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버블의 역사 #1 - 고전 3대 버블(1) '영국 남해 거품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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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주식 회의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뉴턴도 돈 날리는 주식 시장이다.'가 있는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임.

왜냐하면 뉴턴은 그럴듯한 기업에 가치 투자를 하다가 돈을 날린게 아니라, 전형적인 급등하는 테마주를 건드리다가 전재산을 날린 케이스기 때문임.

 

지금부터 고전 경제사의 3대 버블 사건 중 하나인 '영국 남해주식회사 거품사건' 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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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7세기, 영국의 혐성 스탯이 극에 달하던 그 시절.

 

 

큰 전과를 거둔 군 장성 + 가톨릭 출신으로, 누가 봐도 말 안통할 것 같은 스펙을 지닌 영국의 국왕 제임스 2세는 섬나라에서 육군을 양성하는 누가 봐도 속이 뻔히 보이는 미친 짓을 하다가 결국 명예혁명이라는, 세계 최초의 무혈 혁명을 쳐맞고 하야하게 되었음. 하지만 이를 본 유니언잭 부대들이 분노하며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나게 되고(한국의 누군가와 겹쳐보인다면 기분탓임ㅇㅇ), 제임스 2세는 이걸 보고 왕위 복권을 위해서 친가톨릭 성향의 바게뜨를 끌어들이는 미친 짓을 감행함.

 

 루이 14세의 정복 전쟁에 대해 이를 갈고 있던 주변국들은 바게뜨 새끼들이 영국까지 갖고 놀려는 작태에 분노하였고, 이에 감바스와 파스타까지 참전하면서 로마제국+잉글랜드+네덜란드+스페인 vs 프랑스 구도의 9년 전쟁이 발발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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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전쟁 경력 빵빵한 프랑스가 우위를 잡으며 팔츠(Pfalz; 중세 유럽은 지속적인 전쟁으로 수도를 일정 위치에 유치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여 일정 거리마다 궁정을 놔두었는데 이를 팔츠라고 함.)를 대부분 점령하는데 성공함. 하지만 동맹국이 물량빨로 밀어붙여 점점 밀리게 되었고, 위기를 느낀 프랑스는 시간을 끌기 위해 팔츠를 모조리 파괴하는 미친 짓을 강행함. (일본이 임진왜란 때 시간 끈다고 4대문, 문경새재 등의 문화재들을 모조리 폭파시켜버린 격)

 

이에 더 빡이 친 동맹국들은 이 기회에 바게뜨 새끼들 참교육을 시켜주겠다고 결전의지를 다졌고 결국 전쟁을 장기화되었음. 하지만 9년차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 대기근이 덮치고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2세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전쟁은 레이스베이크 조약을 맺으며 마무리되었음.

 

 

하지만 팽창주의 욕심쟁이 루이 14세는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야욕을 드러내는데 이제는 병세가 악화된, 명분 있는 후사가 없는 카를로스 2세의 후세에 개입을 하게 됨. 루이 14세는 자신의 손자격인 펠리페 5세를 밀었고, 스페인 또한 전왕이 임종 전에 펠리페 5세를 지명했으니 이에 따르는 것이 당연했음. 하지만 다른 국가(영국,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들은 이 꼴을 볼 수 없어 카를 5세를 밀며 다시 전쟁을 일으키니 또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이 발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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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버블 얘기하면서 전쟁 얘기나 하고 있냐고?

 

전쟁은 땅파서 하는게 아님. 결국 귀족들에게 돈을 빌려서 전쟁을 하기 마련인데 이 때 발행한 국채가 1,000만 파운드에 달했음. 현재 기준으로 보면 몇 조 원에 달하는 부채가 발생한 셈임. 이 부채를 탕감하지 못한다면, 또 국왕은 혁명당할게 뻔했음.

 

이에 재무장관 출신, 로버트 할리 백작은 이름값하며 약 빤 묘략을 하나 짜게 되는데 이 부채를 모두 남해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하여 노예무역에 대한 권리를 제공함. 즉, 주주들은 노예무역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제공받는 권리를 제공받은 셈임.

 

 

하지만 문제가 발생함.

 

남해주식회사는 남미를 거점에 둔 회사고, 남미 식민지는 이미 스페인이 낭낭하게 먹어놓은 상태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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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라지가 저따구인데 영국 입장에서 수익이 발생해봤자 얼마나 발생하겠음?

 

게다가 불과 몇 년전까지 자기네 나라 왕권가지고 배내놔라 감내놔라하던 혐성국새끼들이 좋게 보일 리가 없음.

 

스페인은 노예 무역에 중간 개입하여 삥을 뜯기 시작함. 남해회사는 스페인에게 눈물의 똥꼬쇼를 하게 되고 결국 5년만에 펠리페 5세는 이익금의 25% 는 스페인 국왕에게 귀속된다는 조건 하에 1년에 1번 영국 무역선이 페루, 칠레, 멕시코를 통한 교역을 할 수 있었음. 말이 허가지, 사실상 장사 접으란 말임. 하지만 주식은 이미 발행해놓은 상태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은 강행하는 수 밖에 없었음.

