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히틀러의 결단] ① 코르순-체르카시 포위전편

 

 

 

 

여러 매체에서 히틀러는 어이없는 망상과 고집에 사로잡혀 잘못된 결단을 반복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대배우 브루노 간츠가 영화 몰락(Der Untergang, 2004)’에서 연기한 바로 그 모습처럼 말이죠. 이미 궤멸된 지 오래인 부대가 구원해오길 기다리다 현실을 깨닫고 분노하는 장면은 브루노 간츠의 명연기 덕분에 매우 유명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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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히틀러, 영화 '몰락'中>

 

그런데 모든 이들이 그렇듯 히틀러도 항상 잘못된 결단만 내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끔은 대단하고 창의적인 제안을 할 때도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을지라도 재평가의 여지가 있는 결단도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히틀러가 내렸던 여러 결단들을 알아보고 성공했다면 어떻게 성공했는지, 실패했다면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번 편은 1944년 1월 ~ 1944년 2월에 벌어진 코르순-체르카시 포위전에서의 히틀러의 결단을 다룹니다.

 

 

결단

사건 : 코르순-체르카시 포위전

시기 : 19441

배경 : 소련군이 1943년 말 키예프 탈환에 성공하여 독일 남부집단군의 측면이 노출됨.

선택 : 노출된 남부집단군이 드네프르강 방어선에서 물러나 후퇴해야 하는가?

결단 : 남부집단군은 후퇴하지 말고 드네프르강 방어선을 사수하라.

 

결단

사건 : 코르순-체르카시 포위전

시기 : 19442

배경 : 소련군이 체르카시의 슈팀머만 집단을 완전히 포위중임.

선택 : 슈팀머만 집단의 구출을 위해 제1 기갑군을 동원해야 하는가?

결단 : 1 기갑군은 동원할 수 없다.

 

먼저 1943년 말의 상황을 지도로 확인해봅시다. 독일군은 모든 것을 걸었던 1943년의 쿠르스크 전투에서 패배했고, 소련군은 기세를 몰아 1943년 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탈환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드네프르강을 방어선으로 삼아 소련군을 막아내던 독일 남부집단군은 소련군에게 둘러싸인 모양새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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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상황, 1943년 말>

 

따라서 남부집단군 사령관 에리히 폰 만슈타인은 히틀러에게 드네프르강 방어선을 포기하고 후퇴하여, 측면의 노출을 없애고 방어선을 단축시킬 것을 건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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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슈타인이 건의한 계획>

 

이에 히틀러는 드네프르강 방어선을 유지할지, 아니면 만슈타인의 건의대로 포기하고 후퇴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당연히 군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만슈타인의 건의가 옳았습니다. 히틀러도 이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틀러가 드네프르강 방어선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바로 니코폴때문이었습니다.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드네프르강 방어선을 포기하고 서쪽으로 후퇴한다는 것은 니코폴을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경제적인 관점에서 니코폴은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었으니, 바로 망가니즈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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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니즈>

 

25번 원소인 망가니즈는 쉽게 부서지는, 별로 활용도가 높지 않은 금속이었습니다. 그러나 1882년 영국의 로버트 해드필드가 철에 망간을 13% 첨가한 합금인 망간강을 개발한 이후 망가니즈는 산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금속이 됐습니다. 망간강은 높은 압력과 마찰에도 견딜 수 있어 철강제품 그 자체는 물론, 철강제품의 제조를 위해서도 사용됩니다.

 

전쟁수행에도 당연히 망가니즈가 필요하지만 당시 독일은 망가니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실 독일이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라는 게 있기는 한지 의심이 됩니다만, 여하간 독일은 그동안 동맹국인 헝가리나 루마니아 등지에서 소규모로 생산되는 망가니즈 비축분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니코폴의 망가니즈 광산에서는 비교를 불허하는 양의 망가니즈를 채굴할 수 있었습니다.

