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캡틴 마블이 꼴페미 영화인 이유.

 

어제 캡틴 마블 개봉하고, 평은 의외로 "페미 요소가 별로 없다" 였다. 그런데 난 이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체 뭘 보고 페미 요소가 없다고 하는건지, 나랑 다른 영화를 보고 온 건지 의심이 될 정도다.

 

난 필사적으로 페미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합리적인 양성평등 주장이나, 인종차별과 같은 PC는 어느정도는 지지한다. 페미 영화들도 보고서 눈을 찌푸릴 정도인 적은 없었다. 예를 들면 꼴페미 영화로 유명한 "거꾸로 가는 남자" 같은 영화는 대놓고 페미니스트 영화임에도, 눈꼴시린 정도는 아니었다. 프랑스식 유머에 내가 이해를 못해서 재미가 없었을 뿐이지, '역지사지의 자세로 고민해 보세요.' 정도의 주제를 지닌 영화였기에 나쁘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캡틴마블은 거의 역겨운 수준으로 페미니스트를 자극한다. 극장에서 겨우 한 번 보고 쓰는 글이므로 댓글로 추가나 혹은 지적해주면 다른 사람들이 읽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어디까지나 하나의 관객의 입장에서 본 것이고 해설서라고 할 수는 없다. 꿈보다 해몽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단 이야기이다. 내가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것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흔히 페미 요소라고 영화 초반에 "여자는 카트를 몰지 마라" 라거나 "여자비행사는 없다" 같은 말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페미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때는 거의 50년 전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당시ㅡ아니 사실 지금도 약간은ㅡ 성에 따라 역할이 강조되곤 했다. 물론 남자도 "남자가 그런 거 하면 고추 떨어진다" 라는 말 한번쯤 안 듣고 자란 2030이 있을까 싶다. 그러니 이것으로 인해 여성들이 피해의식을 가지진 말아줬으면 하지만, 어쨌든 영화 주인공은 여자이니까. 이 장면은 별로 문제삼고 싶지 않다.

 

더해서 마리아 램보의 딸은 엄마에게 정의로운 일을 하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좋았다. 페미 요소이긴 하지만 도리에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과거 영화들에서 가족들을 두고 정의를 따르는 역할은 주로 남자였지만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엄마'로 옮겨갔다. 주체적인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장면들과 함께 어우러져 괜찮은 메시지였다. 좋은 점은 여기까지다.

 

처음 블록버스터 비디오 대여점에 추락하고 두 가지 영화가 나온다. 하나는 '트루 라이즈'이고 하나는 '필사의 도전'이다. 트루 라이즈의 주인공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인데 이것은 남성성의 상징이다. 시작하자마자 시원하게 남성성을 깨부순다. '필사의 도전'은? 전원 남자인 우주비행사 이야기이다. 

블록버스터 비디오 대여점 =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상징 이라고 보면 된다. 그 천장을 부수고 들어오는 여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스크럴 종족은 변장, 위장, 잠입에 익숙하다. 우리는 이러한 캐릭터들에게 "악" 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캡틴 마블 역시 이들을 "테러리스트" 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쪽이 "선" 이었다. 아마도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너희는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이 사회를 혼란시키게 하는 '테러리스트'처럼 간주하고 '악'이라고 하지만 그 편견을 버리면 이쪽이 '선' 이거든요!"

 

그리고 스크럴 종족을 페미로 봤을 때 "남자가 전쟁을 한다" 는 이야기와 이어진다. 흔히 "남자만 없으면 이 세상에 전쟁은 없었다" 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근데 이 영화가 그 이야기를 한다. 영화 내 마-벨 박사(당연히 여자이다)는 전쟁을 끝낼 연구를 하는데 그것은 광속 엔진이다. 이것으로 스크럴들은 저 멀리 이주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남자들은 무기를 좋아한다. 영화 내에 나오는 크리 족 남성들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심지어는 영화 마지막에 퓨리가 "준비를 해야한다" 라고 하자 콜슨은 "무기" 를 준비하냐고 묻는다. 필 콜슨은 '선(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캡틴 마블이 붙잡히고 난 후, 슈프림 인텔리전스와의 대화에서 "너희가 나를 억압하고 통제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진 거다" 라고 말하며 남성성과 그 억압에 정면으로 대항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남성성의 상징들, 미사일과 같은 무기들을 시원시원하게 쳐부순다. 솔직히 이 부분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남성한테 억압당해서 '초능력'을 못 쓰는 게 여성인가? 마지막 전투장면 "난 너희에게 증명할 게 없다" 라는 장면과 이어진다. 이상한 논리로 세뇌에 가까운 방법으로 초능력을 억제해 온 악역이기에 영화 내에서는 이상할 게 없는 대사지만, 결국 "이상한 논리로 남자들은 여자들을 억압하기 때문에 여자들이 제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분명하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은, 은근히 "투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영화 내의 '선'의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은 은근히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말라고 부추긴다. 변장과 잠입, 인질 등 정정당당하다고 말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싸우는 (물론 전쟁에서 정정당당함은 의미가 없지만, 이건 영화잖아) 스크럴 족은, 남성의 폭압에 힘없이 저항하는 여성을 대변한다. 이렇게 이미 사회가 남성 위주인데, 수단을 가려서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스크럴 족만 그렇게 그려졌으면 그저 시나리오를 집필하다가 보니 그렇게 됐나보다 할텐데, 절대 선이어야 할 캡틴 마블은, 카 레이싱에서 '지름길'을 써도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한다.

 

난 영화를 보면서 중반부부터는 굉장히 짜증을 유발하는 이런 '은근한 메시지'를 견디느라 고생했다. 페미 요소를 생각하지 않고 평가해도 솔직히 평작 이하였다. 액션도 적당히 주먹질 하다가 좀 불리해지면 주먹 불끈 쥐면 에너지 방출해서 이기고, 우주공간을 가르는 빛이 되어 날아가면 우주선도 펑펑 터진다. 이렇다할 눈요깃거리도 없다. 그렇다고 캡틴 마블만의 매력을 보여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마블 시리즈 중 잘 만든 단독 작품들.. 스파이더 맨이나 닥터 스트레인지 등과 비교해보면 굉장한 퇴보로 느껴진다. 이 두 작품 모두 눈요기도 훌륭했고, 그 히어로만이 가진 매력도 잘 어필했다.

 

거기다 여러가지 떡밥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렸다. 예를 들면 콜슨 요원과 퓨리의 신뢰관계가 이상한 방식으로 설명됐다. 그리고 퓨리의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양이와의 애교를 매우 강조했는데 이로인해 퓨리의 카리스마를 깎아내렸다. 퓨리의 애꾸눈에 얽힌 이야기도 정말 허무하다못해 성질나는 방식으로 풀어버렸고.

 

페미니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빼고 보더라도, 의심의 여지없이 마블 시리즈 중에선 최악의 영화 1,2 안에 들 수준이었다.

2개의 댓글

2019.03.07

이 캡마를 받아들이지 못 하면 어벤져스나 추후 마블영화를 보는데 영향이 간다는게 제일 갑갑하다

그래서 브리 라슨이 아닌 에밀리 브런트였다면 어땠을까 몇번이고 생각하지만 너 말대로라면 애초에 시작(감독)부터 잘못된 거였네

많이 좋아했던 마블영화였기에 여러모로 갑갑한 기분이 더 하네

난 고양이가 눈때린거 겁나맘에들었는데 너무뻔하지않게 요새영화스러운 전개였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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