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로스트아크, 한국산 MMORPG의 황혼

과제로 뇌피셜 나열해서 준비했다가 버린 글입니다.

다듬지 않았기에 문장이 거칠고 오타가 많습니다.

 

로스트아크, 한국산 MMORPG의 황혼

 

장르, 오직 장르

 톨킨의 반지의 제왕으로부터 태어난 RPG는 던전&드래곤으로 대표되는 TRPG를 지나 PC를 이용하는 MMORPG로 발전했다. FPS, 대전게임과 더불어 초기 컴퓨터게임 시장을 견인하는 큰 축이었으며 TPS, 오픈월드, 배틀로얄 등 새로운 장르가 생겨난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갖고 있다. MMORPG의 대표격인 게임으로는 울티마 온라인, 디아블로, 와우(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니지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컴퓨터 온라인 게임으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것은 와우 하나다. 울티마는 진작에 몰락했으며, 디아블로3는 출시로부터 시간이 꽤 지난 지금 패키지게임의 한계로 인해 생명력을 잃어 버렸고, 리니지는 스마트폰으로 플랫폼을 옮겼다. 그렇다고 지금 모든 MMORPG 유저가 와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와우를 하는 사람들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양분 되있다고 봐야한다. 와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새로 나오는 MMORPG 작품들로 꾸준히 갈아타면서 장르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는 오픈 후 시간이 지나며 소수의 하드 유저가 게임을 장악해 신규유입이 줄어드는 MMORPG의 특성으로 인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리니지, 아이온, 테라, 블레이드 앤 소울, 아키에이지, 검은사막 등 기존의 MMORPG들이 모두 출시된지 시간이 지나 생명력을 잃은 지금, 유저들은 무슨 게임을 해야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중국에서 온라인 FPS 크로스파이어를 성공시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스마일 게이트가 제작한 야심작, 로스트아크다. 7년의 긴 제작기간, 1000억원이라는 실감이 안나는 제작비용은 그동안 실망스러웠던 블록버스터 MMORPG들의 징크스를 상기시키며 유저들의 걱정을 낳았지만, 그런 걱정을 딛고 큰 인기를 끌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게임이다.

 

부족한 스토리를 덮은 확실한 방향성과 퀄리티

MMORPG는 대부분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기본 골조로 한다. 유저는 절대선으로서 세상을 침공한 절대악을 무찌른다. 하지만 이는 울티마의 자유도, 마비노기의 반전, 리니지의 길드, 와우의 두 가지 세력 등으로 꾸준히 변형되며 새로워져왔다. 또는 디아블로처럼 잘 짜인 서사와 분위기로 유저를 세계관에 녹아들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MMORPG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는 것이다. 잘짜인 스토리에 감화되거나, 유저들끼리 싸우거나. 와우는 두가지를 모두 성공했지만, 나머지 게임들은 하나에 집중해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로스트아크의 플레이는 필드에서 아이템을 얻어 성장한 후 퀘스트를 따라가며 스토리 전개와 보스 레이드를 병행하는 전형적인 구조를 가진다. 또한 스토리가 매우 전형적이란 평을 듣고 있다. 위에서 얘기했던 매우 권선징악적 스토리에, 별 시도조차 없는 것이다. 이미 긴 역사를 자랑하는 장르에서 식상한 스토리는 큰 단점이다. 그럼에도 로스트아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유저의 플레이에 집중했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로스트아크는 MMORPG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그동안의 온라인 게임 역사에서 개발된 많은 컨텐츠를 채용했다. 커스터마이징은 물론 다양한 직업과 화려한 스킬, 유저를 괴롭히는 수집요소까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네마틱 진행일 것이다. 이것이 로스트아크의 가장 큰 차별점이며 식상한 스토리에 휘둘리지 않는 원동력이다. 유저들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사건에 논리적으로 공감하고 감화받기보다 엄청난 규모와 퀄리티의 시네마틱 연출을 통해 지금 놓인 상황에 몰입하며 전율한다. 스토리 진행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플레이 요소의 일부으로서 스토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이에 신경쓰지 않고 다른 컨텐츠를 즐기며 로스트아크를 즐기고 있다.

  

리니지의 유산, 그렇기에 가지는 한계

 이런 양상은 리니지에서부터 내려온 한국 MMORPG의 특성이다. 미국과 일본의 RPG는 패키지로 판매하기 때문에 유저가 지불하는 값에 안에 담긴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의 MMORPG는 아이템의 과금을 유도해야하기 때문에 스토리보다는 유저들이 서로 소통하고 경쟁하는 컨텐츠에 더 집중해왔다. 리니지 다음 세대의 바톤을 이어받았던 아이온, 캐릭터에 집중한 테라, 자유도와 완성도에 집중한 아키에이지와 검은사막 등이 이런 케이스다. 예외도 있다. 마비노기와 블레이드 앤 소울이 그 예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안좋은 결과를 맞이했다. 이것이 MMORPG에서의 스토리 집중의 가장 큰 단점인데, 바로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패키지 RPG 게임과 달리 스토리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하는 MMORPG는 유저들의 반응과 교체되는 개발진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이는 스토리전개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매우 위험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시도해야될 것이 바로 스토리다.