 

 하지만 1년 뒤에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는 바로 영국 선박의 입항을 금지시키면서 뒤통수를 시원하게 갈겨버림. 그 결과 수익은 커녕 200만 파운드의 빚만 더 추가되었음.

 

 

 수익은 커녕 빚만 20% 늘린 남해회사. 그리고 이는 영국의 국가 부채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빨리 해결하지 않았다가는 '혁명' 을 맞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었음. 부채는 불어나고 불어나 결국 3,100만 파운드까지 늘어난 상황이었음.

 

이에 영국이 선택한 방법은 남해회사를 금융 회사로 전환하고, 전쟁과 무관한 모든 국가 부채들까지 남해회사의 주식으로 전환시키는 미친 짓을 강행함.

한국이 국가 부채 감당 안된다면서 부채를 죄다 한국전력 주식으로 발행해버리고, 한국 전력을 한국은행으로 전환시킨 것임.

 

 

 누가 봐도 이 미친 광경을 보고 투자를 하겠음? 이에 영국 정부 또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데 전환 사채를 만기 8년에 연이율 5% 로 발행하여 국채를 전액 인수하겠다 선언함.

 

 

여기서 전환사채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한데 전환사채란 간단하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을 의미함. 예를 간단하게 들어보면,

 

 

 - 개붕이가 개드립주식회사의 전환사채를 1000원에 매입을 한다. 전환사채는 연이율 5% 3년 만기 권리를 가진다.

 

A : 개드립주식회사의 주가가 1년 뒤 1,500원이 된다. → 3년동안 5% 이율을 먹는 것보다 주식으로 전환하여 50% 수익을 먹는 것이 이득이므로 주식으로 전환한다. 매매는 본인의 자유.

B : 개드립주식회사의 주가가 3년 뒤 1,100원이 된다. → 10% 상승하였으나 아직까지는 3년동안 5% 이율을 먹는 것이 더 이득이므로 존버한다. 존버한다면 원금과 보장 이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C : 개드립주식회사의 주가가 3년 뒤 900원이 된다. → 주식으로 전환해서 이득볼게 없으니 만기까지 존버한다. 만기까지 존버한다면 원금과 보장한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D : 개드립주식회사가 망해서 상장폐지된다. → 전환사채는 휴지조각이 된다.

 

 

이러함. 즉, 전환사채를 발행받은 입장에서는 기업이 망하지만 않으면 사실 이득을 볼 확률이 높음. 기업 또한 짧은 시간 내에 현금을 조달받기 매우 유리하므로 좋음. 안좋은 사람은 기존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 뿐.

 

 

하지만 누가 봐도 냄새나는 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아직도 적었음.

 

 

그래서 남해회사는 최후의 카드를 하나 꺼내니 그 것은 바로 주가 조작이었음.

 

전환사채를 통해 얻은 현금을 회사 굴릴 생각은 안하고, 100파운드에 매매하던 주식을 300파운드에 매입하기 시작했음. 당연히 겉으로 보기에는 100파운드하던 주식이 200% 오른 것처럼 보임.

 

전환사채 발행받은 사람들과 기존 주주들은 갑자기 주식이 200% 뛰었으니 불과 1년도 안되서 200% 라는 큰 수익을 거두게 되었고 이는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함.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날아가는 일봉 차트를 본 욕심쟁이들이 슬슬 시장에 달려들기 시작하니, 이 것이 광풍의 서막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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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무려 800파운드를 찍었을 때 쯤, 마치 2017년의 '그 코인'이 그러했듯이, 남해회사 주식 안사면 바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시작했고 '시발 저게 말이 되냐ㅋㅋㅋㅋ'하는 회의론자, 이를 각종 후술할 찌라시들과 수익 인증으로 반박하는 낙관론자들의 키보드 배틀이 성행하게 됨.

 

참고로 퍼지던 소문은 밑과 같았음.

 

 - 남해회사가 스페인으로부터 입항 금지 조건을 해결한 것도 모자라 남미 전역 항구에 대한 기착권까지 따냈다.

 - 남해회사가 새로운 금광을 발견했다.

 - 남해회사가 스페인으로부터 은광 운영권을 따냈다.

 - 남해회사가 배당률을 200% 까지 늘리기로 선언하였다.

 

저딴걸 누가 믿냐고? 2017년에 알트코인들이 달고 다니던 찌라시들 다시 정독해보면 저 정도는 애들 장난이지ㅋㅋ

 

 

그렇게 찌라시에 힘입어 주식은 1,000파운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음. 불과 몇 달만에 수익률을 900% 달성함.

 

로빈스 크루소의 저자인 대니얼 디포는 격일간지를 창간하여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식 시장에 관한 사설을 담기 시작함. 마치 비트코인을 풀매수 땡기고 코인을 옹호하던 17년도의 그 모습이 떠오름.

