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소방서에서 공익 생활한 이야기 1

c3afe48d89c91bac72274a7d59c43367.jpg

 

 

(편의상 본문은 반말로)

본인은 공익이다. 그 중에서도 소방서라는, 최악은 아니지만 차악에 가까운 근무지에서 생활했었다. 위 짤에 보면 E급에 소방서가 위치해있는데, 사실 내 생각엔 개인에 따라 A급이 될 수도 있고, 폐급보다 더 한 수준이 될 수도 있는 곳이지만 대부분의 인식은 헬무지였다. 다행히도 내 경우엔 소방서 생활이 비교적 맞는 편이라서 2년 동안 큰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다.

 

글을 쓰게된 이유는 요새 여기저기서 공익 썰들이 들려와서 그렇다. 밑에만 해도 공익이 쓴 글이 대충 3개 정도 보이는데, 소방서라는 비교적 흔치않은 근무지에서 지낸 내 경험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제목에 1을 붙이긴 했는데, 반응이 있으면 계속 쓰고 딱히 관심이 없으면 2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1.

소방서에서 근무한다고 말했을 때 가장 많이 보는 반응은 '힘들겠다', '고생하네' 이다. 그렇지만 사실 소방서 공익이라고 해서 모두가 대단히 힘든 일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행정부서에 배치된 공익같은 경우, 사실 다른 공공기관(동사무소, 시청 등)에서 하는 일과 크게 다를건 없기 때문이다. 복사나 코팅, 비품정리, 손님 오면 다과 준비 정도가 하는 일의 전부다(물론 케바케긴 하지만).

 

그렇지만 출동부서에 배치된 공익은 사정이 다르다. 서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출동부서, 특히 구급대에 배치된 공익은 십중팔구 함께 출동을 나가기 때문이다. 소방서 공익에 대한 인식 대부분은 이 구급대 공익들에 의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구급대 공익은 객관적으로도 꽤 힘든 생활을 하기도 하고.

 

2.

나같은 경우 출동부서에도 있었고, 행정부서에도 있었다. 사실 출동부서에 있던 시간이 더 길고 행정부서에 있던 시간은 짧기 때문에 이제부터 주로 이야기할 내용은 출동부서에서 겪은 일들이 될 것이다.

 

나는 앞서 말한 구급대에 있었다. 구급대는 출동부서 중 [환자 구호]를 주 업무로 하는 곳이다. 길가에 누군가 쓰러져 신고를 했을 때 달려오는 사람들이 바로 구급대원들이다.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응급실로 이송해주는 일을 한다.

 

당연하게도, 공익이 구급차를 같이 탄다고 해도 직접 처치를 돕지는 않는다. 그럴만한 지식과 기술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만약 공익이 처치를 했다가 잘못되면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익이 현장에 나갔을 때 하는 일은 주로 힘 쓰는 일이 된다. 환자를 들것에 실어 옮기거나, 의료용품이 든 가방들을 챙기거나 하는 것들. 구급대원 중에서는 여자 대원이 많기 때문에 공익이 현장에서 힘 쓰는 일을 도와주면 꽤 수월하게 현장을 정리할 수 있다.

 

3.

처음 구급대에 왔을 때, 나는 굉장히 긴장했었다.

 

'내가 나가서 잘 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실수해서 사람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사실 당연한 걱정이었다. 나는 기본적인 CPR 정도 말고는 응급처치 관련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장님은 그런 내 걱정을 알고 있으신듯, 나한테 중요한걸 시키진 않을테니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눈치껏 행동하기만 하라고 하셨다(배려의 말이긴 했겠지만 사실 제일 부담스러운 말이 '눈치껏 해라' 인데, 여기서 오히려 걱정이 늘었다).

 

첫 출동은 요양원이었다. 요양원에서 지내는 할머니 한 분이 기력이 없다고 요양보호사가 신고한 것이었다. 가서 기본적인 체크를 하고, 환자를 들것에 실어서 구급차로 옮겼다. 그리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한 뒤 끝.

 

쌓였던 걱정이 무색할만큼 간단했고, 사실 내가 한건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기껏해야 들것을 같이 드는 정도? 반장님은 사실 심각한 출동은 그렇게 자주 있지 않고, 대부분의 출동은 이런 간단한 내용이 많다고 현장 경험을 축하한다며 뭐라뭐라 말하셨다. 사실 오래전 기억이라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한 번 나가니까 뭔가 아주 힘들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착각이었다.

 

4.

