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지금과 달랐던 고대 중국의 기후, 환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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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서갑:코뿔소 갑옷 을 입은 병사 상상도) 
 
초나라 굴월의 노래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國殤(국상) : 애국자의 노래
굴원의 초사(楚辭) 中

操吳戈兮被犀甲(조오과혜피서갑)
: 오나라 창을 들고 무소(코뿔소) 갑옷 입고
車錯轂兮短兵接(차착곡혜단병접)
: 차의 축이 부딪히고 짧은 병기가 접전을 펼친다
 
춘추 시대 오나라 병장기는 간장과 막야의 전설이 내려 오는 최고의 명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갑옷 중에 최상급은 코뿔소의 가죽으로 만든 서갑이었습니다.
 
이 중 서갑 즉 코뿔소 가죽으로 갑옷을 말하죠 
창과 검이 베지 못 함은 물론 화살도 팅겨내는 훌륭한 방호력을 가진 갑옷입니다. 
동시에 철갑처럼 무겁지가 않아 활동력이 보장되니 보물급 갑옷으로 평가되었죠.
 
춘추시대 이렇게 보물급 갑옷이었던 서갑은 이전 시절에는 그 위상이 좀 달랐습니다. 
코뿔소 가죽은 그냥 갑옷을 만드는 가장 흔한 재료였습니다.
 
철기가 보급 된 춘추시대 이전 상나라, 주나라 시절은 청동기 시대입니다. 
당시 금속인 청동은 그 수량도 부족하고 갑옷을 만드는 재질로는 부적합 했습니다.
이 시기 갑옷의 재료는 곧 코뿔소 가죽을 말했습니다
당시 기록에 용맹한 병사들이 경우 코뿔소를 잡아 고기를 먹고
그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어 당당히 전장에 나간다고 묘사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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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 시기 만들어진 청동제 코뿔소 술병)
 
당시 발굴되는 유물로 어느정도 확인이 됩니다. 
상나라 시기에는 만들어진 유물을 보면 위 사진 처럼 코뿔소가 디테일합니다.  
즉 자세한 묘사가 가능할 정도로 코뿔소는 중국에서 가까이 관찰 가능한 흔한 동물이었습니다.
 
그것이 춘추시대를 거치며 코뿔소 자체가 주변에서 귀해지기 시작했기에
그 가죽으로 만드는 서갑도 점차 보물급의 갑옷을 의미하게 되었던 것이죠
 
이는 코뿔소만이 아니었습니다. 
상나라 시절에 제작한 유물에서 묘사한 코끼리의 모습은 이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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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나라 청동제 코끼리 술잔)
 
상나라 시절 코끼리 역시 바로 옆에서 자세히 관할한 결과임을 말해 줍니다
이게 감이 잘 안잡힌다면 수천년 뒤 조선시대 만든 상준(象尊 : 코끼리 술단지)을 비교해 보면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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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람들이 생각한 코끼리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조선사람들은 코끼리를 실제로 본적 없죠 그저 책이랑 이야기에서만 배웠거든요 

 
이는 글자에도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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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코끼리 상 (象)이라는 한자는 코끼리의 모습을 그대로 그린 한자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코뿔소와 코끼리는 화북지역까지 넓게 서식하던 흔한 동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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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부와 황하강 유역에서 출토되는 코뿔소의 뼈, 코끼리의 뼈 등의 출토 위치를 표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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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 유역에서 실제 출토 된 코끼리의 뼈 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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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코끼리의 분포도를 보면 황하 이북은 물론 지금의 북경 지방까지 코끼리가 살았습니다.
지금은 상당히 기온이 낮은 북방 지역에서도 코끼리가 넓게 서식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는 이 당시 동아시아의 기후가 상당히 따뜻한 날씨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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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천년 경 세계의 기후는 지금보다 높았습니다. 
춘추, 전국시대를 기점으로 추워지면서 지금의 기후와 비슷하게 변화합니다
 
