에게 달려가


그를 한품에 안았다. 사내는 혼란해했다. 자신은 분명히 강가에서 빠져죽을 심산이었는데, 일어나보니 자신의 육체는 


아직 살아있는 상태였고, 뿐만아니라 젊고 건강해져 있었다. 숲의 신은 자신이 죽음의 신과 거래를 해서 사내를 다시 젊고 건강하게


만들어달라 했다고 말했다. 사내의 표정은 이내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그의 입에서 저주의 단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내는 숲의 신이 자신의 유일한 안식을 방해했다며 그녀를 비난했다. 숲의 신은 너무 놀라 그자리에 멈춰 그의 비난을 


전부 듣고 있었다. 사내는 이내 자신의 방에서 모든 짐을 성난듯 챙기더니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 떠나버렸다.


숲의 신은 슬펐다. 그녀가 선의로 했던 행동들은 오히려 사내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가슴을 너무나도 


아프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숲의 신은 언젠가 사내가 돌아올것을 기다리며 숲의 입구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꽃들을 가꿨다. 꽃들은 이전보다 더욱 아름답고 향기롭게 


피어났으며 항상 사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또한 매일마다 그가 돌아오지 않는지 숲속의 새들과 동물들에게 물어보았고


그가 돌아올때를 대비해 사내를 위한 약초들을 항상 기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돌아올것을 굳게 믿고 있었기에, 사내에게는 그녀가


꼭 필요하다고 믿고있었기에, 그녀는 여든번의 계절이 지나갈동안 이런 일상을 되풀이 했다. 




어느날 그녀의 친구인 전령의 신이 찾아왔다. 숲의 신은 그에게 부탁할것이 있다고 했다. 얼굴에 칼자국이 나있는, 에메랄드빛의


슬픈 눈을 하고있는 사내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전령의 신은 그 어느 누구보다 소식에 대해 밝았으므로, 그녀가 이미 


필멸자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죽음의 신에게 몸을 내줬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친구로서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동시에 화도 났다. 그는 그녀의 어깻죽지에 새겨진 죽음의 인장을 가르키면서 도대체 그 필멸자가 어떤 의미이기에 이런 굴욕까지 


감당하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녀가 답변했다 


'그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계속 그녀를 설득했다.


'신이 죽을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인간과 사랑에 빠졌을때 입니다. 불멸의 존재인 자신도 필멸의 길을 걷기를 바라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의 수명은 짧습니다. 우리에게 그들은 오고가는 바람과 같은 존재입니다. 왜 그런 미물에게 애정을 가진다는 말입니까?'


숲의 신이 입을 굳게 닫고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전령의 신은 회의적인듯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사내가 어느 마을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숲의 신은 들뜬마음으로 외출준비를 했다. 그녀는 사내를 보자마자 그에게 달려가 힘껏 그를 안아줄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를 눕혀 자장가를 들려주고, 그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주고, 그가 자신의 품에서 잠드는것을 바라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숲의 신은 사내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얼굴에 수많은 흉터가 나있는 사내를 작은 마을에서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는 작은 오두막에 거처를 마련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 반갑게 인사하려는 순간, 집에서 한 여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몇명의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나왔다. 그는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감히 다가갈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행복한 표정을 짓는것에 안도하며 기뻐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끝없이 흐르고 있었다. 안도는 그가 그렇게 약한존재가 아니라는것에 대한 안심이었으며 슬픔은 그가 행복해졌을때


옆에있던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는 좌절감 때문에 오는것이었다. 사실 그는 숲의 신을 필요로 하고있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도움없이도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충분히 버텨낼 힘이 있었다. 숲의 신은 조용히 뒤돌아 


다시 숲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숲의 신은 자신이 그에게 필요했던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에게 필요했다는것을 


인지했을때 그를 따라가는것을 포기했다.




숲의 신은 숲으로 돌아와 그 어떤것도 돌보지 않고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사내가 눕던 자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는 그 어떤것도 먹기를 거부했다. 신들의 음식에는 영원을 유지시켜주는 


신비한 힘이 있었다. 신의 음식을 계속 먹는다면 영원불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물과 음식에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불멸의 존재에서 필멸의 존재로 바뀌는것 그것이 신들의 자살법이었다. 숲의 신은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 그녀는 껍질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길고 긴 잠이 빠졌다. 수십번의 계절이 바뀌고, 숲은 점점 자생력을 잃어갔다. 식물들은 메말라 그 생기를 잃어갔고, 


가지들은 쩍쩍 갈라져 흉한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잎사귀들은 가시로 변했다. 




숲의 신은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것을 느꼈다. 피곤한 기운을 뒤로하고 눈을 뜨자 그 앞에는 노인이 서있었다.


그의 흉터를 보고서야 사내가 자신을 다시 찾아왔다는것을 알고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숲에는 더이상 약초도, 신비한 기운도,


아름다운 꽃들도 시들어 없었지만 사내는 다시 찾아왔다. 숲의 신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녀에게 왜 우는지 물어보았으나


그녀는 대답없이 그저 울기만했다. 


 


사내는 결혼했다고 했다. 아내는 정말 좋은사람이라고 했다. 묵묵히 자신의 옆을 지켜주던 그런 사람이아고 했다. 비록 그녀와 사별하기


전까지 몇년밖에 같이 살지 못했으나 슬하에 3명의 아이를 두어 모두 잘 자라 독립했다고 했다. 한명은 대장장이, 한명은 극작가,


한명은 농부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이 점점 커가며 행복을 느낄때마다 숲의 신과 함께 걷던 고요한 오솔길이 


생각났다고 했다. 공허했던 마음이 채워져갈수록 자신에게 세상에는 아직 아름다운 것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준 존재가 


기억났다고 했다. 당신이 있었기에 세상에 조금 더 기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숲의 신은 사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비웃음 당하고 폄하당할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자 그녀의 마음은 다시 녹아내렸다. 


그래서 그녀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것은 당신이라고. 사내는 그녀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겨 그녀를 품었다. 


그리고 그 둘은 긴 시간동안 그저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 안고있었다.




숲의 신은 그를 원했고 그 또한 그녀를 원했다. 그 둘은 서로를 승낙했고 깊은 눈빛을 교환했다. 그녀가 옷을 벗기 시작하자


수십개의 흉터들과 깨물린 자국과 노예의 인장이 보였다. 사내는 깜짝 놀라 이 상처들은 언제 생긴 것 이냐고 물어봤다.


숲의 신이 잠시 머뭇거리다 죽음의 신을 찾아갔을때라고 답하자 사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그 뜻을 알아챘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숲의 신은 말없이 그의 얼굴을 붙잡고 그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 안에는 사내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어린아이가 있었다. 사내도 그녀의 눈동자를 자신의 마음에 담았다. 그날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그녀의 마음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둘의 마음은 만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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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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