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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혜와 비난을 넘어

 

그러나 그 구조는 진보정당을 배제하면서 길들였다. 진보정당은 국회에서 소수 의석이나마 차지해 왔다. 그것은 오랜 시간 고군분투해온 진보세력이 만들어낸 소중한 기회였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이었다. “비례는 진보정당을 찍어주겠다”고 말한 유권자들은 그간 진보정당의 주요 기반이었다. 그 선의는 고마운 것이지만, 또한 무척 허약하고 위험한 것이었다. 그 이면엔 진보정당이 결코 한국정치의 주류가 될 수 없으며 그것이 아주 절박한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즉 일부 유권자가 베푼 ‘시혜와 동정’이 진보정당 기반이었던 셈이다. 시혜적 선의가 선물해 준 소수 의석의 달콤함을 맛본 진보정당은 자신의 독자성을 공고히 하는 데 망설이게 되었다.

 

더욱이 시혜의 마음은 진보정당을 향한 비난과 별로 멀지 않다. 정의당을 향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과 모욕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독자노선을 고집하면 온갖 저주가 쏟아지고, 민주당에 양보하면 칭찬이 돌아왔다. 비례 의석 몇개를 줄 테니 민주당에 모난 모습 보이지 말라는 비난의 말들은 시혜를 베푸는 태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정의당을 향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쏟아낸 ‘운동권 정당, 아마추어, 동아리’ 같은 비난도 정의당을 길들였다. 소수 의석에 만족하지 않고 주류 정당이 되고자 했던 정의당은 ‘아마추어’처럼 행동하지 않는 것이 곧 주류 정당이 되는 길이라 믿었다.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그들이 정의당을 타자화하는 말들을 거울로 삼았다. 그들이 비난하는 모습을 버리고 그들처럼 행동하면 주류의 일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결과 기성 정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물론 정의당도 구조적 제약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령 노회찬 의원이 언급한 ‘투명인간과 6411 버스’는 정의당이 줄곧 참조해 온 초심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진보정당을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대중을 호명하고 그 곁을 지키는 것, 이는 여전히 유효한 진보정당의 과제다.

 

내가 진 빚

 

총선이 끝나고 며칠을 끙끙 앓았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을 모두 ‘나중에’로 미루고 치른 선거를 목격한 후유증이었다. 그나마 안전하다고 느꼈던 공간에서 세게 한 방 얻어맞은 느낌. 와중에 심상정 의원이 지역구에서 크게 패하고 결국 정치 은퇴를 선언하자, 나도 그만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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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은 은퇴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도 사과했다. 빛나는 퇴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패배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나에게 그는 언제든 사과를 요구하는 마음을 온전히 받아준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는 심상정에게 진 빚을 내려놓게 되었다. 다 갚아서가 아니다. 사실 어떻게 하든 갚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건 내가 진 빚이 아니니.

 

 

 

 

9개의 댓글

패배로 느끼질 못하신다면 앞으로는 두번다시 전면에 올리지 못할듯

3

백 보를 양보해도 소선거구 단순다수결제의 현실적 한계를 인식했다면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됐음.

 

정치공학적 현실정치를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정체성 정치에 어떤 동정을 줄 필요가 있는지?

3
2024.04.16
@하수상한후원자

정치공학적 현실정치를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정체성 정치만 했어도 이렇게 까지 망하지는 않았을걸? 정체성도 버렸으니까 망하는거지.

2
@novellll

노동 정체성을 버렸을 뿐이지 페미 정체성은 가져갔지. 노동 정체성 원툴로 가더라도 이 선거제도 하에서 선거에 재뿌리면 언젠가는 욕먹게 되어있음.

0
2024.04.16
0
2024.04.16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을 나중에로 미룬 선거였다기엔 여성도 녹정당을 손절했기에 2.1%가 나왔지 싶은데. 04년 총선에서 13%씩 득표할때 받은 기대감이 뭐 때문이었는지 곱씹어봤으면 좋겠음

0
2024.04.16

내용의 질은 몰라도 글쓴이가 중2병이 좀 덜 나았다는건 잘 전달되는 글이네

1
2024.04.16

빛나는 퇴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패배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무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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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노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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