갑골문 기록에 보이는 각종 코끼리, 코뿔소 등 열대동물의 묘사나 
그런 동물을 활용한 기록이 점차 줄어 드는 것도 이런 기후 변화를 반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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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박물관에 전시 중인 상나라 시절 자연환경 상상도)
 
아마도 고대 중국의 황하 유역은 위의 모습과 비슷한
덥고 습한 아열대 지방의 기후 환경을 가졌으리라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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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우리가 아는 중국의 용이라는게 사실은 악어를 묘사한게 아니냐는 추측도 하게 되지요
 
기록상에 보이는 상나라의 묘사는 흡사 중남미 지역과 비슷하게 보입니다. 
18번에 걸쳐 수도를 이전하고 사람을 인신 공양을 하는 등
마치 아메리카에 존재한 아스텍이나 마야 문명과 매우 비슷합니다
상나라는 남미 지역의 문명처럼 정글을 개간하고 이동을 반복하며 도시를 세우는 국가였다는 것이죠
 
또한 이 지역의 환경이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라는 것은 나무가 울창한 정글이란 뜻입니다.
청동기 시절에는 이런 큰 나무를 벌목할 수 없었습니다. 도구가 석기였거든요  
청동은 그 수량이 적고 귀한 것이라 일상에서 쓰는 금속이 아닙니다.
철기시대 이전까지 경제적 생산 도구는 석기가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돌로는 나무를 벌목을 할수 없어 개간이란 것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불을 질러서 화전의 형태로 농경지를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이 시기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커다란 숲과 정글이 가로막았을 것이고
점과 점으로 떨어진 지역에 각기 독립된 정착지의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거기 제후를 두어 관리를 했으니 우리가 아는 고대 봉건제도란게 이런 환경의 결과물입니다.
 
지금은 동남아 지방에 가야 발견 가능한 이런 동물들이
마치 우리가 고라니와 멧돼지를 발견하듯 흔하게 보이던 시절의 일입니다.  
  
이런 중국의 생태환경이 변화한 이유는 황하 유역이 아열대에서 온대기후로 변화한 것도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분명 중국 북부지방에서 서식중인 동물의 개체 수에 영향을 주었겠죠 
 
하지만 위 표를 보면 알듯 기온은 이후에도 다시 올라서 다시 따뜻한 시기가 오기도 했습니다 
단지 기온의 변화만이 이 지역의 생태를 모두 바꿨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사실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인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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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라의 영역)
 
이 지역에 문명을 세운 인간은 황하 유역의 물길을 바꿔가며 자연을 정복했죠. 
도구는 이제 철기로 바뀌었고 철 도끼로 벌목과 개간하고 확장해 나갔습니다.
철기를 사용해 도시와 도시사이 존재하는 숲과 밀어 버리고 문명을 세우게 됩니다.
그렇게 동아시아 지역은 여러 왕조를 거치며 경작지대를 지속적으로 확장했습니다
 
기온의 변화는 어쩌면 부수적인 요인일 뿐이고 실질적인 결정타는 인간이었죠
환경 자체를 인간이 바꿔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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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 전의 삼림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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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의 삼림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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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삼림지대
 
중국 문명이 처음 등장했을 때 황하강 유역은 정글지대였습니다. 
기온이 변화한 이후에도 여전히 울창한 삼림지대를 유지했었죠
한나라 시절 당나라 시절에 종종 나오는 이야기가 왕족, 귀족들의 각종 사냥 기록입니다. 
수도 근방, 도시 근방에는 언제나 사냥이 가능한 숲이 있었고 모두 야생동물이 풍성한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던 황하유역이 현재는 태반이 이런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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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의 황하강 유역의 농경지. 
 
 
환경의 변화는 곧 농업생산력의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극복하기 위해 더욱 더 농경지 확장을 늘리게 되었고 다시 더욱 큰 환경을 파괴했죠 
이런 악순환은 장기적으로 인구의 부양력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결국 한계점에 다다르게 되고 중국의 경제적 중심지 자체가 바뀌게 됩니다.
 
