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스압주의] 소설추천 2

제가 올리는 데 소설추천이 가장 인기가 많네요.

개인적으로는 시가 더 알려졌으면 하는데.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전과 마찬가지로 점수, 도입부 세 문장, 마음에 든 문장을 적었습니다.

 

1. 미시마 유키오, 가면의 고백

 

8/10

 

전에 소설추천했던 금각사에 이은 유키오의 대표작 '가면의 고백' 입니다.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그의 이름을 알리게 했던 수작이죠.

어떤 사람들은 금각사보다 가면의 고백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저는 금각사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참으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도록 나는 내가 태어났을 때의 광경을 보았노라고 우겼다.

그 말을 꺼낼 때마다 어른들은 웃었고, 나중에는 얘가 나를 놀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지 이 창백하고

어린애답지 않은 아이의 얼굴을 가벼운 미움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쩌다 별로 가깝지 않은 손님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자칫 백치인 줄로 오해할가 걱정하신

할머니는 다소 엄한 목소리로 내 말을 가로막으며 저쪽에 가서 놀라고 하셨다.

 

' 이 시대에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선물이었다.'

 

2.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8/10

 

황색언론에 대한 보고서라고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요즈음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언론이 개인의 명예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저자의 심도 깊은 시선과 그로 인한 파급력을 다룬 소설로

추리소설 같으면서도 사회비판의식이 뚜렷한,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독일소설의 이미지에 잘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래의 보고를 위한 자료가 나온 몇 가지 부차적인 원천과 세 가지 주요 원천이 있다.

이들 자료의 원천은 여기 처음에서 한 번 언급하고, 이후에는 더 거론하지 않겠다.

주요원천은 경찰의 심문 조서, 후베르트 블로르나 변호사, 그리고 그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대학 동창인 페터 하흐 검사이다.'

 

'대체 누가 이걸 읽겠어요?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이퉁을 읽거든요!'

 

3.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8/10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겐자부로의 대표작입니다.

소설의 제목이 시사하듯, 그의 개인사가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희망과 절망의 묘한 조합과 그로 인한 개인적 고뇌가 잘 표현된 작품으로,

오에의 입문작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버드는 들사슴이라도 되는 양 당당하고 우아하게 진열장에 자리 잡고 있는 멋진 아프리카

지도를 내려다보며 조그맣게 억제된 한숨을 내쉬었다.

유니폼 블라우승에서 드러난 목과 팔에 소름이 돋아 있는 서점 점원들은 버드의 한숨에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저녁 어둠이 짙어가고 지면을 덮고 있는 대기로부터 죽은 거인의 체온처럼 초여름의 훈김이 완전히 걷혀버린 참이었다.'

 

'그 괴물에게 인간의 이름을 붙인다. 아마도 그 순간부터 녀석은 보다 인간 같아지고 인간다운 자기주장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4.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9/10

 

체코의 슬픈 왕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흐라발의 대표작입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소설은 분량이 아니라, 밀도라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입니다.

체코를 떠나지도 않고, 계속해서 남아있던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는

명백하고도 쓸쓸한 문장과 비참한 독백으로 독자의 마음을 홀리는 걸작입니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삼십오 년재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삼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족히 3톤은 압축했을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내가 보는 세상만사는 동시성을 띤 왕복운동으로 활기를 띤다.

일제히 전진하는가 싶다가도 느닷없이 후퇴한다.'

 

5.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8/10

 

보통 헤세하면 수레바퀴 아래서나 데미안을 떠오르기 쉬워서 싯다르타를 추천합니다.

그가 동양철학에, 특히 인도에 관심이 많다는 걸 집약한 소설입니다.

소설 제목은 싯다르타지만, 우리가 아는 그 싯다르타가 아닌 동명이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말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두드러지며, 개인적으로는 장자가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브라만의 아들이자 젊은 매인 싯다르타는 집의 그늘진 곳에서, 나룻배가 떠 있는 강가의 양지에서, 사라수 숲의

응달에서, 무화과나무 그늘에서 같은 브라만의 아들이자 친구인 고빈다와 함께 자라났다. 

