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기생충을 조조로 보고 하루를 망친 1인....

1. 조조로 기생충을 봤다. 아침에 아르헨티나전을 보고 기분 좋게 극장 가서 표를 끊고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는 조조로 보지 말 것을 권장한다. 나처럼 하루 종일 불쾌할 수 있다. 

 

2. 영화 초반에는 웃긴 장면들이 꽤 있다. 하지만, 정말 그냥 딱 그 때뿐이다. 중반에 가정부로 일했던 여자가 재등장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3. 그렇다고 그 영화 전반부가 딱히 만족스럽거나 리뷰들처럼 몰입감이 쩔었던 것도 아니다. 대학생 때 부잣집 과외를 하던 내 자신이 오버랩이 되서 개인적으로 정서적 이입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냥 한숨이 많이 나왔고, 30분 지나서부터 난 시계를 보면서 나갈까 말까를 생각했다.

 

4. 이 영화는 생각 외로 잔인한 장면도 있다. 남자들 보기엔 그냥 아무렇지 않지만, 여자들 보기엔 꺄악 소리지를 만한 장면이 하나 나왔다. 내가 보던 영화관도 조조지만 만석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5. 감독이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내가 이제껏 스스로 생각했던 한국사회의 문제. 그 문제의식은 정확히 일치했으나, 이 영화는 엄청나게 불쾌한 영화였다. 가장 큰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낙인 효과 때문이다. 

 

6. 대표적인 건 냄새였다. 가난의 냄새. 누군가는 송강호의 살인이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전날 밤 폭우에 집이 다 잠겨버리고, 가산이 떠 내려가고 체육관에서 겨우 잠들다 부잣집 뒤치닥거리 하러 예정에 없던 근무하러 나온 사람은 신경이 곤두설대로 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주인에게 냄새 난다는 말을 듣는 불우한 힘없는 가장... 자기 딸은 칼을 맞아 쓰러져 죽어 가는데, 자기 아이만 챙기는 주인집. 그런데 냄새에 불쾌한 그 표정을 보고 살인 충동을 일으키는 건, 이방인의 뫼르쏘가 태양볕이 너무 뜨거워서 살인을 저지른 것과 일맥상통한다. 프랑스인들은 아마도 이 정서를 이해했을 것이다. 그래서 상도 받았겠지만. 

 

7. 이 영화를 소위 흙수저(이 말을 싫어하지만 쓴다.. 미안하다)들이 본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아마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면서 향수를 찾는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10만원을 호가하는 향수들을 보고 한숨을 쉬겠지. 

 

8. 봉준호가 위선자라고 느낀 지점. 그리고 가난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낀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가난을 이용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제 냄새라는 낙인조차 씌워버렸다. 이제까지 중립자극이던 냄새가 가난이란 조건화된 자극으로 다시 한 번 공인이 된 것이다. 

 

9. 누군가는 반론하겠지. 이제까지 이런 인식은 있었고, 특별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영화로 수상하기 위해 이렇게 가난한 자들을 이용한 적은 없었다. 

 

10. 영화는 한국 사회의 불편한 부분들을 수직적인 이미지와 하나의 스토리로 응축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재밌다고 한다. 하하. 그래 참 재밌다. 그런데 이걸 보고 누군가는 다시 한 번 힘이 꺾일 것이고, 누군가는 상처받을 것이며, 누군가는 모욕적이라고 느낄 것이고, 누군가는 나처럼 불쾌할 것이다. 

 

11. 영화가 요구한 것은 성찰이었을지 모르나, 나는 이 영화가 앞으로 인터넷 밈이나 짤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어떤 용도로 쓰일지, 영화 대사들을 통해서 가진 자의 시선을 빌어 얼마나 하위 계층을 비판하고 조롱할 목적으로 쓰일지 영화를 보면서 그 우려가 가장 컸다. 봉준호가 이걸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는 정말로 둔하고 무신경한 사람이겠지만, 예상하고 만들었다면 그는 분명한 위선자이다. 

 

12.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극찬을 퍼붓겠지만, 동시에 그 이상의 사람들은 영화와 상관없이 힘든 삶을 살 것이고, 어쩌다 마주치는 영화의 내러티브로 상처받을 것이다. 

12개의 댓글

이용했다고까지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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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좀 그러더라. 버닝 볼 때 작품성과 별개로 정말 기분 개같았는데 기생충도 조금 그랬음. 존나 개쩌는 작품이고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재밌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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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봉준호 영화가 대체로 약자들에게 긍정적인 결말을 주지 않으니까...

 

기생충만이 아니라 그냥 봉준호 영화의 특색인것 같기도 함.

 

플란다스의 개 : 개 죽인 범인은 결국 교수 자리 꿰차고, 범인 잡으려던 배두나는 직장에서 짤림.

