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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배드'를 압축한 악인전기 후기

 

 

1. 보면 볼수록 브레이킹 배드를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

 

 - 제작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브레이킹 배드를 본 사람으로서 상당히 두 드라마 간 유사성이 느껴졌다.

신하균 배우가 연기한 한동수 캐릭터와 월터 화이트가 몹시 비슷해 보였고, 큰 흐름에서 스토리도 브레이킹 배드을 한 시즌에 압축 해놓은 느낌이었다.

 

 

2. 브레이킹 배드만큼 잘 만들었을까?

 

 -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선량했던 월터 화이트가 암으로 죽기 전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했던 마약 제조를 선택한 동기와 감정을 드라마에선 탁월하게 연출했고 충분히 잘 전달됐다. 월터의 자존심, 열등감, 야망은 이 인물에 대해 단순한 가장적인 측면을 넘어 훨씬 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었고 아름다운 캐릭터로 완성됐다.

 

 - 하지만 악인전기의 주인공 변호사 한동수 캐릭터는 그다지 공감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인물이다. 암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은 가장이 몸이 성치 않은 장남과 이제 막 임신한 아내의 미래를 보며 겪을 절망과 신에 대한 원망은 이해의 범주에 속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죽은 뒤 가족들이 겪을 경제적 고통을 위해 마약 제조를 선택하는 월터 화이트를 이해할 수 있다. 모래시계가 완전히 멈추기 전까지 고등학교 교사에 불과한 그가 그 큰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한정적이었고, 거기에 전 여자친구의 도움은 옵션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반면 한동수 캐릭터는 월터 화이트처럼 암에 걸리지도 않았고 그에 준하는 위기도 찾아오지 않았다. 한동수란 캐릭터는 선량하고 성실한 인물이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타락하고, 이내 그 내면의 본질적인 욕망에 의해 악인으로 완성 되는 과정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이 인물의 성실함은 이해할 수 있어도 그 도덕성과 선량함은 얼마나 존재 하는지 짙은 의심이 갈 뿐이다.

 

 한동수의 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가난으로 인한 것, 하나는 인재로 인한 것. 그 두 가지는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대부분에게 해당하는 고통이고 이는 상당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 속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한동수의 대처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동수는 너무 쉽게 타락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법을 지키고 하루하루 일을 하며 살아간다. 손님, 직장 상사, 거래처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남의 실수로 죄 없는 비난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내 실수로 스스로와 남들을 괴롭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이 범죄를 합리화시키진 않는다.

 

 한동수는 적다곤 할 수 없고 많다고도 할 수 없는 돈 천만원 떄문에 아내에게 일어난 모멸적인 일과 점장의 폭언에 분노를 표한다. 동시에 깡패 서도영으로부터 압박을 받는다. 한동수가 점장에게 표출하는 감정과 그 행동은 속이 시원하지만 그가 월터 화이트만큼 막다른 지정메 몰려있다고 생각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 선택을 내린 뒤 범죄에 참여하는 태도 또한 지나치다고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점장에게 한 행동과 불법에 대한 가담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느껴진다. 불법에 대한 가담을 해야만 마땅히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자 변호사이며 상처 받은 남자의 자존심으로서 점장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기 떄문이다.

 

 그 이후의 한동수 행동이 주는 위화감도 강렬하다. 이 캐릭터는 맞고 살던 인물이, 언더독이 뒤집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 그것보단 언제든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잡으려하는 기회주의자적인 성격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특히 한동수가 서도영의 일을 하면서 어느 선까지 본인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일을 하는 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매우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는 것에서도 말이다.

 

 이는 월터 화이트의 화학적 재능을 발휘하는 일과도 느낌이 사뭇 다르다. 월터 화이트는 항상 자기가 가진 월등한 능력에 비해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 했고 그로 인한 분노가 내재되어 있던 인물이다. 그 내재된 분노와 욕망이 마약 제조가에서 마약상으로 그를 변모시키며 살인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로의 변화를 납득시키게 만든다. 

 

 그에 비해 한동수란 인물이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활용하는 능력은 변호사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서도영으로부터 살인멸구의 위협을 받았을 때, 동료의 손가락이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구해줬던 건 변호사로서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 흡사 탐정이나 뛰어난 사업가 같은 통찰력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로서 안타까웠던 것은 그 통찰력으로 스스로를 구원하는 장면도 '정말 기발하거나 천재적이다.'란 감상이 일기 보다는 장면에 대한 설득력을 오로지 신하균 배우의 연기력에 기댄다는 점이다. 신하균 배우의 연기력은 나쁜형사 때처럼 매우 훌륭하지만, 뛰어난 재료에 소금만 쳐서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스테이크가 맛이야 있을 지 몰라도 요리로서 그 완성도가 뛰어나다곤 할 수 없을 것이다.

 

 

3. 한범재 캐릭터는 꼭 필요했을까

 

 - 드라마, 영화 리뷰를 보면 캐릭터를 기능적으로 소비한다는 비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캐릭터 또한 유사하게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활용되는 느낌이다.

 

 - 한동수란 인물은 왜 다른 인물들과 달리 성공할 수 있었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그에 대한 해답을 찾으면 한동수 본인보다는 무엇이든지 해내주는 이 한범재란 캐릭터를 보면 된다. 이 인물은 변호사가 프로그래머가 될 순 없으니 기능적으로 투입한 인물에다가 변호사로서 일반적으로 모를 수 밖에 없는들을 대리해주는 역할로 제시 핑크맨과는 느낌이 완벽하게 다르다. 아마 악인전기를 다 본 시청자여도 이 한범재란 캐릭터의 이름을 모를 확률이 높으며, 이 캐릭터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4. 악인으로서 변화하는 과정과 성공, 설명 등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생략된 것으로 보여진다.

