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언더테일 리뷰?

  아! 언더테일 아시는구나! 

  근래에는 글에다 쓰고자 하는 대상의 슬로건을 넣는 것에 재미를 들렸다. 이제 와서 한물갔다고 표현되는 언더테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고 회자되는 문구라 함은, 역시 이게 아닐까. 한편으로 본인이 항상 거의 끝물이다 싶은 게임들만 골라 하는 것은, 그냥 그 편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왜, 싼 거 다들 좋아하잖아.

  언더테일의 외관은 기존의 쯔꾸르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쯔꾸르 게임은 아니다. 게임메이커로 만든 게임을 그렇게 부르지는 않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보편적인 쯔꾸르 게임이 갖는 감성을 공유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령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도트 기반의 그래픽, 조작방식, 인터페이스, 기타 잡다한 것들. 아, 그래도 하늘이 바닥에서 보이지는 않던가? 물론 더 세부적으로 따지자면 공유하지 않는 것이 수도 없이 나오겠지만, 뭐 그래.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쯔꾸르 게임을 언급했다고, 혹여나 게임으로서의 투 더 문을 떠올리지는 말자. 그건 정말 실례다.

  언더테일은 맵에서 무작위한 확률로 등장하는 적 몬스터를 굳이 전투로 죽이지 않고도 대화를 통해서 살려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대다수의 게임과 차별성을 보인다. 행동을 통해서 여러 선택지를 고를 수 있고, 그 선택지를 잘 선택하고 조합하는 것으로 상대의 전투의지를 빼앗은 다음 자비를 베풀어 살려 보낼 수 있다. 살려 보내는 과정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그지없다. 합리적인 절차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위트에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전반적으로 더 강해서, 불합리하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선이 정중앙에 근접했을 때 키보드 버튼을 누르면 되는 전투보다는, 지능적으로 공략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편이 차라리 훨씬 낫다고 느껴지기는 한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서 공격, 행동, 아이템, 자비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턴이 끝나면 적 몬스터의 공격이 시작된다. 적 몬스터의 공격은 탄막 슈팅 게임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한정된 네모 칸에서 탄막과 같은 장애물이 날아오면, 보고 피해야 한다. 맞으면 한 방에 죽진 않더라도 체력이 깎인다. 체력이 다 깎이면 당연하게도, 죽는다. 게임 오버. 피지컬이 좋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닌데, 뭐 어쩌겠는가. 적 몬스터와의 조우 끝에, 적 몬스터를 죽이면 경험치를 얻고, 살려 보내면 경험치를 얻지 못한다. 스토리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키포인트로, 플레이어가 어떻게 대처했느냐에 따라 분기가 갈린다. 극후반부에 샌즈(와! 샌즈! 파피루스! 할 때 그 ‘새끼’)가 플레이어를 겨냥하고 네가 죽여 온 몬스터를 염두에 두라는 투의 말을 하는데, 아니, 나를 상대로 선빵 친 새끼들을 내가 그런 거까지 배려해줘야 하나 싶을 뿐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는데, 영 찜찜하기 그지없다.

  몬스터의 탄막 패턴과 전투 중에 일어나는 해프닝은 대부분 흥미롭지만, 그 이외(맵상)의 연출은 별로라 생각된다. 누누이 말하는 거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면 저런 새끼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셔도 좋다. 분명 진지하게 보이려 하는 부분이 가끔 보이는데, 특유의 그래픽으로 인해서 속된 말로, 깬다. 쯔꾸르같이 생긴 게임이 다 그렇지, 뭐. 연출에서 베스트와 워스트를 굳이 꼽는다면, 베스트는 아스고어가 자비를 깨부수고 시작하는 파트고, 워스트는 샌즈랑 파피루스가 처음 등장해서 콩트 찍던 그 파트. 그 파트는 구리다 못해서 유치했다. 폰으로 연락이 오는 것도 있는데, 이건 게임 진행 중에 자꾸 흐름을 끊어먹어서 내내 거슬렸다. 연출과 별개로 8bit풍의 BGM은 정말 좋으니 참고할 것.

  맵마다는 퍼즐이 있다. 이게 왜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짜인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당위성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냥 귀찮기만 하다. 그나마 어렵지는 않다. 플레이 타임을 늘려보려는 수작이었을지, 아니면 단조로움을 타파해서 재미없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한 눈물겨운 노력이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후자였으면 실패했다고 본다. 기믹이 몇 가지 있는데 이런 것도 찾아보면 재미는 있을 듯싶다.

  슬슬 정리하면서. 게임의 전반적인 센스는 괴랄한 축에 속한다. 유머러스한가 싶기도 하고. 이건 당장 아무나 붙잡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눠 봐도 알 수 있다. 뭐라고 형용을 못 하겠는데, 여하튼 그렇다. 이런 괴랄함이 독창적인 세계뿐만 아니라, 각자의 개성적인 캐릭터성을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덕분에 적어도 게임 세계관을 알아가는 데에서 지루함을 느낄 새는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있는데,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두 마디 총평.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전반적으로 재밌는 게임이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이게 의미가 있는 글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태까지 써왔던 여타 글이라 해서 안 그렇겠냐는, 그런 시답잖은 논의는 제쳐두더라도. 그 왜, 책을 다 읽지도 않고서 감상평을 쓰는 것만큼 의미 없는 짓도 없지 않겠는가? 나는 엔딩을 못 봤다. 뿐더러 아스고어에서 멘탈이 갈려서 게임을 지워버렸다. 여기에는 좀 이유가 있는데 집어치우고. 다회차를 해야 진가가 드러나는 게임으로 알고 있다. 하셔야 할 거다.