 

살인의 추억 : 수 많은 피해자들이 나왔지만 결국 범인 안 잡힘.

 

괴물 : 결국 딸내미는 죽음

 

마더 : 결국 엉뚱한 애가 감옥에 들어감

 

설국열차 : 꼬마 애들만 '일단' 살고 나머지 죽음

 

옥자 : 옥자는 탈출시키지만, 옥자를 만든 시스템은 건재함.

1
2019.06.02

그냥 현실적으로 그려낸게 아닌가 인정하기 싫지만 달동네까진 아니어도 비교적 못사는 동네와 잘사는 동네를 가보면 사람들의 행실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인데

 

가난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거라면 본인이 가난해본 적이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꼴 밖에는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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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AlgebraicStructure

공감.

 

봉준호가 그려내는 모습이 싫은건 그냥 "나는 안그런데?" "다 그런건 아닌데?" 하는 꼴이고

개인적으로는 송강호가 마지막에 드러내는 감정이 과하긴해도

그가 살아온 과정에서 어떤 억압과 모멸감을 느꼈으니 그렇게 터져버린게 아닌가 싶음

 

그리고 냄새라는 것도 봉준호가 "그지들한테는 냄새가 나" 라고 못을 박은게 아니라

영화적인 상징으로 넣었다고 보는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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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억지로 긍정적인 결말 만들면 그게 더 위선적일거같은데

그리고 수상하기 위해 약자들을 이용했다는 논리면 황금종려상 받은 영화들 대부분이 위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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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아저씨 말 들으니까 그런거같기도 하네 진짜 어려운 집이라면 아들이 4수를 하지도 딸이 미술을 공부하지도 못했겠지 아들 딸은 돈이 적게 드는 국립대를 찾아 떠났을거고 아저씨 아줌마는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다녔겠지

 

근데 가난하뉴사람들한테서 냄새가ㅜ난다는 것 보다는 반지하에 살았기 때문에 냄새가 났다고 생각해야하지ㅜ않을까 햇빛도 잘들어오지 않는 지하에 살고있기 때문에 냄새가 났던거고 이런 냄새는 일반인들한테 떠올리라고 해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냄새라 생각함

 

근데 서울에 저렇게 4인가족이 반지하 사는 경우가 많음? 지방 살고 서울에서도 조금 살아봤지만 반지하에 대학생 사는것 까진 봤어도 4인 가족이 사는건 못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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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매우 불쾌한 영화라는 걸 공감하면서도 이용에 관해선 생각이 좀 다른 게

어떤 걸 이용한다는 것은 그것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잘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해.

 

이 경우엔 가난을 되게 잘 이용한 사람이 부자였을 뿐, 딱히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거지.

 

그리고 이 영화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만들었으니 봉준호는 위선자다 라고 했는데

 

만약에

 

그가 애초에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상처받길 원했던 거라면?

난 봉감독이 위선자라기 보다는 그냥 변태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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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
2019.06.02

영화 감상 후에도

냄새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생각 안 했는데

 

니가 이렇게 글을 써버리니까

오히려 너 덕분? 에 혹은 때문? 에

‘가난한 자들은 냄새나’ 라는 프레임이 생긴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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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이용했다는 말은 공감못하겟구,,

기분 더러운건 진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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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계층을 나누는 상징으로 냄새를 사용했다면 이 집에선 좋은 냄새가 난다는 둥의 표현이 있었다고 봄 감독의 의도가 아니라 생각함

냄새는 처음에는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것을 들킬뻔한 소재로 사용되어서 빨래를 따로해야하나 같은 시시콜콜한 걱정거리였다가 사장의 말을 듣고 멸시의 상징이 되어서 계속 신경쓰이고 분노를 일으키는 소재로 변화하면서 인식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다고봄.

그 동안 같은 차를 타고 같이 일하던 조여정은 한번도 냄새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다가 남편의 말을 들은 다음날에는 대놓고 불쾌한 표현을 하고 있잖아 보인은 차안에서 맨발을 걸치고 있으면서

송강호의 가족들도 처음엔 사장가족 만만세를 부르며 그들의 부를 자신의 것과 동일시하면서 즐기지만 탁자밑에서 숨죽이며 보낸 그날밤 이후 자신들의 현실은 직시하면서 원래라면 좋아했을 추가수당을 주는 일거리에 짜증과 분노를 느끼게된게 아닐까 싶어

넷상에서 오타쿠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퍼진 이후 애니를 보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표현하고 비난하는것이 당연시된 것 처럼 그저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재이지 가난의 상징으로 사용된건 아니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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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3

이 영화의 백미는 엔딩 후 제작 이미경 나올때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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