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비정기 연재] 나의 폐급 이야기 -1-

201X.

 

군에서 핸드폰을 못 쓰던 시절. 훈련소, 자대 어디에나 있던 그들의 이야기.

 

X끼는 대체 뭐가 문제일까

 

X끼는 밖에서 대체 뭘 하다 왔길래 저 지X일까

 

폐급이라 불리는 병사를 보면서 궁금해 하던 대다수 평범한 장병들을 위한 이야기.

 

그 폐급 중 한 명이었던 내 이야기.

 

나의 폐급 이야기, 시작합니다.

 

---

 

그냥 확 차돌려서 같이 빠져버릴까?”

또 시작이다. 원래 불같은 성격이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별거를 시작한 이후 성격이상에 가까울 정도로 자주 흥분하게 됐다. 어머니 이름만 말해도 그년, X을 연발하며 분노를 삭일 줄 몰랐다. 20여년을 그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온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다. 오직 아버지 본인만 그 사실을 몰랐다.

 

그만하자, 그만해. 입대하는 날까지 싸워야겠냐.”

사람이 발전이라는 걸 하기는 하는가보다. 그렇다. 오늘은 내 입대 날이다. 거지같은 집구석에서 사회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내기 싫었다. 합정의 친구 집에 짐을 맡겨놓고 거기서 잤다. 아침에 강변역으로가 혼자서 버스를 타고 입대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차까지 빌려와서 굳이 나를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타협하지 말았어야 했다. 만나면 어머니 얘기를 하게 될 테고, 그러면 입대 직전의 마지막 기억마저 싸움이 될 게 뻔했다. 오늘만은 어머니 얘기를 하지 않길 바랐다. 나 역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가고 싶었다. 같이 밥을 먹고 싶지도, 마지막 추억이랍시고 보충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가족에게서 떠나고 싶었다. 무책임했다.

 

곧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다. 1년간 모든 대화의 종착역이 싸움이었다. 싸우지 않으니 대화할 거리가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저 사람이 내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택시기사라면 아주 편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저 인간은 내 아버지였다. 폭풍 하나를 보내고 바로 뒤의 또 다른 폭풍을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춘천 시내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서서히 내 속을 긁기 시작했다.

 

들어가기 전에, 한마디만 해줘라. 진짜 니 엄마 어딨냐?”

머릿속의 무언가가 터지는 듯 했다. 입대 날이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무사히 갔다 오라며 울고불고 서로 안녕을 바라는 날이었다. 하지만 내 현실은 달랐다. 다음 날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뉴스에 나올까봐 눈물을 머금고 집을 나간 어머니가 어딨냐고, 보충대에 가는 그 순간까지 취조를 당하고 있었다. 어차피 더 이상 볼 일도 없겠다, 이렇게 된거 가는 길에 차안에서 죽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일에 한 번 사람을 죽이겠다고 난리를 치는데 그걸 버틸 사람이 누가 있어? 엄마가 자살 안 한 게 다행이야, 씨발! 이혼도 안 하고, 뒤처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동생 대학도 안 보내고 흥신소에 돈만 갖다 바치면서 엄마를 찾아?”

이 새끼가 좋은 학교 보내놨더니 애비한테 뭐라고?”

애비. 이 인간의 최후의 보루. 하지만 내가 절대 깰 수 없는, 무슨 말을 해도 충격을 줄 수 없는 그 말.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그 체면과 지위가 나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비라는 인간이 가족 말은 안 듣고 얼굴도 모르는 친구라는 새끼한테 이상한 번호쪼가리 받아와가지고 엄마가 바람폈다고 말하는데 밖에서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그거보고 뭐라고 하나! 그걸 모자란 새끼라고 불러 씨발! 병신이라고 한다고! 이 병신새끼야!”