강가에서 미역을 감을 때나 성스러운 목욕재계를 하고, 그리고 성스러운 제사를 드릴 때면 싯다르타의 빛나는 어깨는

햇볕에 그을려 거무스름해졌다.

그가 망고나무 숲 속에서 사내아이들의 놀이를 할 대, 어머님의 노랫소리를 들을 때, 성스러운 제사를 드릴 때,

박식한 아버님의 가르침을 받을 때, 현인들의 대화를 들을 때면 그의 새까만 눈동자 속으로 그늘이 흘러들었다.'

 

'이 때 비로소 싯다르타는 이 유희가 끝났음을, 자신이 이 유희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6.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9/10

 

나보코프의 걸작, 롤리타입니다. 선정적인 소재와 이야기 구조에 못지 않게

틈이 없는 문장이 걸출한 작품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소설입니다.

그를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게 해준 소설인만큼 대중적이면서도 

그의 필력이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소설가 제임스 설터는 문체보다 목소리에 주목하라고 했는데,

가장 특색있는 목소리로 쓰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연은 그런 일을 해낸다.'

 

7. 김중혁, 나는 농담이다 

 

7/10

 

영화당이나 빨간 책방 등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와 케미가 잘 맞는 소설가 김중혁씨의 대표작입니다.

유쾌한 필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것으로

기존소설 특유의 끈적한 분위기가 없는 작품입니다.

시원시원하면서도 가벼운 문체지만 막걸리를 마시듯

어느 순간 취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소설입니다.

 

'기체의 위아래가 3도 틀어져 있다. 반복한다. 3도 어긋나있다.'

 

'우주에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말은, 모두 꿈이겠지. 꼭 돌아와야 한다.'

 

8.  앙드레 지드, 좁은 문 

8/10

 

개인적으로 왜 한국에서 별 인지도가 없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작가 지드의 대표작입니다.

사랑에 대한 고찰과 고뇌, 종교적인 딜레마에 허덕이는 인물이 겪는 드라마가 

사춘기 감성에 꽤나 잘 맞는 소설입니다. 다만, 좀 지나친 묘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상회할 만큼 멋들어진 진술과 문장이 대단한 작품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이야기로 한 권의 책을 써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내가 심혈을 기울여 체험했고 나의 기력을 고갈시킨 이야기다.

그러므로 나는 극히 간명하게 나의 추억을 적어 나가겠다.'

 

'나는 나의 사랑 이외에는 내 삶의 다른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사랑에 매달렸고, 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오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또 더 이상 기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9. 줌파 라히리, 축복받은 집

8/10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라히리의 소설집입니다.

단편집은 다 매력적이가 힘든데, 그걸 해낸 책이죠.

그녀의 문체는 건조하면서도 스펀지처럼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어

읽다보면 소화불량에 걸릴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단편소설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읽어봄직한 책입니다.

 

'안내문은 그게 일시적인 문제라고 했다.

닷새 동안 오후 여덟시부터 한 시간 동안 단전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눈보라에 전선이 망가졌는데, 날이 덜 추운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보수작업을 한다고 했다.'

 

'모든 주름은 스물다섯까지 생겨요. 이후론 주름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일 뿐이랍니다.'

 

10.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8/10

 

프랑스의 총아였던 사강의 대표작입니다.

저자의 굴곡진 인생을 대변하듯이, 밀도 깊은 심리묘사가 특징이며,

파멸로 향하는 인물들의 행보가 타락적이면서도 성스러운 묘한 작품이지요.

난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저자의 명언이 살아있는 소설입니다.

 

'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경우 흔히 갖게 마련인 신랄함이나 당혹감이 아니라 조심성에 가가운 차분함을 가지고, 

좌절로 얼룩진 거울 속의 얼굴을 서른 아홉 해로 나누어 보았다.

