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폴란드의 뱀파이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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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슬라브인들의 전설에는 우피오르(upiór)라고 불리는 귀신이 있었다. 이 귀신은 죽은 자가 되살아난 것으로, 산 자를 습격하여 살과 피를 먹었는 악령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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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뱀파이어 설화의 시조로 여겨지는 왈라키아 공국의 블라드 체페슈가 죽은 이후 동유럽에는 뱀파이어에 대한 설화가 속속 등장한다.

폴란드와 서슬라브권에서는 밤피에르즈(wąpierz)라고 불렸다. 이 설화는 당연히 위의 우피오르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겨진다.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말고도 중부유럽, 남부유럽에서도 죽은 자가 뱀파이어가 된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 시절 뱀파이어는 사실상 좀비랑 비슷한 포지션이었다. 보통 뱀파이어가 되는 기준은 전염병으로 죽은 자, 자살한 자, 생전에 악행을 일삼았던 자, 세례를 받지 못한 자, 졸도한 자, 익사한 자 등등 상당히 보편적이었다. 심지어 어린 아기도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뱀파이어는 밤동안 무덤에서 나와 사람들을 괴롭히다 새벽에 수탉의 첫 울음소리가 들릴때 관 속으로 돌아간다고 전해졌다.


폴란드인들은 뱀파이어가 무덤 속에서 기어나와 산 자들을 해코지할 까봐 미리 선수를 쳐놨다. 십자가, 마늘이나 은 따위가 아닌 상당히 평범한 방식들이다. (마늘은 트란실바니아 지역에서만 했던 풍습이고, 은은 이 악령이 성경에 나오는 은화 30냥에 배신때린 유다와 관련있다는 속설 때문에 차용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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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낫을 ㄱ자로 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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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에 구멍 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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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목을 잘라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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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에 돌 넣어 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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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기 전에 총으로 한번 쏘기

 

 

 

 

이 밖에도

 

다리 잘라놓기

시체 웰던으로 태우기

땅을 보도록 엎어놓고 묻기

산사나무 가지로 시체 찌르기

집 안에 양귀비 씨앗 뿌려놓기 (방어용)

대상의 피를 음료에 섞어 마시기 (방어용)

 

 

 

어떻게든 못 살아나게 하려고 별 짓을 다했다.

 

지금도 동유럽에서 오래된 공동묘지를 파면 이렇게 사전조치(?)된 백골들이 쏟아져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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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두려움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폴란드의 전통문화(?)로 자리잡았고, 18세기부터는 민속학자, 문학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됐다. 19세기즘엔 폴란드 문학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요소가 되서 시, 소설, 연극등으로도 만들어졌다. 서구권에서 유행한 뱀파이어 소설들이 '뱀파이어를  악역으로 묘사하고 그를 사냥하는 인간을 주인공으로 했던 반면에 폴란드에서는 뱀파이어가 주인공이었다. 주로 자신의 존재와 인간성,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자신을 죽인 자들에 대한 분노등으로 갈등하는 시체의 광기와 고뇌를 다루는 피카레스크 장르였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랑 대런 섄 시리즈는 사실상 우라까이였던 셈이죠.)

 

 

 

폴란드의 국민시인인 아담 미츠키에비치(Adam Mickiewicz)도 아예 프랑스에서 뱀파이어 문학에 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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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뱀파이어 문학의 유행은 당시 나라를 잃고 타국의 지배를 받던 폴란드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자신을 시체라는 이유로 핍박하는 자들에 대한 복수심과, 흡혈과 식인 같이 기독교적 도덕질서에 위배되는 행동을 일삼는 뱀파이어의 모습은 독일과 러시아 치하에서 억눌려 사는 폴란드인들의 안티테제 그 자체였고 묘한 공감을 일으키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다. 


1863년 벌어진 폴란드의 독립항쟁이었던 '1월 봉기'에서 봉기군은 자신들을 뱀파이어에 빗대어 '우리는 이제 이빨로 적의 살을 찢고 뼈를 물어뜯고, 동포들의 핏속에 우리의 신념을 퍼뜨리라'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현대 폴란드 문학계에서는 잘못된 방식의 복수와 피에 대한 욕망을 가진 뱀파이어가 인간 내면의 악한 부분을 투영한 캐릭터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절대악도 절대선도 아닌 혼돈 선, 혼돈 악 같은 더 나아가 악으로서 악을 물리치는 안티히어로스러운 모습에 열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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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국민겜 위쳐3에는 뱀파이어가 꽤 중요한 위치로 나온다. 게임속에서도 뱀파이어들은 인간과 섞여살면서 나쁜 짓을 하기도 하지만,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등 무작정 잡아죽여야 할 괴물이라기 보다는 공생하는 NPC 같은 포지션이다. 이는 뱀파이어가 단순히 판타지의 흔한 괴물이라서가 아니라, 폴란드의 국민적 애증이 담긴 캐릭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 https://culture.pl/

 

 

5개의 댓글

2021.03.14

묻기 전에 한발 쏘기 ㅋㅋㅋㅋㅋ

0
2021.03.15

대런 샌 진짜 재밌게 봤는데, 만화 보다가 운건 처음이었음ㅠㅜ

0
2021.03.15

엎어놓고 묻는건 어디서 본적 있는거 같다.

땅파고 나오려는데 지하로 계속 내려간다나

0
2021.03.16

엑박

0

좋은글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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