 

1940년대의 채굴량 자료가 없어 부득이하게 1999년 자료를 기준으로 파악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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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그리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채굴되는 망가니즈는 모두 합쳐도 43000톤으로 전세계 망가니즈 채굴량의 0.5% 밖에 되지 않는 반면, 우크라이나의 니코폴 광산에서만 13%가 채굴됩니다. 따라서 니코폴이 지닌 경제적 가치는 엄청난 것으로써, 히틀러가 후퇴로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드네프르강 방어선에 매달리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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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상황, 1944년 1월>

 

이러한 이유로 독일군이 드네프르강 방어선에 머무르는 동안, 소련군은 체르카시 지역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키예프 방면에서 소련의 제1 우크라이나 전선군이 전차를 앞세워 체르카시의 북서쪽으로부터 진격해왔으며, 동부방면에서도 제2 우크라이나 전선군이 체르카시의 동쪽으로부터 진격해왔습니다. 드디어 23일 진격을 거듭한 두 전선군 소속의 전차군단이 서로 만나 포위망을 완성함으로써 빌헬름 슈팀머만 포병대장 휘하 독일군은 이제 완전히 갇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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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도하는 소련군>

 

만슈타인은 체르카시에 갇힌 슈팀머만 집단을 구원하기 위해서 제1 기갑군을 동원한 구출작전을 벌여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하지만 히틀러는 제1 기갑군을 동원하지 말고, 공중보급을 지속해 슈팀머만 집단이 자력으로 탈출하도록 돕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슈팀머만 집단을 도우려다가 실패하고, 1 기갑군 마저 잃게 되면 앞으로 동부전선의 급한 불을 끌 소방수전력이 사라지게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제1 기갑군은 남부집단군의 전선 어딘가를 뚫고 소련군이 공격해 올 때마다 재빨리 이동해 이를 방어해내는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에 제1 기갑군의 선봉을 이끌던 제3 기갑군단장 헤르만 브라이트 기갑대장은 제1 기갑군이 나선다면 충분히 슈팀머만 집단 구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고, 만슈타인은 브라이트의 보고를 근거로 히틀러의 결단을 바꿔 제1 기갑군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슈팀머만이 전사할 정도로 치열한 전투 끝에 슈팀머만 집단은 제1 기갑군의 도움으로 소련군 포위망을 벗어나 탈출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6만 명 중 3만 명의 사상자를 냈고, 히틀러의 우려대로 제1 기갑군이 입은 피해는 결코 만회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히틀러가 내렸던 결단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 나누어 평하자면,

 

긍정 : 드네프르강 방어선을 사수하는 것은 군사적 관점에서는 손해일지라도 망가니즈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경제적 관점에서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또한 6만 명의 슈팀머만 집단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남부집단군 전체를 책임지는 제1 기갑군이 피해를 본다면 1943년과 같은 반격의 기회가 영영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후 약체화된 제1 기갑군은 소련군의 표적이 되어 카몌녜츠-포돌스크 포위전에서 완전히 붕괴하게 되고, 1944년에 벌어지는 소련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역습할 전력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부정 : 그러나 드네프르강 방어선의 사수는 독일군의 능력 밖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너무나 약해진 독일 남부집단군은 아무리 니코폴이 중요하다고 해도 드네프르강을 더 이상 방어해낼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어차피 니코폴을 잃게 된다면 군사적인 손실이라도 줄였어야 했습니다.

 

총평 : 히틀러는 니코폴과 제1 기갑군 둘 중 어떤 것도 잃지 않으려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됐습니다. 자신의 능력이 미치는 범위였다면 이것은 끈기있고 용감한 결단이 되었겠지만, 최선만을 고집하다 차악조차 아닌 최악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이것은 과도한 집착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개의 댓글

2019.09.09

음악이랑 같이 읽어보니.. 좋다. 내 전생은 독일병사 였던것 같다만.

1
2019.09.09
1
2019.09.09
@이끼사슴
1
2019.09.09
@Volksgemeinschaft
0
2019.09.09

와 자작이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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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남자간호사

여기 올리는 모든 글은 다 제가 썼습니다.

1
2019.09.09
@Volksgemeinschaft

잘봤음 다음글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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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남자간호사

이왕 보는 김에 옛날 글도 봐

https://www.dogdrip.net/index.php?mid=doc&member_srl=187192850

0
2019.09.09
@Volksgemeinschaft

야 너는 전공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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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망가는 중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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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M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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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ABMaria

망가ness 를 구하려다

망가less가 되어버렸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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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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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우크라이나는 정말 왜 가난한건지 이해가 되지않는 나라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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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랭

우크라이나는 자원의저주를 받은나라라고 간주해야된다.

전근대시절에는 농업생산량이 너무 많은데다

심지어 발트해와 흑해를 잇는 내륙수운의 중심이었고

여기저기서 개털러 오는 나라였음

이집트도 이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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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도 같이 적어줬으면 몰입이 더 잘됐을거 같다. 지도 같이 나오니 재밌네

0
2019.09.09

나인나인나인나인나인나인나인!!!!

 

0
2019.09.09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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