 

 

저걸 본 다른 주식회사들도 남해주식회사와 같은 방법으로 주가를 펌핑시키기 시작하면서, 마치 비트코인을 따라 알트코인들이 미친듯이 상승하듯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고, 사람들은 '오르니까 산다' 라며 이 주식들을 풀매수하기에 이르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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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남해주식회사는 세계 역사 3위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달성함.

(2위는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 사건, 1위는 대영제국의 중심이었던 동인도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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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오를만큼 올랐다고 판단한 큰 손들은 1,000파운드를 기점으로 매도하기 시작했고 주가는 한계에 봉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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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차트를 잘 보면 알 수 있듯이 800~1000파운드 선에서 나름 꽤 오래 버팀.

 

그 이유는 저 가격에 주식을 샀던 인간들이 로비를 통해서 '남해회사는 멀쩡합니다! 안심하고 투자를 진행해주세요!' 를 의회피셜로 내놓았기 때문. 게다가 영국 정부 또한 아쉬울게 없었던게 애초에 이 주식이 이렇게 올랐던 건 영국 정부의 부채 탕감 때문이었음.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부채 탕감 + 자본금 확보라는 측면에서 정부에게 더더욱 유리했기 때문에 이걸 방관하고 있었던 것임.

 

슬슬 1,000파운드에서 더 못치고 올라가는 것을 본 영국 정부와 큰 손들은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함.

 

하지만 지금처럼 유동성으로 버틸만한 능력도, 서킷 브레이커도 없던 그 시절에 주식이 가격 방어를 제대로 할 리는 만무했고...

주가는 불과 3개월만에 1,000파운드에서 100파운드로 제 자리를 찾아감. (더 소름끼치는건 그 와중에 데드캣이 몇 번이나 터졌다는거ㅋㅋㅋ)

 

수익 실현 낭낭하게 한 영국 정부는 그제서야 '반버블법'을 제정하여 국왕의 재가 없이는 주식 회사의 설립 및 주식의 발행을 금지하게 됨. 하지만 이미 많은 투자자들은 돈을 날려 템스 강에서 정모를 하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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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뉴턴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자.

 

내가 주식 회의론자들이 아이작 뉴턴 이야기를 하는걸 정말 싫어하는 이유는 아이작 뉴턴이 정말 개호구처럼 투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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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턴에 대한 기록에 따르면,

 

 - 뉴턴은 100~200파운드 사이에 1차적으로 소액 투자를 진행하였다. 이 투자는 불과 1개월만에 2배의 수익을 달성했다.

(추정 수익 7,000파운드: 한화 가치 약 7억 원, 당시 가치로는 몇 백 억원에 달함)

 

 - 뉴턴은 조정 구간에 매도하였으나 주식은 그 이후로 미친듯이 상승하였고, 뉴턴은 최고점인 800~1000파운드 구간에서 전재산을 밀어넣었다.

 

 - 그리고 버블은 꺼졌다.

 

 - 그 이후에도 정신 못차리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서 물타기를 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전고점은 오지 않았다.

 

 - 결국 전액 매도하였고 총 손실금액은 이전 수익을 포함해도 약 2만 파운드(한화 가치 약 20억 원, 당시 가치로는....ㅋㅋㅋㅋㅋㅋ)로 추정된다.

 

 

저래놓고 무슨 천체의 움직임이니, 인간의 광기니 떠드는 꼴을 보면 우습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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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와중에 승자는 있기 마련인데, 대표적으로 처칠의 조상님께서 저 투자를 통해서 돈방석에 앉게 되었음.

 

그리고 누군가는 총대를 멨어야 됐는데... 결국 수상 사퇴, 재무부 장관 구속이라는 강경 대응을 내세움.

하지만 늘 그렇듯이 재무부 장관은 이미 90만 파운드라는 미친 수익을 낸 뒤였음.

 

이로 인해서 영국 경제가 말그대로 휘청할 뻔 했는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캐나다, 호주, 인도 등을 점령하며 대영제국의 서막을 열게 되었고... 그 덕에 경제가 파탄나지는 않았음.

5개의 댓글

2020.11.24

친구야 동인도회사는 맞는데 EIco가 아니라 VOC야...

0
2020.11.25

데드캣이 모냐

0
2020.11.25
@규도노스교수

글쓴이가 "데드캣 바운스"를 축약해서 쓴거 같다. 주식시장에서 쓰는 말인데, 하락하던 주가가 갑자기 튀어 오르는 경우, 고양이가 죽기직전에 벌쩍 뛰어 오르는 것과 같다고 해서, "Dead cat bounce"라고 부른다. 보통 하락하는 주가(특히 급락하는)가 갑자기 튀어오를때, 반등으로 보기보다, 더 큰 하락을 예비하는 신호라고 해석할때 이런 용어를 사용한다.

0
2020.11.25

공짜점심은 없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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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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