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조선시대의 금연에 대한 논의

보문각에서 야대하여 역대 군감에 대해 강하다(순조 8년, 11월 19일)

...

 

또 하교하기를,

"속칭 이른바 남초(南草) 는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데, 혹은 위(胃)를 조양(調養)하는 데 이롭다고 하고 혹은 담(痰)을 치료하는 데 긴요하다고 하나, 과연 그런지 모르겠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속습(俗習)이 이미 고질이 되어 남녀 노소를 논할 것 없이 즐기지 않는 사람이 없어서 겨우 젖먹이를 면하면 으레 횡죽(橫竹)으로 피우고 있는데, 세상에서 더러 ‘팔진미(八珍味)는 폐지할 수 있어도 남초는 폐지할 수 없다.’고 하니, 비록 금하고자 하나 이유가 없을 따름이다.

 

옛날에 듣건대, 금한(金汗) 이 군중(軍中)에 거듭 금하였으나 오히려 그치지 않는다고 하니, 금한(金汗)의 위세로써도 오히려 금지시킬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 담배는 언제 시작됬는지 모르겠다. 글고 위 치료에 좋고 담에도 특효라고 하는데 진짜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 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담배피고 심지어는 유딩, 초딩들까지도 담뱃대 빨고다니고, 산해진미는 끊어도 담배는 못끊는다고 하는데 막으려고 해도 막을 이유가 있어야지. 내 듣기로 옛날 금한(청 태종)이 사람들 담배 못피게 막았는데 그래도 핀다면서? 도대체 뭐 때문에 황제의 명령으로도 막을수가 없는거냐?

 

 

 

 

하니, 참찬관 이광익(李光益)이 말하기를,

"신이 듣건대, 인묘(仁廟) 때 일본으로부터 나와 우리 나라에서 중국[中原]에 전해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당시 금한(金汗)이 엄중하게 금하였으므로, 피인(彼人)이 그 종자를 필관(筆管) 속에 넣어 가지고 들어갔는데, 근래에는 천하에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 제가 듣기로는 인종대왕 때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전파되고, 그게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때 황제가 담배를 막아서 외국인이 담배 종자를 필통에 넣어갔다고 하는데 이게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고 합니다.

 

 

 

 

하고, 홍면섭은 말하기를,

"남초는 서도(西道)에 종자가 많은데, 품질도 또한 아주 좋으므로 혹 이름을 서초(西草)라고 합니다. 서도의 좋은 전지와 비옥한 토지는 태반이 남초를 심는 데 들어갔으니, 사람에게는 이로울 것이 없고 폐해만 막대합니다."

 

= 담배는 서도(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많이 심는데 서도에서 나는 이 '서초'가 품질이 매우 좋습니다.  황해도와 평안도의 좋은 땅들은 몽땅 다 담배심는데 쓰고 있으니 좋을거 하나 없고 오히려 폐해가 막대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 사람들은 남초로 손님을 접대하는 도구로 삼지만, 중국 사람들은 차[茶]로 손님을 접대하니, 어찌 이보다 낫지 않겠는가?"

 

하니, 홍면섭이 말하기를,

"손님을 차로 접대하는 것은 예의가 있음을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남초를 횡죽으로 피우는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서 본다면 어찌 해괴하지 않겠습니까?"

 

=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 손님이 오면 담배를 내오지만, 중국 사람들은 차를 내오니 나름 낫지 않냐?

= 손님을 차로 접대하는 건 예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손님하고 주인이 같이 담배를 담뱃대로 피워재끼는 건 좀 모양새가 영 그렇지 않나요?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남초가 폐해가 되는 것은 술과 일반이겠으나, 술은 그래도 제사에 쓰고 성인(聖人)도 또한 말하기를, ‘술은 양(量)을 제한하지 않되 난잡한 데 미치지는 않는다.’ 하였는데, 남초에 이르러서는 마땅한 것이 없고 해로움만 막심한 것이다. 속습(俗習)이 이에 이르렀으니, 끝내 금지할 수 없겠는가?"

 

= 담배의 해악은 술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술은 제사할때도 쓰고 옛 성인께서도 "술을 마실 때 정해진 양은 없지만 난잡한 데까지 이르지는 않는다(惟酒無量 不及)"라고까지 말씀하셨는데, 담배는 뭐 어디 쓸데도 없고 해로움만 크다. 세속의 풍습이 이렇게까지 되었는데 어떻게 담배 금지할 수 없을까?

 

 

 

 

하니, 박종훈이 말하기를,

"남초는 금지할 수 있음을 사람들은 모두 말하지만, 신은 일찍이 가만히 생각하건대, 주금(洒禁)이 어려운 것은 대개 술을 좋아하여 깊이 빠진 자가 많기 때문이며, 남초에 이르러서는 이미 몸에 이익이 없는데도 드러나게 좋아하는 것이 이에 이르렀으니, 만약 법을 엄하게 하여 금지한다면, 죄를 무릅쓰고 금법을 범하는 것이 반드시 주정(洒政)보다 심함이 있을 것입니다."