소방서에서 공익을 배치할 때 담당자는 이런 저런 질문을 한다(다른데도 마찬가지지만). 컴퓨터는 잘 다루느냐, 특기가 있느냐, 어디가 아파서 공익이냐는 말 등등.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너, 비위는 괜찮은 편이냐?"

 

여기서 네, 라고 답하면 출동부서에 배치될 확률이 올라가고, 아니오라고 하면 낮아진다. 이런 질문을 왜 하냐면, 아무리 간단한 현장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출동을 나가다보면 비위가 상할 일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방서에서 말하는 '비위 상하는 일' 은 상당히 커트라인이 높은 편이기에 이 때의 대답을 후회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처음 비위 상한 사건이 있다. 마찬가지로 요양원 출동이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렸고 어쨌든 환자를 들것으로 옮겼었다. 그리고 나는 조수석에 타서 병원으로 갔는데, 환자를 내리기 위해 뒷좌석을 연 순간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환자가 지린 대변 냄새였다. 냄새를 맡은 순간 모든 상황을 이해한 나는 이걸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패닉 상태가 되었다. 현실을 부정하는 상태로 어찌어찌 환자를 응급실로 옮긴 뒤 다시 차로 돌아왔을 때 나는 진심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꿈이길 바랬지만 흔적은 여전했다.

 

어떻게든 치워야했기에.. 센터에서 빡빡 닦기로 하고 거기서는 대충 물티슈로 정리만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위생 마스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냄새에 모든 창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아마 창문을 열고 지나가던 몇몇 차는 우리 때문에 불의의 일격을 받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물똥을 넘어서는 똥물에 가까운 형태였기에 닦는게 그리 어렵진 않았지만.. 꺼림칙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아서 한동안 들것을 제대로 만지지 못했었다.

 

이 때의 경험 때문에 나는 절대 요양원 등 복지시설 공익에게 뭐라 하지 않는다. 그 충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안 한다고 뻐팅기면 안 할수도 있지만 어떻게 그럴까. 그냥 이 시간이 빨리 흘러가길 바라면서 함께 고통을 나눌 수밖에.

 

 

쓰다보니 정리가 안되서 일단 여기까지.. 혹시 궁금한 이야기 있으면 댓글로 말해주시면 기억을 더듬어 써볼게요.

 

 

 

27개의 댓글

20 일 전

ㅋㅋㅋㅋ 그래도 고생했다. 눈치껏해라 이건 뭐 병원이나 현장이나 똑같음 ㅋㅋㅋ 의료계를 관통하는 진리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비위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직원이 있는거 보면 니가 잘한거. 우리 센터에 소속된 공익은 거의 매일 지각하고 안나올때 많아서 말도 거의 안걸고 그럼 ㅋㅋㅋ

0
20 일 전

기차역은어떰? 지하철빼ᄀᆢ

0
20 일 전
@무에타이

e~f 내가 기차역 공익임

0
20 일 전
@디씨식질문법

기차역할일별로없을것같은데 2 3교대임?

0
20 일 전
@무에타이

역도 역나름이고 2교대 근무일걸

0
20 일 전
@무에타이

2교대 난 참 바쁘게 보냈던거 같음 환경도 좋지 않았고

0
20 일 전

구급 힘들지.. ㅉㅉ 고생했음

0
20 일 전

더써줘 더써줘

0
20 일 전

고생했네

0

난 비위가 약한편인지 강한편인지 모르겠음

냄새엔 민감한데 시각엔 강한거 같기도 하고

0
20 일 전

폐급 요양권 공익이었음. 치매 걸리신 할머니가 똥을 동그랗게 말아서 하나씩 하나씩 침대 한 쪽에 고이 모아두었던 그 모습은... 한 덩치 하는데 나보다 덩치 큰 할아버지가 폭력적으로 치매 와서 씨발새끼하면서 주먹 휘두르다 쳐맞고, 성욕 조절 못하는 할머니가 옆에 스윽 와서 내 성기 잡고, 별 일 다 있었다. 죽는 것도 많이 보고 일단 긴장한 상태로 계속 지내다보니 뇌가 맛이 가서 불안증 마냥 일상생활에서도 그 긴장이 안 사라져서 결국 적응 장애 판정 받고 1년 만에 시청 공익됐다.

0
20 일 전

의무소방이랑 소방공익이랑 하는일이 달라?

