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독일 근현대 산책] 6. 낭만 속에 숨겨진 불편함, 「비더마이어 시대」 3/3

 

 

 

 

나폴레옹 시대가 동맹군의 승리로 종결되고 빈 체제가 수립된 1810년대 말부터, 전 유럽 대륙에서 연쇄적 혁명의 불길이 번진 18483월까지의 30년간을 문화 역사가들은 비더마이어(biedermeier) 시대라고 부릅니다. 같은 시기를 정치 역사가들은 3월 혁명이 일어나기 전이라 하여 포어메어츠(vormärz, 3前期라는 뜻)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유럽 각국은 1819카를스바트 결의를 통과시킴으로써 자유주의·민족주의 운동에 대해 대대적인 검열과 탄압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청년독일파라고 하여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글로써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 작가들이 있기도 하였으나, 1835독일 연방청년독일파로 분류된 작가들을 체포하거나 작품에 대하여 금서조치를 내렸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청년독일파처럼 줄기차게 자유와 통일을 외친 소수의 지식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식인과 시민계층은 곧 체념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들을 비더마이어파라고 부르는데, 독어로 비더(bieder)는 고지식한, 우직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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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더마이어 시대의 작품들. 가정적·목가적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들은 더 이상 국가와 민족, 통일이나 혹은 정치적 자유 같은 거대한 주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야기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고, 정부의 탄압만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 때문이었죠. 그 대신에 더 작고 소박한 것, 이를테면 아름다운 자연이라던가, 안락하고 가정적인 시골생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낭만주의 사조의 연장선에 서서 자연을 다룬 목가적인 작품이나 남녀의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작품이 주로 쓰였습니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크고 웅장한 형식의 작품보다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스케일의 작품이 주로 쓰였죠. 비더마이어 시대」를 대표하는 오스트리아의 작가 아달베르트 슈티프터(1805~1868)의 작품에서 이러한 경향을 직접 확인해 보시죠. 여러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그의 유명한 작품 형형색색의 돌들(Bunte Steine)의 한 부분을 살펴봅시다.

 

 

Adalbert_Stifter_photo.jpg
<아달베르트 슈티프터(1805~1868).>

 

 

바람의 살랑임, 물의 찰랑임, 곡식의 익어감, 바다의 물결들, 대지의 신록, 하늘의 광채, 별들의 반짝임을 나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요란하게 다가오는 폭풍우, 집들을 부수는 번개, 거친 파도를 일으키는 폭풍우, 불을 내뿜는 화산, 대지를 뒤흔드는 지진을 나는 앞의 현상들보다 더 위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정의감과 단순함, 자기 자신의 억제, 합리성, 주위 환경과의 융화, 미에 대한 찬미로 가득한 일생을 나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 감정의 거대한 동요, 무섭게 돌진해오는 분노, 복수를 향한 열망, 행동하고, 추구하고, 뒤집어엎고, 변화시키고, 파괴하고, 흥분 속에 자신의 삶을 내던지는 타오르는 정신을 나는 크지 않고 오히려 더 작다고 생각한다.

 

Das Wehen der Luft das Rieseln des Wassers das Wachsen der Getreide das Wogen des Meeres das Grünen der Erde das Glänzen des Himmels das Schimmern der Gestirne halte ich für groß: das prächtig einherziehende Gewitter, den Bliz, welcher Häuser spaltet, den Sturm, der die Brandung treibt, den feuerspeienden Berg, das Erdbeben, welches Länder verschüttet, halte ich nicht für größer als obige Erscheinungen, ja ich halte sie für kleiner, weil sie nur Wirkungen viel höherer Geseze sind. Sie kommen auf einzelnen Stellen vor, und sind die Ergebnisse einseitiger Ursachen. Die Kraft, welche die Milch im Töpfchen der armen Frau empor schwellen und übergehen macht, ist es auch, die die Lava in dem feuerspeienden Berge empor treibt, und auf den Flächen der Berge hinab gleiten läßt.

 

 

Bunte_Steine_1853_-_Frontispiz_1.jpg

<형형색색의 돌들」의 첫 페이지.>

 

 

 

 

비더마이어 시대를 연구할 때 반드시 인용되는 이 부분은, 당시 지식인과 시민들이 어떤 삶의 태도를 지녔는지 보여줍니다. 해방전쟁당시와 같은 거대한 감정, 분노, 복수에 대한 열망, 행동하고 추구하고 타오르는 정신은 사라져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고, 대신 단순하고 억제하고 주위에 녹아드는 삶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 것입니다. 한 차례의 전쟁도 없이 오랜 기간 평화를 누릴 수 있었으면서도, 동시에 정부의 억압과 부자유 속에 살아야만 했던 비더마이어 시대체념, 권태, 소박, 고지식함등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체념과 현실에 대한 외면, 상실감과 도피심리로 가득 찼던 이 시대에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통일된 독일과 독일 민족은 「나폴레옹 시대」에 의해 태어나 「비더마이어 시대」라는 요람 속에서 내일을 꿈꾸고 있었던 겁니다. 다음 편부터는 비더마이어 시대의 사회가 어떻게 독일 통일을 위한 맹아를 품고 있었는가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3개의 댓글

2019.12.14

책 쓸 원고를 줄줄 풀고 계신건 아니죠...?

0
2019.12.14
@미리미리

책은 아무래도 읽기 힘드실테니 출퇴근길이나 짬짬이 읽으시라고 쓰고 있습니다ㅎ

1
2019.12.14

이시기 다른 국가들도 그렇지만 근대 독일은 참 사상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듯

반동 아니면 혁명이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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