26개의 댓글

2018.01.25
아무것도 모른채, 문득 궁금해져서 해보게된 나로서는 인상깊은 게임이었음. 물론 해보고 난뒤 후기를 공유하려고 인터넷을 찾아본 순간 현실을 알게되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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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bgmaker
게임 자체는 재밌는데 팬덤이 이미지를 씹창 낸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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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샌즈! 파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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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와 샌즈! 와 파피루스! 와 qqaq추고 분위기싸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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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아 파피루스 아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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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피자가게->언더테일->컵헤드->ㄷㄱㄷㄱ문예부
스티븐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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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병림픽
스티븐유니버스는 또 첨 들어보네. 메타 변하는 속도가 넘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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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끼에엑
예에전거임 지금은 모르겠는데 한때 텀블러에서 이거 팬덤이 깽판쳐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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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와! 언더테일 아시는구나!로 비꼬기 시작한 곳에서 갓겜이라고 빨았었음
그런데 왈도 번역 풀리고 대도서관이 나오면서
뭐 무슨말이 필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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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근데 난 이상하게 엄청 재밌게했음
대화도 내취향에 맞고
Bgmm이 좋아서 그런가 뭔가 모르게 세계관에 빠져드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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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배롱나무
저도 재밌게 했음. 내 피지컬만 조금 더 좋았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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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2018.01.28
와! 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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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게임 자체는 신선하고 재밌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구글에 언더테일을 검색하자마자 이게 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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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9
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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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노잼 이었음
왔던 길 또 갔다고 몬스터 또 나타나고 그렇다고 몬스터 잡는게 재밌지도 않고 선택지만 골라서 잡는 씹노잼이고
시작하고 30분만에 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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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난 이겜 안할듯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하면 재밌게 했었겠지만
방송도 많이 봤고 이상하게 빠가 많아서
게임 자체가 꺼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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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와! 샌즈 하기전에 알았었는데.. 개재밌어쓴ㄴ데..
몃개월후 그 드립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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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이거보고 방금 게임하다가 왔는데 이거원래 이렇게 무서운 게임이냐;;; 시발 아르고스인가 까지 죽이니까 갑자기 꽃새끼가 존나해괴망칙한 가디언처럼변해서 세이브파일 박살내고 내가 게임접속할때마다 찢어죽여서 그모습을 보여준다고해서 너무무서워서 바로 게임 지워버림;;; 선빵치는새끼들 죽이는게 그렇게 죄인가..ㅜㅜ그것도 첨부터 항복하능새끼들도 아니고 나한테 뚜드리맞고 빨피때 항복하는새끼들 가증스러워서 죽인것뿐인데ㅜㅜ나를 천하의 개악독한새끼로 몰더라ㅜㅜ 넘무서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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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진또배기
아 이거 보니까 괜히 다시 깔아서 아스고어한테 개기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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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1
@진또배기
넘무서웠지? 그게 끝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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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영어권겜때 아는 사람만 빠는 갓겜이라 불리는 게임이였음
솔직히 게임자체는 나쁘지않음
대도서관이 인방틀고 왈도 번역나오면서 븅신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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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1
나도 앤딩 못 봣다. 몬스터 하나도 안 죽이는 엔딩으로 갈려고 했는데 아스고어에서 막혔다. 아무리 행동탭에서 선택해도 게임이 끝이 안나서 결국 죽기를 몇번 반복했는데 너무 화나서 공략을 찾아보니깐 거기서는 공격하는거라고 한다. 나는 이부분이 너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임이 플레이어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수 있게 만들거면 그에 대한 상호작용이 다 되어야 하는데 특정부분만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 짜증났다. 그리고 공략보고 아스고어 잡고 꽃 잡았는데 그 뒤에 진행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그 어떤 캐릭터 찾아가라는데 내가 그 캐릭터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까? 게임이 너무 불친절하다.
이 게임을 빠는 이유 진짜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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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1
@임금님
아스고어가 뭐였냐 자비 버튼 깨부수지않음? 자긴 항복할마음 없으니 그런결정 한거라 갸는 못살리는게 맞음 애초에 지가 항복하면 지왕국애들 다죽는건데 그리고 어떤캐릭터가 어디에있는지는 텍스트 넘기고 안했으면 대충 알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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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1
@병림픽
행동에서 계속 하다보면 뭔가 생길 줄 알았지ㅠ
그 갑옷입은 친구 어디에 있음? 그리고 길 찾기 너무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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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1
@임금님
파피루스-초반에 눈내리는 마을
언다인,유령-워터폴 집
알피스-??? 연구소 위치 까머금

지역과 지역사이 이동하는거중에 배 태워주는 Npc 있음 걔 이용하면서 해봐 아마도 한명도 안죽이면서 한듯한데 그러면 npc 다만나고 뭣좀하다보면 엔딩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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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1
@병림픽
아 ㅇㅋㅇㅋ 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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