0
@레드윙

의무소방은 내근쪽으로는 거의 안 간다고 봐야지

0
20 일 전
@레드윙

의방은 훈련도 받고 대부분 화재 현장 나가는 걸로 아는데, 저 있던데는 의방이 없어서 모르겠음

0
20 일 전
@생딸기롤케잌

그게 서마다 너무 다름 어떤 데는 아에 봄베까지 쥐어주고 화재현장 진입까지 시키는가하면 어떤 데는 밖에서 촬영만 시키기도 함

0
20 일 전

산림청공익은 진짜 불끄러 가는대..

 

0

공익한테 출동업무 시키는건 진짜 아닌거 같더라

0
20 일 전

소방은 ㅇㅈ이지

0
20 일 전

공익한테 출동 업무도 시켜? ㄷㄷ

0
20 일 전
@하리보젤리

시키지 출장가는곳도 존재함

0
20 일 전

본인쟝 의무소방 출신이지만 같이 고생한 공익은 인정이야

0
20 일 전
@AlgebraicStructure

현직 무엇

0
20 일 전
@LeMisanThroPe

? 나 직원 아닌데 그냥 의방출신 대딩임

0
20 일 전

푸드마켓서 근무했엇는데 덕분에 기부같은거 1:1기부 같은거 말곤 절대 안할거라 다짐함

0
20 일 전

하트세이버 획득했냐?

0
19 일 전

소방서 공익 썰중 레전드는 지하철에 자살한 사람 토막난거 치웠다는거였는데

0
18 일 전
@핫 산

그걸 공익이 치워??ㄷㄷ

0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공지 [게임] 게임 연재, 게임 정보는 게임 연재 판을 이용 해주시기 바랍니다 91 overflow 5 2017.04.18
공지 [기타 지식] 후기, 리뷰, 감상문은 허용 하지 않습니다 overflow 2 2016.07.29
공지 [기타 지식] 글 작성 금지 항목들 overflow 2 2014.04.06
공지 [기타 지식] 연속적인 글과 제목에 대하여 28 overflow 2 2013.08.11
공지 [기타 지식] 읽을 거리 판 입니다. 44 애드립 2 2012.07.25
1584 [호러 괴담] 범인은 3명, 총을 쏜사람은 한명. 누구의 소행인가? 33 그그그그 12 1 일 전
1583 [호러 괴담] [영구 미제 사건] 필립 케언스 실종 사건 17 그그그그 14 5 일 전
1582 [기타 지식] 한국은 세계에서 몇 번째로 행복한 나라일까?.jpg 30 링크지원 16 6 일 전
1581 [기묘한 이야기] 현대의 폰지사기 HYIP 이야기 31 작은투자자 19 7 일 전
1580 [호러 괴담] 최후의 만찬에 올리브 한알을 주문한 사형수 35 그그그그 18 7 일 전
1579 [기타 지식] 초보운전자를 위한 보헝 꿀팁 상식 65 리오토마치다 21 8 일 전
1578 [호러 괴담] 그가 만든 햄버거 페티의 정체는? 12 그그그그 24 10 일 전
1577 [유머] 판)세상 꿀팁 다 끌어모은 글 38 왕꿈틀이 15 11 일 전
1576 [호러 괴담] 덴버의 스파이더맨이라 불린 남성 15 그그그그 23 12 일 전
1575 [기타 지식] [주식] 천장과 바닥 심리 이야기 66 작은투자자 15 13 일 전
1574 [기타 지식] [스압,장문] 웹툰의 국산 애니화 37 당마 16 13 일 전
1573 [기타 지식] [주식] 신이내린 필살기, 보조지표 ATR 이야기 73 작은투자자 11 14 일 전
1572 [호러 괴담] 성남시 단란주점 벽 속 시신 암매장 사건 17 그그그그 26 14 일 전
1571 [과학] 오늘자 언어학에 대해 교수님이 강의하신 내용 105 일뽕찐따감별 24 15 일 전
1570 [역사] 독일인의 식탁 29 Volksgemeinschaft 33 16 일 전
1569 [기타 지식] [주식] 캔들스틱 패턴과 차트활용 이야기 67 작은투자자 10 18 일 전
1568 [기타 지식] 한국 개봉만 기다리는중인 영화 43 보라뚱이 13 18 일 전
1567 [호러 괴담] 야주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마녀의 이야기 14 그그그그 11 18 일 전
1566 [기타 지식] 소방서에서 공익 생활한 이야기 2 20 생딸기롤케잌 10 19 일 전
[기타 지식] 소방서에서 공익 생활한 이야기 1 27 생딸기롤케잌 11 20 일 전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