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화교 이야기

유개에서 화교라는 단어가 눈에 띄길래

 

간략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유개 글을 옮겨놓은 것이다

 

 

 

 

 

 

 

 

 

1. 화인華人

 

한족들은 스스로를 화인이라고 부른다

 

한족漢族은 가치죽립적인 학술용어적 성격이 강한데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진나라는 최초로 통일을 이룩하긴 했을지언정 고작 몇십년만에 망했기 때문에 유명해지지 못했다)이자

통일제국으로서의 면모를 전 세계에 처음 인지시킨 나라가 한나라이기 때문에

한나라의 구성민족을 한족이라고 부른게 시작이며

고대중국의 역사학자들이 칭한 "학술명"이다

 

 

반면 화인이라는 칭호는 중국 고유 신화에 등장하는 용어로서

 

태초에 반고가 세상을 만든 후

세상을 큰 틀에서 다스린 삼황의 자손을 화인이라 칭했고

그 화인의 후예들이 자기자신이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칭호다

 

삼황신화는 실제로 상나라의 주요 국가이념이었고

오랑캐를 잡아 심장을 뽑고 가죽을 벗겨 삼황에게 바치는 것이 주요 제사 방식이었다

뭐 그 시절 종교라는 게 다 그모양이었으니 그거 자체는 뭐라할게 아니고

 

상나라를 무너뜨린 주나라는

그 종교를 더욱 발전시켜

삼황의 인격성을 제거하고(현대 힌두교에서 비슈누, 시바, 브라흐마의 인격이 사라져 개념신이 된 것과 비슷하게)

인간으로서 신이 된 오제를 추가한다

 

오제는 헌원 전욱 제곡 처럼 상나라 출신으로 추정되는, 또는 상나라 이전 문명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한족의 고전적인 영웅(마치 실제 역사적 인물이었고 불과 기백년만에 신화가 된 길가메시나 아킬레스와 같은)들도 있고

금천과 신농처럼 오랑캐(정확히는 주나라 지도층의 본토인 중앙아시아)의 영웅을 적당히 변주한 신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오제신화를 삼황신화와 동격으로 만들기 위해 "화인"의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상商은 인간을 바치는 제단을 뜻하는 글자고

상나라가 스스로를 상나라로 칭한건, 요즘 감성으로 하면

나라이름이 "신성 카오스 제국"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이름인데

 

주나라는 상나라를 은으로 격하시키고 (은殷은 단순히 상나라 최후의 수도 이름으로, "니들은 도시국가수준이다"라는 멸칭이다)

중국 최초의 나라인 상 앞에 가상국가를 하나 만드는데

그게 바로 "하夏나라"다

 

그리고는 지속적으로 패배주의사상과 선민사상을 버무린 뽕을 주입하게 되는데

주요내용은

 

상나라가 망한 건 하나라의 최후를 보다시피 방탕한 왕 때문이며 

하나라보다 과거의 요순시대를 본받아 화하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충 그런 개념이다

 

 

 

여기서 처음 화하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화華는 나무 한그루에 꽃이 수십송이 피어나는 모습을 뜻하며

화하라는 단어는 맥락적으로

"꽃처럼 만개한 전성기 하나라"를 뜻한다

 

그리고 이 뽕이 상서, 사기 등을 통해 여러차례 역사적으로 변주되고

유학, 법학 등 제자백가적 사상도 이런 것을 차용하며

 

수백년에 걸쳐 중국인들을 세뇌한 끝에

 

중국인들은 스스로를 화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2. 교僑

 

교라는 글자는

갑골문시대가 다 끝난 시대에 생겨난 문자로

뜻은 사람人과 관련되고 음이 교喬인 글자다

 

교를 처음 사용한 이래

가장 고대의 사전인 한나라시대 설문해자에선 이 단어의 뜻을

"높으신"으로 해석했는데

주요 용례는 이렇다

 

 

춘추전국시대가 되며, 기존 주나라 시대에 왕은 오직 하나, 벼슬자리라곤 오직 제후 몇 뿐이던 시대는 끝나고

수십명의 왕이 명멸하는 시대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를 통해 확고부동한 귀족계급이라는 게 생겨났고

