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Getting over it 중간 리뷰

  플레이어란 독특한 족속들이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하지 말라고 빌어도 한다. 하지 말라고 신랄하게 비꼬아도 한다. 아마 일방적으로 엿을 먹여도 소수의 플레이어는 끝까지 남아 그것을 할 것이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냥 그런 작자들이다. 그저 끝을 보고 싶은 거다. 그네들은. 

  A game I made 
  For a certain kind of person 
  To hurt them. 

  이 게임은 모토는 명료하다. 널 엿 먹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 게임뿐만 아니라 이런 유형의 게임을 할 때, 우선적으로 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치 남의 일인 양 제삼자의 눈으로 달관하며 진행하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키보드도 아니고 댁 마우스로 샷건을 치고 있을 테니까. 

  조작 방식은 간단하다. 마우스를 휘적거리는 게 전부다. 
  캐릭터는 항아리에 하반신이 쑤셔 박혔다는 기괴한 설정 탓에 발로 이동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여타 횡스크롤 게임처럼 WASD나 ↑←↓→로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리다. 대신 이 기괴한 캐릭터는 움직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망치를 이용한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그 각도만큼 들고 있는 망치가 움직이는데, 이 망치를 벽이나 바닥에 고정시키고 이동하고자 원하는 방향에 대고 휘두르면 그 반동을 이용해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다. 얼핏 보면 마우스로만 행해지는 단순한 조작 방식이지만, 실제 조작은 그렇지 않을뿐더러,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동작이 어느 정도 있다.

  이 게임의 모토만큼이나, 목표도 단순하다. 온갖 잡동사니로 이루어진 산(이라 표현하기에는 어폐가 있기는 하다)을 정상까지 등반하는 것이다. 기괴한 캐릭터의 설정답게 배경 역시 기괴하기 그지없는데, 건물과 지형 그리고 현대적인 사물이 이곳저곳에 무의미하게 엉망진창으로 배치되어 있고, 혼재되어 있다. 이제 와서 좀 낡은 표현을 빌어서 쓰자면 의도적으로 병맛을 노린 듯하다. 이런 병맛 같은 점은 그래픽이 실사에 가까운 3D를 표방했다는 데에서 더 돋보인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올라가는 게임이다. 그러다 보니 실수하면 떨어질 수도 있다. 보통은 플레이어의 손실이 너무 클 것을 대비해서 안전장치를 구비해놓기 마련인데, 이 게임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어지간한 챌린지 게임도 스테이지를 따로 나누거나 도중에 세이브포인트를 넣거나 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놓는데, 다시 말하지만 이 게임에는 그런 게 일절 없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에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자칫 높은 곳에서 실수해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다시 처음부터 그곳까지 올라가야 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충격이, 낮은 곳에서 떨어지는 충격보다 물리적으로 클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멘탈 역시 그렇다. 
  더 악랄한 것은 어느 정도 높이 이상으로 떨어지면 나레이션으로 명언을 읊어주거나, 잔잔한 노래를 틀어주거나 한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위로하는 것처럼 읽힐지 모르지만 맥락적으로 이해해볼 때 사실 이것은 놀리는 것에 가깝다.

제목 없음.png


  씨발.


  몇 줄 총평. 최소한의 물리. 간단하기 그지없는 조작. 이 두 가지 요소만으로 사람을 충분히 엿 같게 만드는 게임. 돈 주고 고통을 사서 하는 예 중 하나. 끝까지는 아니고, 한번 정도는 해볼 만하다.


  제목이 중간 리뷰인 걸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직도 못 깼읍니다. 근데 엔딩 보기를 기대하다가는 결국 못 쓸 거 같아서, 일단 이렇게라도 미리 작성.

13개의 댓글

2018.01.06
한 번 깨면 쉬워지고, 두 번 깨면 더 쉬워진다.. 처음 할 때의 플레이와 몇 번 클리어 후의 플레이는 천지차이.

그러니까 두-번 하셈.
0
2018.01.06
@번째 빌드
겜알못 고통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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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
이거 마지막에 감동임. 겜하다가 벅찬 경험은 몇 없는데 좀 감명깊었음

등산하면서도 잘 못느껴본 뿌듯함 성취감 감동 그대로 다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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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
ㅋㅋ 이런게임 너모 조아용 많이 어렵지도않고 적절한 성취감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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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
@라스치오
이게 모가 어렵지 않아 ㅡㅜ
저번만 해도 몇 번째 떨어졌는지 몰게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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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
@라스치오
복잡하지 않은 거지 어렵지 않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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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
하도 떨어져서 오렌지바위까지는 고인물마냥 졸라빠르게 올라가는데 그 다음이 안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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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 정말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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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무지개빛푸딩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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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they are billion 좀비 디팬스 겜도 리뷰해줘라
요즘에 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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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팩트to체크
찾아봤는데 재밌어보이네.
다만 제가 이런 류 게임에 약해서 잘 안 하는 것도 있고, 만약 하더라도 리뷰까지 가는 데에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도 있어서
반드시 쓰겠다고 단언은 못 할 거 같음. 가격도 가격이고

일단 좋은 게임으로 보이니 리스트에 킵해두도록 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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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끼에엑
우리에겐 토렌트가 있다. 근데 rts 겜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함 정말 순식간임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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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1
10분만에 엔딩봤다.
제어판에 프로그램 추가제거 들어가면 할수있음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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