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8년만에 온 전화

사실 대단한 얘기는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얘기인데

 

지금 왠지 감성팔이같은게 해보고 싶어서 써본다

 

 

글쓰는새끼는 03학번에 2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서 취업을 한 아저씨야

 

지금은 12년차(2년은 다른일했음)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고

 

중고등학교때 vba 짜서 팔던건 경력으로 치긴 뭐하니까 빼도 이제 꽤 많은 연식이 차올랐어

 

이런저런 오만 씹새끼들도 많이 만났고

 

이런 귀한분이 이런 누추한 일을 하다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구나 싶은 일도 많이 있었지

 

나도 마찬가지로 어딘가에선 김선생님 어딘가에선 씨발새끼로 불려왔고

 

 

 

그리고 지금 하는얘기는 9년전부터 시작된 이야기야 (전화를 작년에 받았어)

 

당시에는 여자친구가 있어서 나도 사람답게 연애라는걸 하면서 살고있었어

 

별로 이쁘지도 않고 성격도 별로였는데 왜 그렇게 죽고 못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시 여자친구가 다니던 회사에서 쓰는 기계는 컴퓨터랑 연결되어서

 

병렬포트(옛날에 프린터 연결하던 넓적하고 핀 많은 포트 기억나? 그거야 )로

 

특정 신호를 쏴주는걸 받아서 동작하게 되어있어서 그런내용의 프로그램이 필요했는데

 

이게 vb5 (6.0아님) 로 만들어진 일본어 프로그램이라 아무도 손을 못댄다고 하더라고

 

소스 코드도 없어서 새로 바닥부터 분석해서 만들어야 하니까..간단한 일은 아니었어

 

그래서 여친이 다니는 회사기도 하고 이걸 내가 처리해주면 회사에서 여친이 회사에서 입지 구축도 용이하고 여러가지 좋을것 같았어

(사실 여친 친척분이 하시는 회사라 뭔짓을 해도 손해만 안끼치면...)

 

그래서 아마 긴 시간은 아니고 2주정도 했나 그래서 프로그램 동작을 분석하고 한글로 번역하고 vb6으로 새로 짜서 설치해줬지

 

뭐 큰문제 없이 동작 잘되고 일도 잘 되고 여친 위신도 올라가고 다 잘 되가고 있는건가 했지

 

여친하고 사귀는 동안 가끔 가서 체크도 해줬지만 성격차이때문에 얼마 안가 헤어졌고 나도 더이상 그회사에 가기가 애매한 상황이 되어서

 

그냥 뭐 알아서 잘 하시겠지 하고 잊어버렸어

 

 

그리고 8년이 지났어

 

나도 나이도 먹고 어느새 퇴근하다가 한강다리에서 맥주 마시고 낭만에 대하여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지

 

시발 ㅜㅠ 세월 개 빨라...시간은 존나 안가는데...

 

아무튼 그날도 피곤함이 풀리지 않은채 일하는 월요일 오전이었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왔는데 평소에는 내가 모르는 전화를 잘 안받거든

 

근데 뒷번호가 어째 익숙하다 싶어서 받았는데

 

위에서 말한 업체 부장님이더라고

 

간만에 통화하는것 답게 서로 궁금하지도 않은 안부 물어가며 서론을 풀다 본론이 나왔어

 

전에 만들어 준 프로그램에 필요한 신호가 몇가지 있는데 추가해줄수 있냐 보수는 괜찮게 챙겨 주겠다 그런내용

 

뭐 오후에 별일도 없고 하니까 오후 반차를 쓰고 가겠다고 답했지

 

점심 먹고 노트북하고 옛날 소스들어있는 외장하드를 챙겨서 한시간 정도를 이동했어

 

 

 

오랜만에 보는 남아계신 분들하고 인사좀 나누고 자리에 앉아서 

 

그간 프로그램은 잘 돌고 있나 하고 이벤트 로그를 열었는데

 

포맷을 안하신건지 어쩐건지 이벤트로그가 거의 100만개정도 있는거야

 

와 로딩 오진다 ㅋㅋㅋ 컴퓨터 사양 봐 ㅋㅋㅋ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지 

 

8년전에 산업용 pc로 구입한거라 그때도 사양이 그냥 그랬는데 지금은 오죽 하겠어 ㅋㅋㅋ

 

고장안나고 8년 버틴것도 신기하게 생각해야지

 

 

 

이벤트 로그가 열리는데 5분간격으로 내가 짠 프로그램이벤트가 주루룩 나오더라고

 

그때서야 생각이 났지

 

프로그램 짜서 돌려준게 5월이었는데 아마 7월 25일이 그애 생일이었을거야

 

아마 생일날 적당한 선물을 주고 웃고 떠들고 데이트를 하려고 했겠지만 그 전에 헤어졌었거든

 

그리고 8년전의 7월 25일부터 5분마다 24시간 내내 

 

"프로그램 동작 이상없음. 사이클 000000회, 나는 늘 ㅇㅇㅇ를 사랑한다."

 

라는 메세지가 이벤트로그에 쌓이고 있었어

 

아마 내가 1년전 그때 열어보지 않았으면 아마 내가 다른여자랑 결혼을 해도 애가 커서 시집을 가도 내가 죽어서 묻혀도

 

이컴퓨터가 살아있는한 계속 똑같은 메세지를 이벤트로그에 남기고 있었겠지

(물론 그전에 이컴퓨터가 맛가겠지만 ㅋㅋㅋ)

 

이제는 그애 얼굴도 가물가물하고 (워낙 안좋게 헤어져서 사진이나 기억날만한거 다 정리했거든)

 

이름만 기억나는 정도라서 나는 다 잊어버리고 그런사람 있었던것 같은데..? 할 수준인데

 

내가 여친한테 잘보이려고 대충 짜준 프로그램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열심히 사랑을 외치고 있었던거야

 

내가 너무 나이를 먹었나 아닌데 나 아직 젊은데.. 근데 내가 저런거 돈도 안받고 해줄만큼 애정이나 열정이 있는 새끼가 아닌데???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적당히 고쳐주고 약속한 금액을 받아서 집으로 왔어

 

아마 이일이 있었던 1년전부터 그 컴퓨터가 고장나거나 장비를 새로 사시는 날까지

 

프로그램은 또 계속 이벤트 로그에 "프로그램 동작 이상없음. 사이클 000000회, 그래도 내가 누구를 사랑하긴 했었구나."

 

라고 남기겠지

 

 

 

써놓고 보니까 되게 병신같은 이야기인데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어

 

되게 글 못쓰네 이제 글 안쓰고 그냥 사진이나 찍으러 다녀야 겠다.

 

 

 

 

 

51개의 댓글

2019.09.29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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