아랫사람(이 시대에 이미 민民은 상나라 시절의 산제물이 아니라 귀족이 아닌 모든이들을 뜻하는 글자가 되었다)과 다른

특수계급을 칭할 수식어가 필요해 졌고

 

그래서 만들어진 글자가 僑다

후기 주나라시절에 교는 아주 제한적으로, 인간으로서 신이 된 우임금이나 요순등의 사당에 대해

원래부터 신인 삼황의 사당과 구분짓는 요소로서만 사용되던 글자였는데

그게 곧 귀족에게 쓰임으로서

 

귀족은 인간보다 대단한 무언가라는 인식이 생긴 것

 

 

 

한나라도 망하고 오호십육국을 거치며

기존의 귀족계급은 전부 다 찢겨죽어나가는 난세의 난세가 지나고

탄생한 새로운 귀족은

 

자기들을 귀貴라고 칭했는데

이는 금은보화를 뜻하는 것이니

이 전 어딘가에서부터 이미

 

신의 혈통이나 신적인 무언가는 인간이 귀함에 무관하고

오직 돈이 사람의 존귀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귀족에 한한 이야기고

백성들은 여전히 좋은 건물, 좋은 음식 등은 교 를 붙여서 수식했는데

이 용법은 송나라때 전세계(여기선 한자문화권까지만)에 퍼져나갔다

 

 

 

 

 

 

3. 화교華僑

 

무역을 권장한 송나라의 기조 때문에

당대의 천하엔 수많은 중국인이 퍼져나갔는데

이 때 중국인들은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가장 좋은 건물에서 가장 좋은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당연히 중국인이 사는 집은 교 로 표기되었다

 

 

몽고의 침략이 지나서도 

그 고정관념은 당연했고

뭐 실제로도 중국에서 한반도나 일본, 베트남으로 간 사람들은

대체로 돈이 존나 많거나 대체로 아주 높은 벼슬을 했다

 

그렇게 생긴 단어가

바로 화교다

 

 

높은 곳에 사는 존귀한 화족이라는 단어다

 

재일한인, 재한일인, 고려인, 조선족 처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다르게

도무지 누구를 칭하는 건지 한번에 이해하기 힘든 은유적인 단어가 널리퍼진 이유다

 

 

그래서 일단 나는 번역할 땐 나라에서 권장하는 공식적인 표현

국외 거주 중국인 (바리에이션 - 재한, 재미, 재일... etc)

을 사용하는 편이다

 

 

7개의 댓글

2020.12.06

재미있게 읽었다. 주나라 지배층이 유목민족 계열인거에 대한 자료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음? 구글링하면 죄다 환뽕맞은 친구들 얘기밖에 없음

0
2020.12.06
@년째파오후

그건 중국어로 검색하셔야.....

 

 

그냥 설명해줌

 

 

주나라 시조가 주무왕인건 알거고

개국공신이 강태공인 것도 알겠지

 

 

무왕의 계보를 올라가면 문왕, 계력, 단보로 이어지는데

갑골문을 통해 등장하는 단보의 첫 기록은 "서쪽에서 와 상나라 서쪽에 자리를 잡고 상나라에 귀부해 작위를 받았다"이다

 

주나라가 세워진 뒤 날조가 이뤄지고 프로파간다가 성공적으로 확립된 사마천 사기에서도 그 흔적이 남는데

주나라 왕조 씨인 "희"씨의 시조 후직은

삼황오제 중 하나인 제곡의 "서자"라고 칭해져있다

 

정확히 말하면 제곡의 정실부인이 서쪽 들판으로 나들이 나갔다가 들어와 1년만에 애를 낳았는데

그 애가 바로 희씨의 시조인 후직이다

 

즉, 주나라는 자기들이 서쪽에서 온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 이제 상나라 서쪽에 뭐가 있는가를 알아야 하는데

일단 상나라가 인간을 바친 건 알거고

그 주요 타겟이 바로

지금은 "소수민족"으로 불리는 수많은 이민족들이다

갑골문을 보면 수많은 종족명이 나오는데, 그 중 가장 강대한 민족이 바로 지금의 사천지방에 있는 "강족"이다

어딘지 모르겠다 싶으면 삼국지 촉나라 지방을 생각하자

 