 

 - 앞서 말한 것처럼 이 한동수란 인물은 순식간에 원래 불법적인 일을 했던 사람처럼 변모해 뭐든 일을 한다. 10화 안에 기승전결을 끝마쳐야 해서 그랬을까? 이 인물이 가진 거시적인 흐름엔 문제가 없지만 그 연결 고리를 잇는 과정이 몹시 느슨하고, 성공에 대한 과정은 주인공 버프를 잔뜩 받은 이세계물처럼 탄탄대로처럼 느껴진다.

 

 - 특히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은 너무나 주인공 버프 느낌이 강했고 이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의 개성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느낌이다. 조직을 들어간 이후의 일도 그렇고 그 상황 속에 놓여진 주인공의 태도도 너무나 즐겁기 짝이 없다. 이는 명백히 브레이킹 배드와 다른 점이다. 메시지를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는 아니지만, 브레이킹 배드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약관화하다. 마약은 해롭다, 돈은 당신을 지켜주지 못한다. 인과응보 등 범죄에 발을 들인 인물들은 모조리 그 죗값을 치른다. 반면 이 드라마 속에 놓여진 주인공 한동수는 이 상황에서 탈출하려는 의지가 빈약하기 그지 없다. 오히려 그 상황이 지속되길 원하고 드라마의 결말 또한 "왜 멍청하게 선량하고 성실하게 살아? 법이란 건 넘으라고 있는 거야" 쪽에 가깝다.

 

 - 한동수란 인물은 너무 이른 타이밍에 급속도로 변화하고, 시작부터 악인이 된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그의 과정처럼 변화에 대한 그 설명도 너무 빈약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인물은 원래 악인이었던 인물로 느껴지며, 주위 상황이 그를 악인으로 만들었다기 보단 원래도 했을 놈이 기회를 잘 잡았다 느낌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변화에 대한 감흥이 떨어지니 그에 대한 재미가 감쇠 되었던 것 같다. 애초에 제목부터가 그렇기도 했고.

 

 

5. 서도영은 매력적인 빌런일까?

 

 - 최근 들어 MZ 조폭들 이야기도 많다 보니 옛날이랑 달리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폭 두목으로 등장하는 연령층이 많이 젊어졌다.

재밌게 봤었던 '최악의 악'도 그렇고 나오더라도 나이 든 조폭은 퇴물처럼, 10~30대 조폭이 주류 세력으로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젊은 조폭 두목이라고 해서 매력적인 빌런이라 새롭고 기발한 빌런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항상 그렇듯이 운동부 출신에서 시작했고 나이만 젊다 뿐이지 하는 행세를 보면 MZ 조폭보다는 과거 조폭들과 훨씬 닮아있다.

특히 사람 담구는 방식이나 사람을 관리하는 법, 사업 방식 또한 구세대 조폭에 가깝지 않나 싶다.

 

 - 이 인물에 대한 비판은 한동수와 상호작용에 있다. 작품을 보는 내내 이 인물은 완벽하게 무해하다고 느껴진다. 누가 봐도 이 인물은 주인공을 타락으로 이끌지만 주인공에게 잡아먹힐 인물처럼 보이며, 누구보다도 잔인해보이지만 정작 주인공한텐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게 설계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인물은 초반부를 지나면 주인동에 대한 어떠한 극적 긴장감을 부여하지 못하며 결말에 이르러도 고작 그 주변인한테 해악이 이르는 데 그친다.

 

 - 브레이킹 배드의 구스타보 프링과는 완벽히 상이한 인물이다. 구스타보 프링은 일반적인 조직의 두목과는 철저히 다르게 보여진다. 대부의 마피아들이 하는 의리나 투코처럼 갱들이 수틀리면 가지고 있던 사람 쏴죽이는 폭력성을 없앴다. 이 인물은 그 누구보다도 음지에서 거대하면서 동시에 양지를 당당히 드나드는 인물이며, 이를 가능케 했던 광기에 가까운 그의 인내심과 신중함, 침착함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빌런으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반면 서도영 캐릭터는 전형적인 폭력 조직 두목의 표본과도 같은 인물이다. 의리를 중요시하며 무식하고 사업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며 폭력만이 그의 신념이자 무기이다. 사업체, 조직을 운영하는 미래계획에 대한 확고한 신념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보던 그저 그런 캐릭터에 가깝다.

 

 

6. 브레이킹 배드가 너무 GOAT인 것 아니냐?

 

- 그것도 맞긴 한데, 애초에 10화 안에 기승전결을 억지로 다 때려박으려고 하니 정작 디테일이 다 죽어버린 느낌이다.

애초에 신하균이 연기한 한동수가 변호사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굳이 악인이 된 결과가 정치 쪽이란 것도 참 이해하기 힘들다.

월터 화이트가 자신의 화학적 재능을 만개한 것과는 너무나 느낌이 다른 방향이고, 한국에서 성공은 그저 전공 그딴 거 ㅈ까고 정치니까 현지화인가?

 

 - 분명 초반엔 재미있게 본 거 같은데 조직 들어가고 이후 부터는 뭔가 흥미가 떨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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