 와우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스토리 때문이다. 스토리가 있어야만 유저들은 떠나지 않고 다음 서사를 보기위해 남거나 다시 돌아온다. 또한 스토리는 하나의 게임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게임으로서 재탄생 할 매력이 되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리니지 방식의, 유저 컨텐츠에 집중하는 방향이 표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해당 역량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블레이드 앤 소울과 마비노기가 몰락했으며, 로스트아크의 스토리 또한 다른 부분에 비해 많이 부실해진 것이다. 이는 로스트아크 역시 지난 MMORPG들처럼 휘발되어 저편으로 밀려날 위험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성공했다는 사실은 변치 않지만

 물론 미래의 일을 아무리 얘기해봤자 지금 로스트아크가 가장 화제의 게임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어차피 컨텐츠는 투자한 돈 이상의 돈을 고객으로부터 벌어들이면 되는 것이고, 로스트아크는 그 기능을 확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열기가 식을때 쯤이면 미국에서 다시 불타오를 것이고, 중국의 규제가 풀리면 뒤늦게 또 불타오를지 모른다. MMORPG의 컨텐츠는 유저들이 있기에 가치가 있다. 그리고 유저들의 언어장벽은 시장을 자연스레 분리시켜준다. 스토리가 없어도 괜찮아, 라는 생각에 힘을 더 실어주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MMORPG의 기원이다. 반지의 제왕, 거기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랜 시간을 거쳐온 북유럽 신화가 있다. 상상력으로 빚어낸 장대한 서사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항상 우리에게 영감과 고양감을 심어주었고, 서사이기 때문에 힘을 가졌다. 로스트아크 역시 이런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로스트아크가 판타지 세계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열광하고 있다다. 하지만 이것을 계속 무시하면서 좋은 서사를 빚어내는 능력을, 상상력을 잃어버린다면 지금 아무리 아름답게 빛나고 있더란들 황혼이 되어 저무는 일을 피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23개의 댓글

2018.12.11

오와콘인 엠엠오를 가지고 이정도 화제성을 불렀으면 할일다한듯

이제 권혁빈회장 어깨좀 피겠네 중국에서만 성공했다고 자격지심 좀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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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오와콘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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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유종애미를거두는자

끝난 컨텐츠, 죽은 컨텐츠 이런 뜻으로 알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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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운영만 잘한다면 롱런할거같은데 요즘 삐걱거리는게 현실이라 그래도 아직 모르는건 맞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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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내일 9할의 확률로 망할거라 다시 써야될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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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유저들이 써간다는 개념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굉장히 큰듯 바츠 해방전쟁도 그렇고. 그걸 잘 이용 못 해먹는 게임사의 역량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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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울온 아직 서비스하는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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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집에가자

사설서버 아님? 일단 갠적으론 이미 본래 기능을 잃었다고 생각해서 걍 종료했다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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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

공식서버도 아직운영중인걸로 앎. 얼마전에 무료로 풀었다는 이야기 들었던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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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Zetpack

악 그렇네 업데이트도 계속 했었구나. 몰락으로 수정하였음 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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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좀 더 자세하고 길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연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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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아그만좀

ㅋㅋ 고마워 종강하면 다른 글도 싸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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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RPG는 장수할수없나?? 난 와우를 못해본게 한이라서 .. 로아는 좀 오래 갔으면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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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개날뤼

몇년지나면서 그래픽이 점점좋은 신겜에 밀리기도하고

그이전에 운영에서 말아먹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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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오픈하고나서 지금까지 유저수 유지되는거 보면 5년 후 까지 유저가 줄어들순있어도 망하진 않을거라봄

무조건 비관적으로 보는애들은 자기 캐릭터 약하다고 징징대는놈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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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로스트포크

로스트아크가 5년 정도는 유지될 거란건 동의 함. 로스트아크는 장르의 정점을 찍었다고 봐도 됨.

적어도 리니지 리메이크 정도로는 어떻게 못할게 확실함.


하지만 서사가 없다는 큰 약점을 파고 들거나 장르적으로 더 발전한 경쟁자가 나타났을 땐 떠나가는 유저를 잡기 힘들거야.

뭐 그게 3~5년은 족히 걸릴 테니까 금방 망할 일은 없지 확실히. 그래도 장르를 독점한 롤이나, 콘크리트 팬들을 가진 와우

같은 장수 게임 보다는 휘발성이 강한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정도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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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되게 공감 많이 가는 글인듯. 길드워2 같은 판매방식을 취하지 않는 이상 MMORpg자체 장르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만큼 대규모 유저와 함께 게임을 한다는 특징적 요소가 매력적인 장르라....글 잘읽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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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디아2이후 정말오랜만에 rpg겜해보는데 화재성 최고찍었고 (대기열로유명) 겜 무난하게 다른겜요소들 스까잘한거같음 부가미니게임이나이런것들 좀더손보면 로아에서돌딱지치고있는유저들도붙잡을수있을거같고 스토리 깨면서 연출로 로아뽕오지게받게해주는요소있어서 종합적으로 할만한거가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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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디아블로는 morp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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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UsingOpenCVSh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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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F
2018.12.15

그래픽이고 나발이고 스토리가 너무 씹노잼이라 레벨링 하고싶은맘이 전혀안드는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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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 이브온라인 미만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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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스토리가 가지는 역할은 중요하지.

몰입력 그자체니까..

하지만 요즘은 스토리 보다 표현력이 중요하다고 봐.

사실상 새로운 클리셰가 나오기도 힘들고.

 

전체 스토리는 진부하다는 평가만 간신히 피해줘도 ok라고 생각한다. 그 스토리에 생명력을 부여해줄 연출과 미장셴과 오브제 디자인이 정말 중요해진 시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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