중국은 수천년 간 황하 유역의 낙양, 장안을 오가며 국가의 중심지와 수도를 세운 문명입니다.
그 오랜 전통이 수나라, 당나라를 기점으로 그 경제력이 완전 고갈 되어 버리죠 
이후의 중국의 왕조들은 모두 강남지방의 농업에 경제력을 의존하게 됩니다. 
 
수나라 시절 강남의 곡식을 북방으로 옮기는 대운하를 만들었습니다.  
송나라 시절에는 그 강남 대운하 길목에 아예 수도를 옮겼죠 그게 포청천에 나오는 개봉입니다  
명나라에 이르면 강남지방에서 일어난 왕조가 최초로 천하를 통일 하기에 이릅니다. 
물론 북방을 방어한다는 안보적 이유로 북경이 지금도 수도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중심지가 된 강남지방은 현대에도 여전히 중국 경제의 중심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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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의 기후변화는 상나라, 주나라와 같은 문명이 탄생하는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후 북방 유목민의 이동에도 영향을 주었고 이들과 교류하는 농경민족의 충돌하며

수 천년에 걸친 이 지역 역사에도 영향을 주었죠 

 

더불어 황하유역이 아열대 지방이었다는 것은 기존의 문명에 대한 가설에도 영향을 주는게 아닌가 합니다.

토인비는 그의 저서에서 인류문명은 열대지방이 아닌 온대기후 척박한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논하고 

그 이유는 인간은 안락하고 풍족한 환경이 아니라 도전과 역경을 주는 환경을 극복할 때 비로소 문명을 만든다 했습니다.

인간에게는 언제나 의지와 노오력이 필요하다 그 인내의 결실이 문명이다 라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근데 황하문명이 아열대 풍족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만들어졌단 사실은 또 다른 교훈을 줍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도전정신과 노력만 있다고 전부가 아니다 자고로 좀 먹고 살만해야 문명이던 문화던 만들더라.

맨땅에 해딩이란 없습니다. 알고 보면 알게 모르게 꽁쳐둔 쌈짓돈이 있으니 도전이고 용기를 내는 겁니다. 

 

그리고 그 풍족한 환경을 죄다 씹창낸 것을 보면 언제나 인간이 가장 무섭다. 

 

 

끝. 
 
 

13개의 댓글

2020.09.28

월욜 아침부터 개드립으로 현실도피했지만, 이걸 읽으면서, 도피가 아닌 인문학적 공부라고 정신승리할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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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Acidosis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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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낙양, 장안 등 관롱지역이 황하 범람으로 인한 지류 변화+농업생산력 감소로 땅이 완전 맛 갔다던데 혹시 황하 범람 관련해서는 논문 본 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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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황하 하구도 한두번 바뀐게 아니라고 들었는데 이거 관련해서도 자료 있으면 한번 부탁드립니다. 태산 얘기랑 같이 얽힐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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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결국 저때도 중국이 중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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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좆간이 문제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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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좆간쥬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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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용이 사실 왕도마뱀 비슷한 무언가라는 썰도 있더라

악어라고 하기엔 양자강 유역에 아직 악어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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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청동기 때 코뿔소를 어떻게 잡아서 가죽옷을 만들었지?

철기로도 잡기 쫄릴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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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다

토인비 양반 말을 전공수업에서 듣다가 여기서 보니 괜히 반갑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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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9

국상이란 시 너무 처절하고 슬프지

힘이 다해 싸워 목 잘려 죽었을 지언정 초나라 귀신의 영웅으로 남으리라

이런 나라에서 결국 항우와 유방이 나와 진을 멸망시켰다는 엔딩까지 찡 와닿는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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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9

좆간.... 좆간 네버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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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9

코끼리의 후퇴라는 책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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