 

= 담배는 금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술 금지도 술에 중독되버린 사람이 많아서 힘든데, 담배도 사람들이 자기 몸에 해롭다는걸 알면서 계속 빨아재끼는거 보면 담배 금지한다고 해도 금지령 무시하고 담배피는게 술의 그것보다도 훨씬 심할 것입니다.

 

 

 

 

하고, 홍면섭은 말하기를,

"백성들로 하여금 전지에 심을 수 없게 한다면, 수년 후에는 저절로 금지될 것입니다."하였다. 

 

= 그냥 담배 못심게 막죠. 그러면 저절로 해결됩니다.

 

 

 

 

 

+ 이익, 성호사설(星湖僿說) 만물문(萬物門) 남초(南草)편

 

“우리나라에 담배가 많이 유행된 것은 광해군(光海君) 말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세상에서 전하기로는, 남쪽 바다 가운데 있는 담파국(湛巴國)이란 나라에서 들어온 것인 까닭에 속칭 담배[湛巴]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가 태호 선생(太湖先生)에게, “지금 이 담배란 것이 사람에게 유익한 물건입니까?”고 묻는다. 태호 선생은, “담배란 가래침이 목구멍에 붙어 뱉아도 나오지 않을 때 유익하고 구역질이 나면서 침이 뒤끓을 때 유익하며, 먹은 것이 소화가 안 되고 동작이 나쁠 때 유익하고 가슴이 조이면서 신물이 올라올 때 유익하며, 한겨울에 추위를 막는 데 유익한 것이다.”고 대답했다.

 

어떤 이는 또, “그러면 담배는 사람에게 유익하기만 하고 해는 없다는 말입니까?”고 묻는다. 태호 선생은, 〈몸에 이롭고 해로움을 따진다면〉 해가 더 심할 것이다. 안으로 정신을 해치고 밖으로 듣고 보는 것까지 해쳐서 머리가 희게 되고 얼굴이 늙게 되며, 이가 일찍 빠지게 되고 살도 따라서 여위게 되니, 사람을 빨리 늙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이 담배는 유익한 것보다 해가 더 심하다고 하는 것은 냄새가 나빠서, 재계(齋戒)하여 신명(神明)을 사귈 수 없는 것이 첫째이고, 재물을 없애는 것이 둘째이며, 세상에 일이 많은 것이 진실로 걱정인데, 지금은 상하노소를 막론하고 해가 지고 날이 저물도록 담배 구하기에 급급하여 한시도 쉬지 않으니 이것이 셋째이다.

 

만약 이런 마음과 힘을 옮겨서 학문을 닦는다면 반드시 대현(大賢)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글에 힘쓴다면 문장도 될 수 있을 것이며, 살림을 돌본다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역(周易)》에, ‘상륙(上六)은 오르는 이치에 어두우니, 곧고 바른 데에 한결같이 쉬지 않는 것만이 이롭다.’ 했다.”고 답하였다.”

 

 

 

 

 

e45fe8ce447de28e9c6f0b5ae5307a0c.jpg

 

개화기 및 45년 이후 사진이긴 한데 대충 조선 말기의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담배를 피워댔는지 추정되는 사진들.

 

남녀노소 할거없이 사람들이 죄다 담배피고 앉아있다.

3개의 댓글

2020.11.09
0
2020.11.10

옛날에 미국에선 오히려 여자는 담배 못피게 했다며

 

이런건 또 의외구나

0
2020.11.12

저러니 일찍 뒤진거 아니냐?ㅋㅋㅋㅋㅋ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13 [역사] 인류의 기원 (3) 식별불해 0 31 분 전
1212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4 6 일 전
1211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1 7 일 전
1210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3 9 일 전
1209 [역사] 왜 사형수의 인권을 보장해야만 하는가 72 골방철학가 62 20 일 전
1208 [역사] 세계역사상 환경적으로 제일 해를 끼친 전쟁행위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5 일 전
1207 [역사] 송파장과 가락시장 5 Alcaraz 9 27 일 전
1206 [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4 K1A1 17 28 일 전
1205 [역사] 역사학자: 드래곤볼은 일본 제국주의사관 만화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024.03.23
1204 [역사] 애니메이션 지도로 보는 고려거란전쟁 6 FishAndMaps 6 2024.03.13
1203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3 FishAndMaps 4 2024.03.08
1202 [역사] 지도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동안의 기록 9 FishAndMaps 12 2024.03.06
1201 [역사] [2차 고당전쟁] 9. 연개소문 최대의 승첩 (完) 3 bebackin 5 2024.03.01
1200 [역사] [2차 고당전쟁] 8. 태산봉선(泰山封禪) 3 bebackin 4 2024.02.29
1199 [역사]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이야기 3 에벰베 6 2024.02.28
1198 [역사] [2차 고당전쟁] 7. 선택과 집중 bebackin 4 2024.02.28
1197 [역사] [2차 고당전쟁] 6. 고구려의 ‘이일대로’ 2 bebackin 4 2024.02.27
1196 [역사] [2차 고당전쟁] 5. 예고된 변곡점 1 bebackin 3 2024.02.26
1195 [역사] [2차 고당전쟁] 4. 침공군의 진격 1 bebackin 3 2024.02.25
1194 [역사] [2차 고당전쟁] 3. 몽골리아의 각축 1 bebackin 5 20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