산골짜기라는 이미지에 가려져서 한국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신비롭고 놀랍게도 강족은 기마민족이고, 상당히 큰 말을 몰며 양과 염소를 키우는 유목민족이다

지금까지도 적당한 유목성향을 잊지 않은 채 중국의 대표소수민족으로 자치구를 갖고 있다

 

고공단보는 바로 이 "강족의 영토"에 약 2천명의 가솔을 이끌고 정착했는데

그보다 서쪽에서 왔다고 한다

 

지형을 보면 알겠지만 거기보다 서쪽에서 기마부대를 이끌고 올려면

당시엔 초원이었던 위구르 지역밖에 없고

 

또 고공단보가 귀부하며 설명하기를

우리보다 서쪽에서 온 오랑캐에게 침습을 당해 도망왔다고 했으니

 

유물론적으로 밝혀진 역사를 통해 추론해보건대

중앙아시아 유목민이라는 추론 말곤 남는 답안지가 없다

 

 

 

 

뭐 그래서 희씨는 오랑캐고

 

강태공은 왜 오랑캐인고 하니

강태공이 바로 강족의 당대 족장이다

 

정확히 강태공의 설화를 해석하면 이런거다

 

 

계승서열에서도 방계중 방계라 머리가 좋아도 쓸데가 없어서 허송세월하던 강상에게

문왕이 찾아가 쿠데타 한번 해보자고 꼬셔서

희씨가 이끌던 2천무력으로 강족 지휘부를 후려쳐 꿇린 뒤

강상을 족장에 앉히고

강족-주족 연합을 맺은 뒤

상나라를 무너뜨린 것이다

 

 

 

강태공 역시 스스로의 시조를 염제 신농으로 치고 있는데

염제는 예로부터 강족의 신화속 존재로

"먹을 풀의 구분"이라는 건 애초에 전 세계적으로 유목민에게서 발견되는 영웅행위 중 하나다

농사짓는 이들의 영웅행위는 "치수"인 것과 대비되는 부분

 

 

이 시조 존재의 차이도 또 희씨와 강씨의 입장차이를 알 수 있는 부분인데

희씨가 자기 시조를 상나라의 왕계 시조인 제곡으로 삼은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상나라의 주요 세력인 한족을 끌어안고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인 반면

강족은 강족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도 무방하기 때문에 자기 고유 신인 염제를 민 것

 

 

본문에선 생략했지만 지금 쓰자면

 

상나라 당시엔 삼황은 천황 지황 인황일 뿐 이름은 없었는데

후에 여기에 이름이 붙었다

주나라때 프로파간다를 위해 심은 것이며

복희 역시 상나라침공 당시 같이 힘썼던 오랑캐 "기족"의 시조신이다

 

기족의 시조신인 태호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유목과 목축을 개발한 신이다

이걸 가공하는 과정에서 팔궤라는 도교사상과 결합해

"태호 복희"가 되었다

 

염제도 마찬가지로 정주민이 되며 농사를 짓다보니 "신농"과 결합된 것이고

뭐 이런 부분은 로마 신화에서 서로 다른 존재던 주피터와 제우스가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인데

일단 넘어가고

 

 

 

 

하여튼 주나라의 스타팅 당시엔

강족 수만, 주족(희씨가 끌고온 사병) 2~4천, 기족 수천 정도였으며

이들 전부가 유목민이자 중국 본토의 서쪽에 자리잡은 민족이다

 

참고로 강족은 진나라가 중화일통을 시작할 원동력이었고

위나라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사마진 역시 마찬가지로

강족이 장수로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4
2020.12.06

지식 전달 글은 ㅊㅊ야

0
2020.12.07

국립국어원이 참깨를 표준어로 만들어야

0

역시 읽판엔 재미있는글이 많은것 같아 글 잘 읽었어 덜떨어지는 학부생 입장에도 이해가 잘되네 ㅋㅋ

0
2020.12.09

화교가 존경어였구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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