얼굴의 음영을 두드러져 보이게 하고 주름을 더 깊어 보이게 하기 위해 자신이 손가락 두 개로 잡아당기는 그 탄역 없는

살갗이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 아가씨의 대열에서 아줌마의 대열로 마지못해 넘어가고 있는, 외모에 몹시 신경을 쓰는

또 다른 폴의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오히려 그는 자신의 외모가 그녀에게 별다른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33개의 댓글

19 일 전

1편은 거의 다 읽은 책이었는데 이번엔 카타리나블룸 말곤 읽은게없네 ㅇㄷ박고간다

19 일 전

선생님 완전한 책잘알이셨군요

추천 쎄게 박는다

19 일 전

난 아멜리 노통브 소설처럼 정신분열 일으킬것 같은 것이 좋던데 그런 작가 또 있나?

@고운우리말

카프카, 버지니아 울프, 제발트

@고운우리말

진중문고

18 일 전

요즘 개드립넷처럼 보는게 습관화가 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 집중이 안된다. 뇌가 퇴화해버린 것같다 되돌릴 수있을려나

18 일 전
@스키마

그러면 소모적인 킬링타임 소설부터 시작하면 됨

문체가 가볍고 흥미본위인 판타지나 라이트sf같은거

다만 묘사력이 좋은걸 찾는게 좋다

묘사력이 높을수록 글을 이미지화시키는게 쉬워서 읽기 편해짐

18 일 전

필립로스의 휴먼스테인은 어떻게 생각해

@겨울나기엔귤

언젠가 읽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올해 읽을 책 ㅇㄷ

18 일 전

싯타르타 ㅇㅈ

개인적으로 헤세가 인도에서 산적이 있어서 더. 풍부한 묘사와 그만의 철학이 드러나는 것같고

로리타는 저게 비영어권인 작가가 처음으로 영어로쓴 작품이라 언어유희가 난무하고 본인 스스로도 최고의 작품이라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라고 불리길 좋아함

18 일 전

책 ㅇㄷ

18 일 전

파리대왕이랑 그래픽노블 쥐 추천함 나중에 한번 봐

@노빠꾸상남자

추천 감사합니다. 아쉽게도 둘 다 읽었습니다.

둘 다 걸작이지요. 특히 쥐가 좋더군요.

16 일 전
@죽는다면극장에서

힝 그러면.. 그리고 산이 울렸다 요거랑

거짓신들의 전쟁도 읽엉

@노빠꾸상남자

그건 아직 못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18 일 전

ㅇㄷ

18 일 전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이 책 짧으면서 볼 만함. 추천함.

괜찮으니까 시추천글도 한번 더 써주세요

18 일 전

개인적인 체험, 너무 시끄러운 고독, 롤리타, 축복받은 집 강추. 거의다 읽어본 책들이라 반갑네

RRC
17 일 전

보후밀 흐라발 진짜 좋아하는 작가인데 ㅊㅊㅊㅊ

17 일 전

소설 추천 ㅇㄷ

17 일 전

읽은 책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호밀밭의 파수꾼이고 사고방식을 바꾸게 도와준 책은 모모였음

17 일 전
@상식혐오증

모모 작가가 쓴 "끝없는 이야기" 추천함 판타지인데 재밌음ㅎ

17 일 전

롤리타 보러간다 책표지가 맘에드네

17 일 전

추천소설ㅇㄷ

가면의 고백 군대에서 읽었는데

저것도 육체미에 대한 동경아니냐

사실 5년전에 읽은거라 기억이 안나 ㅜㅜ

16 일 전

작품성있는 현대배경 로맨스 소설은 없을까?

로맨스 소설 제대로된거 읽고 싶어.

@홀짝홀짝

미야모토 테루, 금수

줄리언 반즈, 연예의 기억

다니자키 준이치로, 열쇠

 

추천드립니다.

15 일 전
@죽는다면극장에서

이 아재 나랑 책 취향이 비슷허시네

소설 추천 ㅇㄷ

ㅇ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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