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태생 겁보가 끄적대보는 이블 위딘에 대한 단상

난 공포 장르에 선천적인 알러지가 있다

 

태생부터 엪창이었던 나는 과거 PC방에서 레보식과 퀘이크, 카스를 할때

 

해당 장르의 게임을 공포라 인식했었다

 

적만 만나면 지진나는 에임, 둘 곳 없는 나의 시선촛점, 베이스를 출타한 정신머리까지

 

뭐 하나 빠짐없이 장애요소 투성이였다

 

같이 게임하던 형아들은 이 새끼를 데리고 게임해야되냐

 

깍두기로 넣어야되는거 아니냐 하며 항상 나를 찬밥 취급했었다

 

에미 시발 무서운걸 어떡하냐

 

깜딱깜딱 놀란단 말이다

 

 

 

 

 

그 고질병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영화를 볼때도 여자친구보다도 공포를 즐기질 못한다

 

보러가자는 말을 꺼내놓고도 눈을 가리며 자괴감에 몸을 담구는 건 언제나 내 자신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수영선수를 하며 성장기를 보낸 탓에 일반인보다  어깨가 넓고 떡대가 있는 나였지만

 

공포영화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하나같이 말한다

 

"듬직하네, 힘 좋아보이네"

 

심지어 난 놀이기구도 존나게 잘 탄다

 

학식시절 롯데월드 앰배서더가 되었을때도 자이로드롭 연짱 10번, 자이로스윙 연짱 5번, 아틀란티스 6번은

 

내가 개인적으로 소소하게 간직하고 있는 나만의 기록이다

 

근데 에미 뒤진 공포 게임, 공포 영화만큼은 지금도 진저리가 난다

 

착신아리, 링... 여고괴담 마저도 내게는 야밤에 트라우마를 떠올릴만한 작품들이다

 

누군가에겐 재밌고 추억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에선 쌍욕발사기 일 뿐이다

 

그런데 어떡하나 손이 가는 걸...

 

벌벌떠는 그 분위기 자체를 음미한다

 

비록 눈을 가리고 아가리에서는 어버버 소리가 나올지라도

 

 

 

 

그러던 최근 이블 위딘 이라는 게임을 처음 접했다

 

정관수술 이후 졸라매었던 정관을 풀은 것 마냥 나의 도파민은 혈관을 뚫고 튀어나올듯이

 

온몸에서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게임 리뷰 영상을 보며 마치 에일리언 시리즈를 보던 그 쾌감이 대뇌의 전두엽을 강타한 것이다

 

"아... 싼다"

 

이 말과 함께 내 손은 다렉게임즈에 접속해서 이미 결제를 하고 있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게임 내내 가장 많이 씨부렸던 말을 꼽아보자면

 

"좆된다"

 

"와 시벌"

 

"지린다"

 

거의 정박아 수준의 언어활동만 반복했지 않나 싶다

 

 

 

싯누렇게 뜬 화면, 빨갛고 검은 색이 강조되는 특이한 색감과 대비

 

희뿌연 먼지 필터를 낀 것 같은 시야

 

거기에 더해 지랄맞은 조작감과 더불어 다가오는 사운드의 압박감

 

개인적인 기준으로 어느 하나 고티를 주지 않고는 못 배길 심정이었다

 

조작감 빼고

 

 

 

정신병원과 시골 마을, 현대 시점 이 세 곳의 배경이 무한루프로 돌아가지만

 

그 어느 한 곳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없다

 

세세한 텍스쳐, 칠 벗겨진 벽, 광원효과 등등

 

정말 자잘한 사물 하나부터 열까지 말 그대로 내 자신이 "정신병자의 머릿속" 안에 있다고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미카미 이새끼 정상인 아닐지도 몰라

 

그때쯤 되니 이 게임의 북미 타이틀 명이 떠오르더라

 

"Psycho Break"

 

에미뒤진 싸이코새끼의 정신나간 멘탈파괴 현장이라고 해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정말 적절했다고 본다

 

아시아 판의 타이틀 제목인 "Evil within" 에 비해 오히려 저게 어울리지 않았나 싶을 지경이었으니까

 

 

 

 

하지만 난이도를 조져놓고 하는 나에게 이 게임의 단점이 너무 쉽사리 드러났다

 

난이도를 조졌다는 뜻은 대놓고 "전 스토리를 음미할겁니다" 라는 거니 오히려 그 부분에 집중해서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스토리 텔링 부분이 상당히 빈약하다

 

게임 내 문서와 음성을 충분히 수집하였음에도 맥락에 구멍이 나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으나

 

당위성과 개연성 이 두가지가 상당히 의문스러웠다

 

뭐 결과와 동기만 보면 적잖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게임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또한 욕심일테니

 

그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최근 이블위딘 1편과 DLC를 모두 클리어한 뒤

 

다시금 곱씹어보며 과거 지나쳤던 공포게임들과 공포영화들을 생각해볼때

 

B급 테이스트 가득한 멜랑꼴리한 영화들 외에,

 

이벤트 호라이즌, 그리고 게임에서는 바커 성님의 제리코 이상의 파워를 보여줬던 아트워크가 또 있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사일런트 힐 시리즈에 견줘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평하고 싶을 정도니까

 

게임 내적으로 공포감을 주는 트리거와 요소 외에 순수하게 아트워크와 분위기, 사운드 만으로

 

사람을 공포감에 압도되게 할 수 있는 게임이 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공포겜 씹고자로서도 게임 내적인 난이도 외에 다양한 요소로서 그 게임 본연의 테이스트를 즐길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상당히 만족한다

 

디스토피아 적인 세계관에 시니컬 그 자체 인생굴곡인 형사아조씨가 만들어내는 꽤 재미난 공포영화 한편이라 보기에 충분할 듯..

 

물론 난이도 올려놓고 하드하게 서바이브하고자 하는 유저에겐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정도의 파급력이 있겠지만 말이다

 

하 에일리언도 사서 해봐야 되는데 이블위딘보다 더 무섭대서 지금 망설이는 중이다

 

겨울에 꼭 사봐야겠다

 

 

 

여튼 이블 위딘 개추합니다

8개의 댓글

2017.12.08
너에게 역으로 데드스페이스 시리즈를 추천한다.
0
2017.12.08
데슾이나 해라
0
2017.12.09
아빠공간 띵작
0
2017.12.09
데슾하러 와라 쫄보새키야. 기저귀 차고 와라
0
2017.12.11
이블위딘2도 재밌더라.
0
2017.12.11
소마하셈
0
2017.12.11
히,히오스 하자..
0
이블위딘 1 2 사놓고 안하고 에일리언부터 깼는데..FPS보다 사플이 중요한 겜은 첨이었어ㅋㅋㅋㅋㅋㅋ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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