속이 시원했다. 이렇게 까지 화를 낸 적이 있었나 싶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보였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분노를 차안에서 끄집어 내다보니 어느 덧 보충대 앞이었다. 마치 차안에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밥이라도 먹고 갈래?” 하는 그 체면치레에 치가 떨렸다. 왜 갑자기 이럴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입대 날, 102보충대. 우리 말고도 전국의 수많은 가족들이 아들들을 배웅하는 곳. 보는 눈이 많았다. 겉치레와 체면에 민감한 아버지란 인간은, 이런 곳에선 절대 행패를 부리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참는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더 자극을 하고 싶어졌지만, 참기로 했다. 그냥 됐다고, 머리깎고 빨리 들어가야겠다고 말하고는 3000원을 주고 그 자리에서 머리를 밀었다. 머리를 깎고 나니 환송행사가 끝났다. 헤어질 시간이었다. 인사치레로 잘 갔다 오겠다고 말하곤 집결장소로 뛰어갔다.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그땐 몰랐다. 1년 동안 피폐해진 정신으로 군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땐 상상도 못했다. 남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라는 핑계로 내 생존과 이기심만 추구하던 마음은, 제대하는 그 순간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폐급이었고, 비겁했으며, 군대를 금방 잊었다.

 

--------

 

댓글로 감상평만 부탁할게.

14개의 댓글

2019.11.04

문창과 2년정도 되는 작위적인 글의 느낌이 남 니 경험 이면 좀..

0
2019.11.04
@TheREaLdeW

대략 3~4년전 실화임

아직도 죽이겠다고 찾아다님 ㅎㅎ

댓글 감사..

0
@TheREaLdeW

좋기만한데ㅋ 남의 수기에 문창과2년 이런 어설픈 비유들면서 까내리는 꼰대짓이 더 작위적임

5
2019.11.06
@개소리하면흥분함

네다 찐

0

나 입대할때랑 비슷한 느낌이네ㅠㅠ 기억폭행당했다

0
2019.11.04

폐급에도 급이 나뉘지

단순히 일 별로 못하고 체력 약하고 주특기 잘 못하는건 괜찮아. 사람마다 능력에 한계가 있는걸 어떡하냐

 

진정한 폐급은 자신의 쥐똥만한 안위를 위해서 남한테 피해를 주는것들임

후임생활관에 들어가서 담배를 훔친다든지

혼자서만 일 안하고 짱박혀있는다든지

사고쳐놓고 거짓말로 덮으려고 한다든지

그런 주제에 후임한테 부조리 강요한다든지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후임들 괴롭힌다든지

0
2019.11.06
@악마지망생

이게 맞다.

13년 군번인데 일 잘 못하고 얼 좀 타는걸로는 "이새끼야 좀 똑바로 해라" 정도로 갈굼이나 좀 받았지 진짜 심한경우에도 애물단지 취급은 받았지만 그래도 짬 먹어갈수록 대우는 해줬고 폐급대우하지는 않았음. 근데 게으름 피우고 남한테 떠넘기고, 책임회피, 병신짓해서 다수에게 피해주고 그걸로 뭐라하면 마편긁고 이런걸 폐급이라 했지. 이런애들은 동기뿐아니라 후임한테도 대우 못받았고..

0
2019.11.04

2편 빨리

0

폐급은 그냥 폐급이라고 생각만했었음.

걔가 밖에서 어떤 상황이였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군대까지 오게 되었는지 까지는 생각을 못해봤었네.

개붕이 글 보고 좀 반성도 되고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거같다.

자주올려줬으면 좋겠어~!

0

나도 군대 들어오기전에 2,3년간 온갖 개엿같은일들 꼬인상태에서 군대갔는데

진짜 정신 피폐한체로 가니까 군생활 첫인상이고머고 개꼬이더라.. 

0
2019.11.05

그래서 애비랑 연 끊었냐?

0
2019.11.05

너처럼 사정있는 폐급이면 이해라도 하는데 대부분은 아님.

0
2019.11.05

0
2019.11.06

지금은 가족이랑 어떻게됐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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